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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아트마켓 참가연재(7) 아시아 권역의 사회적 예술 운동 및 동시대 예술 프로젝트 연구(3) 2020-02-27

아시아 권역의 사회적 예술 운동 및
동시대 예술 프로젝트 연구(3)

임인자 (독립기획자, 소년의서 대표)

3. 소녀상이 설치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작품이 검열되었다.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의 최대 미술 축제에 초청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아시아의 사회와 예술의 관계”를 리서치 하기 위해 올해 아이치트리엔날레의 공연예술분야 큐레이터에 선임된 치아키 소마를 만나러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가기로 결정해 놓았었기 때문에 직접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막일에 맞춰 일본을 방문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는 일본 최대 규모의 미술 행사로 토요타시를 포함 자동차 산업이 번성한 일본 중부 지역에 있는 아이치현에서 주최하였다. 2010년 시작하여 올해 4번째 행사를 맞이했다. 올해는 저널리스트 쓰다 다이스케(津田大介, Tsuda Daisuke)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하였고, 그는 우리 삶에서 안전이 위협받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을 역설적으로 지적하는 ‘정(情)의 시대’를 주제 삼았다.

아이츠트리엔날레2019 주제 <정(情)의시대> 소개글 © 임인자

현재, 세계는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다. 그 근원에는 앞날이 보이지 않으며 자신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있다. ’모른다’는 것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어, 본래 회색인 것을 흑 또는 백으로 분명히 구분짓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한다. 그 결과 세계를 대립의 축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지키고 싶은 전통과 이념이 달라도,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려움에 처해있는 타인에게 주저없이 손을 뻗어 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는 생물이다. 지금,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원인은 ’정(情)’(불안한 감정이나 그것을 선동하는 정보)에 있지만, 그것을 타파하는 것 또한 ’정(情)’(인정, 배려)인 것이다. ’아트’의 어원에는 라틴어 ’아르스’와 그리스어 ’테크네’가 있다. 이 단어들은 예부터 ’고전에 기초한 교양과 작법을 구사하는 기계’를 일반적으로 의미하고 있다. 우리들은 ’정’으로 ’정’을 길들이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본디 그것이야말로 ’예술’이 아닐까. ’기술’로 일본의 제조 산업을 리드하고도시와 지방의 특색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아이치’를 무대로 다양한 대립촉의 중간을 생각하며, ’아트’ 본래의 영역을 되찾으려 한다. -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주제 「정(情)의 시대」 설명문

"우리들은 ’정’을 ’정’으로 길들이는 ’기술’을 익혀야한다", "본디 그것이야 말로 ’예술’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는 ’정’으로 ’정’을 길들이는 ’기술’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냥 ’예술’ 행위를 중단 시켜 버렸다. <표현의 부자유전(展) - 그 이후(表現の不自由展·その後)>의 전시에 대해 나고야시장 등으로 부터 ’전시 중단’ 압력을 받자, 시작 3일만에 전시를 중단해 버린 것이다. 3일만에 전시 중단 결정이 있기 전부터 이미 전시장 앞에는 SNS 사회관계망에 사진을 올릴 수 없다는 팻말이 붙었다.


전시장 입구에 부착된 사진 촬영 SNS 배포금지 안내판 2019년 8월 3일 ⓒ임인자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표현의 부자유전(展) - 그 이후(表現の不自由展·その後)>는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기획 전시로 진행되었다. 통상 개인 혹은 그룹 예술가를 단독으로 소개하는 방식과 달리 이전 <표현의 부자유전>1 전시를 그대로 다시 전시하면서, ‘표현의 부자유전 - 그 이후’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의 ‘표현의 자유’ 문제를 살피고자 했다."2

검열의 징후들 혹은 전쟁 범죄에서 일본의 가해가 아닌 피해를 재현하는 것

전시는 사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표현의 부자유전(展) - 그 이후(表現の不自由展·その後)> 이름으로 초청 작가들 사이에 제안되어 있었다. 만일 국내 언론에서 <소녀상>이 일본에서 전시한다는 보도를 하지 않았다면, 나조차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전시장을 방문했을 것 같다. 전시는 메인 전시장에 배치되었지만, 모든 전시를 다 보고나야 갈 수 있는 가장 안쪽 공간(A23)에 위치하고 있었다. 무엇인가 숨겨져 있다는 알수 없는 기분과 함께 전시장에 다다랗다. 그것은 나고야시의 메인 전시장이 아닌 도요타에서 열린 오다와라 노도카(ODAWARA Nodoka)의 작품 <(1946-1948 / 1923-1951)>에서는 전시장 안쪽 문 안 씽크대 위에<소녀상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진>이 놓여있었다. 그마저도 <표현의 부자유전(展) - 그 이후(表現の不自由展·その後)> 전시 중단 사태가 생기자 작가가 스스로 <소녀상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진>을 치워버렸다고 한다.


© 임인자

© 임인자


오다와라 노도카(ODAWARA Nodoka)의 작품 <(1946-1948 / 1923-1951)> © 임인자


오다와라 노도카(ODAWARA Nodoka)의 작품 <(1923-1951)> © 임인자

오다와라 노도카(ODAWARA Nodoka)의 작품
(1923-1951) © 임인자
오다와라 노도카(ODAWARA Nodoka)의 작품
<(1946-1948 / 1923-1951)> © 임인자

이번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작품 중 도요타에 설치된 오다와라 노도카(ODAWARA Nodoka)의 작품 <(1946-1948 / 1923-1951)>는 일본의 전후 시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일본 조각의 주제를 비판적으로 다루기 위해 예술과 글쓰기를 전개하며, 조각품을 예술적 장르로 다루는 것을 넘어 일본 근현대사의 근본적인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작가가 이번에 전시한 ’나가사키 원폭의 진원지를 표시한 화살 모양’의 기둥은 그러한 질문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공공 조형물에 대한 질문은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무엇을 재현하고 있는가에대한 질문이다. 일본은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의 문제를 생각한다. 일본은 가해의 경험이 아닌 피해의 경험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아닌가. 그러한 시선에서 창작된 작품은 전쟁의 위험성과 가해의 폭력에 반성하기 보다는 (미국의 원자폭탄) 피해를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책임으로 부터 오히려 우리를 멀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작품의 전시에서 <소녀상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진>은 감추어져 있었고, 감추어져 버렸다.


오다와라 노도카(ODAWARA Nodoka)의 작품 <(1946)> 2011 / inkjet print,20x18cm 「原子爆弾中心地」1947年8月10日付 毎日新聞長崎版より "원자 폭탄 중심지"1947년 8월 10일 마이니치신문 보다
© ODAWARA Nodoka

일본이 삭제하고자 하는 것, 저항하는 예술가와 시민들, 하지만 여전한 침묵


© 임인자

전시장 안쪽 깊숙한 곳에 있었지만, 많은 시민들이 줄을 길게 서고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관객들은 사진을 찍고 자세히 작품 하나 하나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관람객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 혹은 관객들의 표정에서 ’경악’함이 읽혀졌던 것은 오우라 노부유키(大浦信行)의 작품이었다. 오우라 노부유키, <원근을 감싸 안고(遠近を抱えて) 시리즈>는 일본의 전쟁 시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 당시 천황이었던 히로히토의 사진을 콜라주한 오우라 노부유키(大浦信行)의 작품을 전시했는데, 이는 일본 시민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오우라 노부유키의 작품은 1986년 도야마 현립 근대 미술관에서 있었던 전시에서 검열을 경험했다. 오우라 노부유키의 ‘원근을 감싸 안고(遠近を抱えて)’ 14점 중 10점을 전시했던 도야마 현립 근대 미술관이 전시회 이후, 여야 의원들로부터 ‘불쾌하고,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이 지방신문에 보도되었고, 이후 미술관은 야스쿠니 신사 관련 기관과 우익 단체에서 항의를 받았다. 결국 오우라 노부유키의 작품과 도록은 비공개로 처분되었다. 이번 아이치 트리엔날레에는 ‘원근을 감싸 안고’ 콜라주 작업 4점과 함께 전시회를 계기로 제작된 ‘원근을 감싸안고 파트 2(遠近を抱えて PartII)2) ‘영상’이 출품되었다. 영상에는 불에 타는 천황의 얼굴과 야쿠자의 문신과 뒤섞인 천황의 이미지, 야스쿠니 신사에서 신음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등장한다.3

오우라 노부유키, 『원근을 감싸 안고(遠近を抱えて) 시리즈 中』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 ⓒ임인자 <평화의 소녀상>의 사진을 찍고 있는 관람객들, 개인 소감으로는 감찰을 위해 찍는 것 같았다. ⓒ임인자

1985년도의 검열로 회화 작품 전시가 어렵게 된 오우라 씨는 영화로 작품 활동을 계속해왔다. 그 과정에서 대면한 홍성담씨의 <야스쿠니의 미망(迷妄)> 중 치마저고리 차림의 ‘위안부’ 환혼지(還魂紙:헌 종이를 녹여서 혼을 담아 만든 종이인형)가 오우라 씨에게 중요한 힌트를 주었다. 일본인인 자신에게는 누락되어 있는 인식, 병사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도 천황의 이름하에 희생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는 것이다.4

결국 전시는 개막 3일 만에 폐쇄되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개막 이후, 이 전시의 내용이 공개 되면서, 바로 다음날 ‘나고야 시장’이 전시장에 방문했고,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 전시장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에 전시의 내용을 배포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즉각 설치되었다. 일본 관방장관은 “국가의 세금”으로 이러한 전시를 해도 되는지 살펴보겠다고 발표했다. 중단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전시장은 발 디딜틈 없이 많은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3일째 되는 바로 그 날, 이 ‘표현의 부자유전 - 그 이후’ 전시는 전면 중단되었다. 중단의 이유로 내세워진 것은 바로 “안전”이었다.

전시 개막 이후, 충격적으로 전시를 바라보던 이들은 SNS를 통해, 전화와 팩스를 통해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항의했고, 결국 실행위원장인 일본 아이치현 오무라 히데야키 지사가 이 기획전에 반대하는 세력으로부터 “테러 예고와 협박 전화”를 받았고, 전시 작품을 “철거하지 않으면 가솔린 통을 들고 찾아가겠다”는 팩스도 받았다며,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항의를 받는 직원들과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전시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한 것이다.‘표현의 부자유전’은 일본 카메라 회사 니콘이 주최한 사진전에 안세홍 작가가 2001년 이후 5년간, 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12명의 사진(작품명 <겹겹>)을 출품하였고, 전시 개최 결정이 난 이후, 니콘이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한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니콘은 일본 우익의 항의가 일자,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일방적으로 사진전을 취소했다. 일본의 인터넷 사이트 일부 게시판에는 ‘위안부’ 사진전 개최를 반대하는 악플이 달렸고, 니콘 불매운동이 일어났으며 안세홍 작가에게 협박 팩스와 전화가 빗발쳤다. 또한 “안세홍”을 외치며 전시 중지를 요구하는 시위도 있었다. 이번 2019년에 열린 ‘표현의 부자유전, 그 이후’는 이 때, 함께 작품을 지키고, 가처분 재판 진행에 참여했던 이들이 주축이 되었다.5

ⓒ임인자 ⓒ임인자

시민들이 나서서 <표현의 부자유전 그 이후> 전시 중단에 항의하며, 기자회견을 하기 시작했다. 함께 전시에 초청된 임민욱, 박찬경 작가는 항의의 의미로 전시를 철수했다. 근처의 공원에서는 청년들이 모였다. 그리고 김운성, 김서경, 안세홍을 비롯한 작가들은 전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했다. 그리고 결국 10월 14일 폐막을 앞둔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10월 9일부터 약 6일간 다시 ‘표현의 부자유전 - 그 이후’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그것의 형태는 온전해야 할 것이지만, 여전히 SNS로의 유포 금지, 사전 예약을 전제로 진행되었고, 입장 가능한 인원수는 너무 한정적이어서 거의 형식적인 공개에 불과하였다.


1 ‘표현의 부자유전’ 2015년 1월 18일부터 2주일간 일본 도쿄의 후루토(古藤) 갤러리에서 전시되었다. 과거 ‘천황(일왕)’과 전쟁(가해 책임), 식민지 지배,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야스쿠니, 헌법 9조, 원전 등을 다뤘다는 이유로 검열·수정·작품 철거·게재 거부·상영 금지 등을 당하며 표현의 기회를 빼앗긴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였다. 2015년 당시의 자세한 전시 내용을 보려면 <시사인> 기사 참조 Link
2 아이치트리엔날레 홈페이지 기획의도 중
3 임인자,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명백한 검열의 현장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표현의 부자유전(展) - 그 이후’ 전시 중단 사태에 부쳐.」 연극in, 제169호, 2019년 10월 10일28 이련경, 「‘표현의 부자유’로 신음하는 예술 작품들」, 2015년 3월 13일, 시사인/
4 이련경, 「‘표현의 부자유’로 신음하는 예술 작품들」, 2015년 3월 13일, 시사인
5 임인자,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명백한 검열의 현장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표현의 부자유전(展) - 그 이후’ 전시 중단 사태에 부쳐.」 연극in, 제169호, 2019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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