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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센터스테이지코리아(CSK) 해외진출 경험 공유회 리뷰 2020-02-05


2019 센터스테이지코리아 해외진출 경험공유회

ㅇ 행사명: Center Stage Korea 해외진출 경험 공유회 (Connect the world, Share the Experiences, Know the Trends)
ㅇ 일정: 2019년 12월 18일(수) 14:00~18:00
ㅇ 장소: DS ART HALL 창선당 (서울 동대문)

구분 내용 참여자
세션
1-1
Ⅰ. 공연예술 창작 패러다임의 변화와 해외진출
Ⅰ-1. 사례 발표
공연예술 창작 및 작업 방법의 다양화
- 해외 거점 활동 사례
- 국제협력프로젝트 사례
모더레이터 김요안(두산아트센터 수석프로듀서)
- 이주형(갈매 연출)
- 이진엽(코끼리들이 웃는다 연출)
- 김희선(베이비아트 대표)
세션
1-2
Ⅰ-2. 동향 공유
해외 주요 축제 & 플랫폼 동향
- 유럽의 주요 거리예술축제
- 월드뮤직 플랫폼
- 중동/북미 공연예술시장
- 홍콩의 국제무용프로젝트
모더레이터 김요안(두산아트센터 수석프로듀서)
- 이란희(울산 프롬나드페스티벌 예술감독)
- 이승천(사운드퍼즐 대표)
- 빌 브래건(아부다비 뉴욕대 공연예술센터 총괄감독/글로벌페스트 공동창립 프로듀서)
- 카렌 청(홍콩 서구룡문화지구 WKCD 무용총괄)
세션
2
Ⅱ. 지속가능한 해외진출, ‘해외진출’의 새로운 해석
해외진출의 현재, 그리고 ‘NEXT-STEP’ 모더레이터 박지선(프로듀서그룹 도트 책임프로듀서)
- 이길준(브러쉬씨어터 대표)
- 김형준(그루잠 프로덕션 대표)
- 계명국(자라섬재즈페스티벌 조감독)
- 박인혜(문화상인 보부 실장)
- 이희진(프로듀서그룹 도트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2019 센터스테이지코리아(CSK) 해외진출 경험 공유회 리뷰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흔히 21세기는 교육, 문화, 예술, 과학기술 등을 토대로 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시대’라고 한다. 소프트 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 등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힘인 ‘하드 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영국 컨설팅업체 포틀랜드 커뮤니케이션과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USC) 공공외교센터는 2015년부터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소프트 파워 순위를 매기고 있다. ‘소프트 파워 30’은 정부, 기업, 참여, 교육, 디지털, 문화 등 6개 항목에 세계 25개국 1만2500명에게 각국 외교정책과 친밀감 등의 여론조사를 합해 평가한다. 한국은 2015년 20위, 2016년 22위, 2017년 21위, 2018년 20위, 2019년 19위를 기록했다.

소프트 파워 30은 랭킹과 함께 각국의 강점과 약점을 언급하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과 기업 분야가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의 전체 순위를 떨어뜨리는 정치 및 여론조사와 함께 약점으로 꼽히는 것은 문화다. K팝으로 대표되는 대중문화가 국제적 인기를 얻지만 한국 문화의 매력을 모두 보여주기엔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다양한 문화적 자산을 해외에 보여주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유의미하다.

물론 한국도 공공과 민간 차원에서 문화예술의 확산에 꾸준히 나서 왔다. 다만 가요,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는 대량 복제가 가능한데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쉽고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그리고 상업성이 있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연극, 무용, 국악, 미술, 문학 등은 상업성이 부족한 순수예술은 공공에 의존해 해외 진출을 꾀해 왔다. 2000년대 이후엔 그 수가 많이 늘었다지만 대중문화에 비하면 매우 적다. 특히 장르의 특성상 시·공간의 제약이 큰 공연예술은 더더욱 진출이 느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관객이 직접 관람해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경험재라는 점에서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 성패는 불확실성이 크다. 따라서 예술가(단체)가 해외 진출을 희망할 때 해당 시장의 메커니즘이나 소비자인 관객 성향에 대해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수적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가 지난 12월 18일 JW메리어트 동대문 내 DS 아트홀에서 개최한 ‘센터스테이지코리아 해외진출 경험 공유회’는 그동안 예경 센터스테이지코리아와 해외아트마켓 참가지원 사업에 선정된 공연단체와 기획자들의 사례를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해외진출을 위한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해외 주요축제 및 플랫폼의 최신 동향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평소 해외 진출 관련 정보가 많이 부족했던 예술가(단체)에게 의미 있는 자리였다.

예경의 센터스테이지코리아 해외진출 경험 공유회는 크게 두 세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세션은 공연예술 창작 패러다임의 변화와 해외진출 그리고 두 번째 세션은 지속가능한 해외진출, ‘해외 진출’의 새로운 해석이다.

세션1: 공연예술 창작 패러다임의 변화와 해외진출

세션1-1. 공연예술 창작 및 작업 방법의 다양화 ⓒ예술경영지원센터
세션1-1. 공연예술 창작 및 작업 방법의 다양화 ⓒ예술경영지원센터

김요안 두산아트센터 책임프로듀서의 진행으로 열린 첫 번째 세션은 다시 해외진출에 적극적인 예술단체(가)의 사례 발표 ‘공연예술 창작 및 작업방법의 다양화’와 페스티벌 관계자들의 최근 경향 발표 ‘해외 축제&플랫폼 동향’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공연예술 창작 및 작업방법의 다양화’에서 처음 사례 발표자로 나선 것은 거리극 단체 갈매의 연출가 이주형이다. 이주형은 2017년 프랑스 유학 시절 졸업 작품이 큰 호평을 받은 것을 계기로 갈매를 만들었다. 그리고 광장에서 줄을 이용한 설치와 해체를 특징으로 하는 <여기는 아니지만 여기를 통하여>는 2017년 초연 이후 프랑스와 한국 등에서 공연됐다.

이주형은 자신의 사례를 통해 한국과 다른 프랑스의 지원 체계를 다뤘다. 그는 “<여기는 아니지만 여기를 통하여>는 프랑스에서 제작비용을 지원받아 창작했다”면서 “프랑스에서는 지원을 받으려면 예술가가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려야 한다. 한국과 같은 공모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지원기관이나 프로그래머에게 메일을 직접 보낸다”고 밝혔다.

이주형이 프랑스에서 지원 과정을 경험하며 한국과 크게 다른 점으로 든 것은 공동제작(Co-production)의 개념과 중복지원 문제다. 그는 “만약 서울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받을 경우 서울에서 한번은 공연해야 한다. 하지만 프랑스에선 공동제작과 관련해 그런 의무가 없다”면서 “또 한국에서는 하나의 프로젝트에 대해 중복 지원이 불가능하지만 프랑스는 그 반대여서 다양한 기관에 신청한다. 덧붙여 프랑스에서는 정산이 없다. 대형 기관의 경우 연말에 결과보고서를 내기도 하지만 한국처럼 항목별로 정산을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주형은 또 공연의 배급(유통)과 관련해 프로덕션 에이전시의 역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한국과 달리 티켓 가격, 아티스트의 개런티, 저작권료, 극장이나 축제 프로그래머 등 관계자들의 공연 초청 및 약속 등은 에이전시에 일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도 언급했다.
이주형의 발표 이후 객석에서 외국인 예술가도 프랑스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주형은 “자국 예술가(단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금은 받을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외국인 예술가도 프랑스에서 일정한 단체 형식을 갖춰서 활동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공연 단체 ‘코끼리들이 웃는다’를 이끄는 연출가 이진엽은 해외 투어에서 경험한 어려움을 들려줬다. 장소성, 관객참여, 커뮤니티를 특징으로 하는 작품은 최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영국, 덴마크, 이탈리아, 헝가리 등에서 열리는 여러 축제에서 초청받은 <물질 2 물질하다가>는 현지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다.

이진엽은 “2016년 처음 만든 <물질 2 물질하다가>는 안산에서 난민을 만난 뒤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난민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작품은 배우가 방아쇠 역할을 수행하면 관객이 직접 참여하게 된다. 공연 중 수조에 들어가는 사람이 정말 관객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 관객들이다”고 덧붙였다.

이진엽은 투어를 하기엔 규모가 크고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물질 2 물질하다가>가 해외에서 잇따라 초청받은 배경으로 ‘난민’ 주제를 꼽았다. 예경의 ‘커넥션 사업’을 통해 작품이 소개됐을 때 높은 주목을 받은 데는 유럽에서 난민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이미 공연으로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다만 막상 유럽에서 난민 커뮤니티를 찾아서 작업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진엽은 “대개 3~4일간 워크샵을 통해 공연에 대한 이해, 배우의 캐릭터에 대해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해외 축제에 나가게 되면 축제 측에만 맡기지 않고 우리 단체가 적극적으로 난민, 소수자를 찾아나설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참가자들이 수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수영을 한 번도 못해 본 분들이 많아서 어떻게 물에 적응시킬지, 움직임을 어떻게 할지 늘 고민이다”고 덧붙였다.

이진엽은 해외 진출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는 “돌이켜보면 나는 해외 진출에 대한 뚜렷한 목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다른 문화의 관객을 만나고 싶었고, 예술가로서 성공했다는 확인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투어를 통해 사람들과의 연결과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피력했다.

베이비아트의 <마고>는 대개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해외 진출 분야에서 예외적으로 7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해외 공동작업을 통해 초연이 이뤄진 사례다. 베이비아트를 이끄는 프로듀서 김희선은 2017년 노르웨이와의 협업으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0~3세 영유아 공연에 도전했다. 노르웨이의 전통 음악과 한국의 마고 할미의 이야기를 결합한 이 작품은 2018년 초연 이후 해외 여러 나라의 초청을 받고 있다.

김희선은 “<마고>는 2017년 예경의 노르딕 커넥션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마고의 공동제작 파트너로 영유아 전문단체 ‘베이비 오페라’를 만났다”면서 “협업을 하기로 했지만 노르웨이에서만 지원금을 받고 한국에서는 받지 못했다. 자비로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협업을 지속한 끝에 좋은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마고>의 경우 운 좋게 좋은 결과를 낳았지만 국제적 협업은 장점 못지않게 위험 요소가 크다는 것이 발표의 핵심이다. 투어 기회가 증가할 수 있지만 예산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희선은 국내 예술단체가 해외 공동작업 및 투어를 계획하기 전에 스스로 자문해야 할 질문들을 5가지로 정리했다. 1)지원금 확보와 창작 이후 플랫폼 조사, 2)협력 상대와의 명확한 역할 구분, 3)책임과 크레딧의 분명한 명시, 4)외국어와 24시간 연락 가능한 상태, 5)지적 재산권 관련 법률 및 비즈니스 문화.

김희선은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할 때 특정 마켓이나 이슈를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지원금 확보와 관련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다양한 기금을 찾아야 한다. 다만 평등한 국제협업을 위해서라면 제작비는 균등하게 부담하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이어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국제협업의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고 이상하면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션1-2. 해외 축제&플랫폼 동향 ⓒ예술경영지원센터
세션1-2. 해외 축제&플랫폼 동향 ⓒ예술경영지원센터

첫 번째 세션의 2부 ‘해외 축제&플랫폼 동향’은 페스티벌 관계자들이 최근의 경향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여기에는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 발표자들도 참석했다.

먼저 이란희 울산 프롬나드페스티벌 예술 감독은 최근 몇 년간 유럽 거리예술 축제들의 경향을 설명했다. 특히 프랑스의 알레스 크라떼르 쉬르페스 축제와 샬롱 거리 예술 축제, 영국의 스톡튼 국제 강변 축제, 스페인의 피라 타레가 축제 등 4개의 거리예술축제를 중심으로 변화 양상을 짚어줬다. 

이란희는 “최근 유럽의 거리예술축제는 관객의 능동성을 중시하고 환경 등 사회 문제에 매우 적극적이 됐다. 과거보다 축제의 규모는 줄었지만 시민과의 접점이나 국제 네트워킹 문제에 민감해진 듯 하다”면서 “한국의 거리예술 분야도 과거에 비해 많이 성장했으며, 아티스트들 역시 새로운 형식과 이야기를 다루는 추세다”면서 “해외 진출을 위해 유럽 거리예술축제들과 전략적이고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음반 레이블이자 국제 에이전시인 사운드퍼즐의 이승천 대표는 음악 비즈니스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듀서답게 한국음악(K팝 제외)의 해외 진출 노하우를 권역별로 정리해줬다. 그는 라틴아메리카-포르투갈·스페인, 아프리카(프랑스어), 유럽, 북미, 러시아-중앙아시아 등으로 나눠 해외진출의 거점이 되는 축제를 소개했다.

라틴아메리카-포르투갈·스페인 권에서는 포르투갈의 월드뮤직 페스티벌 FMM Sines, 스페인의 뮤직마켓 MMVV, 스페인의 MAPAS 축제, 콜롬비아의 쇼케이스 페스티벌 서큘아트(Circulart)가 플랫폼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아프리카와 중동권은 모로코의 Visa for Music이 대표적이다. 기량이 뛰어난 아프리카 뮤지션을 발굴하기 위해 유럽의 음악 관계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유럽권은 세계 최대 월드뮤직 마켓인 워멕스(WOMEX)가 단연 중요하다. 이외에 벨기에의 Festival Sfinks Mixed, 덴마크 Roskilde festival 등도 다른 페스티벌을 가기 위해 거치면 좋은 축제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뒀을 때 모든 축제의 쇼케이스가 중요하지만 WOMEX는 특히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제대로 된 공연을 보여주지 못하면 다시 기회를 얻기 어렵다.

북미권에서 가장 중요한 월드뮤직 플랫폼은 뉴욕의 글로벌페스트(globalFEST)다. 심사가 까다롭지만 한번 통과하면 북미 진출에서 유리하다. 북미 지역 음악축제 감독이나 프로그래머들은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글로벌페스트 이후 다른 곳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기 쉽다. 필라델피아 페스티벌을 비롯해 뉴욕의 센트럴파크 서머 스테이지, 워싱턴의 케네디 센터, 뉴욕의 링컨 센터, 뉴욕 라이브카페 조스 펍 등도 한국 음악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에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러시아-중앙아시아권은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해볼만한 지역이다. 유라시아 뮤직 허브 가운데 가장 중심적인 나라는 카자흐스탄이다. 카자흐스탄은 전략적으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뮤지션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홍콩아트페스티벌, 레인포레스트 월드 뮤직 페스티벌이 있으며 오세아니아권에서는 워매드(WOMAD)가 대표적이다. 

이승천은 “해외 진출을 원한다면 체계적 접근이 필수적이다”면서 “예경이 운영하는 ‘더아프로(TheApro)’ 사이트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음악 페스티벌과 음악 마켓 홈페이지를 가면 도움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션1-2. 해외 축제&플랫폼 동향 중 중동/북미 공연예술시장 ⓒ예술경영지원센터
세션1-2. 해외 축제&플랫폼 동향 중 중동/북미 공연예술시장 ⓒ예술경영지원센터

글로벌페스트 공동 창립 프로듀서로 아랍 에미리트 아부다비 뉴욕대 공연예술센터 총괄감독인 빌 브래건은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중동 지역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브래건은 현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 아부다비의 매력과 함께 미국 대학이 운영하는 공연예술센터 모델을 따르는 아부다비 뉴욕대 공연예술센터에 대해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브래건은 “아랍에미리트는 올해 인구 1000만명을 넘어섰다.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 수도이자 아부다비 토후국 수도로 인구 200만명)의 경우 외국인 거주자가 90%를 넘는 글로벌한 도시다. 짧은 시간 동안 현대적 도시가 됐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아부다비 뉴욕대(뉴욕대 아부다비 캠퍼스)는 학부 중심의 글로벌 캠퍼스로 81개 국가의 학생들이 공부한다. 이곳 예술센터의 사명은 국제적인 예술가를 소개하는 동시에 학생, 교직원, 커뮤니티의 공연까지 커버한다. 또 작품 커미셔닝을 하거나 교육과정과 연계한 작품도 만든다. 공연예술 연구소의 기능도 있지만 중동에 이런 공연장이 적기 때문에 다양한 지역에서 오는 관객들을 고려해 프로그래밍을 한다. 전체 관객의 80%가 학교 외부에서 오기 때문에 공공성을 갖추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부다비 뉴욕대 공연예술센터는 레드 시어터(700석), 블루홀(150석), 블랙박스(250석), 필름 스크리닝룸(60석)으로 구성돼 있다. 야외공연이 이뤄지는 플라자도 있어서 장소특정형 공연과 더불어 거리예술축제도 하고 있다. 브래건은 “기본적으로 미국 모델을 많이 따르고 있으며 레지던시도 한다”면서 “극장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아부다비 클래식’에서는 클래식 음악만이 아니라 한국 월드뮤직도 공연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부다비 뉴욕대 공연예술센터 이외에 아부다비의 여러 문화예술 기관은 다양한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점점 더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아부다비를 주목한다면 앞으로 중동 지역과 연계할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브래건은 글로벌페스트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17년의 역사를 가진 글로벌페스트는 APAP(매년 뉴욕에서 열리는 미국공연기획자협회)에 오는 전문가들을 위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면서 “글로벌페스트를 통해 북미 무대에 진출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페스트 외에 Arts Midwest, SXSW, WAA(Western Arts Alliance) 등의 음악축제를 통해 북미 진출 기회를 만들거나 네트워크를 확장시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세션1-2. 해외 축제&플랫폼 동향 중 홍콩/동아시아의 국제무용프로젝트 ⓒ예술경영지원센터
세션1-2. 해외 축제&플랫폼 동향 중 홍콩/동아시아의 국제무용프로젝트 ⓒ예술경영지원센터

홍콩 서구룡문화지구(WKCD) 무용총괄 디렉터인 카렌 청은 홍콩에서 열리는 2개의 국제 댄스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베이징댄스페스티벌과 광둥댄스페스티벌 프로그래머를 거쳐 홍콩시티 컨템포러리 댄스페스티벌 프로그래머인 청은 현재 중국과 홍콩의 현대무용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획자다. 그는 2017년부터 홍콩에서 새로운 무용 플랫폼인 ‘핫팟(HOTPOT)’과 ‘크리에이티브 미팅 포인트’를 운영하고 있다.

청은 “중국에서 독립 예술가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무용 분야에서 독립 예술가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가 페스티벌 외에 추가적인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댄스엑스(DanceX) 마켓이었다. 다만 결과적으로 현대무용 분야에서 마켓이 최선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2012년 말 핀란드에서 이종호 한국 시댄스(SIDance, Seoul International Dance) 예술감독, 오노 신지 일본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예술 감독과 함께 5개 북유럽국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댄스 플랫폼 ‘아이스 핫(Ice Hot)’과 유사한 것을 아시아에서 만들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장이 필요하지만 혼자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후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홍콩시티 컨템포러리 페스티벌, 한국 시댄스, 일본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과 함께 공동으로 동아시아 무용 플랫폼인 핫팟(HOTPOT)을 만들었다. 2017년부터 홍콩-한국-일본 순으로 매년 개최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플랫폼으로 만든 ‘크리에티브 미팅 포인트(Creative Meeting Point)’는 레지던시를 통해 아티스트들이 다양한 파트너와 교류하도록 돕는다. 청은 “그동안 레지던시는 주로 리서치에 머물렀지만 점차 창작으로 확대하려고 한다”면서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깊이 있는 연구와 창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세션2: 지속가능한 해외진출, ‘해외진출’의 새로운 해석

세션2. 지속가능한 해외진출, ‘해외진출’의 새로운 해석 ⓒ예술경영지원센터
세션2. 지속가능한 해외진출, ‘해외진출’의 새로운 해석 ⓒ예술경영지원센터

이날 두 번째 세션은 현재 공연예술의 국제교류의 최전선에서 일해온 프로듀서, 기획자, 창작자들이 해외 진출의 현재 상황과 다음 단계에 대해 솔직하게 토론하는 자리였다. 박지선 프로듀서그룹 도트 책임프로듀서의 진행 아래 브러쉬씨어터 이길준 대표, 그루잠 프로덕션 김형준 대표,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계명국 사무국장, 프로듀서그룹 도트 이희진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문화상인 보부 박인혜 실장이 이야기를 나눴다.

박지선은 “요즘은 ‘교류’보다는 ‘진출’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듯하다. 토론 참가자들이 투어매니저, 프로듀서인 동시에 단체의 대표이기도 하고 스스로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한다. 각각 국제교류 또는 해외진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공유하는 것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운을 뗐다.

한국 공연예술의 해외진출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단순 국제교류에 머물렀다. 1999년 <난타>의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를 시작으로 시장 개척의 관점이 등장해 점차 확산됐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기존의 교류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한국 공연예술에 대한 수요가 커짐에 따라 ‘진출’에 무게 중심이 놓인 듯하다.

계명국은 “페스티벌의 프로그래머로서 아티스트의 공연을 사오고 다른 페스티벌과도 네트워크가 생기면서 한국 아티스트들을 보낼 수 있게 됐다”면서 “내가 관여하는 음악은 다른 장르보다는 해외 진출이 좀 더 용이하다고 본다. 음악 페스티벌은 참가 아티스트가 많은데다 공연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은 아티스트에 대해 항공료 지원 제도가 있어서 해외에서 초청받기 쉽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아티스트 스스로 해외진출의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타깃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의 목적은 이날 토론 참가자들의 발언으로 볼 때 크게 2가지로 나뉠 수 있는 듯하다. 하나는 한국의 공연 생태계가 너무 어려워 해외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목적, 다른 하나는 예술적 성취에 대한 예술가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아동극단 브러쉬씨어터와 마술 기반의 그루잠 프로덕션은 전자에 해당한다. 두 단체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2년 연속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APAP에서 미국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고 투어를 돌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길준은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큰 해외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공연을 하고 싶었다”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에서 80회 공연했고, 중국은 라이선스 방식으로 진행했다. 해외 투어 수익이 연간 극단 수익의 30~40%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처음부터 해외 투어를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신작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김형준은 “마술을 기반으로 한 공연을 만든다. 단순한 마술쇼가 아니라 마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마술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고 기회도 얻지 못했다”면서 “해외 진출을 통해 정말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 해외에서 수익의 50%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아동극이나 넌버벌 퍼포먼스 등 대중성이 강한 공연과 비교할 때 매출을 내기 어려운 음악, 무용, 연극의 해외진출은 아티스트의 예술적 욕구가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다. 연극과 무용 분야의 국제교류에서 경험이 많은 이희진은 “순수예술 기반의 아티스트들과 작업해 왔는데, 어떤 예술적 성취를 이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 단순한 프로덕션 소개를 넘어 점차 아티스트들의 교류를 통한 국제 협업 또는 극장의 커미션 등 다양한 국제 교류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내가 작업한 아티스트들은 사회적 이슈를 어떻게 작품으로 드러낼지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호주 및 유럽 측과 공공제작을 주로 해왔는데, 최근 이들 국가의 문화예술 지원 예산 감축으로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정가악회에서 2015년 유닛 그룹으로 결성된 악단광칠의 해외 진출을 담당하는 박인혜는 “악단광칠 역시 예술적 성취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해외에 나가서 다른 문화권의 관객을 만나고 싶어했다”면서 “최근 항공지원을 전제로 할 수 있는 투어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서 고민이다”고 밝혔다. 계명국은 “아티스트들이 해외진출을 통해 극복하려던 것은 국내시장의 패배감이었다. 국내에서 폄하 받다가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패배감이 해소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해외 진출 과정에서 겪었던 실질적인 어려움도 솔직하게 나왔다.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반면 현지 에이전시와의 계약, 개런티, 비자, 영어, 기술 스태프 섭외, 프로모션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았다. 참석자들 모두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해외 진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예술단체는 공연을 못하는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예술단체나 작품의 성격에 따라 위기 역시 다르지만 사전 정보를 바탕으로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공유회에서 개런티 등 예민한 문제도 솔직하게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여졌다.

박지선은 “해외 진출과 관련해 한국에서도 기존의 프로덕션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협업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해외 여러 나라에서 기금이 삭감되는 상황에서 국제 협업을 어떻게 진행시킬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끝맺었다.

2019 센터스테이지코리아 해외진출 경험공유회 ⓒ예술경영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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