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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가 던질 “위대한 질문”을 고대하며 2020-05-06

문화예술계가 던질 “위대한 질문”을 고대하며

김도영CSR포럼 대표

들어가는 말

물이 끓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동안의 가열이 필요합니다. 99도씨 까지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마지막 아주 잠깐 사이의 1도씨의 상승으로 100도씨가 되면 급격한 비등이 시작됩니다. 이렇듯 미미하게 진행되던 변화가 어느 순간 균형을 깨면서 폭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점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토머스 셸링 (Thomas Schelling) 의 논문 『분리의 모델(Model of Segregation』(1969)에 나오는 개념입니다.

최근 온 세상의 관심과 우려가 코로나19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전세계를 뒤덮는 전염병의 공포로 인해 우리 인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런 변화를 찰나의 순간에 겪고 있습니다. 전대미문의 티핑 포인트를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변화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실로 충격적입니다. 그 동안 발전해오며 쌓아온 고도 성장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저명한 경제학자께서는 도무지 전례가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세계 경제의 앞날을 한치도 예측할 수 없는 무기력함을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World Economy Outlook)’에서 금년도 세계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했습니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당시 4.7%,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때 1.3% 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IMF 세계경제전망 보고서 (2020.04.16 발표) ⓒIMF

세계무역기구(WTO)도 올해 세계 상품 무역이 최대 32%로 급감될 수 있다고 예측하였습니다. 이 수치는 1930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고 합니다.

영국의 경제 분석 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각국의 봉쇄 정책이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지면, 최악의 경우 올 세계 경제 성장률이 -8%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하였습니다.

봉쇄 정책은 제3세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타격으로 전 세계에서 2억6천500만명이 심각한 식량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였습니다. 이는 지난해 1억3천500만명의 두 배에 달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기존 방식이 무너지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확산되면서 경제를 시작으로 아래와 같이 다양한 사회분야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1. 비대면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외식을 자제하며 국밥과 생선회까지 드라이브 스루로 제공되고, 배달음식과 집밥 열풍이 뜨겁습니다.
2. 학교는 이제 더 이상 기존의 교육방식을 고수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일부에서만 이루어지던 온라인 수업시스템이 수개월 만에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까지 확산되었습니다.
3. 수십 년간 노력해오던 원격의료시스템도 순식간에 제도화 되고 있습니다. 이미 화상 진료를 넘어 찾아가는 진료 부스, 드론이나 로봇 등을 활용한 약 배달 서비스 등이 시작되었습니다.
4. 영화관을 찾던 관람객은 스마트폰이나 IPTV로 VOD를 시청하고 있습니다.
5. 여행이 줄고 일상의 소중함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6. 헬스클럽 대신 홈트레이닝 기구와 유튜브 프로그램이 인기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언택트 문화 기반의 변화는 가속화 될 것입니다.

기업의 변화, 기업 사회공헌의 변화

기업의 변화도 매우 급진적입니다. 비즈니스는 비용이 높더라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사업구조가 재편될 것입니다. 특히 해외와 연계된 Value Chain(가치사슬)의 주요 부분은 새로운 생존 방식을 찾아 갈 것입니다.기업 내부에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혼란 가운데 시도된 재택근무는 화상회의 등 필요한 IT 서비스들과 관리 시스템이 본격화 되면서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조직력 보다는 극단적인 효율성이 중요시되어 채용, 인재육성, 평가지표 및 보상 등에 전혀 새로운 방식이 제시되고 정착될 것입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기업 사회공헌 영역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공익사업 영역은 주로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사업이 주를 이루었으며, 특히 대면 서비스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언택트 사회공헌’ 사업모델들이 집중적으로 기획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멘토링, 온라인 기부, 사이버 바자회, 클라우드 펀딩, 온라인 자원봉사, 온라인 교육 지원프로그램, 공익 콘텐츠 영상 공모전 등 IT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본격화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또 다른 시각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금번 사태로 가속화된 새로운 변화가 새로운 사회문제를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교육계에서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 된다면 청각장애나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문제가 될 것입니다. 혹은 많은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IT에 익숙하지 못한 시니어들은 키오스크나 인터넷을 통해 기차표를 사거나 음식점에서 메뉴를 주문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일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미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계의 새로운 변화

“언택트 문화”는 문화예술의 소비 행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공연계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예술가의 작품과 열정을 무대를 통해 함께 호흡하며 느끼던 공간을 기피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영세한 공연단체, 극장, 전시장, 아티스트, 연관 사업자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앞으로 문화예술 콘텐츠의 소비는 온라인 시장의 비중이 날로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어색하기 그지없던 화상회의나 동영상 강의가 익숙해지고 당연시되듯 많은 공연, 전시 관람이 개인 단말기, 대형 모니터, 가상현실(VR : Virtual Reality), 증강현실(AR : Augmented Reality) 등을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벌써 관객 없는 라이브 독주회, 라이브 패션쇼가 화제입니다. 뉴욕 브로드웨이 스타 배우들의 온라인 자선 공연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깨어있는 기관들은 온라인 공연과 전시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Nightly Opera Stream과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Live at Home 서비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무료로 일부 공연에 대해 온라인 관람이 제공되고 있다.

소비 형태가 바뀌면 작품도 새로운 미디어에 적합한 방식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문화예술 콘텐츠의 디지털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도되었지만 다른 영역들과 마찬가지로 보편화되기엔 장벽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문화예술계도 소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통과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예술가, 예술기관, 예술시장 모두 새로운 변화를 위해 도약하는 시기입니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아트의 역할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치 14세기 중반 유럽 인구의 3분의 1 가량을 죽게 한 흑사병이 르네상스를 일으킨 원동력이 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변화는 갑자기 옵니다. 위협적인 변화는 특히 그렇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무리 위협적이더라도 분명 우리는 새로운 생존 방식을 찾아낼 것입니다. 하지만 한동안은 누구도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의 시기를 거쳐야 합니다. 누군가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빛을 비춰야 합니다. 과거의 자료를 기반으로 앞날을 예측하는 방식으로는 현재의 상황이 잘 해석되지 않습니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추론을 뛰어넘는 직관적이고 순수한 통찰이 중요합니다. 바로 예술가의 힘이 필요한 시기 입니다.

2002년도 아트센터 나비에서 열렸던 “Extension-Wireless Art and Culture” 라는 주제의 전시에서 만난 영국의 미디어아티스트 피오나 라비(Fiona Raby)가 떠오릅니다. 피오나 라비는 핸드폰을 활용한 작품을 통해 앞으로 일어나게 될 무선공간에서의 만남, 공동체, 감시, 개인정보 노출 등에 대해 매우 진지하고 통찰력 있는 질문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당시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막 시작되던 시기였기에 그녀의 주장은 매우 강력하게 우리사회에 던져졌습니다. 그로부터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그녀가 미디어아트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예견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아티스트의 시대정신과 통찰력에 대해 큰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극작가이자 소설가 조지 버나드쇼(George Bernard Shaw)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이성적인 인간과 비이성적인 인간 두 종류가 있다. 이성적인 인간은 세상에 적응한다. 비이성적인 인간은 세상을 자신에게 적응시키려고 발버둥 친다. 따라서 모든 혁신은 비이성적인 인간에 의해 일어난다.”비이성적인 인간이란 기존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롭고 통찰력 있는 지혜자를 의미하겠지요. 요즘과 같이 혼돈과 불안이 짙은 안개처럼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암울한 때에 문화예술계의 지혜가 절실합니다. 우리 사회에게 일갈할 “위대한 질문”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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