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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페스티벌 세계 대회 디렉터 요시지 요코야마(Yoshiji Yokoyama) 인터뷰 2019-12-31

도쿄 페스티벌 세계 대회 디렉터 요시지 요코야마(Yoshiji Yokoyama) 인터뷰

새롭게 출범한 도쿄 페스티벌 세계 대회

그동안 도쿄 도시마구에 위치한 도쿄예술극장을 중심으로 매년 많은 축제가 열렸다. 올해부터는 페스티벌/도쿄, 도쿄 페스티벌 세계 대회, 도쿄예술극장 가을 셀렉션 등 총  다섯 개의 축제가 “도쿄 페스티벌 2019”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 하나의 조직으로 운영된다. 연극 연출가이자 시즈오카 공연예술센터의 예술감독인 사토시 미야기(Satoshi Miyagi)가 총감독을 맡았다. 2020년 올림픽을 앞두고 같은 지역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간에 유기적인 소통과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야심 찬 시도다. 그중에서도 도쿄 페스티벌 세계 대회(Tokyo Festival World Competition)은 올해 새롭게 출범한 프로젝트다. 각 대륙의 추천인단이 뽑은 ‘2030년을 이끌게 될 예술가’ 6인이 모여 경합을 하고, 이를 역시 각 대륙의 거장 예술가와 비평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평가하여 상을 수여하는 형식이다. 올해는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프로그램에서 공동제작한 다이첸리안의 이 최우수 작품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디렉터 요시지 요코야마(Yoshiji Yokoyama)를 만나 이 새로운 도전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시지 요코야마(Yoshiji Yokoyama) © Matsumoto Kazuyuki

인터뷰 일시: 2019.11.01.(금) / 도쿄, 도쿄예술극장
인터뷰어: 김신우 프로듀서

김신우: 도쿄 페스티벌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전체 페스티벌의 구조를 설명해달라.
요시지: 도쿄도(道) 정부는 계속해서 도쿄예술극장을 중심으로 이케부쿠로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들의 구조를 개편하려고 시도해왔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축제가 같은 장소에서 열리지만 서로 협력하거나 소통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해서 총 다섯 개의 축제가 “도쿄 페스티벌 2019”라는 프레임워크 안에 모였다. 1) 페스티벌/도쿄(Festival/Tokyo), 2) 도시마 문화예술국제도시(TOSHIMA International City of Arts &Culture), 3) 아시아공연예술포럼(APAF, Asian Performing Arts Forum), 4) 도쿄예술극장 가을 셀렉션(Tokyo Metropolitan Theatre Autumn Selection), 5) 도쿄 페스티벌 세계 대회(Tokyo Festival World Competition)이 그것이다. 도쿄 페스티벌 집행위원회에 기획팀이 있고, 각 페스티벌의 디렉터들이 그 기획팀에 소속되어 있다.


도쿄예술극장 © 김신우 프로듀서

김신우: 당신은 시즈오카 공연예술센터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도쿄 페스티벌 세계 대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요시지: 2007년부터 시즈오카 공연예술센터에서 국제연극제의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나는 프랑스에서 유럽 연극사를 공부했는데, 오히려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왜 일본에서 비유럽권의 동시대 공연예술을 선보이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가를 질문하게 됐다. 매년 시즈오카에서도 비유럽권 작품을 제안했지만 결국에 무대에 올라가게 되는 것은 유럽 연극이 대부분이었다. 그 이유는 “연극제” 아니면 “컨템포러리 연극”이라는 개념 자체가 굉장히 유럽 중심적인 프레임워크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일본에서 일하는 공연예술 관계자들은 유럽의 프레임워크와 가치 체계에 훨씬 더 익숙하기 때문에 비유럽권 예술을 관람하고 평가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중심축이 계속해서 아시아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아시아의 공연예술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유럽 중심 프레임워크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세계 대회’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편 일본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프로그래머로서 전 세계의 많은 공연예술 페스티벌을 방문하는데, 가보면 한국, 중국, 대만 큐레이터들은 종종 볼 수 있지만, 일본 큐레이터는 전무하다. 특히 젊은 세대가 일본 바깥의 공연예술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긴급한 과제다. ‘세계 대회’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또 다른 이유다.

김신우: 경쟁이라는 형식을 선택한 것이 흥미롭다.
요시지: 이 형식의 영감을 받은 것은 고대 아테네에서 벌어지던 디오니소스 축제다. 기원전 6세기경에 시작된 이 축제가 흥미로운 점은 매년 ‘가치’를 재탄생시키는 시스템으로 기능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그리스 비극이 고정된 형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원전 6세기부터 3세기 사이에는 비극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술 형식이었다. 디오니소스 축제를 통해 매년 다시 쓰이고 매년 그 가치가 재평가되었던 것이다. 예술가들은 매년 새로운 형식을 고안해내거나 과거의 것을 수정했다. 오늘날에는 그런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정해진 형식을 고집하는데, 그 형식은 공연예술을 만드는 많은 예술가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대회는 이런 이들을 위해 새로운 형식을 창안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또, 오늘날에는 연극, 무용, 음악 등, 장르 간에 구분도 너무 고착화되어 있고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다. 이 대회는 그런 장르 간의 벽을 허물고 모든 형식의 예술을 포용하고자 한다. 특히 비유럽권 예술가들의 작품은 특정한 장르로 명확하게 규정될 수 없는 작품들이 많은데, 그런 작품들이 공정하게 평가받을 기회라고 생각한다.


"Big Nothing" by Dai Chenlian © Shunsuke Watabe

김신우: 모든 대륙에서 한 작품씩 초대되어 경합하게 된다. 경연의 방식과 배경을 설명해줄 수 있나?
요시지: 각 대륙에서 진취적인 프로그래밍을 선보이고 있는 큐레이터를 중심으로 추천인단을 먼저 선정했다. 각 추천인단은 자신이 대표하는 대륙의 예술가 중 ‘2030년을 이끌게 될’ 미래의 예술가를 추천했고, 이렇게 총 6팀이 모였다. 심사위원으로는 양정웅, 토마스 오스터마이어(Thomas Ostermeier), 브렛 베일리(Brett Bailey), 레미 포니파시오(Lemi Ponifasio), 에밀리 존슨(Emily Johnson) 등 각 대륙의 예술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과 마찬가지로 각 대륙의 비평가로 구성된 비평가 심사위원단이 있다. 심사위원장은 쥘리에트 비노슈(Juliette Binoche)가 맡았다. 이들은 작품을 관람한 후 최우수 작품을 선정하게 된다. 최우수 작품상 외에도 최우수 퍼포머상, 최우수 재능상, 비평가상, 관객상 등이 있다.
  당초에 아이디어는 일본과 아시아의 예술을 더 잘 선보일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럽 중심주의에 대한 반대급부로 다시금 아시아 중심주의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아시아 작품이 공정하게 인정을 받으려면 다른 지역의 예술가들과 같은 선상에서 평가를 받는 것이 맞고, 그 때문에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더 국제적인 맥락에서 경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김신우: 심사위원단을 예술가로 구성한 것도 특이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요시지: 앞서 말했듯 본 대회의 취지는 새로운 가치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러한 새로운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사람들이 누구일까를 고민했다. 프로듀서나 큐레이터들은 이미 기존에 존재하는 프레임워크에 맞춰서 활동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심사위원으로는 적절하지 않았다. 과거에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고 창조해냈던 예술가들이야말로 평가에 적합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다. 오스터마이어나 베일리, 양정웅, 포니파시오, 존슨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확립한 이들이다.

김신우: 이제 마지막 공연 2편과 시상식을 남겨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계획했던 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가?
요시지: 지난 며칠간 이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여러 광경이 내게는 큰 기쁨이었다. 무엇보다 추천인들이 추천한 공연이 모두 아주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고, 관객들의 반응이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해서 좋다. 이처럼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품들을 흔쾌히 수용하는 관객도 있지만,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이들도 있다. 모두 흥미롭다. 추천인단, 심사위원단의 반응도 좋은 것 같다. 재밌는 것은 모두가 서로 한 번쯤은 국제 공연예술 무대에서 만났을 법한 이들인데, 이 대회를 통해서 처음 만났다는 점이다. 이 기회가 아니었더라면 서로 만나지 못했을 이들이 여기에서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방금도 브렛 베일리와 레니 포니파시오가 함께 이야기 하며 걸어가는 모습을 봤다. 새로운 일들이 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도쿄 페스티벌 시상식 © 김신우 프로듀서

김신우: 아무래도 처음 시도하는 프로젝트이다 보니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요시지: 일단 팀 자체가 새로 꾸려졌다 보니 경험 부족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다. 모두에게 처음 해보는 일이니까 당연한 일이다.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는 대회 성격상 이런 모험에 떠날 의향이 있는 직원들을 찾았고, 아무래도 그러다 보니 전반적으로 팀에 연령대가 낮고 아직 일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작가들 역시도 투어 공연을 많이 한 기성 작가들에 비해 외국 공연 경험이 많지 않아서 테크니컬 라이더가 미비하거나 기술적으로 셋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신우: <도쿄 페스티벌 2019>는 여러 페스티벌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야심 찬 계획이다. 그러한 협력의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가?
요시지: 아직 시작 단계라 가시적인 협력은 없지만 일단 전혀 서로 대화하지 않았던 각 페스티벌의 디렉터들이 서로 소통하기 시작했고, 서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내 세대의 동료들과 긴밀히 일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도쿄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그런 기회들이 생겨서 좋다. 더 구체적인 협력이 발생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이번에 세계 대회 공연에 APAF 등 다른 페스티벌의 사람들이 많이 보러온 것을 보면, 긍정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김신우: 도쿄 페스티벌 세계 대회의 미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요시지: 일단은 내년에는 올해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1년에 다시 대회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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