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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뮤지컬 로드쇼 기회와 과제를 발견한 중국대륙 입성기 2016-10-28

K-뮤지컬 로드쇼 기회와 과제를 발견한 중국대륙 입성기
 


▲ ’2016 K-뮤지컬 로드쇼’ © 예술경영지원센터

▲ ’2016 K-뮤지컬 로드쇼’ © 예술경영지원센터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전이었다. K-뮤지컬 로드쇼 쇼케이스 공모에 내가 신청한 작품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동시에 선정된 작품들의 총연출을 맡게 된 것이다. 행사 당일까지 겉으로는 ‘내 작품은 떨어지고 남의 작품 팔러왔다’는 말을 농담처럼 했으나, 속으로는 누구보다 더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랐다.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공연시장

중국이라는 거대한 소비시장에 대한 일반적인 핑크빛 기대와는 달리 개인적으로는 중국만이 가진 여러 가지 걸림돌로 인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공연분야는 2000년대 중반에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중국진출을 시작했다. 그 중 CJ E&M이 대기업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대륙진출을 위해 지금까지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결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중국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 같다. 이번 행사를 통해 막연하게 생각했던 과제들이 조금은 또렷하게 보였다.

   

▲ ’2016 K-뮤지컬 로드쇼’ © 예술경영지원센터

▲ ’2016 K-뮤지컬 로드쇼’ ©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소개는 물론, 중국시장에서 세일즈포인트 찾아가기

올해는 총 8편의 작품이 선정되어 중국 공연관계자들에게 소개되었다. <영웅>, <마이 버킷 리스트>, <구름빵>, <셜록홈즈>는 25분간의 실연으로, <신과 함께 가라>, <마타하리>, <캣 조르바>, <아리랑>은 15분간의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선정되었다. 내가 연출을 맡고 처음 제시한 것은 프리젠테이션 팀도 PT 말미에 최소 1곡 정도는 실연을 하자는 것이었다. 공연을 직접 만나보지 않고 설명으로만 알게 한다는 것이 어떤 방법이 되던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준비과정이 다소 복잡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과가 있었다. 짧지만 오히려 임팩트있게 소개되었고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특히 <캣 조르바>의 경우 여러 번의 PT 내용수정을 거쳐 중국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도 받게 되었다. 처음 받아본 내용은 융복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는데, 이를 중국 프로듀서들이 관심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수익구조라는 장점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쇼케이스 전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캣 조르바는 소개 후에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 왼쪽 위에서부터 <영웅>, <신과함께가라>, <마이버킷리스트>, <마타하리> © 예술경영지원센터

▲ 왼쪽 위에서부터 <영웅>, <신과함께가라>, <마이버킷리스트>, <마타하리> © 예술경영지원센터

막연함과 긴장감이 확신으로 다가온 행사결과

행사 첫날 오프닝 세레모니 후에 시작된 첫 공연은 뮤지컬 <영웅>이었다. 25분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연 중 태극기를 흔드는 장면에서는 한국인으로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유창한 중국어로 작품을 소개하고, 일부 대사를 중국어로 하는 등 잘 준비된 <신과 함께 가라>의 PT와 실연, 현장중계를 활용해 콘서트 느낌을 충분히 담아낸 <마이버킷리스트>와 글로벌 프로젝트로 제작된 대형 뮤지컬 <마타하리>의 화려한 제작, 홍보 영상을 활용한 PT와 김소향 배우의 열창으로 마무리한 첫날 행사는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 왼쪽 위에서부터 <구름빵>, <캣조르바>, <셜록홈즈>, <아리랑> © 예술경영지원센터

▲ 왼쪽 위에서부터 <구름빵>, <캣조르바>, <셜록홈즈>, <아리랑> © 예술경영지원센터

이튿날은 하나의 작품을 네 가지 형태와 규모의 공연으로 확장한 <구름빵>을 영상으로 간략히 소개한 후 영어뮤지컬과 동요콘서트 버전을 섞어 20여 분의 공연으로 시작하였다. 이어서 <캣 조르바>의 PT와 2개 장면을 실연하고, 1탄과 2탄에 이어 3탄까지 시리즈로 준비 중인 <셜록 홈즈>만의 특색을 소개하였다. 마지막으로 고선웅 연출의 호소력 충만한 <아리랑> 작품소개와 10분간의 공연소개 영상에 이어, 서범석 배우의 뛰어난 가창력과 뭉클한 연기로 마무리하였다.

아무래도 올해는 처음으로 하는 행사라 준비과정이 만만치 않았는데, 최근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되면서 불안감이 가중되었다. 실제로 수많은 중국 현지 공연과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허가도 어려웠고, 언론에서는 K-뮤지컬로드쇼의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하게 되었다. 애초 예정이던 공연장도 아니고, 일정도 조금 수정되었지만 이렇게 추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강력한 추진력이었다.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가니 마치 문제가 많았던 행사처럼 보이지만, 실로 이번 행사는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면 좋겠다. 뜨거운 반응과 호평에 함께 한 모든 분과 나 또한 너무나도 들떴지만,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내년 행사에도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세밀한 준비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벌써 머리가 복잡하다.

▲ ’2016 K-뮤지컬 로드쇼’ © 예술경영지원센터

▲ ’2016 K-뮤지컬 로드쇼’ © 예술경영지원센터

百聞而 不如一見(백문이 불여일견)

중국 공연시장의 급성장과 다양한 요구들에 대해 다른 프로듀서들로부터 많이 전해 들어왔다. 실제로 중국 시장에 사활을 걸고 뛰는 몇몇 프로듀서들의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익히 들어왔지만, 그 규모나 실적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뮤지컬 <맘마미아>에 CJ E&M이 참여했다는 것, 혹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중국 배우들로 공연되었다는 것, 최근에 뮤지컬 <빨래>가 개막하자마자 중단되었다는 것 등 이러한 단편적인 정보들만이 내가 아는 전부였다. 중국도 자녀에 대한 지극한 교육열로 어린이 공연에 대한 수요가 많고, 한국의 제작사들과 함께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많다는 정보도 접했었다. 그런데 중국 현지에서 많은 제작자를 만나보니, 실제로 중국 공연관계자들의 관심이 상당함을 알 수 있었다. 하루에 800명이 넘는 관계자들이 이틀 연속 쇼케이스 공연을 보러 온 걸 보면 우리 뮤지컬에 관한 관심은 이미 지대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이번 행사의 성과의 핵심은 한국 뮤지컬의 우수성을 중국 공연관계자들이 눈과 귀로 직접 확인했다는 것이다. 조금은 열악한 환경인지라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었지만, 한국 뮤지컬의 배우, 스탭, 프로듀서들의 능력이 이 정도라는 것을 그들의 눈앞에 확인시켜 준 것이다.

내년에 뮤지컬 <위키드> 중국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제작사 대표는 같은 작품을 한국에서 공연하면서 4개월 동안 2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많이 전수 받고 싶다고 했다. 

▲ ’2016 K-뮤지컬 로드쇼’ © 예술경영지원센터

▲ ’2016 K-뮤지컬 로드쇼’ © 예술경영지원센터

知彼知己 百戰百勝(지피지기 백전백승)

이틀간의 짧은 행사를 마치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 대해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접근했다면 이제부터는 그들의 니즈를 자세히 파악해서 더 세밀한 준비로 부딪혀야 하고, 올해처럼 8편의 작품을 투어, 라이선스 방식으로 판매하는 단순한 접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그들은 우리 작품 자체에도 관심이 있지만, 우리의 인프라와 제작노하우를 전수 받고자 하는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듀서의 기획,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공동제작 등의 방식을 연구하고, 크리에이티브 및 기술 스태프의 참여 시 로열티 등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우리 배우들에 대한 부러움이 상당하다. 이미 한국의 실력 있는 배우들이 영국과 일본에서 언어를 뛰어넘었던 예가 있듯이 중국의 언어 장벽을 해소하며 배우들이 중국에 진출할 방법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중국의 자본이 우리 제작사를 향할 때 안전하고 좋은 조건으로 담을 수 있는 전략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큰 나라다. 이번 K-뮤지컬로드쇼를 통해 포화상태에 근접한 한국 뮤지컬 시장을 넘어 큰 시장으로 진출할 첫 번째 디딤돌을 놓았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중국대륙을 겨냥한 다양한 전략과 전술로 무장한다면 무사히 대륙에 안착할 것으로 확신한다.

  • 기고자

  • 정인석 (아이엠컬처 대표이사, 2016 K-뮤지컬 로드쇼 쇼케이스 총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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