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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와 함께한 8년의 노마드 지도 2016-09-27

달래와 함께한 8년의 노마드 지도
 


2009년, 프랑스 샤를르빌에서 ‘달래’를 처음 만났던 때를 잊을 수가 없다. 너무나 보잘것없어 보이던 소녀가 프랑스의 많은 관객에게 큰 환호를 받았던 그 순간을. 그 이후로도 나는 ‘달래’와 2년을 함께 여행했었다. 지금은 다른 곳에서 청소년 극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만, ‘예술무대 산’과 ‘달래’를 생각하면 고향이 생각나고, 그리워진다. 예술무대 산의 조현산 대표님을 인터뷰 하러 가는 이 날도 그렇게 고향을 가는 것처럼 설레었다.
그 길에, 몇 가지 키워드가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진심, 인연, 결실, 꿈, 공동체, 보편성, 근원, 시간과 공간

▲ 예술무대 산 © 공식홈페이지

▲ 예술무대 산 © 공식홈페이지

#진심

‘달래이야기’가 올해로 8년째 되었다. 지금까지 해외 몇 개국에서 공연 했나? 그리고, 지금도 많은 곳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달래이야기’ 작품의 생명력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2009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25개국 50개 지역에서 공연했다. 정말 이렇게까지 길게 사랑받을지 몰랐다. ‘달래이야기’의 생명이 참 긴 것 같다. 그 생명력의 원천은 ‘진심’인 것 같다. 완벽히 훌륭한 작품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 가장 큰 미덕은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극단의 레퍼토리 중에 가장 오래 공연했고, 가장 연습도 많이 하는데, 가장 많이 힘들고, 긴장하는 작품이 ‘달래이야기’이다. 관객들이 우리가 쌓아가고 있는 시간을 함께 느끼는 것 같다.
사실 대단한 스펙터클이 없지만, 인간의 삶 속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것은 바로 일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느끼고 사는 평범한 일상.
총, 칼 든 전쟁이 아니라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수없는 전쟁과 갈등 속에 살고 있지 않는가. 거대한 아젠다가 우리를 둘러싸 있지만, 정말 소중한 것은 우리 삶을 지속시켜주는 일상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관객이 이러한 부분에 공감해주는 것 같다.

#우연과 필연

‘달래’는 특별한 인형이자, 대단한 연기자 같다. ‘달래’를 만날 때마다 숨겨놓았던 어릴 적 느낌들이 살아나는 것 같다. ‘달래’는 어떻게 왔고, ‘달래’가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달래’가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재미있는 것은 ‘달래이야기’의 구조가 단순한데, 모두 자기 삶과 경험에 비추어서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것이 전쟁이 아니라 하더라도 관객의 삶, 고통, 견딘 시간을 ‘달래’를 통해서 많이 투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은 가장 약한 존재, 어린 아이이자, 소녀인 것으로 설정된 부분도 큰 부분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우리에게도 ‘달래’는 인형이 아니라, 동료, 가족 같다. 

‘달래’는 여러 과정을 지나서, 2009년에 탄생했고, 그때부터는 하나의 인형과 함께하고 있다. 사람들은 인형을 만드는 기술이 있으면 똑같은 인형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똑같은 인형은 어렵다. 예를 들어 ‘달래이야기’의 강아지는 네모난 보자기로 만든 것인데, 여러 강아지 인형을 만들었는데, 최종적으로 막 연습하다가 즉흥적으로 만든 것인데, 그 이후로 똑같이 하려고 했지만, 그 인형 느낌이 안 나더라. 사람도 생명이 있지만, 인형도 생명이 있는 것 같다. 가끔 그 생명이 영원하진 않을 텐데 언제까지 같이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한다. 

▲ <달래이야기> © 예술무대 산

▲ <달래이야기> © 예술무대 산

#반복과 결실

‘달래이야기’ 작품이 나오게 된 과정은 어떠하고, 예술무대 산의 작업방식은 어떠한가?

‘달래이야기’가 나오기까지는 어디가 출발이라고 하기는 어려운데, 2002년에 전쟁 소재 공연을 만들었고, 또 다른 버전을 만들었고, 그리고 ‘달래’를 종이로 만들고, 또 다양한 형태로 만들다가 2009년에 ‘달래이야기’로 공연의 형식과 방향도 모이게 되었다. 이렇듯 우리가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주제를 정하고, 지속해서 제목을 바꾸는 등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이다. 맨 처음 정한 주제가 숙성의 시간을 계속 갖게 되는 것이다. 가끔은 작가도, 연출도 바뀌어서 완벽히 다른 작품이 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 한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반복적이고,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지만 그 세월의 공력이 작품 속에 쌓여가는 것이 느껴진다.      

#보편성

전 세계 곳곳에서 공연했는데, 인상 깊었던 해외 관객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나라마다 반응은 천차만별이었지만, 대부분 다 공감해주었다. 늘 따뜻하게 환대를 받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 후기 중 하나가 있다. 일본관객 중에서 아내가 남편이 직장을 다니는데 무척 무뚝뚝해서 집에 오면 TV보고, 밥 먹고 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아내가 ‘달래이야기’가 너무 보고 싶어서 사정해서 남편과 같이 공연을 보고 갔었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이 특별히 감상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데, 그날은 남편이 TV를 보지 않았고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가 무척 인상 깊었다.

남미 브라질에서는 800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했는데, 공연이 끝나고 무대를 내려 왔는데도 너무 열광적으로 박수를 쳐서 무척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입장 못한 관객은 공연을 야외에서 모니터로 보고, 우리 공연이 축제 같은 공연은 아님에도 축제처럼 즐긴 경험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동유럽 에스토니아 광장야외무대에서도 쇼케이스를 했었는데, 처음에는 사실 뜨거운 여름날에 시끄러운 야외공간에서 우리 공연을 하는 것이 안 맞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갑자기 조용해졌고, 특히 10분~15분 동안은 관객들의 집중도가 엄청났는데, 그 정적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관객들이 다가와서 다양한 질문도 해주었고 또 그들이 느낀 여러 가지 소감을 듣기도 하였다.  

#공동체

예술무대 산의 창립멤버(조현산 대표, 오정석 기획실장)가 함께 한 지 15년 가까이 되었다고 들었다. 대단하다. 어떻게 지금까지 함께 할 수 있었나, 그 비결은 무엇인가?

우리도 신기하다. 우리는 언제든지 갈라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자고 한다. 수도 없이 싸우고, 위기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이상을 공유하는 부분이 큰 것 같다. 우리는 지금 함께 작업하는 배우와 스탭들이 ‘예술무대 산’을 각자가 하고 싶은 도구로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예술무대 산’은 궁극적으로는 인형이라는 메소드를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정신적, 물리적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개인의 것이 아니라,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 공간, 공동체였으면 한다. ‘예술무대 산’의 뜻처럼 살아있는 공연을 실험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 <달래이야기> © 예술무대 산

▲ <달래이야기> © 예술무대 산

#인형, 인형극

인생에서 처음에 왜 인형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사실 인형극에 대한 편견도 꽤 많은데, 인형극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형이 대개 원시적이고 직접적이지 않나. 처음 선택할 때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지금 뒤돌아보니 그래서 매력을 느낀 것 같다. 여백이 많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관객과 만날 때 인형은 더 여백을 많이 보여주는 예술인 것 같다. 다른 예술 장르와의 차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여백을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인형이 표정이 없지 않나. 그 여백을 관객이 채워가는 것이다. 관객은 상상한다. 달래가 표정이 없는데, 관객들이 달래 표정 이야기를 많이 한다. 특별히 코와 입, 눈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데 관객들이 읽어내는 표정 이야기가 참 신기한 지점이다. 마치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는 인물의 모습, 냄새, 배경 등을 다 상상하지 않나. 상상력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표현수단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형극이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매력이 확실히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것들을 계속해서 발견하고 싶다. 인형극을 하는 세월이 쌓여 그 인형극의 매력(여백, 상상력의 발견)에 빠지게 된 것 같다. 

사실 인형극을 장르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이 메소드를 사용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내가 관심 있고, 잘하는 것이 인형이었기 때문에 이것을 하는 것이다. 무용, 마임 등 여러 장르에서도 인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나. 직관적이고, 시각적인 것으로 전 세계 연극 흐름이 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형을 기능적, 장르적, 수단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우리 현실이 아쉽다. 

인형이 가진 근원적인 매력이 있다. 원시적이고, 스펙트럼이 넓다. 그 원시성에서 우리는 계속 생경함을 발견해나간다. 다른 장르와 좀 더 섞이고, 표현되고, 연구되고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매력을 많이 발견해내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도 인형에 대해서 연극의 또 하나의 메소드로서 다양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준비와 검토가 더 이루어지면 좋겠다.

#노마드

이번 서울아트마켓의 타겟은 중동이다. 팸스초이스에 선정된 소감 및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번에 팸스초이스에 처음 선정되어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그간 <예술무대 산<은 그동안 유럽과 아시아쪽으로 공연투어를 많이 다녔다. 이번에 서울아트마켓에서 중동을 타겟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부분에 기대가 크고, 중동지역 초청손님들이 <달래이야기> 공연을 보고, 어떻게 느낄지 무척 궁금하다. 달래가 중동지역의 관객과 만날 날을 기다린다.

공연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느낌은 어떠한가. 8년의 여정 동안 각기 다른 나라에서 열정적인 반응을 얻고 한국에 돌아오면 어떠한지 궁금하다.

그 순간에는 보람, 기쁨을 다 느끼는데, 그런 만큼 부담도 많이 생긴다. 우리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좀 더 많이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작품도 생명처럼 느껴지는데, 이 수명이 언제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까. 오래 살아있길 바라는데,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것을 찾아가고 있다.

앞으로 어떠한 계획이 있는가?

‘달래이야기’로 9월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그리고, 캐나다 팀과의 합작인 ‘박스’가 내년에 캐나다 2개 페스티벌에 참가할 예정이다. 신작으로는 오는 10월에 ‘굿나잇 앨리스’를 공연할 예정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주제로 공연이 아닌 체험, 전시, 퍼레이드 등의 작업을 했었는데, 이제는 다시 공연으로 만들고 있다. 이렇듯 하나의 이야기에 대한 그냥 하나의 ‘공연’이 아닌 ‘경험’으로서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재밌는 것 같다. ‘굿나잇 앨리스’는 4~5세 아이들의 애착인형, 잠자기 싫어하는 아이를 소재로 인형과 영상을 접목해서 실험하고 있다. 홀로그램, 3D Mapping 등 다양한 영상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 <달래이야기> © 예술무대 산

▲ <달래이야기> © 예술무대 산

2009년 처음 만난 ‘예술무대 산’은 나에게 늘 소박한 감동을 주었다. 몇 년의 세월이 만난 현재도 ‘예술무대 산’은 억지가 없었다.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그들이 한 작업을 대단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낳은 우연을 믿고, 그것을 필연으로 만들어 작업 하고, ‘달래이야기’와 함께한 8년의 노마드의 여정동안 쌓인 시간과 공간을 차분히 응시하는 힘이 있다. 그것은 인형을 통한 여백과 상상의 경험으로 관객을 이끌어주는 힘과도 분명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예술무대 산’의 15년이 가능했던 것이고, 앞으로도 더욱 증폭, 확장되리라 믿는다. 천천히, 차분히.

  • 기고자

  • 김미선 ((재)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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