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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19 서울아트마켓 해외초청인사 좌담회(1) ‘현대무용 플랫폼의 현재;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독일을 중심으로(2)’ 2019-12-04

2019 서울아트마켓 해외초청인사 좌담회(1)
’현대무용 플랫폼의 현재;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독일을 중심으로(2)’

서울아트마켓 초청 무용인사 좌담회 (2019.10.09 / 서울 대학로 인근 카페)


2019 서울아트마켓 초청 무용인사 좌담회 ⓒ예술경영지원센터

모더레이터: 곽아람 (국립현대무용단 / 기획팀장)
통역/정리: 김호연 (국립현대무용단 / 연수단원)
참석자(알파벳 순)

  Cristina Carlini(이탈리아 / 마르셰 테아트로, 인테아트로 페스티벌 / 국제프로젝트매니저)
  Eddie Nixon(영국 / 더플레이스 / 예술감독)
  Eiv Kristal(이스라엘 / 마콜 샬렘 댄스하우스 / 프로젝트매니저)
  Walter Heun(독일 / 조인트 어드벤처 / 예술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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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 플랫폼의 현재;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독일을 중심으로(1) (바로가기)

곽아람: 좋은 지적이다. 한참 전에 서울아트마켓,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서울세계무용축제 등 10월에 개최되는 공연예술행사를 집약적이고 집중적으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결국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달라서 무산되었지만 지금은 적어도 “유통”이라는 한 목적을 위해서 본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보다 전략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발터: 브리티시댄스에디션 (British Dance Edition)은 초반에 확장될 때,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댄스 플랫폼이었던 것 같은데, 최근의 선정작과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국제 무대보다는 점점 국내 기관과 관객에게 맞춰지는 것 같다.

에디 :사실 브리티시댄스에디션은 90년대 더플레이스와 사우스뱅크스 (Southbank Centre)가 운영하는 작은 플랫폼으로 시작하였는데, 점점 그 규모가 커지며, 지역을 옮겨가며 진행되었다. 발터 말대로, 처음에는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들 중심으로 운영이 되었고, 실제로 영국문화원에서도 이를 위한 지원을 많이 해줬었다.

하지만 국내 유통과 해외 유통 둘 다 동시에 발전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각각의 관객의 성향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플랫폼이 동시에 두 가지의 방향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고민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사실 꽤 흔한 일인데, 네덜란드 댄스플랫폼도 이와 같은 고민을 바탕으로 완전히 국내플랫폼으로 그 형태를 성공적으로 바뀌었고, 실제로 몇 년에 걸쳐 해외인사들이 100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영국의 플랫폼도 이러한 선상에서 고민을 했는데, 결국 최근 플랫폼은 국내 프로모터와 국내 관객을 겨냥한 플랫폼으로 기획하였고, 선정작들 또한 이들의 성향에 맞춰서 구성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기존의 국제 네트워킹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여 운영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

발터가 이야기한 것 중에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것은, 유럽 내의 이동성 (Mobility)에 대한 부분이었다. 작품의 이동성 외에, 창작자들의 생각이 교류되는 차원에서의 이동성, 어쩌면 수분작용으로 비유할 수도 있겠다. 유럽은 예술가들이 지역을 옮겨 다니며 생각을 공유하고 실제로 작품을 개발하는데, 굉장히 좋은 조건의 이동성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에 대해 깊은 걱정이 생기는 것이, 어떠한 이유로 이런 좋은 조건에서부터 스스로를 제외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다 어렵게 만든다는 것은 문화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내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이러한 문화적인 변화가 당장은 나타나지 않더라도, 10-15년 내에는 영국이 전보다 흥미롭지 못한 곳이 될 것 같다는 점이다. 오가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대화의 폭과 장이 줄어들며, 결국에는 똑같은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들만이 남아서 살고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관찰의 결과로는, 60,70년대 미국이 현대예술을 이끌었지만, 80년대 경계를 닫은 후로는, 특히 현대무용계가 굉장히 쇠퇴하였다. 앞서 ‘이동성’에 대해 얘기했는데, 영국은 이제 더 이상 꽃가루를 움직일 수 없는 형태가 되어가고 있어 걱정이 많이 된다. 

크리스티나: 에디에게 플랫폼 관련하여 묻고 싶다. 프로그래머들이 실제로 국내 플랫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가?

발터: 우리도 조금 다른 지원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예술위원회 (Arts Council)에서는 실제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일정 횟수 이상의 지역 공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도 실험적인 작품들보다도 상업적인 작품들 위주가 된다. 그에 반해 우리가 구축한 독일 공연 예술 네트워크에서는, 다른 지역에서의 투어가 계획된 공연단체라면 공연 횟수와 상관없이 누구든지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열어뒀다. 문화원의 시스템보다 경제적인 효율성은 물론 떨어지겠지만, 베를린, 프랑크프루트와 같은 주요도시들 외에 다른 소도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에게도 교류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에 원동력이 훨씬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더 다양한 도시들을 살피며 안무가들을 발굴 할 수 있었다.

크리스티나: 이탈리아는 사실 좀 반대되는 상황이다. 각 지역의 축제들이 모두 현대무용공연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고, 애초에 현대무용을 프로그래밍하는 극장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밀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고 모두가 서로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축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똑같은 무용가들로 프로그램이 구성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역별로 관객이 다르기 때문에,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고, 아티스트들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관객을 만나가며 공연을 하는 것이니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들은 어느 축제를 가도 신진 안무가들까지도 비슷하게 구성되기 때문에,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국제 교류에 조금 더 사업이 집중 되어 있고, 이를 위해 정부기관들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필하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국내 프로그램에 대한 교류가 가능한 편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다른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게 흥미로운 것 같다.

곽아람: 한국의 경우에도 각 지역 극장(문예회관)을 연결해주는 유통플랫폼이 있고 예술단체들도 이 플랫폼을 활용해서 지역 극장으로 유통되기도 한다. 다만 지역 극장들의 운영되는 시스템, 회계연도 등의 문제로 해외단체들이 연계되기 어렵고 또 상업적인 공연을 제외하면 순수 민간 예술단체들의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에디: 사실 이 문제는 많은 것과 연계되어 있는데,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지역 공연을 일정 횟수 이상 해야 하는 지원시스템과 깊이 연관된다. 이러한 시스템 때문에 국내 프로그래머를 겨냥하는 플랫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지금처럼 예산이 계속 깎이는 시점에서는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한다.

크리스티나: 하지만 그렇다고 나도 우리 상황이 마냥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보는 공연들이 그 수가 너무 적다고 생각된다.

발터: 독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기관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독일 댄스 플랫폼의 파트너가 되었는데, 점차 독일의 모든 제작단체들이 서로 파트너가 되어 모두가 똑 같은 것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번 똑같은 예술가들과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 5명의 심사위원들과 500여개의 작품을 정리하여 보았다. 그리고 그 중 15개를 선별했는데 다른 플랫폼에서는 공연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프로그램들이었다.

즉,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네트워크 바깥의 작품들도 살펴본다면, 눈에 보이지 않던 작품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발견하게 된다. 독일 연극계는 오스트리아, 스위스와의 협력관계가 상당 긴밀하기 때문에, 이 네트워크 안에서 공연되는 단체들은 항상 똑같고, 네트워크를 벗어난 공간에서는 공연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굉장히 폐쇄적이라 볼 수 있는데, 협력관계가 너무 강력하면 생기는 문제로 볼 수도 있겠다.

크리스티나: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방법과 관련하여 얘기하자면, 우리는 협력 안무가에게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젊은 아티스트들 중에 2명을 선택해달라고 부탁한다. 선택 두 명 모두, 협력 안무가의 작품에 퍼포머로서 참여한 적은 있으나, 공식적으로 창작자로서 소개된 적은 없는 자들이었다. 더군다나, 레지던시 결과들이 훌륭한 아티스트들이었고, 그 중 한 명의 작품을 지원하기로 결정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 플랫폼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협력 안무가에게 직접 아직 기회를 갖지 못했던 이들은 선정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곽아람: 한국에서는, 국내 플랫폼으로서는 PAMS가 유일한데, PAMS는 무용만을 다루지도 않는다. 하지만, 좋은 작품, 새로운 작품, 의미 있는 작품을 찾아내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매년 열리는 것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민간 무용 플랫폼인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도 있지만 항상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한국 현대무용계가 국제 무대에서 활발해진 지는 이제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특히 2010-2014년에 국외에 소개할 만한 좋은 아티스트들을 많이 찾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매년 똑 같은 아티스트들을 만나게 되고, 프로모션이 준비되지 않은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에, 예술가들에게 좀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한국 무용계에서는, 유통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보다 창작자들에게 실패할 시간과 기회를 주며, 그들을 지원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더 필요하다. 국제무대를 위한 프로모션 그 자체가 어려운 문제는 아니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는 것이 고민인 것 같다.

발터: 얘기한 것처럼 매년 플랫폼을 주최할 정도의 작품이 있지 않다면, 다른 국가와 협력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올해 시작한 발틱 댄스 플랫폼 (Baltic Dance Platform)을 예로 들자면,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국가들 간의 협력 플랫폼인데, 물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16-17명의 동료들과 작품을 모집할 수 있었고, 다양한 나라들이 모인 만큼 다양한 작품을 모을 수 있었다. 이들도 해가 지나며 더 발전해 나가겠지만, 한국도 파트너십을 확장하는데 관심이 있다면, 협력을 통해 매년 준비해야 하는 작품의 수를 줄여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곽아람: 그러한 이유로 한국, 일본, 중국 동아시아 3개국이 주축이 되어 핫팟 (East Asia Dance Platform, HOT POT)이 시작되었다. 노르딕무용플랫폼, 아이스 핫 (Nordic Dance Platform, ICE HOT)이 이 네트워크가 구축이 될 때 큰 협력을 했는데, 동아시아는 노르딕권과는 또 다르다. 중국, 일본, 한국은 굉장히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고 행정시스템 등 여러가지가 참 다르다. 이러나 저러나, 내년 2월에 3번째 Hot Pot이 일본에서 열리는데, 시기적으로는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에디: 질문 하나를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다른 기관들이 피드백을 나누는 방법과, 이를 통해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방식에 대해 궁금하다.

이브: 우리는, 기관과 자주, 지속적으로 작업하는 예술가들간의 작은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스튜디오를 오픈하여 네트워크에 속한 예술가들이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자리를 마련한다. 서로 워낙 잘 아는 사이들이지만, 이러한 기회로 서로의 작품을 보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는 자리다.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이 작품이 어떤 방향을 향할 수 있을지, 의미가 어떤지, 관람을 하는 사람으로써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등 중요한 얘기들이 오가는데, 그 중에서도 작품이 창작자와는 어떤 관계성을 갖고 있고, 예루살렘의 관객들과는 어떤 관계성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대화가 많이 오간다. 이 두 가지는 가치는 항상 충돌하는 지점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할 때도 많다. 아티스트를 지원할 때는 언제나 관객들이 선호하지 않을 것도 걱정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창작자들에게 오로지 관객에게만 맞춰진 공연을 만들어달라고 하고 싶지도 않다. 결국, 질문을 끊임없이 낳는 질문인 것 같다.

에디: 이브의 얘기가 굉장히 흥미로운 것이, 창작들이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관객들과의 소통에 대해서 고민을 얼마나 하는지, 아닌지, 그 간극이 있는 것 같다. 작품을 제작하며, 아티스트들과의 대화는 항상 이 작품으로 국내 투어를 돌 수 있을지, 관객들이 얼마나 좋아할지,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티스트들에게 창작의 자유를 마음껏 내주고 싶은, 하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예산 걱정을 하는, 그런 식의 갈등과 대화들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은,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것이다. 항상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이 네트워크 바깥의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중요한지, 창작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의견을 건네기 위해 그 대화에 새로운 사람들을 어떻게 배치시킬지 등에 대한 부분들이 대한 고민이 생긴다.

이브: 나도 이것이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가 다소 불편해하더라도, 새로운 사람을 통해 새로운 피드백을 들려주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다. 어느 정도 선의 비판이 도움이 될지, 어떠한 영역을 벗어나면 오히려 아티스트의 사기를 죽일지 그 애매한 선과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에디: 마르셰에서는 특별히 사용하는 피드백 툴이 있는가?

크리스티나: 작년에 시도해봤는데, 기대하는 만큼 잘 안 되는 것 같다. 공연이 종료된 후에 대화를 나눌 의향이라도 있는 프로그래머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잘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이들은 아티스트에게 직접적으로 작품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 하지만 아티스트들을 낮 시간의 세션들에 초대하여, 자기 작품에 국한되어서가 아니라, 이탈리아 무용계 전반에 대한 얘기를 하게끔 하면 사람들이 보다 편하게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발터: 어떤 예술가들을 주로 소개하고 누구와 대화를 하게 할지, 보다 생산적인 대화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충돌이 생산적일지 등 섬세하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경험 하나를 예로 들자면, 일주일 정도 공연예술의 대한 대화들이 오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예술가들은 이 자리를 통해 철학자들을 만나기도 하고, 일반 관객이 아닌 약 350여명의 철학, 미학 전공 학생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작품을 창작하기도 했다.

성공적인 다른 모델을 얘기하자면, 3개월의 시간 동안, 현장 연구 (Field Method)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는데, 10명 정도의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작가, 건축가, 안무가 등)들을 초청하여 3개월간 각자의 작업에 대해 매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현장 연구는 기본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예술적인 교환을 이루게 하는 툴이다. 상대방의 작업에 대해 어떤 것이 더 필요할 지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본 작업에 대해 얘기하고, 이를 통해 작업자는 자신의 작업을 보다 다각화하여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갈 수 있다.

아만다 피냐 (Amanda Piña)라는 안무가의 예로 들자면, 언젠가 나에게 본인이 현재 ‘네이처 (Nature)’라는 작품을 구상 중인데, 나의 드라마트루그 힘을 빌려 작품을 제작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나는 당시 그녀에게, 더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그저 제목 하나를 들고 와서 드라마터지를 받고 싶다고 하다니, 우리를 정말 과소평가하는구나, 라고 얘기하였고, 그녀는 당시 나에게 화를 크게 냈었다. 거기에 나는, 지금 보여주는 이 에너지를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공동제작 하겠다고 얘기했고, 결과적으로 실제 굉장히 강렬한 에너지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 우리의 작은 갈등이 그녀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끔 한 것 같다. 사실 예술가가 누구와 작업하는가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이브: 누군가의 작업에 대해서 피드백을 줄 때 흥미롭다고 느껴지는 것이, 주최자와 손님, 이 두 위치가 180도 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불과 몇 분 전에는 누군가의 작품의 손님으로서 있었다면, 이것이 바뀌어 피드백을 주는 순간, 이 두 입장이 바뀌는 것이다. 이러 방식으로 대화의 주체가 계속하여 뒤바뀌는 거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여러 맥락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피드백에 대한 나의 견해는,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주려는 순간, 그 사람 또한 일반 손님, 관객에서 어떠한 대화의 주최자로서 역할이 바뀐다는 지점이 중요한 것 같다.

발터: 그리고 또한, 관람한 작품에 대해서 얘기하는 순간 어떤 명예 같은 것이 생긴다. 플랫폼 같은 곳들에서, 우리는 공연을 보고 난 이후에 많은 불만을 가지다 가도, 친분이 있는 예술가들에게는 절대 얘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러한 불만들은 얘기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생산적인 결 보다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디: 완성된 것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것과, 제작 과정에 있는 프로젝트에 피드백을 주는 것은 굉장히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유연성의 정도가 다르고, 다른 태도와 매너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드백에 있어서 몇 가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무용계를 육성하고, 촉진시켜야 하는 일종의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공연이 끝난 후 불편한 대화가 오가지 않도록, 제작 단계에서 신뢰 관계를 맺고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최대한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각각 개별로 이러한 시간을 충분히 갖기가 어렵다는 것이 아쉽다. 누군가를 지원함에 있어서, 보다 질 높은 수준의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개별적인 대화와 관계들이 정말 중요한데, 어떤 예술가들과는 어쩔 수 없이 상당히 피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건 모두가 겪는 문제이지 않을까 싶은데, 실제로 누군가를 지원할 리소스가 있더라도, 그 누군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면 그런 것들이 잘 쓰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플레이스에서 계속 시도중인 모델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여름에 20명 정도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예술가들은 이것을 스튜디오에서 발표해야 하는 것이 신청 조건이고, 기관의 스태프들과 함께 1시간 정도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또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시점에서는 일반 관객들이 저렴한 표를 구매하여 스튜디오를 방문한다. 이 때 예술가들은 약 15분 정도의 발표를 진행한다. 이후에 관객을 조별로 나누어, 예술가들은 관객과 함께 앉아서 각자의 리서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이때, 관객들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예술가와는 합석해서는 안 된다. 이 때 일종의 피드백 툴을 이용하여, 대화를 예술가가 주도하게끔 설계했다.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피드백을 받는 예술가들에게 힘을 줌으로써, 대화의 주제와 질문들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작업에 대한 의지가 다시 불타올라 당장 작업을 시작해야겠다는 아티스트들을 보면, 이러한 세션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티스트들은 잠시 멈춰서 각자의 작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창작에 대한 의지를 다시 다진다는 점에서 이 과정을 통해 발전이 한 단계 이루어진다.

곽아람: 국립현대무용단에서도 창작 과정에서 안무가들과 어떻게 피드백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한다.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안무가, 평론가, 기획자(프로듀서), 일반 관객 등을 쇼케이스에 초청해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한 적도 있었고 아예 무용단 내부 스태프들로만 구성해서 진행한 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안무가들은 이러한 대화 자체에 많이 불편하다고 느낀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다른 안무가들의 작품을 직접 보는 경우도 드물고, 작업자들끼리 서로의 작업에 대해 언급하거나 어떤 코멘트를 주는 것 조차 상당히 조심스러워 한다. 이런 피드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하는 이유는, 안무가들이 중간중간 작품이 진행되어가는 과정에서 좀더 객관적인 거리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돕기 위함이다.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각 기관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들었고 또 좋은 무용이 무엇인지, 동시대적인 무용이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지, 어떻게 예술가들을 지원할 수 있고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했던 것보다 길고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올해 PAMS를 참가하기 전 가졌던 기대와, 지금까지의 소감을 나누고 싶다. 

크리스티나: 한국 현대무용계와 더불어 공연예술계에 대해 열려 있는 마음으로 왔다. 사실 지금까지 느낀 바는 좀 복합적인데, 사실 이곳 무용 작품들이 유럽에서 보던 것들과는 다르게, 서사적인 측면이나, 움직임 적인 측면에서 ‘한국’을 더 담고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또 한국 현대무용계에서 드라마트루그 (dramaturg)가 어떤 지점에 있는지도 궁금했다.

곽아람: 드라마트루그가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다양한 설명과 시도들이 있다. 점점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크리스티나: 내가 지금 드라마트루그와 관련하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어서 더 그 부분을 염두에 두었던 것 같기도 하다.

곽아람: 여러 프로젝트에서 여러 시도를 하는 중이지만 아직은 시도하는 단계이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아질 전망이며, 국립현대무용단뿐만 아니라 민간 여러 예술단체들이 그 영역을 더 넓히는 것에 대해 시도 중이다.

발터: 나 또한 크리스티나가 얘기한 바와 비슷하게 생각했다. 사실 한국 현대무용계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뭔가를 예상하거나 기대하지는 않았다. 몇 가지는 기억 나는 것이, 8년 전, 예술경영지원센터 (이하 KAMS)에서 몇 가지의 작품을 제안했었는데, 당시 보여줬던 작품이 오스트리아의 빈과 같은 보수적인 도시에 소개하기에는 결이 조금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선택하지 못했었다. 그 때 당시 소개받았던 작품들은 상당히 ‘팝’적이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지금도 서울 도심을 거닐어 보면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사실 다른 문화권의 다른 지역을 가면, 처음에는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프리젠터로 아트마켓에 참가한다고 하여, 쇼핑을 하듯이 이 작품 저 작품 고른다는 마음으로 오지는 않는다. 서로에게 배워갈 수 있는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아직 공연을 생각보다 많이 보지 못했다

이브: 나도 특별한 그림을 그리지 않고, 열려있는 마음으로 방문했다. 공연을 많이 보지는 못해서 ‘이렇다’ 얘기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본 것만을 토대로 말한다면, 나에게 익숙한 요소들이 많이 보여서 놀랐다. 현재 현대무용계에서 ‘유행’이라고 하는 부분들이 많이 보였던 것 같은데, 이것이 진정으로 창작자에게 내제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제가 되어서야 도시를 조금 돌아볼 시간이 생겼는데, 어느 지역의 공연을 보기 전에 그 지역을 둘러볼 시간이 일주일 정도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이해가 공연을 보는데 한 층을 더해주는 것 같다.

에디: 나는 운이 좋게도 작년에도 방문을 했었고, 올해는 이 환경에 조금 더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작년과는 분명 다른, 좀 더 익숙한 느낌으로 참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PAMS가 무용 부분에 있어서는 아주 풍족하지는 않기 때문에, 무용 전문성에 있어서는 조금 가벼워 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세계무용축제와 서울공연예술제가 결합하였을 때 조금 더 풍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스튜디오를 방문하여 사람들을 더 만나고, 사람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더 가까이에서 보며 어떤 작업들을 초청할 수 있을지 살필 수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이제 한국 무용 교육의 역할에 대해서 이해를 차츰 하게 되는 것 같다. 이것은 어딜 가도 똑같지만, 아티스트들은 교육을 어디서 받았는가에 따라 나중에 만드는 작품들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것들이 이제 서서히 눈에 보이는 것 같다.

또한, 신진 아티스트들과 경험이 좀 더 쌓인 중견 아티스트들간의 간극이 꽤 넓다고 느꼈다. 한편에서는 아직 발전 중인, 아주 새로운 예술가들의 목소리들이 들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 곳에서 활동을 한지 오래된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그 중간 지점에 있는 사람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이런 종류의 교류들을 굉장히 즐기는 편이다. 아주 가치 있고, 기존의 익숙하던 문맥에서 벗어나 대화를 나누며 조금 더 먼 곳에서 바라보는 시야가 생기는 것 같다.


2019 서울아트마켓 초청 무용인사 좌담회 ⓒ예술경영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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