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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TM] 가상화 되어가는 세계 속의 공연예술 2020-06-03

*아래 글은 IETM에 게재된 보고서를 번역하였습니다.(원문링크)

[유럽 현대공연예술네트워크(IETM) 보고서]

가상화 되어가는 세계 속의 공연예술

2020.5.6
엘레나 폴리브체바1 (Elena Polivtseva)

본 간행물의 제작에 대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지원은 저자만의 견해를 반영한 이 간행물 내용의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이에 위원회는 이 간행물에 포함된 정보의 어떠한 사용에 대해서도 책임을 질 수 없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오늘날처럼 디지털 영역이 문화예술 콘텐츠(가상투어, 전시회, 오디오북, 콘서트, 영화 등)로 가득 찬 적이 없었다. 공연예술도 이 디지털화 물결에 참여하고 있으며 수십 개의 연극, 무용, 서커스 공연을 온라인에 업로드했고 일부 축제는 디지털 세계로 옮겨갔다. 하지만 공연예술 분야가 현실 영역에서 인터넷으로 갑자기 옮겨가는 것이 그다지 명백한 사실은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인터넷용으로 작품을 제작하는데 다소 익숙한 일부 창작 분야는 즉시 온라인 서비스를 확대하거나, (무료가 아닌 경우) 접근성을 확대했지만, 공연예술계가 디지털 영역에 정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공연예술을 비롯한 문화의 디지털화는 정책담론을 회피하지 않았다. 세계 각지의 문화지원기관들 중 일부는 디지털/디지털화된 제작물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단지 관객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공연 분야에서나 정책 차원에서나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은 타당한 일시적 조치라고 인식한다. 얼마나 일시적일지는 아무도 말할 수 없다.

그 후 내내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는 이 위기를 공연예술의 디지털적 입지를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인가? 관객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기 위해 현장 공연을 가상으로 제공하는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려고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위기의 중심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창작하고 보여주려는 욕망을 억누르고 페이스를 늦추며 코로나19 이후의 미래를 상상하는데 이 순간을 활용해야 할 것인가?

정상적인 업무를 계속할 수 없는 다른 분야는 무조건적인 지원을 받는 동안 우리는 왜 우리 일의 핵심을 재고해야 하는 것인가? 공연예술의 디지털화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것인가? 아니면 공연예술 분야의 고유한 가치인 “현장성”을 약화시키는 것인가? 그리고 결국 관객은 무엇을 원하는가?

4월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대유행 위기 상황에서 문화 및 창작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창조 유럽 프로그램(Creative Europe Program)’2의 일환으로 취한 조치를 발표했다. 그 조치 중 하나는 “공연예술 작품의 해외진출 지원 계획의 방향을 디지털 문화 및 가상 이동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추가 정보)

문화정책담론에서 디지털화라는 주제가 새로운 것은 아니며 오늘날 많은 지원 및 정책 기관이 디지털화를 더욱 발전시킬 기회를 살피고 있다. 대면 모임에 대한 규제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지만 규제가 해제된 후에도 공연예술 분야에는 상당한 흔적이 남을 것임에는 틀림없다(공연의 가상화 시도 때문이기도 함). 몇 주 전 유럽 현대 공연예술 네트워크(이하 IETM)는 회원들이 디지털화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위해 회원들에게 연락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설문조사는 4일 동안 짧게 진행되었고3 그중 이틀은 토요일과 일요일이었지만 IETM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정말 감동했다. 약 60개의 답변을 받았으며, 대다수의 경우, 공연예술에 대한 기존의 지원을 디지털 프로젝트에 대한 보조금으로 대체하는 경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다소 광범위한 논증을 덧붙였다. 6명 정도의 응답자가 디지털 작업에 대한 일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현장 공연에 대한 향후 보조금에 지장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공연예술의 디지털화라는 장기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소수의 응답자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보고서는 짧지만 효과적인 이 설문조사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모든 IETM 회원들의 의견을 듣지 못했고 매일 상황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디지털화 문제의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신 이 보고서는 공연예술의 디지털적 입지 구축에 대한 더 많은 토론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그리고 물론 그 이후에도 공연예술과 디지털 세계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몇 가지 정책 메시지를 제시한다.

다음은 설문조사 응답을 바탕으로 IETM에서 공식화한 7가지 핵심 포인트를 보여준다. 각각의 포인트는 동일한 결론에 이른다. 즉, 공연예술 내에서 디지털 요소를 늘리려면 예술가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구현하는 장기적 사고와 신중한 접근 방식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1. 공연예술에는 디지털적 입지 구축으로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공연예술 분야가 수년간 가상 세계에 노출되며 가상 세계를 다양한 형태로 수용했음을 상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요소는 공연예술의 핵심인 창의력과 실험을 촉진시킨다. 그러나 공연예술 작품의 현장성은 결코 디지털 버전으로 완전히 대체될 수 없으며 비교조차도 불가능하다.

그중에서도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은, 사회의 다양한 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들 사이의 교류조차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렇게 되면 편협함이 더욱 심해지고 구조적인 변화를 수행하는 사회의 능력이 저해될 수 있다. 디지털 세계는 여러 면에서 강력하지만 사람들이 거품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도와줄 수는 없다.

자가 격리 기간은 우리 삶의 다양한 부분들을 어느 정도까지 가상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분명히 밝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실제적 교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증명될 것이고,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특유의 힘을 가진 공연예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질 것이다.

공연예술은 우리를 ‘지금 바로 이 자리’에 놓는 특유의 힘이 있다.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우리는 어떠한 중간적인 소통수단도 없이 그 순간의 현실에 노출된다.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함께 공연을 보고 공연에 참여하는 것은, 때로는 한데 모이기 어려운 다양한 집단 간의 연결, 이해, 심지어는 동정심을 만들어 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IETM 회원 중 한 사람은 “공연예술의 현장성은 마법과도 같아서 공간, 감정, 순간을 공유하며 함께하는 강력하면서도 감동적인 체험을 관객과 예술가에게 선사한다.”라고 했다.

2. 실제 삶은 위험하고 가상 세계는 안전하다는 말은 세계적인 대유행 중에도 완전히 사실은 아니다

요즘은 현장에서 모이는 것이 안전하다고 아무도 감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전 세계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에 적응하고 있으며, 외부에서 누구를 만나거나 무언가를 하는 활동 하나하나를 발생 가능한 위험에 비추어 평가하는 새로운 습관을 들여가고 있다. 확실히 전염병 대유행의 시기에는 신체 접촉이 적을수록 더 안전하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람을 만나고 실생활 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이러한 선택적 접근법이 향후 몇 년 동안 표준이 될 수도 있다.

인터넷은 예전보다 훨씬 더 우리의 공용 공간이 되었다. 디지털 공간에서 떠도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는 없다. 이렇게도 간단한 일이다. 직원회의, 요리 워크숍, 요가 수업, 불금 파티, 모든 종류의 문화 활동... 이 모든 것과 그 외에도 훨씬 많은 활동이 디지털 수단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하든지 나와 상대방 사이에는 항상 가상 매체가 있다. 그리고 언뜻 보기에 이 매체는 걱정거리를 유발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무난하고 비가시적이기 마련이다. 현장 공연은 일시정지, 확대/축소, 끊기, 다시보기, 되감기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공연을 무대에 올리면 검열이 불가능하다. 공연 중에는 공연자와 관객 사이에 중간자적 역할을 하는 누군가가 없다. 공연자가 물리적으로 공연을 멈추려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럴 경우 본인의 행동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그리고 본인의 노력이 공연 자체의 본래 아이디어를 실제로 보완할지 여부를 통제할 수 없다.

현장 공연의 고유성은 여기에 있다. 세계적 대유행 이전부터 이미 우리가 겪어온, 더욱 디지털화되는 현실 속에서 특히 그러하다. 현장 공연을 디지털 영역으로 가져가면 이러한 고유성이 저해된다. 또한 예술가와 관객 사이의 친밀한 관계에 중간자적 역할을 하는 누군가(예를 들어 줌이나 유튜브 같은 업체)를 끌어들이게 된다. 이러한 업체 중 일부는 자사의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삭제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 또 다른 일부 업체는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문제 면에서 완전히 청렴하지 못하다 (여기를 읽어보라). 특정 국가에서 접근성과 안전성이 더 좋은 플랫폼도 있다.

우리 일상의 더 많은 부분이 가상 세계로 옮겨 갈수록 디지털 공간에 긴밀한 접촉이 빠져있다는 느낌은 더욱 커진다. 이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볼 때 안전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의 신뢰와 자유로운 느낌마저 해칠 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는 오늘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3. 디지털화는 적이 아니다. 디지털화는 예술가에 의하여, 예술가를 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듯이 작품을 창작하고 보여줄 다른 가능성이 모두 제약을 받는 상황을 고려해보자. 이러한 상황에서 관객과 즉각적으로 연결되고 창의적인 실험을 위해 공연예술의 디지털화가 편리한 수단, 때로는 특별한 수단이 된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지난 몇 주 동안,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소파에 앉아서 온갖 종류의 연극, 무용, 서커스, 오페라 공연을 찾아 시청했다. 이 시기가 아니면 거의 보러 가지 않을 공연들이다. 멋지고 풍성한 예술이 불확실성, 불안, 정서적 피로로 인해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깨우고 있다.

다음처럼 말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더 나은 현실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공연예술의 디지털적 입지를 개선해보면 어떨까? 사실 공연예술 분야는 이러한 작업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가져본 적이 전혀 없었다.

이것은 분명히 매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인 만큼, 이 과정은 예술가들이 스스로 주도해야 하며, 지원기관이 강요해서는 안 된다. 가상의 구성요소는 예술가들이 창작 과정을 통해 경험하고 있는 격차를 메우고 그들의 전문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채택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화는 관객 참여, 프로젝트 관리, 마케팅, 유통 전략, 문서화, 기록, (불필요한 여행을 줄이기 위한) 국제회의 등의 새로운 상호보완적 형태를 아우를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이 많은 예술 전문가들이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싶어 하는 부분이다. 또한 일부의 (실제로 많은) 예술 전문가들이 본인의 작업을 실시간 스트리밍하고 녹화할 환경을 더 잘 갖추기를 원한다(많은 응답자들이 언급했듯이 이것은 일시적 조치일 수도 있고 미래를 위한 보완적 수단일 수도 있음). 그러나 국제적 차원의 작품 창작, 상연, 유통의 주된 방식은 여전히 현장 공연이어야 한다는 점은 틀림없으며, 최대한 그래야 한다.

예술가들이 넘쳐나는 온라인 문화 콘텐츠에 기여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단지 본인의 유용성을 유지하고 지원기관의 변화된 담론에 편입하기 위해 본인의 작품을 온라인상에 업로드 하도록 강요를 받아서는 안 된다. 공연예술이 시청각 분야와 온라인에서 경쟁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공연예술의 주된 가치는 명백히 인터넷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점 때문에 공연예술 제작자들이 본인의 작품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예술가들이 디지털 가능성을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신뢰를 얻어야 이들의 작품을 강화하고 그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다.


사미 라브디가 큐레이팅한 디지털 사미 요이크의 스크린샷. 상징적 의미가 큰 ‘2020 트롬쇠로의 디지털 여행’(Digital Journey to Tromsø 2020)의 일환으로 제이미 마이클 비발드가 댄스아레나 노드와 IETM을 위해 촬영한 영상의 일부이다. 트롬쇠 춘계 총회가 취소되었는데, 정상대로라면 총회의 첫날이었을 날짜에 ‘2020 트롬쇠로의 디지털 여행’을 개최했다.

4. 환경적 긴급성에 의해 완전한 디지털화를 정당화함으로써 너무 멀리 가지 말자

현 상황의 밝은 면을 보자면, 전 세계에서 활동이 줄어든 것이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어떻게 세상이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전이 명확해진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생활 대신에 가상 세계에서 일상생활의 일부를 꾸려감으로써 우리의 탄소 발자국, 온갖 쓰레기, 그 외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게 되었다. 공연예술 활동은 특히 물질적 투어와 관련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가치사슬 단계 중 일부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공연예술 분야의 환경적 피해를 줄이는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일부 지역의 정책 입안자들은 점점 더 그러한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유효한 전략이다. 그러나 디지털화가 반드시 친환경 솔루션은 아니다 (왜 인터넷 습관이 생각만큼 친환경적이지 않은지 읽어보라). 디지털 문화와 “가상 이동성” 증진에 있어서 디지털 활동의 탄소 발자국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지속가능성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사회적·문화적 지속가능성 요소들을 전략에 포함시키려면 현장 교류를 보존하는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장 교류는 사회적 응집성, 공유된 가치와 문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며, 디지털 교류로 결코 완전히 대체될 수 없다. 하지만 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현장 교류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된 것은 분명하다.

현재의 위기는 국제예술교류의 새로운 모델을 구상하고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투어를 보다 의미 있는 방식으로 계획할 수 있다. 같은 국가 내 몇몇 소규모 장소와 공연장에서 투어를 하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수도에서 수도로 이어지는 혼란스러운 이동을 대체할 것이며 투어에 참여하는 예술 종사자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방법도 될 것이다. 또한 농어촌 및 변두리 지역 주민들을 포함한 새로운 관객과 연결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생태학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투어가 어떻게 더 의미 있는 여정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잠정적인 예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러한 방면의 가능한 해결책을 총망라해서 공연예술 분야의 국제협력 및 업무관행에 대한 일관성 있는 전략을 구축하고자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 ‘네트워크 재정비 (Rewiring the Network: 공연예술을 위한 보다 지속가능한 미래의 개발)’ 와 이 프로젝트 내에서 IETM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의 일환으로 세운 계획이다.

5. 온라인으로 전환: 위태로운 예술의 다양성과 관객의 다양성

물론 디지털 극장과 가상현실 공연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서 역동적이고 수준 높은 작품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일부 극장과 공연장들은 공연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고 녹화 영상을 공유하는데 익숙하다. 이러한 작품 중 일부의 경우, 온라인 관람이라는 측면은 독창적인 구상의 일부이다. 일부 공연의 경우, 디지털 영역 진출은 처음이겠지만 스타일이나 대본을 볼 때 녹화해서 가상으로 시청하는 것이 (적어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디지털화된 공연의 품질은 가용한 자원과 기술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자. 공연의 장르와 성격, 관객들과 교류하는 방식 등으로 인해 인터넷에 결코 등장하지 않을 공연들이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정책 입안자들의 초점이 공연예술의 디지털화 확대로 기울어진다면, 상당히 많은 작품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예술작품의 다양성이 약화될 것이다.

관객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화는 어느 정도는 관객의 저변 확대를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장기적으로 보면, 디지털 소비의 현장 행사 대체는 소외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즉, (이미 유럽에서는 상당히 분열된) 대중을 세대, 경제력 그리고 이젠 인터넷 접근성으로 분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쨌든 공연의 디지털 관람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며 공연예술의 디지털화 이슈에 대한 관객의 필요성과 태도도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관객들의 생각과 원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대유행 기간과 그 이후 관객들의 행동을 조사하기 위한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6. 공연예술은 결코 디지털 세계의 토착민이 되지 않을 것이며, 그럴 경우 공연예술의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이래, 수많은 공연단체들은 그들의 공연을 정기적으로 관람하는 관객들 및 그 외 전 세계 모든 사람들과의 연대의식 차원에서 무료로 그들의 작품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인정했듯이 이들이 그렇게 한 이유는 뭐든지 지속적으로 하려는 강한 욕구를 느꼈기 때문이며, 디지털적 입지 구축은 현재 유일한 방안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전 세계 많은 지원기관들은 문화단체들과 기관들이 작품을 온라인에서 공유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본 설문에 응답한 IETM 회원 중 다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지원기관들은 이런 제안을 하면서 작품에 대한 온라인 접근을 무료로 해달라는 (다소 명백한) 압박감도 함께 주었다.

결국 인터넷은 온갖 종류의 디지털 콘텐츠를 대량으로 공급받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몇 년간 예술가들이 제작해 온 작품 일부의 가치하락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미래 지향적인 전략으로서 예술의 디지털화로 눈을 돌려달라는 정책 입안자들의 요청 때문에, 이렇게 하락한 가치의 회복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약해졌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연예술은 늘 가상 영역에 존재하는 시청각 분야와 주목받기 위한 경쟁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으며, 그렇게 경쟁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리고 “경쟁자”중 하나의 핵심 가치(공연예술의 현장성)가 경쟁의 요소가 아닌데 어떻게 이러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디지털화 트렌드가 코로나19를 넘어 미래를 형성하려는 것이라면 공연예술가들의 보수와 사회경제적 조건에 대한 문제는 세계적 대유행 이전보다 훨씬 더 절박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가상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되면 공공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공연예술의 경제적 모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7. ‘생존 모드와 장기적 관점의 균형 유지’라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내용을 고려하며 잠시 상상해보자. 이것이 장기화 된다면? 세계적 대유행 급증, 사회적 거리두기, 가끔씩 내려지는 봉쇄령... 공연예술의 현장성을 강력히 옹호하면서도, 이러한 현장성이 언제 완전히 현실로 돌아올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누구도 말해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요즘 공연예술 전문가들이 이런 과장된 질문을 하는 것을 들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디지털 말고는 공연예술에 미래가 있을까?” “이 위기가 더 오래 지속된다면 공연예술은 그냥 사라질 것인가?”

오늘날 중대한 과제는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으로 공연예술 옹호의 초점을 잡는 것이다. 공연예술을 구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긴급 조치를 취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동시에 정책 입안자들과 함께 공연예술 부문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현재의 맥락을 토대로 배우고, 위기를 통해 발견한 다양한 해결책(디지털 입지 구축 확대 포함)을 균형적이고 적절하게 미래로 가져가야 한다.

오늘날, 정책 입안자들이 행동을 취해야 할 세 가지 영역이 있다. 첫째, 격리 조치의 경제적 결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 중 하나인 공연예술 분야 종사자들에게 긴급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지원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해 보상의 원칙과 예술 전문가들이 계속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관점에서 제공되어야 한다. 둘째,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내내 공연예술 분야의 지속가능성과 생존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공연예술 분야의 창작과 상연(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었을 때)을 지원해야 하며, 가능한 경우 현장 공연도 지원해야 한다.

이 “활동 부족”의 시기는 연구를 하고 새로운 모델(작업, 협력, 관객 참여, 투어 등의 모델)을 구상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한 업무일정”(여러 직업을 병행하고, 여기저기 이동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으로 바쁘기 마련인 예술 전문가들은 연구와 전략 수립을 위한 시간과 지원금이 거의 없다. 세 번째 영역은 두 번째 영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공연예술 분야가 강인하게 위기에서 벗어나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하도록 도와야 한다. (바라건대) 지속가능성의 논리가 이러한 과정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또한 정책 입안자들이 이러한 세 가지 지원 요소를 취합하기 위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극도로 제한된 문화예산을 재난지원금의 바구니 속에 던져버리면 안 된다. 이러한 지원금은 다른 재정수단에서 가져와야 하며, 세계적 대유행의 타격을 받은 다양한 분야의 프리랜서 전문가 및 업체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예술가들이 “긴급한” 디지털 프로젝트에 대한 보조금과 포상을 따내기 위해 서로 경쟁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확실히 해두어야 할 점이 있는데, 마치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경 폐쇄가 영원히 유지될 것처럼 투어 지원금과 이동성 보조금 그리고 공연예술 프로젝트를 위한 보조금을 삭감해서는 안 된다. 대신, 공연예술 분야가 무대로 돌아올 것이라는 강한 비전이 있어야 하며, 실제 삶 속에서의 교류에 격려와 힘을 보태고자 하는 사람들의 중대한 필요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공연예술계는 코로나19 이후의 미래에 어떻게 진입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얻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공연예술 분야가 더 지속가능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공연예술 분야가 환경을 보존하고, 공정한 관행을 수용하고, 예술가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지원하고, 지리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더 의미 있는 파쿠르(이동의 예술)를 촉진시키고, 국내외 관객과 보다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우리는 영원히 격리되지는 않을 것이고 언젠가는 국경도 다시 열릴 것이다. 그렇다면 대면 접촉에 목마른 사람들이 다시 교류하고 국내외적으로 공연예술을 누리기 시작할 때 이러한 질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롭게 들릴 것이다. 이러한 미래에 디지털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는 질문은 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의 한 요소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 예술가들 스스로가 신중하게 대답해야 한다.


1      엘레나 폴리브체바(Elena Polivtseva)는 유럽 현대공연예술네트워크(IETM)의 커뮤니케이션 및 정책 관리자로 입사 전 기업 분야와 국제 NGO에서 일했다.
2      창조 유럽 프로그램(Creative Europe Program)은 2014년부터 2929년까지 문화 및 창조(시청각) 부문에 14억6천만 유로(약1조 9,760억 원)를 지원하는 유럽연합 위원회의 프레임워크 프로그램이다.
3      설문조사에는 질문이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이 질문이다. “지원기관들이 공연예술의 디지털화로 초점을 전환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메일로 보내달라고 회원들에게 요청했으며, 글자 수 제한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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