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슈필아트 페스티벌 소피 베커(Sophie Becker) 예술감독 인터뷰 2019-12-31

슈필아트 페스티벌 소피 베커(Sophie Becker) 예술감독 인터뷰

독일의 대표적인 컨템포러리 공연예술 축제, 슈필아트(SPIELART)

뮌헨의 슈필아트 페스티벌(SPIELART Festival)은 1995년에 설립된 이래 격년으로 개최되고 있는 컨템포러리 공연예술 축제다. 토시키 오카다(Toshiki Okada), 로메오 카스텔루치(Romeo Castellucci), 포스드 엔터테인먼트(Forced Entertainment) 등 이제는 거장이 된 예술가들과 함께 성장해오며 명실공히 유럽의 핵심 축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소피 베커(Sophie Becker) 공동예술감독이 합류한 이후 본격적으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 비유럽권 공연예술을 발굴하고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도 한국의 정금형(Jeong Geumhyung), 콩고의 파우스틴 리니예쿨라(Faustin Linyekula), 케냐의 오구투 무라야(Ogutu Muraya), 레바논의 타니아 엘 코우리(Tania El Khoury) 등 전 세계에서 작가들이 모였다. 이와 같은 축제의 변천에 대해 소피 베커(Sophie Becker)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소피 베커(Sophie Becker) 예술감독 ⓒSophie Becker

인터뷰 일시: 2019.10.28.(월) / 뮌헨 Gasteig
인터뷰어: 김신우 프로듀서

김신우: 먼저 간단히 슈필아트 페스티벌을 소개해달라.
소피: 슈필아트 페스티벌은 매 홀수년에 뮌헨 전역의 여러 장소에서 16일간 열린다. 항상 협력하는 가슈타익(Gasteig)이나 무파트할레(Muffathalle) 등의 극장 외에도 여러 갤러리, 박물관, 클럽, 복싱장 등에서 공연이 진행된다. 틸만 브로스자트(Tilmann Broszat)에 의해 1995년에 설립되었고, 그 이후로 큰 위기 없이 탄탄히 자리 잡아 왔다. 이 축제의 특징은 계속해서 조금씩 변화하고 진화한다는 것이다. 축제가 끝나면 팀원 전체가 모여 그해 에디션에 대해서 성찰하고 개선점을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


Spielart Festival ⓒ 김신우 프로듀서

김신우: 이번 축제까지는 틸만 브로자트와 공동예술감독을 맡았고, 2021년부터는 단독 예술감독이 될 예정이다. 당신의 배경이 궁금하다.
소피: 나는 원래 오페라 분야에서 일했었다. 8년 정도를 바이로이트 극장이나 아헨, 드레스덴 극장 등 대규모 오페라 극장에서 일했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 점점 더 오페라의 제작 환경이나 시스템에 대해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오페라가 동시대 예술이 되기 위해서 기울여야 하는 끊임없는 노력이나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유럽 중심주의가 내게는 문제로 느껴졌다. 그래서 분야를 바꾸기로 마음을 먹었고, 2008년부터 슈필아트 페스티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홈페이지 아카이브 쪽에서 일했고, 본격적으로 드라마투르기로 합류한 것은 2009년이다. 개인적으로 여행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일에서 갖고 있던 문제의식과 이런 개인적인 취미가 잘 맞아떨어졌다.

김신우: 보통 축제의 프로그래밍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
소피: 보통 축제가 끝나고 난 뒤 1년은 그 해당 축제를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동시에 다음 에디션의 프로그래밍을 위해 리서치를 하러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이때 초청할 작품, 제작할 작품 등을 발굴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방문하는 쿤스텐 페스티벌, 비엔나 페스티벌 등에도 가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축제나 극장의 공연들도 최대한 열심히 찾아가는 편이다. 다양한 나라에 가보려고 한다. 그 외에도,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해서 서로가 찾는 작품이 뭔지 잘 아는 다른 페스티벌이나 극장 동료들의 추천을 받기도 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새로이 발견한 작품이나 예술가를 공유해준다.

김신우: 이번 페스티벌에는 유난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작가들이 많은 것 같다.
소피: 의도한 것은 아니다. 주제를 정해놓고 프로그래밍하는 경우는 없다. 작품을 하나씩 정하다 보면 어떤 작품들끼리는 우연히 잘 어울리는 경우가 있다. 매회 페스티벌마다 예술가들이 흥미를 느끼는 소위 ‘핫’한 관심사는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올해는 가족, 탄생, 질병, 죽음, 부모, 상실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작가들이 많았다. 또, 정금형, 미카도 리믹스(Mikado Remix), 다이첸리안 등 인형과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작품들도 여럿 보인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작품이 하나의 주제 아래에 있으면 몹시 지루할 것이다. 어쩌면 3~4일짜리 프로그램에서는 주제를 설정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으나 2주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재미없어진다. ‘시간’, ‘유토피아’ 이런 식으로 거대한 주제들을 정하는 축제들도 있는데, 사실상 대부분의 작품이 어느 정도는 이런 테마를 다루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주제를 정한다는 것 자체가 큐레이터가 자신의 역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유럽은 아직도 대부분 큐레이터 한 명을 너무 중요하게 여기는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는데, 슈필아트에서는 그것을 좀 바꿔나가고 싶다. 공동큐레이팅제를 고민하고 있다. 한 명이 프로그램 전부를 결정하다 보면 게이트키핑이 발생할뿐더러, 누구나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작가를 놓칠 가능성이 생긴다. 누군가와 같이 협력하여 큐레이팅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 중이다.

김신우: 예를 들면 이번에 일부 프로그램을 이집트 연극연출가인 라일라 솔리만(Laila Soliman)과 공동으로 큐레이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같은 맥락의 생각인가?
소피: 그렇다. 뉴 프리퀀시(New Frequency)라는 페스티벌 속 페스티벌을 라일라와 함께 했다. 아직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흥미로운 작업들을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라일라 솔리만이 두 편의 작품을 제안했고, 여기에 다른 작품들을 더 추가하다 보니 하나의 작은 페스티벌이 되었다. 이런 협력 큐레이팅은 서로 완전한 신뢰가 있을 때 가능하다. 특히 비유럽권의 큐레이터와 일할 때는 더욱더 그렇다. 유럽이 아닌 지역에서는 너무도 중요한 작품이지만 유럽의 맥락에 가져오면 오히려 오해가 생겨나서 작가에게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에이즈와 HIV 문제를 다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작품은 그곳에서 공연되었을 때는 정말 시의성이 높고 훌륭한 작품이었는데 유럽에서는 자칫 커뮤니티 연극처럼 이해될 수 있어서 결국 포기해야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서로 솔직하게 대화하고 조율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No President" by Nature Theater of Oklahoma ⓒ Heinrich Brinkmoeller-Becker

김신우: 틸만 브로자트와의 공동 큐레이팅 체제에서 다른 이들과의 협력 큐레이팅을 시도하는 과도기인 것 같다. 틸만 브로자트의 은퇴 후 앞으로 많은 것이 바뀌게 될까?
소피: 2017년 슈필아트 페스티벌은 80% 정도는 내 프로그램이었고 나머지는 틸만의 프로그램이었다. 올해는 100% 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틸만의 은퇴는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점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올해 프로그램 역시 완전히 나 혼자서 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라일라 솔리만이나 소베토의 안무가 보이지 체크와나(Boyze Cekwana), 다그마 왈처(Dagmar Waltzer) 등이 어느 정도 참여했다.
사람들은 틸만의 은퇴를 기점으로 2021년에는 페스티벌이 혁명적으로 바뀌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 일단 나 역시도 율리안 헤첼(Julian Hetzel) 등 틸만이 발굴했던 작가들과 계속해서 일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페스티벌에는 예술감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오랫동안 이 페스티벌을 위해서 일해 온 프로듀서들도 있고 기술팀도 있고 운영팀도 있다. 예전에 드레스덴의 젬퍼오페라 극장에서 일할 때 있었던 일이다. 새 디렉터가 와서 로고를 바꾸려다가 큰 반발을 샀다. 그 극장에는 직원이 무려 800명이나 되는데, 그들이 극장과 맺고 있는 관계와 역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독단적인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슈필아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 축제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아주 오랜 시간 같이 공유해온 것이기 때문에, 급격히 변화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일단 나부터도 갑자기 내년부터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 (웃음) 물론 조금씩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는 있다.

김신우: 그런 새로운 시도 중의 하나가 앞서 말한 뉴 프리퀀시인 것 같은데, 조금 더 설명해달라.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속할 예정인가?
소피: 2019 슈필아트 페스티벌의 마지막 주말은 온전히 뉴 프리퀀시에 할애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처음 시도한 뉴 프리퀀시는 완성 직전에 있는 작품이나 데뷔 작품을 선보이는 페스티벌 속 작은 페스티벌이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목소리들의 지형도를 살피는 것이 그 목적이다. 공연 시간도 15분에서부터 3시간까지 다양하고, 완성된 연극 작품도 있는 반면 렉처나 참여 퍼포먼스, 심지어는 인형들이 하는 락 콘서트도 있다.
이런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프로그램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틸만의 은퇴를 기리는 페스티벌이다 보니 포스드 엔터테인먼트나 슈테판 카에기처럼 과거에 그와 함께 작업했던 예술가들의 회고전이 프로그램에 많이 포함되었다. 자칫 프로그램이 너무 향수에 젖은듯한 느낌일 것 같아서 모두가 걱정했다. 그 균형추를 맞추기 위해 떠오르는, 새로운 예술가들을 찾다 보니 뉴 프리퀀시라는 포맷이 탄생했다. 물론 옛것과 새것이라는 이분법을 만들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여러 세대의 예술가들이 서로 어우러져서 새로운 역학들이 생겨나는 것이 흥미롭기 때문에 내후년에도 계속해서 하려고 한다. 또, 젊은 예술가를 발굴하는 것은 결국 그다음 축제, 또 그다음 축제를 위한 자양분이 된다.

김신우: 신진 예술가들에 대한 꾸준한 지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소피: 한때 슈필아트에서는 한번 선보인 작가는 다시 선보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 적도 있다. 그러나 비유럽권 작가들과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런 원칙을 고수할 수 없었다.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이 작가들에게는 한번 공연하는 것보다 그 다음이 더 중요하다. 그 다음 작품이 훨씬 더 좋은 경우도 많다. 결국은 지속가능성의 문제이다. 이제는 관객들도 작가들의 작품 행보를 따라가는 것을 재밌게 여기는 것 같다.


"My body belongs to me" by Laila Soliman & Ruud Gielens ⓒ Andreas_Etter

김신우: 페스티벌의 프로그래밍에 참여한 이래 계속해서 비유럽권 작가들을 주목해왔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외에도 관심을 두는 지역이 있나?
소피: 아프리카와 중동을 계속 찾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곳에 흥미로운 작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 인도의 케랄라 연극 페스티벌을 기점으로 인도에 여러 재밌는 축제들이 많이 생겼다. 조만간 또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김신우: 아무래도 격년으로 열리는 축제는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 같다.
소피: 장점은 작품을 리서치 할 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단점은 조금 더 실질적인 차원인데, 예를 들면 페스티벌 홍보와 모객에 훨씬 더 공을 들여야 된다는 점이다. 격년에 한 번씩 열리면 사람들이 잊어버리기 때문에 끊임없이 우리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품 제작 주기가 1년 단위였다. 그런 경우 많은 좋은 작품에 공동제작자로 참여할 수 없었다. 이미 공동제작하고 나서 1년이 지나면 너무 오래된 작품이 되어버리고 그 사이에 이미 신작이 나오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한 작품이 만들어지는 주기가 2년, 3년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비유럽권 작가들하고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오히려 제작 기간이 충분히 있는 것이 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김신우: 방금 언급한 홍보와 모객 관련하여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느 공연에 가나 관객석에서 다양한 연령대와 인종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쿨 다운 토크’ 프로그램처럼 적극적으로 관객과 소통하려는 시도도 흥미로웠다.
소피: 이 페스티벌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함께 성장한 관객층은 꽤 두텁지만 그 다양성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2017년부터 다양한 관객층을 만들기 위해 정말 여러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그 결과 주로 백인으로 구성되었던 관객이 많이 다양해졌다. 학교나 장애인 단체 등 여러 조직과 긴밀히 협력한다. 특히 20세 이하 청소년들이 공연을 보러 오는 U-20 프로그램은 아주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관객이 다양해지면서 재밌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뮌헨에 유일한 이슬람교 모스크가 있는데, 올해 그곳에서 <헝가리 아카시아(Hungarian Acacia)>라는 작품을 단체로 관람하러 왔다. 그들이 공연 중에도 계속해서 공연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바람에 관객석이 몹시 부산스러웠지만, 이 공연의 맥락에서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독일의 일반적인 관객들은 공연 중에 이야기하는 것이 큰 실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들의 관람 방식이 좋았다. 통념이나 공연 관람 문화가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쿨 다운 토크’는 2017년 페스티벌에서 많은 관객이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줘서, 올해 새롭게 시도한 프로그램이다. 공연이 끝나고 (작가 없이) 관객들끼리 서로 의견을 나누고 감상을 공유하는 캐주얼한 자리를 마련했다. 그런데 정작 올해 해보니까 참여율이 저조하다. 이렇게 매회 해보고 잘 안되면 다른 것을 시도하면서, 계속해서 진화해나가는 중이다.

김신우: 그렇게 끊임없이 진화를 모색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축제의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인 것 같다. 재정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운영되나?
소피: 그예산의 50%는 시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50%는 BMW사에서 후원한다. 양 측 모두 우리가 무엇을 하건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예술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은 아주 보편적으로 사회 전반에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유를 침해받을 일은 없다. 외부에서 프로그램이나 축제 운영에 개입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매년 예산이 보장되어 있고, 아주 풍족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격년으로 하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 그리고 이제는 각자 너무 고생하지 않고도 축제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을 만큼 팀도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있어서, 운영 측면에서 어려움은 없다.

김신우: 대단히 안정적인 구조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슈필아트의 미래는 어떻게 상상해볼 수 있을까?
소피: 아직은 전혀 모르겠다! 일단 이번 축제를 잘 끝내는 것이 목표다. (웃음)


"Rehab Training" by Geumhyung Jeong © Mingu Jeong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