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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19 서울아트마켓 해외초청인사 좌담회(1) ‘현대무용 플랫폼의 현재;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독일을 중심으로(1)’ 2019-11-06

2019 서울아트마켓 해외초청인사 좌담회(1)
’현대무용 플랫폼의 현재;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독일을 중심으로(1)’

들어가며

곽아람 (국립현대무용단 / 기획팀장)

변함없이 올해 10월의 가을도 몹시 바쁘고 분주했다.

한 동안 성황 했던 공연예술 마켓들이 하나, 둘 유명무실해지고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참석했던 행사들에서는 친교 그 이상의 성과들로 연결되는 경우도 드물어지며, 많은 전문가들이 그 원인을 분석하고 보다 효과적인 차선책, 혹은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것이다. 공연단체 입장에서도 어떠한 통로를 통해 해외 무대로 나갈 수 있는지, 어떤 길이 안전하고 빠르며 또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했다. 그러다 결국 지금 우리의 문제는 유통 채널보다는 콘텐츠 자체가, 공연 창작물 자체가 생산되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무용으로만 따져보면, 처음 한 두 번, 15분-20분 짧은 호흡의 작품들로 첫 승부수를 보여줬던 안무가들을 손꼽는 것 그리 어렵지 않다. 이미 왠만한 유럽의 축제나 극장에서는 한 두 차례 소개되어 주목을 받았고 꽤나 큰 기대감을 모으며 성공적 행보를 보여준 안무가들도 몇 사람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30분 이상, 혹은 한 시간 그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안무가, 한 두 번의 성공 이후 그 다음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안무가풀은 상대적으로 너무 허약하다.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안무가 개인의 역량이 문제일 수도 있고 수년 째 개선되지 않는 제작 환경의 문제일 수 있고 현재의 트렌드와 가치 기준에 따라 작품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무용계 전체의 무드가 문제일 수도 있다.

이러한 거창한 고민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여전히 분주한 10월과 만났다. 팔고 싶은 작품도 있었고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안무가들, 만나고 싶은 예술가들, 프리젠터들도 찾았다. 마켓을 통해 모인 각국 무용계 사람들과 만나며 동질감과 함께 호기심이 생겼다. 나와 비슷한 고민과 문제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러나 동시에 각자의 사정과 배경과 정책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지금 ‘무용계’에서 일하고 있는지, 나누고 싶어졌다. 우리는 지금 어떤 무용을 보고 있는지, 어떤 무용을 만들고 있는지, 어떻게 무용을 소개하고 있는지.

서울아트마켓 초청 무용인사 좌담회 (2019.10.09 / 서울 대학로 인근 카페)


2019 서울아트마켓 초청 무용인사 좌담회 ⓒ예술경영지원센터

모더레이터: 곽아람 (국립현대무용단 / 기획팀장)
통역/정리: 김호연 (국립현대무용단 / 연수단원)
참석자(알파벳 순)

  Cristina Carlini(이탈리아 / 마르셰 테아트로, 인테아트로 페스티벌 / 국제프로젝트매니저)
  Eddie Nixon(영국 / 더플레이스 / 예술감독)
  Eiv Kristal(이스라엘 / 마콜 샬렘 댄스하우스 / 프로젝트매니저)
  Walter Heun(독일 / 조인트 어드벤처 / 예술총감독)

곽아람(국립현대무용단 / 기획팀장): 이렇게 이른 아침에 모여주어 고맙다. 오늘이 벌써 서울아트마켓 3일째인데, 다들 시차 적응은 되었는지, 아무쪼록 좋은 컨디션이기를 바란다.

이 자리에는 각각 영국, 이탈리아, 이스라엘, 독일에서 무용을 제작하고 또 무용가 지원 및 양성하며, 또 동시에 무용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하는 각각 전문가들이 모였다. 정책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고, 많은 환경적 요인을 바탕으로 현재 각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무용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또 각국의 현대무용계 환경은 어떠한지, 창작과 유통 방식의 트렌드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소개하고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공통적으로 두 가지 질문, 혹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12년을 무용축제에서 일했고 마지막 4-5년은 국내 무용가들의 해외 진출을 성료하는 것에 큰 목적이 있었다. 지금은 제작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과거에도 그렇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답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과연 지금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떤 무용을 생산해내고 유통해야 하는지, 컨템포러리, 동시대적인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 그렇다면 우리가 함께 일하고 있는 동시대의 무용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각자의 의견을 듣고 싶다.   

에디(Eddie Nixon, 영국 / 더플레이스 / 예술감독): 더플레이스 (The Place)는 런던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설립 된지는 50년이 되었다. 현대무용 전용 기관들 중 가장 오래된 기관 중 하나일 것이다. 더플레이스는 긴 시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현재에 대해서만 얘기하자면, 올해 우리는 기관 정체성에 대한 고민 끝에 “삶을 위한 춤 Dancing for Life”이라는 슬로건을 고안했다. 이는 첫째, ‘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조금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다’라는 공통의 믿음을 보여주고, 둘째로는 ‘더플레이스는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 출신, 신체적 한계 등 모든 것과 상관 없이, 모두가 더플레이스의 프로그램에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의미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기관이 움직이는 것은 아주 중요한 지점이다. 더플레이스는 다양한 영역의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간략히 설명하자면 240명 정도의 학생을 수용하는 댄스 스쿨이 있고, 일주일에 약 1000명 정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한, 연간 150편 정도의 공연이 올라간다. 이외에도 창작자들이 공연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 하기도 하는데, 이 중 일부 공연은 더플레이스에서 직접 제작, 유통까지 살핀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얘기하자면, ‘과연 무엇이 좋은 무용 작품이냐’라고 했을 때 최근 블로그 포스트를 위해 런던에 거주하는 미국 작가와 ‘동시대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담을 공유하고 싶다.  결국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지만, 흥미로운 얘기가 많이 오갔다. 하나는 ‘좋은 작품’을 결정짓는 것은 창작자인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객인가, 에 대한 질문이었다. 작가는 에티오피아 어린이들과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의 오셀로 (Othello)의 텍스트로 워크숍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약 400년 전의 글이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아이들은 이 글을 굉장히 의미 있고 현대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작가 본인 또한, 이 때의 경험이 본인의 작업 중 가장 ‘현대적’인 경험이라고 얘기했다. 또 하나의 지점은, 현시대에서 예술이 동시대적이라는 것의 의미는 만들어진 작품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그 화두가 세계 속에서 어떻게 공유되는지 까지가 중요한 것 같다. 창작자들이 아무리 급진적인 개념을 다뤄도, 그것이 단순히 예술가만의 방에서 이뤄진다면, 과연 이것을 현대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작품이 어떻게, 누구에게 공유되는지, 그리고 이에 따라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자극을 줄 수 있는지 또한 동시대성을 논하는데 중요한 지점이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Edinburgh Festival Fringe) 에서 연극을 한편 관람했다. 트래비스 알라반자 (Travis Alabanza)라는, 현재 영국의 중요한 젊은 작가인데, 트렌스젠더이기도 하다. 작품은 본인이 런던 길거리에서 폭행을 당한 경험에 대한 것이었는데, 굉장히 훌륭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지점은 본인의 경험을 통해 이런 사회적 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식이었다. 다양한 방법이 있었겠지만, 트래비스는 이 이야기를 극장, 무대로 가져옴으로써 한편으로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관객을 고발하는 방법을 택했다. 작품 자체는 전반적으로 재치 있고 따뜻했지만, 한편으로는 어딘가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공연이었다. 이러한 감정이 꽤 강렬하게 남았는데, 동시대의 문제의식과 이슈를 제시하는 소통의 방식에서, 이 작품이 동시대적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답을 하자면 우리는 대개 창작자들과 작업을 할 때, 그들의 아이디어를 따라간다. 기관이 주제에 대해서 먼저 제안을 하는 경우는, 이를테면 어린이를 위한 공연 제작을 제안 한다던가 할 때이다. 그 이후에는, 창작자들이 좋은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관건인데, 창작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예산, 공간, 시간과 같은 자원들에 따라 다를 것 같다. 그 다음으로 창작자들의 작업에 대한 의미 있는 대화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기관에서 알맞은 피드백을 주며 창작자들이 각자의 작업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하고, 이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창작자와 기관(혹은 기관 담당자가)이 신뢰감 있는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2019 서울아트마켓 초청 무용인사 좌담회 / 에디(Eddie Nixon, 영국 / 더플레이스 / 예술감독)
ⓒ예술경영지원센터

곽아람: 얘기해줘서 고맙다. 창작자들과의 신뢰관계를 어떻게 쌓아가는지, 실질적으로 어떤 구체적인 과정을 실행하는지는 이후에 한번 더 얘기를 나누도록 하자. 마콜 샬렘 댄스하우스 (Machol Shalem Dance House)의 이브 (Eive)에게 묻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스라엘 출신의 무용가들을 좋아하고 그들 작품이 국제무대에서 큰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이스라엘의 현대무용 플랫폼인 인터내셔널 익스포저 (International Exposure)에 참석해 개성 있고 영리한 이스라엘 안무가들의 작품을 다수 감상했었다. 먼저 마콜 샬렘 댄스하우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부탁한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이브(Eiv Kristal, 이스라엘 / 마콜 샬렘 댄스하우스 / 프로젝트 매니저): 마콜 샬렘 댄스하우스 (이하 MASH)에 대해 설명하기 앞서, 먼저 예루살렘에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예루살렘은 굉장히 복잡하고, 복합적인 도시이다.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갈등이 발생하는 곳이다. 예루살렘을 종교적 상징으로 인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종교와는 무관하게 그저 살아가는/생활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사람들간의 신념 갈등이 지속적으로 벌어진다. 그래서 굉장히 정치적이며, 분열이 심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매 순간 이러한 복잡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예루살렘은 굉장히 흥미로운 문화 중심 지구이다. 6~7개의 규모 있는 예술학교들이 밀집해있고, 설립 된지 20-30년 된 실험적이고 대안적인 예술학교들도 있다. 이 곳 학생들은 상당히 친밀하고 작은 규모의 공동체를 형성하며 다양한 장르와 협업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정치적 현실 그리고 문화적으로 상당히 풍부하고 실험적인 양면성이 존재하는 도시가 예루살렘이다. 댄스하우스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작업을 하도록 하면서 그들의 작업, 작품이 예루살렘의 관객들과 어떻게 관계 맺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예루살렘의 모든 극장이나 축제들은 예루살렘의 관객들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항상 가질 수 밖에 없다. MASH는 창작자들을 지원하고 공연을 올린다. 주로 예루살렘 출신의 안무가들 작업을 지원하지만 다른 프로젝트들도 동시에 진행된다. 현재는 전통과 유대교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안무가들과 유대교 초-전통파 (ultra-orthodox)의 여성 무용수들로 이루어진 공연을 소개하고 있는데, 종교적인 이유로 여성관객 앞에서만 공연할 수 있는 특별한 케이스이다. 이밖에도 국제댄스위크를 개최하여 이스라엘 안무가들에게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주고 이 기간 내에 젊은 안무가들이 참여하는 국제대회(안무대회) 또한 진행하고 있다.

   


2019 서울아트마켓 초청 무용인사 좌담회 / 이브(Eiv Kristal, 이스라엘 / 마콜 샬렘 댄스하우스 / 프로젝트 매니저)
ⓒ예술경영지원센터

크리스티나(Cristina Carlini, 이탈리아 / 마르셰 테아트로, 인테아트로 페스티벌 / 국제프로젝트매니저): 마르셰 테아트로 (Marche Teatro)는 이탈리아 중부지방 마르셰의 지역 공공극장이다. 제작과 초청 등이 다양하게 이루어지며, 신진 안무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마르셰 테아트로는 국제 협력 프로그램에 특히 주력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탈리아 정부가 다른 국가에 비해 문화예술계 협력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특별한 점이다. 역사적으로, 특히 1977년부터 도시 외곽에서 진행해온 현대공연예술축제 ‘인떼아뜨로 (Inteatro)’를 기반으로 국제협력에 힘을 쏟고 있고 수도원 건물을 개조한 빌라나피 (Villanapi)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예술가 창작 지원 및 육성 사업이 진행되며, 7월 축제 역시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축제는 현대무용이 중심이 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장르적 특성 상 무용이 국제협력이 쉬웠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역시 좋은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방법이 필요할지 비슷한 고민과 논의를 계속 해왔다.

마르셰 테아트로의 예술감독은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크고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해서는 씨앗을 많이 뿌려야 한다고 말했다. 훌륭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항상 일어나는 일은 아니고 또 이를 위한 뚜렷하고 명확한 레시피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좀더 많은 예술가들이, 전문적인 스케일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장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앞서 에디가 언급한 것처럼 재정적, 시간적, 공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도 동감하는데, 특히 예술가들에게는 많은 시간과 적절한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는 예술가들이 일정 기간 이후, 작업을 공개해야 한다. 창작자들이 레지던스 기간 동안 작품의 어느 부분에 집중하는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발표하는 방식과 내용도 다양하지만, 극장의 모든 스태프들이 참여하여, 각기 다른 관점에서의 의견을 공유한다. 이를테면 나는 국제교류 담당자로서 그 작품이 국제 프로젝트로서의 가능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아주 초기단계부터 얘기해준다. 또한 하나의 작업, 작품을 긴 호흡을 가지고 작업해야 한다는 것을, 작업 초기부터 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최근 마르셰 지역의 신진 안무가들의 성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개인적으로 우리 기관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은, 축제에서 이런 신진 안무가들을 잘 소개하고 있다는 점인데, 특히 현대무용 부분에서는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많다.

곽아람: 격년으로 개최되는 이탈리아 댄스 플랫폼은 어떠한가?

크리스티나:이탈리아 댄스 플랫폼은 매번 다른 지역에서, 다른 기관의 주관으로 개최되는 NID 플랫폼인데, 이탈리아 정부가 공연예술계의 국제협력을 지원하는 몇 안되는 행사 중 하나이다. 아마 무용장르 자체가 공연예술계 중에서도 아주 작은 장르이기 때문에 어쩌면 정부 입장에서는 쉬운 선택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여전히 제한적이다. 중요한 해외 전문가들을 초대해도 결국 정부 지원 규모가 부족해서 이것이 실질적인 프로젝트 자체로 이어가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같은 기관들이 나서서 애쓰고 있다. 이탈리아 내 축제들 간의 협력을 통해 ‘크로싱 더 시 위드 아시아 (Crossing the sea with Asia)’ 같은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국내 아티스트들을 해외에 소개하고, 상호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정치적, 관료적인 문제들로 다양한 정부기관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문화계 국제협력 부분에서는 정부 보조금을 얻어내기 정말 힘든 상황이다.


2019 서울아트마켓 초청 무용인사 좌담회 /
크리스티나(Cristina Carlini, 이탈리아 / 마르셰 테아트로, 인테아트로 페스티벌 / 국제프로젝트매니저)
ⓒ예술경영지원센터

에디:사실 영국도 굉장히 비슷한 상황이다. 해외인사들과의 상호협력 관계를 어느 단계 이상 만들어가기 어렵다. 영국문화원 (British Council)이 다른 곳에 비해 지원이 활발하다고는 하지만, 유통과 상호 협력 방식과 정도에 대해 상당히 정치적이고, 특정 국가들에 한정되는 경우도 많다. 프로그래머들이 플랫폼에서 좋은 작품을 발견하고, ‘좋아, 그래서 우리가 이것을 초청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니?’라고 한다면 우리는 대답할 수가 없다. 해당 작품이 알맞은 시간에, 알맞은 국가로 가는 것이 아니라면 투어 하는데 지원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곽아람: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유럽에서 활동해온 발터 호인의 조인트 어드벤처 (Joint Adventures)와 탄츠플랫폼 (TANZPLATTFORM)이 궁금하다.

발터(Walter Heun, 독일 / 조인트 어드벤처 / 예술총감독): 먼저 두가지 시사점에 대한 의견을 말하자면, 하나는 창작자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게 끔 하기 위해 우리 기관들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냐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 지역, 우리 무용계에서의 작품의 이동성에 관한 질문이었던 것 같다. 이에 관련하여 상당히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다른 질문들도 존재할 것 같은데, 유럽에서의 이동성(Mobility)은 무용가들이 작품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90년대 초, 내가 국제협력 일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다양한 사람들, 예술가들과 만나며 새로운 대화의 장을 형성하는 것 자체를 중요하다고 느꼈다. 작품을 교환하는 차원이 아니라 다른 맥락과 관점, 의견, 공간에 대한 것을 공유하는 것, 이를테면 동시대적인 것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 같은 것들 말이다. 앞서 에디가 동시대성에 얘기했지만, 나는 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니체 (Friedrich Nietzsche)는 미래의 철학은, 현시대와는 맞지 않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러한 맥락에서 예술작품이 동시대성을 가진다는 것은, 어쩌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가 피어나는 시점에서는 그것이 너무 새롭기 때문에 아무도 이해를 못한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다가 작품이 점점 성숙해지고 메시지가 강력한 힘을 갖는 그 순간이 되어야 유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안무가 데보라 헤이 (Deborah Hay)는 자기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관객을 만나는데 60년이 걸렸다고 얘기했다.

뮌헨은 예루살렘과 반대되는 특성을 가진 도시이다. 뮌헨은 오히려 정치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편견 때문에, 사람들이 뮌헨의 예술작업들을 잘 보려 하지않는다. 베를린으로 가고 비엔나와 브뤼셀 등으로 가려는 것이 문제였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사회, 공동체에 누가 있고 무엇이 있고 어떤 질적 예술적 특징들이 존재하고 사람들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하는지 세심히 살피는 작업이 필요했다. 1980년대 뮌헨에는 흥미로운 작업을 하는 안무가들은 있었으나, 그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나 무용수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역주민을 겨냥한 지역축제를 개최했고, 안무가들을 모아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무용수 섭외를 도왔다. 이후 다른 문제들이 생겨 여러 변화를 겪었지만, 어쨌든 당시에는 그저 리허설을 할 공간이 필요했고, 지역 내에서의 존재감을 확보해야 했다. 다음 단계로는, 지역 밖 독일 내의 다른 예술가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느껴 1990년 전국단위의 현대무용 축제를 개최하여 독일 내 다른 도시들과의 협력과 교류를 하기 시작했다. 이 축제를 기반으로 각각 다른 도시의 예술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을 시작했는데, 이러한 교류가 일종의 장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외에도, 젊은 예술가들에게 일종의 지적 자극을 주기 위해 높은 레벨에 있는 안무가의 작품을 공동제작하기도 하고, 특정 주제와 조건을 내걸고 안무가들을 모아 공동제작을 시도하거나, 조명 워크숍 등을 개최하는 등, 그때그때 예술가들의 필요나 결핍에 따라 단계별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갔다. 강력한 피드백 또한, 예술가들의 창작을 발전시키는데 필수적인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기 씬, 자기 지역을 굉장히 섬세하게 살펴서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해야 하고, 많이 돌아다니며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어떤 요소들을 들여와야 할지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가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1994년, 한 국제 대회에서, 안무가 하나가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뮌헨의 프로듀서들에게 심사위원들을 스튜디오로 초청하여 작품을 쇼케이스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이후 우리는, 이것을 조금 더 규모 있게 키워 94년 베를린, 96년 프랑크푸르트, 98년 뮌헨에서 독일 댄스 플랫폼을 열기로 하였다. 당시 뮌헨에는 극장도 없었고, 예산도 없었지만, 앞서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에서의 플랫폼이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고, 실제로 시와의 갈등 끝에 예산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탄츠플랫폼은 독일무용계 전반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렇듯, 기관 간의 협력은 보다 넓은 범위로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서울아트마켓 (이하 PAMS)을 방문하고, 굉장히 좋은 시기에 진행되는 행사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는 서울거리예술축제  (SSIF),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 등과 같은 다른 축제들이 같은 기간에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AMS가 이 축제들과 함께 연계 협력하여 진행하고 이 관계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2년 안에 지금보다 3배 정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 플랫폼도, 초창기에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으나, 현재는 로베르토 카사로토 (Roberto Casarotto) 같은 세계적인 네트워커들이 있고, 이는 차근차근 성장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방법에 있어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갖고 있는 요소들과, 이에 따라 해외에서 들여야 할 것들을 어떻게 합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한국은 당장 작품을 투어 할 곳을 찾는 것보다, 해외에서 레지던시를 더 살펴보거나, 협력 파트너들을 들여오는 것이 더 우선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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