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유일한 색깔로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안무가 안성수 2016-08-18

유일한 색깔로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안무가 안성수
 


안성수 픽업그룹이 올해로 세 번째 팸스초이스로 선정되어 <혼합> 공연을 앞두고 있다. 우리의 전통 음악과 춤사위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얼마 전 파리 샤이오 국립극장에서 초연했는데, 그동안 여러 해외무대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선보였던 안성수의 작품 중 특히 가장 큰 호응을 받았다. 줄리어드스쿨 재학 당시 안성수 픽업그룹을 창단, 뉴욕을 베이스로 전문무용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우리나라 고유의 무용계 문화와는 차별적인 길을 걸으며 안성수만의 독보적인 예술성을 구축해왔다. <혼합>을 위해 평소 너무 좋아했던 김소희 명창의 음반을 거의 모두 들었다는 그를 만나 작품에 대한, 그리고 안무가 안성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필자와 안성수 안무가 © 이강혁

▲ 필자와 안성수 안무가 © 이강혁

20여년전 뉴욕 유학 당시 안성수 픽업그룹을 창단해 현재까지 그룹을 이끌어오고 있다. 창단하게 된 계기와 초창기 활동을 소개 부탁한다.

줄리어드스쿨에서 공부할 당시, 학교에서 쇼케이스를 자주 가졌다. 작품 만드는 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창작물을 선보이는 시간이었는데, 내 작업을 동료나 선생님들이 좋아해 주더라. 그러던 중 댄스 시어터 워크숍(Dance Theater Workshop)에서 개최하는 프레시 트랙(Fresh Tracks) 프로그램에 지원 했고, 당선됐다. 그 공연이 안성수 픽업그룹의 첫 프로페셔널 무대였다. 그렇게 학교 동료들과 작업하다 졸업 후에는 사회에서 만난 무용수들과 작업을 이어갔다. 그때부터 나는 음악을 표현하는 데에 많은 집중을 했다. 그러다 보니 빠르게 잘 움직이는 무용수들을 만나 작업을 해왔던 것 같다.

무용에는 뒤늦게 입문했는데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1년 반 정도 다니다가 군대를 다녀왔고, 그 후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 마이애미 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그곳에서 1년 반 정도 공부해보니까, 이론 위주의 수업이 특별히 재미가 없었다. 어느 날 수업 후 운동을 하는데, 몸이 좀 굳어 있어 고민하던 내게 친구가 발레 클래스를 추천했다. 그곳에 가면 스트레칭 하는 시간이 있다고. 그렇게 무용 수업을 처음 듣게 됐다. 처음에는 스트레칭 하다가, 호기심이 생겨 다른 수업들을 들어보았다. 내 몸을 스스로 움직여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너무 좋았다. 

성인이 되어 처음 무용수업을 접하고, 몸을 움직인다는 게 어색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무용이라는 게 막연히 어려워 보일 수는 있지만, 당시 내가 접할 때는 높낮이, 시간, 빠르기 등 확실히 글로 써서 전달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힘들거나 어색한 점은 없었다. 우리나라처럼 다리를 높이 들거나 하는 테크닉 위주가 아니었다.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뉴욕으로 건너간 것인가

마이애미에 있을 때 줄리어드 무용과 교수가 학교를 방문했었는데, 내게 관심을 보였었다. 1년 후 학교에서 줄리어드 입학 오디션이 개최되었고,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합격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무용을 시작했다. 줄리어드를 3년 만에 마친 후, 뉴욕을 베이스로 5년 정도 활동했다. 무용단도 점점 커지고, 많은 주목을 받았다. 조이스 시어터(Joyce Theater)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귀국했다.  

뉴욕 활동 당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아메리칸 댄스 페스티벌(American Dance Festival)에서 안무가와 작곡가를 매칭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거기에 안무가로 선정되어 작곡가, 무용수들과 4주 동안 작업했다. 그때 만든 <빔(BIM)>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 작품도 특별한 내용이 있기보다는 음악에 관한 것, 높낮이와 방향, 빠르기 등에 중점을 둔 작품이었다.  

한국의 대학 중심의 무용문화에서 성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작업스타일도 다르고, 결과물도 다르다. 획일화된 국내 무용계에 새로운 방향을 열었다고 볼 수 있는데

나도 나를 이끌어주는 멘토가 있었다. 전 줄리아드스쿨 무용원 디렉터이자 네덜란드 댄스시어터(Nederlands Dans Theater) 창시자인 고(故) 벤자민 하카비(Benjamin Harkarvy)가 그분이다. 다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그분은 내게 제시만 했을 뿐 직접 안무를 가르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홀란드 댄스 페스티벌(Holland Dance Festival)에서 공연할 작품을 만들라고 제안을 했지만 내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와서 이런저런 조언이나 간섭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초연 전까지는 작품을 보자는 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누구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모든 것을 내 경험을 토대로 했고 그것이 국내 무용계와 차별화되는 점이 아닌가 싶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자들을 양성하는 데에 있어 본인의 경험이 교육자로서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었겠다

그렇다. 나는 제자들에게 직접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실질적으로 내 것을 가르친 제자들은 18년 교직생활 중 열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무용가로서 생존하는 것, 그것 한가지다. 무용이라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춤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창작자’가 되라고 말한다. 동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연장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우리학교 전문사 과정에는 춤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은데, 오히려 그들이 이러한 창작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 안성수 안무가 © 이강혁

▲ 안성수 안무가 © 이강혁

제자들의 공연을 본 후, 피드백 하는 편인가

작품은 보러 가지만, 내 의견은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본인들이 스스로 경험해야 알 수 있지,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욕심을 조금 버리고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영화의 경우, 재미있는 것이 있고 재미없는 것이 있지 않나. 그렇다면 재미있는 영화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란 것이다. 이것은 나 스스로 늘 하는 말이기도 하다. 욕심이 많으면 설명이 길어지고, 결국 작품은 지겨워진다. 

국내외 타 장르 예술가들과의 협업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 정구호 디자이너와는 몇 차례 연출가/안무가로 만났고, 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그리고 핀란드 서커스 예술가들과 작업했다. 이러한 협업은 안무가로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

협업의 좋은 점은 마치 집을 쌓는 것과 같다. 나는 여기에 이것을 하고, 너는 저것을 하고. 협업하는 사람과의 전문성은 서로 터치하지 않는다. 두 명이 함께 최선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나만의 방법은 뒷전에 두고, 서로의 것을 존중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해외 페스티벌이나 아트마켓에 종종 참여하고 있다. 지금껏 어느 무대에서 공연해왔으며, 관객들과 현지 관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과거 서울아트마켓 팸스초이스에서 <장미>를 선보인 후 폴란드에서 초청을 받아 다녀왔고,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 Interantional Performing Arts Project)에서 주최한 ‘Kore-A-Moves’를 통해 2회에 걸쳐 15일간 유럽 극장 투어를 했다. 공모를 통해 캐나다 시나르(CINARS; Commerce International des arts de la scene)에 다녀왔고, 그것을 통해 멕시코에서 초청을 받아 공연했다. 그리고 얼마 전 프랑스 샤이오 국립극장(Theatre national de Chaillot)에서 <혼합>을 초연했다. 현지 반응은 늘 좋았다. <장미>는 역동성을 좋아했고, <볼레로>는 한국적인 요소들을, <몸의 협주곡>은 재지(jazzy)함을 좋아했다. <혼합>의 경우 전통적인 요소가 가장 많은 작품이어서인지, 반응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 <혼합> © 안성수 픽업그룹

▲ <혼합> © 안성수 픽업그룹

이번 팸스초이스에서 공연하게 될 <혼합>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프랑스 샤이오 국립극장의 프로그래머 자흐모 펑틸라(Jarmo Penttila)가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몇 년간 한국을 방문해 거의 모든 작품을 봤다고 했다. 3년 전에 내 작품을 본 그가 내게 신작을 만들어달라 했다.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행사인 만큼 한국을 잘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 작업을 위해 한국 전통음악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김소희 명창의 음악을 거의 다 구매해서 들었다. 흔하지 않은 음악들, 그리고 내가 주로 사용해오던 중동의 타악기 소리를 사용했다. 한국무용의 팔 사위를 기본으로 춤사위를 변형시켰고, 칼을 소품으로 사용했다. 네 명의 한국무용을 전공한 무용수와 한 명의 힙합을 했던 무용수가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혼합>은 ‘굿’, 테러 등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기리는 굿이다. 

혼합한 춤은 어떤 움직임인가

내 마음에 드는 움직임이다. 나는 무용수와의 협업을 좋아한다. 작업 과정을 예를 들자면, 힙합무용수인 장경민에게 전체적인 그림을 주며 힙합 즉흥을 하도록 한다. 그리고 전통무용수에게 어느 동작을 하게하고. 영상을 녹화한 다음에 집으로 돌아가 수정할 부분을 체크한 후 무용수들에게 다시 알려준다. <혼합>의 경우 구상 단계에서부터 초연까지 3년이 걸렸다. 

최근 몇 년간 팸스초이스에는 주로 젊은(신진) 안무가가 선정, 공연되어왔다. 아이디어 면에서는 신선하나 예술적 완성도면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올해 안성수 픽업그룹이 포함되어 개인적으로 기쁘다. 소감이 어떤가

매우 기쁘다. 나 역시 되도록 젊은 안무가를 지원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열심히 작업해오고 있고, 해외 투어도 해야 하니 팸스초이스는 매우 좋은 기회인 것이 사실이다. 투어하는 데 있어 팸스초이스가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 우선 바이어들의 관심을 살 수 있고, 초청 시 항공비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요즘엔 항공비 지원을 받지 못하면 축제에 가기 힘들다. 이전에 <장미> 역시 팸스초이스를 통해서 많은 해외 공연을 이뤄냈었다. 올해 <혼합> 역시 좋은 결과를 기대 중이다.

▲ 안성수 안무가 © 이강혁

▲ 안성수 안무가 © 이강혁

앞으로 국내외 활동 계획은

나는 항상 10주년 단위로 계획을 짠다. 지금까지는 잘 되어왔다. 마지막 10년 계획은 외국 컴퍼니 안무작업을 하는 것이다. 내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서양무용 컴퍼니를 통해 한국의 문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싶다. 과거 내가 뉴욕에서 시작했을 때와 현재 20여년이 지난 지금 나의 안무는 또 다르다. 훌륭한 서양 테크닉을 가진, 유럽의 컴퍼니와 작업하고 싶다. 현재 장기적인 관점으로 추진 중이다. 올해 탄츠메세(Internationale Tanzmesse NRW)에서 미팅도 예정되어 있고. 사실 이러한 협업이 타이밍이 중요한데, 지금이 좋은 시기인 것 같다. 현재 유럽이 아시아 쪽을 원한다. 단순히 유럽 컴퍼니와 작업해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인 것을 혼합한 서양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그게 현재 내 계획이다. 

ⓒKAMS



  • 기고자

  • 임수진 (무용월간지 몸 편집장)

Tag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