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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아트마켓 해외초청인사 좌담회(2) ‘국내 아동극의 해외진출 지름길에 대하여’ 2019-12-04

2019 서울아트마켓 해외초청인사 좌담회(2)
’국내 아동극의 해외진출 지름길에 대하여’

김숙희(종로아이들극장 / 예술감독)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다양한 기관들의 아동극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예전 같지 않게 고조되고 있음을 체감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어린 관객의 성장과정에 미치는 사회적, 교육적, 예술적 영향력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어린이를 위한 공연물을 가지고 서울아트마켓에 참가하는 해외 공연팀들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2019년, 올해도 많은 해외팀들이 자기네 홍보물을 잔뜩 안고 서울을 찾았다. 그런데 서울아트마켓의 운영목표가 국내공연의 해외진출이 우선이건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공연팀들의 부스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몇몇 아동극단들이 부스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그 같은 노력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동안 뾰족한 성과가 없었거나 아니면 해외공연에 대한 실망 혹은 해외관계자들과의 네트워킹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노파심이 작동한다.

물론 ‘해외진출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라는 반문도 있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에게 해외진출은 매우 중요하다. 오래전부터 나는 우리 아동극이 해외로 나가야하는 당위성을 끊임없이 주장하며 극단들을 부추겨왔다. 그 당위성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많은 지면이 필요하므로 가장 중요한 몇 가지만 얘기하자면, 우리는 땅덩어리가 작아 공연 수요에 한계가 있고 둘째, 10년 전에 비하여 12세 이하 어린이인구가 반 토막이 나있는 상태에서 공연단체의 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로 인한 과다경쟁 시대가 되어 공연의 질적 향상을 기대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에 반하여 어린이를 위한 공연예술축제가 없는 나라, 없는 도시가 거의 없으며 많은 나라들이 축제의 포맷을 업그레이드하여 국제화하는 추세이므로 아동극의 해외진출은 성인대상의 공연보다 훨씬 기회가 많아 그야말로 우리에게는 블루오션인 셈이다. 단, 우리 아동극의 질적 신뢰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아야한다는 조건 하에서 가능한 일이긴 하다.


서울아트마켓 해외초청 아동예술 인사 좌담회(2019.10.10 / 서울 대학로 인근 카페)


2019 서울아트마켓 해외초청인사 좌담회(왼쪽부터 Tereza Durova, 김숙희 예술감독, Jeremy Boomer Stacey)
ⓒ예술경영지원센터

모더레이터: 김숙희 (종로아이들극장 / 예술감독)
통역(한국-러시아): 김상준 (프리랜서)
참석자(알파벳 순)

   Jeremy Boomer Stacey (미국 / International Performing Arts for Youth(IPAY) / 총감독)
   Tereza Durova (러시아 / Gavroche Festival / 예술감독)

2019 서울아트마켓에서는 국내 아동청소년 공연 관계자들을 위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아동청소년 공연분야의 귀한 두 분을 모시고 축제와 마켓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는 뜻깊은 좌담회 자리를 마련하였다. 국제아동공연예술마켓(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erforming Arts for Youth – 이하 IPAY)의 총감독인 Boomer Stacey와 러시아 모스크바 가브로쉬(Gavroche) 페스티벌 예술감독 Tereza Durova이다.

먼저 모스크바 가브로쉬 축제 예술감독 Tereza Durova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소개해본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프랑스 혁명의 상징인 소년 Gavroche의 이름을 축제 이름으로 사용했을 만큼 축제는 공연과 극장의 혁명을 염원하듯 발레, 서커스, 연극, 인형극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13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김숙희: 가브로쉬 축제가 정부 주도인지 아니면 민간에서 출발한 것인지 궁금하다.

테레사: 처음에는 축제가 민간주도로 시작되었지만 이후 축제 조직위가 정부에 축제 지원을 제안했고, 현재는 모스크바 시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공공 축제가 되었다. 축제를 주관하는 세르푸코브카극장(Teatrium in Serpukhovka)도 1991년 민간극장으로 출발했으나 국립극장으로 탈바꿈되어 모스크바시와 러시아문화부로부터 초기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세르푸코브카극장은 모스크바에서 가장 큰 규모의 어린이 전용극장이다. 그래서 모스크바 시와 문화부에 어린이공연예술 축제인 가브로쉬 페스티벌을 제안했다. 첫 가브로쉬 페스티벌은 프랑스 문화부와 프랑스 대사관의 도움이 컸다.

주빈국(Focus Country)을 선정하여 초청을 준비할 때 가장 처음 관계를 맺는 곳이 주빈국의 대사관과 문화원이다. 가장 중요한 지원이 주빈국의 기관으로부터의 지원이다. 이해관계뿐 아니라 주빈국에서도 가브로쉬 페스티벌을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브로쉬 페스티벌은 ‘독일’을 2012년과 2018년 주빈국으로 선정했고, 독일문화원(Goethe Institut)의 지원을 받았다. 축제측은 해외공연단체에게 숙소, 공연료, 극장 대관 등을 제공하고 주빈국은 항공료, 화물을 지원한다. 매년 7~8개의 공연장을 추가 대관하여  평균 8~10개의 주빈국 공연을 초청한다. 2015년 폴란드 특집에서는 13개 작품을 초청한 경우도 있다.

주 극장인 세르푸코브카극장은 1000석 규모의 대극장과 300석 규모의 소극장을 보유하고 있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공연장을 운영한다. 모스크바에서는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에만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을 진행한다. 한국에서는 공연장에 학교나 유치원에서 단체관람을 오기도 하는 것 같은데 모스크바에서는 가족 단위로만 어린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을 쉬는 날에만 공연장을 운영한다.

김숙희: 축제의 진정한 목표가 궁금하다. 어린이들에게 예술적 감성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인지 아니면 공연예술을 통한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고 싶다.

테레사: 공연예술축제에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목적은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축제 기간 동안 관람객들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공연 외에도 그 나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를 들어, 그 나라 악기를 가르치는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거나 인문지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만약 관객들과 ‘서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지도를 펼쳐 놓고 모스크바에서 서울까지의 길을 표시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다양한 놀이를 시도할 수도 있다.

모스크바에는 한국인을 포함하여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우리 어린 관객들은 통역이 제공되는 이어폰을 착용하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좋아해 통역 이어폰에 아주 익숙하여, 이어폰을 낀 채로 옆에 앉은 부모님에게 설명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엄마 아빠에게 공연을 설명하는 것이 공연관람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대사가 별로 없는 경우에는 통역사가 무대에서 동시통역을 진행하므로 어린이들이 외국 공연을 보는 것을 그리 어려워하지 않는다. 발레와 음악 같은 비언어 공연도 있기 때문에 통역이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구성하기 때문에 굉장히 아름다운 문학적 그림이 만들어진다.

김숙희: 러시아와 러시아 연방국가들(옛 사회주의 국가들)은 소규모 극장보다는 1000석 또는 800석 규모의 대극장이 많고 그런 곳에서 어린이 공연을 한다. 아동극의 목표가 아이들과의 소통이고 그래야만 아이들이 문화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최적의 객석규모는 150석 ~ 200석 정도라고 생각한다. 너무 큰 대극장에서 하는 공연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대극장에서 아동극을 보여주며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 궁금하다.


2019 서울아트마켓 해외초청인사 좌담회 / 테레사 두로바(Tereza Durova, 러시아 / Gavroche Festival / 예술감독)
ⓒ예술경영지원센터

테레사: 세르푸코브카극장은 1000석 정도의 대극장이지만 무대가 모든 좌석에서 아주 잘 보인다. 대극장에서 하는 공연은 상업적으로 매우 비싼 공연들이기 때문에 많은 관객이 관람해야만 한다. 많은 수의 배우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5~6세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은 200~3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주로 공연된다. 또한 2~3세 영유아를 위한 공연은 아이들 20명과 부모 20명 정도를 수용하는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공연장의 선택은 공연 제작사 측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가 공연을 제작할 때는 관람 연령을 고려해서 제작한다.

김숙희: 세르푸코브카극장이 개인 소유인지 아니면 국가 소유인지 궁금하다.

테레사: 세르푸코브카극장은 내 이름인 테레사 두로바 극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공연장 건물은 개인의 소유지만 극장은 정부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김숙희: 가브로쉬 페스티벌이 한 나라를 집중해서 그 나라만의 공연작품 10개에서 13개를 소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빈국(Focusing Country)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2020년은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한국을 주빈국으로 선정했는데 프랑스의 경우 여러 번 주빈국으로 선정되었고, 독일과 네덜란드도 두 번이나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떠한 이유로 여러 번 소개하는지 이야기 해주면 좋겠다.

테레사: 우선 전 세계 공연 관계자들이 한국 아동극을 추천해주어 흥미롭게 생각했다. 제가 본 20개 정도의 작품 중 8개 정도를 초청하려고 한다. 주빈국 선정과 관련해서는 한국처럼 특별한 이슈인 수교기념해가 일치한다면 금상첨화이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초청할 만한 훌륭한 작품들이 많은 나라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2020년 가브로쉬 페스티벌에서 한국 공연단체를 초대하여 한국 예술가들과 친근한 관계를 맺고 나면 2~3년 후 한국 공연단체와 ‘친구’가 될 것이고 또 한국예술가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예술가들이 새로운 극단과 작품을 소개할 때 가브로쉬는 그들의 추천 작품을 검토하고 훌륭한 작품들을 선택해 다시 한 번 한국 어린이공연예술을 소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숙희: 러시아에는 서울아트마켓과 같은 어린이공연 아트마켓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을 처음 방문하면서 서울아트마켓도 경험했는데 서울아트마켓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는지 얘기해주면 한다.

테레사: 러시아에는 어린이공연예술마켓도 어린이공연을 가르치는 고등교육기관도 없다. 다양한 국가의 공연예술단체를 만나고, 또 그들에게 가브로쉬 페스티벌을 소개하고 싶어서 서울아트마켓을 참가하게 되었다. 내년에 다시 한 번 서울아트마켓에 참여해 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친구가 많을수록 교류는 확대되고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니까.

Tereza 예술감독에 이어 국제아동공연예술마켓(IPAY) 총감독 Boomer Stacey와 좌담을 이어갔다.

김숙희: 국제아동공연예술마켓(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erforming Arts for Youth, 이하 IPAY)은 아동청소년과 관련된 세계에서 가장 큰 예술마켓으로 알고 있다. 언제 시작되었고 누가 만들었으며 캐나다와 미국 어느 국가에 소속된 기관인지 궁금하다.

부머: 1979년 3월 미국 시카고에서 처음 시작됐고 이제 막 40년이 되었다. IPAY의 시작은 가족시즌을 위해 공연작품을 찾던 프로그래머와 공연단체를 찾지 못한 프리젠터들이 쇼케이스를 만든 것이 계기가 되었다. 초기 IPAY의 설립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알지는 못하지만 필라델피아 국제 어린이축제(Philadelphia International Children’s Festival)의 브라이언 조이스(Brian Joyce)와 같은 몇몇 북미의 프리젠터들이 설립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굉장히 격식 없는(Informal)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매년 돌아가면서 프리젠터들이 IPAY를 운영하게 되면서 도시를 돌아가며 진행하는 것이 전통이 되었다.

김숙희: 그렇다면 IPAY는 미국에 속한 기관인가.

부머: 미국에 거점을 두고는 있지만 국제기관이다. IPAY의 총괄 감독인 나는 캐나다사람이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필라델피아 출신이고 이사회는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미국 등 전 세계 전문가들로서 구성되어 굉장히 국제적이기도 하고 굉장히 ‘국제적’이 되려고 노력한다.

김숙희: 아시아인 직원도 있는지 궁금하다.

부머: 아시아인 직원도 있고 한 때는 선정위원(Selection Committee) 중에 중국인이 있었다.

김숙희: 저는 아동극 분야에서 30년 정도 일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IPAY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러다 IPAY가 1998년 아동극마켓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갑자기 이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부머: IPAY 초기에는 대부분은 자원봉사로 운영되었고, 직원도 많지 않았다. 2012년부터 내가 총괄 감독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IPAY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고, 해외아트마켓과 축제를 방문해 IPAY가 무슨 일을 하는지 소개하고, 다른 나라와 문화예술 기관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로만 운영될 때보다는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북미 지역에서 주로 활동했다.


2019 서울아트마켓 해외초청인사 좌담회 / 제레미 부머 스테이시(Jeremy Boomer Stacey, 미국 / IPAY / 총감독)
ⓒ예술경영지원센터

김숙희: 개인적으로 ‘아트마켓’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아트마켓은 너무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무언가를 깊게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축제는 충분히 공연을 즐길 수도 있고, 네트워킹도 할 수도 있다. 축제에 비해 아트마켓은 비즈니스 행사 같은 느낌을 준다.

부머: 김숙희 예술감독의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다른 마켓과 IPAY의 가장 큰 차이점은 참가자들이 ‘어린이’를 위해 일한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IPAY 참가자들은 아동청소년을 위한 공연에 관심 있는 특별한 그룹의 사람들이다 보니 다른 해외아트마켓과는 다르게 참가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지점이 있다. 어린이 공연관계자들에게는 축제, 회의, 마켓 등 플랫폼의 중요성보다는 같은 일을 함께 하고 있다는 믿음이 굉장히 중요하고, 이 믿음으로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IPAY를 ‘시장’에 비유하자면 다른 해외아트마켓이 슈퍼마켓이라면 IPAY는 직거래 장터(farmers market)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선반에서 물건을 찾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것을 찾을지 모르고 갔다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그런 시장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른 아트마켓에 비해 규모가 작아서 참가자들이 함께 즐기며 가족 같은 분위기로 운영하고 있다. 작품의 판매보다 참가자들 간 관계 맺기, 왜 그 작업을 하는지 어떠한 이야기들이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지를 더 중시한다.  IPAY가 비록 마켓이라고 해도 참가자들의 ‘아이디어’와 ‘정보’, ‘도전’ 등을 공유하는 기능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숙희: IPAY의 마켓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몇 개의 부스를 운영하는지 궁금하다.

부머: 전막 공연 15개, 스포트라이트(spotlights)라고 부르는 쇼케이스(excerpts)가 15개, 프린지처럼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공연하는 오프 아이페이(Off IPAY)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공연단체와 문화기관들이 운영하는 80여개의 부스가 운영된다.

김숙희: IPAY에 참여한 한국 아동극단으로는 브러쉬씨어터가 몇 번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공연단체 대부분은 IPAY에 대한 정보가 없어 어떻게 IPAY에 참가하는지 궁금해한다.

부머: IPAY 정보를 얻는 방법은 생각보다 매우 간단하다. 개인적으로는 문화예술 단체 또는 기관과 협력관계를 맺어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공연 팀을 초청하게 되면 그들에게 IPAY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 서울아트마켓에서도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같은 IPAY 정보를 공유할 협력기관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숙희: 예술단체가 IPAY 아트마켓에 참여한 후 성공적인 결과가 나온 실질적 데이터가 있는지 알고 싶다.

부머: 아트마켓 참여 결과에 대한 학문적 연구나 설문조사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학술적인 연구조사를 하는 것이 IPAY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이다. IPAY는 매우 적은 인원의 직원들 일하고 있지만 지난 세월 동안 각국에서 온 많은 공연단체들과 네트워킹 망을 보유하고 있다. 아트마켓에 참가한 공연 단체는 부스를 통해서 또는 공연을 통해서 연간 투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김숙희: IPAY 운영에 있어서 미국 정부나 캐나다 정부로부터 어떤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부머: 정부 지원이 전혀 없다. 미국에는 IPAY와 같은 문화예술 기관의 운영을 도와주는 보조금 정책이 없다. 프로젝트 운영비를 지원 신청할 수는 있지만 받을 수 있을지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IPAY의 재원은 100% 회비(membership)로 조성된다.

김숙희: IPAY의 회원은 누구이며, 회원들이 얻는 혜택은 무엇인가?

부머: IPAY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그래서 어떤 권리나 혜택을 얻으려면 연간 회비($250~$650)를 내야 한다. 아트마켓의 쇼케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지불하는 돈은 전액 쇼케이스 운영을 위해 쓰인다. IPAY는 가난한 행사다. 방향성을 설정 하는 이사회는 총1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숙희: 2020년 IPAY 공식 쇼케이스에 브러쉬씨어터가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 쇼케이스 작품의 선정은 누가 하는지 궁금하다.

부머: 올해 다른 한국단체들도 신청했지만 브러쉬씨어터만 최종 선정되었다. IPAY의 공식 쇼케이스에는 총 120개 단체가 지원했는데 30개 단체만 선정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12명의 심사위원이 쇼케이스 심사에 참여한다. 심사위원들은 공모작품을 다 본 후 작품을 선정하는데 미적 취향이 굉장히 다양하여 모두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찾아낸다.

김숙희: 미국이나 캐나다 단체들의 어떠한 특색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부머: 물론 북미의 특색을 고려하는 것도 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외부의 시선과 외부의 미학을 수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북미 지역 밖의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려고 더 노력하고, 또 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 파트너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럽은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주역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서 다른 이야기와 스타일을 찾으려고 한다.


2019 서울아트마켓 해외초청인사 좌담회(2) ’국내 아동극의 해외진출 지름길에 대하여’
ⓒ예술경영지원센터

김숙희: 부머 씨는 IPAY가 비즈니스 마켓과 아트 프로젝트 중 어느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부머: 나는 IPAY가 비즈니스 마켓이자 아트 프로젝트 둘 다 라고 생각하다. 그리고 둘 다가 필요하다. 공연단체들이 투어 기회를 잡기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여 아트마켓에 참여하기 때문에 마켓은 활발한 비즈니스 공간이여야 하고, 공연의 유통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마켓이 가지는 예술의 활성화 부분도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IPAY에는 북미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의 예술가들이 아동청소년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기 위해 찾아온다. 그래서 마켓은 한편으로 그들의 아이디어를 나누기 위한 미팅 장소가 되기도 한다. 세계에서 온 관계자들이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는 기능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IPAY는 전세계 전문가들과 함께하기 위해 성장하고 있고, 작년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북미, 유럽에서 온 참가자가 있었다.

김숙희: 부머 씨가 언급한 것처럼 많은 아시아 나라들은 훌륭한 예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참가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이 부족하다. 제3세계 국가들을 IPAY에 소개하기 위한 노력이나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부머: 나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IPAY도 재정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문제다. 협력할 가능한 문화기구들을 찾아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숙희: 프랑스문화원(Alliance Française)이나 독일문화원(Goethe Institut)같은 국제기구에서 제3세계 예술가들을 위해 특별한 지원금을 주는 경우가 있지만 예술단체들은 정보가 부족하다.

부머: 정보의 공유는 IPAY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IPAY의 쇼케이스 프로그램 중 킨들링(kindling)이라는 네트워킹 플랫폼이 정보 공유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킨들링은 영어로 불을 피울 수 있는 가장 작은 나무 조각인 불쏘시개를 의미한다. 큰 불을 피우고 싶다면 킨들링을 통해서 시작할 수 있다. IPAY에서 킨들링은 관계자들의 대화를 촉진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이고, 킨들링을 통해 큰 불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킨들링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른 네트워크, 아이디어들로 발전한다.

김숙희: IPAY가 유럽연합(EU)에서 만든 에라스무스 프로그램(Erasmus Program)같은 형식의 어린이 공연교환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부머: IPAY도 유럽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과 같은 세계적인 파트너십을 만들기 위해 다른 나라의 기관들과 협력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숙희: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나 제3국가들도 이런 국제적 협력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두에서 관계를 이끌어 낼 개척자가 필요하다.

부머: 그래서 이렇게 서울아트마켓에 직접 방문해 다른 나라의 기관 및 공연단체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또 좋은 파트너를 발굴해 그들과 어떻게 일할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어린이공연 축제만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아시아와 남미 같은 다른 지역의 축제와 마켓을 방문해 마켓형 축제와 다른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라는 것이 하루 반짝 다녀와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이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숙희: 지구에서 아시아가 가장 큰 대륙이라는 것과 아동 인구가 가장 많다 것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전세계 시장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시장이 아시아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시아 어린이들은 연극을 통해 문화적 수준을 높일 필요도 있다.

부머: 그래서 나도 아시아에서의 교류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북미 도시의 극장에도 아시아 관객이 굉장히 많다. 뉴욕, 보스턴, 토론토 등 북미 주요 도시 어디든 아시아인들은 그들의 고향(home)에서 온 작품들을 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북미 프리젠터들은 그들에게 보여줄 작품들을 가져오는 게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또 생각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라 이걸 뒷받침할 시스템을 찾아야 될 것 같다.

김숙희: 유럽의 관계자들은 ‘마켓’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쇼케이스’나 ‘플랫폼’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부머: 포장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같다고 생각한다. 목적이 작품을 팔기 위한 ‘장’이기 때문이다.

김숙희: 유럽의 페스티벌과 아트마켓 중 어떤 형식의 행사를 비즈니스 목적으로 추천하고 싶은가?

부머: 축제와 아트마켓 모두 흥미롭다. 어떠한 목적에서 참여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신선한 야채를 원하면 그걸 파는 데 가고 TV를 원하면 TV 상점에 가야한다. 프로그래머들이 판단할 때 관객들이 어떠한 것을 원하고, 어떤 커넥션을 통해 작품을 초청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토론토에 있는 페스티벌은 네덜란드 미학(Dutch’s aesthetic)이나 플레미시 스타일(Flemish aesthetic)의 작고 어두운 창작 작품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북미 프리젠터들 중에는 동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나 큰 규모의 작품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IPAY는 이 모든 형식의 공연 프로그램을 찾고 싶어 하는 관계자들이 만나는 마켓이기 때문에 모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래서 IPAY에서는 큰 규모의 작품이나 소규모 작품, 서커스, 인형극, 음악 등 모든 장르의 공연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김숙희: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최근 유럽과 북미의 일부 공연 관계자들은 중국의 마켓을 인적 교류의 장보다는 제 생각에는 큰 ‘비즈니스 시장’으로 보고 참여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유감스럽기도 하다.

부머: 나 또한 개인적으로 그 의견에 동의한다. 알다시피 우리가 아트마켓을 운영하면서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다. 서로간의 믿음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장의 특성 때문에 약간 공허한 감도 있지만 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는지도 이해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인간적 관계와 교류, 그 문화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또 기관이나 단체 입장에서는 몇몇 구성원들이 그들의 쇼를 파는 데 집중하는 것을 이해는 한다.

김숙희: 아동극 분야에서 일하는 연극인들은, 어른들을 위한 공연을 하는 사람들과는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동극분야도 공연시장의 국제적 트렌드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부머: IPAY가 다른 마켓들보다 더 성공적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우선 IPAY는 다른 성인들을 위한 공연예술 시장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문화예술 기관들도 IPAY를 일반적인 아트마켓과 같은 방법으로 다루지 않는다. IPAY가 다른 마켓과 다르다는 것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일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어린이 공연은 성인 공연 현장과 다르고 티켓 가격도 100달러가 아닌 5달러에 팔린다. 또한 어린이들이 볼 공연 작품을 어린이들이 아닌 성인들이 선택한다. 이러한 다름이 IPAY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

김숙희: 한국 아동극이 처한 현실에 대해 얘기하자면, 전반적으로 아시아 국가들 간의 차이점을 연구하려는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런 점은 최근 유럽 축제를 방문했을 때도 별로 발전이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아시아 문화들에 눈을 돌려야 할 때인 것 같은데 선기를 잡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부머: 아시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단기적 변화가 아닌 장기적 관계에 의한 변화라 볼 수 있다. IPAY의 쇼케이스 프로그램 중 한국가의 문화예술을 집중 소개하는 문화 스포트라이트(Cultural Spotlight)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그 국가의 맥락(Context)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만 봐도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브러쉬씨어터, 극단 마실 등과 같이 극명한 차이로 서로 다른 스타일을 통해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아동청소년 공연 단체가 많다.

김숙희: 마지막 질문은 서울아트마켓의 첫인상에 대해 묻고 싶다. 그리고 서울아트마켓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부머: 서울아트마켓은 처음 참여했다. 다양한 공연예술 관계자들과의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유럽의 축제나 아시테지(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ASSITEJ) 총회와 비교해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굉장히 다른 네트워크라고 생각한다. 아시테지도 좋지만 항상 같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가족끼리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서울아트마켓은 다른 영역의 문화예술 관계자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색다른 기회였다. 물론 아동극을 조금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서울아트마켓에서 만날 수 있었던 모든 다양성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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