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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홍도>로 중동의 여심을 훔쳐라 - 2016 트래블링코리안아츠 아랍에미레이트(UAE) 아부다비 국립극장 진출기 2016-11-30

연극 <홍도>로 중동의 여심을 훔쳐라 - 2016 트래블링코리안아츠 아랍에미레이트(UAE) 아부다비 국립극장 진출기
 


▲ 연극 <홍도> 포스터 © 극공작소 마방진

▲ 연극 <홍도> 포스터 © 극공작소 마방진

순백의 칸두라를 걸치고 최고급 승용차와 호화로운 저택을 보유한 석유 부호.
검정색 아바야1)로 온몸을 꽁꽁 싸매고, 일부다처제라는 전근대적인 사회구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폐쇄적인 여성들.
황금빛 사막의 순수함과 상상을 초월하는 도시발전이 공존하는 꿈의 도시, 두바이.
필자가 생각하는 UAE(United Arab Emirates)의 이미지였다.
미지의 이국땅에서 한국의 대중 연극인 <홍도>가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 낼 수 있을까?
이번 트래블링코리안아츠 (Traveling Korean Arts, 우수프로그램 권역별 순회사업) 아부다비 공연은 이러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광복 전 한국 연극사에 히트작(‘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을 기반으로 하다

▲ ’2016 K-뮤지컬 로드쇼’ © 예술경영지원센터

극공작소 마방진에서 2014년 초연한 <홍도>의 원작은 1936년에 공연되어 광복 전 한국 연극사에 최대 관객을 동원했다고 알려진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원작 임선규)’이다. 이른바 신파극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홍도라는 기생 출신의 여성과 오빠인 철수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이다.초연 이후 2015년에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2016년에는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공연하였고, 전국의 12개 도시에서 초청 공연을 진행할 만큼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한국연극 베스트7,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는 등 평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작품을 본 국내외 관계자들이 해외 공연의 가능성을 언급하여 2015년부터 해외 진출을 타진하였고, 현재는 중국 순회공연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홍도>는 2015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의 순회 프로그램 중 하나로 선정 되었으며 2016년 개원한 주UAE한국문화원의 초청으로 본격적인 아부다비 공연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극장은 2,200석 규모의 아부다비 국립극장(Abu Dhabi National Theatre)으로 결정됐다. 

연극 불모의 도시, 아부다비

2016년 5월. 아부다비 국립극장의 극장장으로부터 기술 자료가 메일로 도착했다. 그 자료에는 수기로 작성한 극장 도면과 급조한 티가 역력한 장비리스트가 담겨 있었다. 이 자료들마저 ‘오래전 버전이라 실제와 다를 가능성이 크다’는 코멘트가 붙어 있었다.
이후 우리 기술 감독이 수차례 정확한 장비리스트를 요청했지만, 결국 셋업 당일, 공연장에 도착해서야 실제 장비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제야 부리나케 필요한 장비를 빌려야만 했다.
마방진에서는 <칼로막베스>라는 작품으로 이미 수차례의 해외 투어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나름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했었는데, 이번 투어의 경우에는 전혀 색다른 경험을 한 셈이다. 우리의 장비리스트 확인요청에 현지의 UAE 한국문화원 담당자가 수차례나 극장을 방문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인샬라(신의 뜻대로)’ 였다. 도대체 어디다 항의를 해야 할지를 모르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또 한 가지의 난항은 덧마루(스테이지 플랫폼)였다. 홍도의 무대 세트는 극장이 보유하고 있는 덧마루를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의 모든 공공극장은 상당 수량의 덧마루를 보유하고 있어 지금껏 수십 차례의 투어를 진행하며 무대 세트가 문제가 되었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아부다비 국립극장은 덧마루의 보유 여부를 사전에 파악할 수 없었다. 극장의 담당자는 ‘비슷한 형태의 구조물이 있다’라는 대답만 할 뿐, 사진조차 보내주지 않았다. 결국, 무대 세트의 다리부분은 현지 한인 업체에 제작의뢰를 했고, 세트의 상판만 항공화물로 운송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현지 사전답사가 단체 사정으로 무산되어 필자와 기술감독이 셋업 하루 전에 극장에 도착했고, 극장 반입구 앞에 쌓여있는 덧마루와 목재들을 보며 허탈해 할 수밖에 없었다. 

▲ 아부다비 국립극장에서 연극 <홍도> © 극공작소 마방진

▲ 아부다비 국립극장에서 연극 <홍도> © 극공작소 마방진

해결하지 못한 이슬람의 금기

4~5년 전으로 기억한다. 이란의 ‘파지르국제연극제(Fadjr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와 <칼로막베스> 의 초청공연을 논의했었다. 주최 측에서는 민소매 의상을 모두 바꾸고 여성들의 얼굴을 검은 천으로 가릴 것을 요청해서 단박에 거절했었다. 이번 아부다비 공연도 같은 이슬람 국가이기에 약간의 제약이 있을 것은 예상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제가 심각했다.
영문 대본을 아랍어로 번역하던 UAE 한국문화원 직원(현지인)이 대본상의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수정하지 않으면 공연을 보던 현지인이나 왕족들은 아마 중간에 퇴장할 거라고 했다. 주최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여성들이 술을 마시자고 말하는 장면-술 마시는 장면이 아니다-과 시아버지가 웃옷을 벗고 나오는 장면을 수정했다. 거기에 여배우들이 등장할 때 얼굴을 가릴 수 있게 장옷을 새로 제작하여 사용하였다. 그 외의 현지에서 자극적이라고 생각하는 단어들도 수정하였다.
하지만 딱 한 장면을 고선웅 연출가가 수용을 거부했다. 홍도가 처음 기생이 되려고 기생집 주인을 만나는 장면이었는데, 연출가는 ‘그 장면마저 수정하면 홍도의 굴곡진 삶을 표현할 수 없다’라는 의견이었고, 현지 직원은 ‘공연의 초반부인데 그대로 진행하면 왕족들이 바로 퇴장할거다’라는 의견이었다. 연극 <홍도>를 본 사람들이라면 궁금할 것이다. 이 연극에 어떤 장면이 자극적인가?
이 외에도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견들이 여럿 있었으나 대부분은 국가행사임을 고려하여 주최 측의 의견에 따르게 되었다.

▲ 아부다비 국립극장에서 연극 <홍도> © 극공작소 마방진

▲ 아부다비 국립극장에서 연극 <홍도> © 극공작소 마방진

절반의 성공과 가능성의 확인

우여곡절 끝에 아부다비에 도착했고 2회의 공연을 마쳤다. 현지의 관계자들과 관객들은 무척 좋은 평을 해주었다. 아바야를 쓴 채, 눈물을 흘리는 현지 여성들도 상당 하였고, 공연이 끝나고도 아쉬움에 객석을 떠나지 않는 관객들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필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첫 번째 아쉬움은 자막이었다. 한국 연극의 해외 투어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자막이라고 생각한다. 그간의 해외 투어에서 경험한 바가 있어서 이번에도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이번 공연에는 영어와 아랍어를 동시에 투사했는데, 번역 과정이 순조롭지 못했다. 짧은 준비 기간으로 영어 번역에 감수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아랍어 번역도 매끄럽지 못했다. 매번 중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시간에 쫓겨 챙기지 못하니 고질병이다.
두 번째 아쉬움은 장소의 문제이다. 아부다비 국립극장은 연극을 공연하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물론 아부다비에 연극 문화가 없다 보니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곳에서 ‘왜 기존 연극의 형태를 고집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둡고 답답한 극장을 벗어나 확 트인 야외무대에서 공연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드라마의 통용성’을 확인한 것이다. 미지의 중동에서도 연극으로 울고 웃는 관객들을 마주한 것. 특히나 한국의 유교 문화가 아랍 관객들에게 큰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발견한 점. 이번 아부다비 공연의 가장 큰 성과이다. 

  • 기고자

  • 고강민(극공작소 마방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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