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진화하는 예술마켓, 다양성을 녹여내는 밝은 에너지 2016-03-22

진화하는 예술마켓, 다양성을 녹여내는 밝은 에너지
[축제/마켓] 오세아니아 국제공연예술행사


남반구의 계절상 호주와 뉴질랜드의 2월~3월은 축제 시즌이다. 한여름에서 선선한 가을로 접어드는 2월과 3월에 호주와 뉴질랜드의 주요 도시들은 크고 작은 축제들로 활기가 넘친다. 지난 2월 필자는 호주의 브리즈번에서 열린 호주공연예술마켓에 참가하였고, 이어 뉴질랜드 테마누카타우(Te Manu Ka Tau)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짧은 기간이지만 뉴질랜드 페스티벌과 오클랜드 아츠페스티벌을 방문하였다. 

2주가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단지 세 개의 예술행사를 방문한 것만으로 오세아니아 국제공연예술행사의 동향을 언급하는 건 무리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향후 오세아니아 지역의 투어써클 형성 및 협력의 가능성을 위한 기초정보로서 방문했던 행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마켓(market)에서 미팅(meeting)으로, 거래의 장이 아닌 대화의 장으로



호주공연예술마켓 (Australian Performing Arts Market, APAM)
2014년에 이어 브리즈번에서 두 번째로 개최된 호주공연예술마켓(Australian Performing Arts Market, 이하 APAM)은 2월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4개의 장소에서 개최되었다. 마켓은 호주와 뉴질랜드 43개 팀의 예술가와 예술단체가 참여한 73회의 쇼케이스, 15편의 피치,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던 27회의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참여한 예술가는 모두 262명, 전 세계 31개 국가에서 온 641명의 델리게이트가 브리즈번에 모였다. 올해 주빈국은 캐나다와 뉴질랜드였다. 다음 APAM은 2018년 2월 19일부터 23일까지라고 한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공연예술을 보여주는 쇼케이스와 피치 프로그램은 장르적으로 잘 안배되어 있어 델리게이트들의 서로 다른 관심사를 배려한 것이 느껴졌다. 또한, 국제적으로 이미 평판을 얻고 있는 단체들의 새로운 작품과 신진예술가들의 작품을 함께 배치하여 보다 넓은 스펙트럼에서 작품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놀라웠던 것은 정교하게 잘 짜인 네트워킹 프로그램이었다. APAM에 처음 방문한 초보 델리게이트들을 위한 가이드는 물론, 브리즈번의 예술가들을 호스트로 매칭한 그룹을 조직하여 많은 인원 속에 방황하지 않고 편안하게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프로그램이라면, 특정 주제를 보다 심도 있게 토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세부 직군별 다른 니즈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프로그램, 더 깊은 네트워킹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1대1 미팅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수준과 방식으로 참가자들의 네트워킹을 유도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프로그램들 사이의 비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까지도 낭비하지 않고 전투적으로 이야기할 사람을 찾아 소통하는 델리게이트들이었다. 

호주공연예술마켓 (APAM) <라운드테이블> ©이란희

호주공연예술마켓 (APAM) <줌인> ©이란희

호주공연예술마켓 (APAM) <라운드테이블> ©이란희 호주공연예술마켓 (APAM) <줌인> ©이란희

올해 APAM의 전체적인 방향성은 첫날 기조연설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4명의 기조연설자 중 한 명이었던 홍콩의 기홍 로(Kee Hong Low)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발췌하여 보여주었다. 

"I’m sorry if this seems strange, but I’m trying to have a conversation with someone I wouldn’t normally get to speak with."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나는 내가 평소에 이야기하지 않을 것 같은 누군가와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문구는 APAM의 방향성, 그 자리에 모인 델리게이트들의 마음가짐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결국, APAM이라는 예술마켓의 기능은 ‘거래’보다는 ‘대화, 미팅, 아이디어의 공유 및 교환’에 더욱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더욱 그러하리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 APAM 개최 장소
브리즈번 파워하우스 (Brisbane Powerhouse)
호주 퀸즐랜드 주의 중심도시 브리즈번을 가로지르는 브리즈번 강 변에 위치한 1920년대의 거대한 발전소를 리노베이션했다. 현재는 음악, 코미디, 무용, 시각예술, 연극 등을 위한 예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퀸즐랜드공연예술센터 (Queensland Performing Arts Centre, QPAC)
호주의 대표적인 복합공연예술 공간 중 하나. 작품을 프리젠팅할 뿐 아니라 제작시스템을 갖추고 전 세계의 예술가, 프로듀서, 프리젠터들과 협력하고 있다. 호주의 대표 어린이 예술축제인 아웃 오브 박스 페스티벌(Out of the Box Festival)의 운영주체이기도 하다. 

주디스 라이트 현대예술센터 (Judith Wright Centre of Contemporary Arts)
주디(The Judy)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주디스 라이트 현대예술센터는 서커스, 현대무용, 카바레, 음악 및 시각예술 등 컨템포러리 예술장르를 주로 다루는 공간으로, Circa, Expressions Dance Company, Carbon Media, Institute of Modern Art 등의 단체가 상주하고 있다.



◈ 연계행사

월드씨어터 페스티벌  (World Theatre Festival, WTF)
APAM 기간에 맞춰 열리는 국제 연극 축제로 브리즈번 파워하우스에서 주최한다. 올해는 2016년 2월 18일부터 27일까지 호주, 벨기에,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한국, 뉴질랜드, 대만, 영국, 미국 등에서 참가한 12개 작품이 공연되었다. 한국과 호주 예술가들이 함께 만든 <심청: 물에 빠진 딸(Shimchong: Daughter Overboard!)>이 공연되기도 했는데, 이 작품은 오태석 연출의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를 재해석한 것으로 심청이 내러티브에 국제 난민 문제를 풀어냈다.

밝은 에너지와 잠재력, 다양성이 아닌 독특함



뉴질랜드 페스티벌 (New Zealand Festival) 2016년 2월 26일 ~ 3월 20일 / 뉴질랜드, 웰링턴

올해로 30살 생일을 맞은 뉴질랜드 페스티벌은 뉴질랜드의 수도인 웰링턴에서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종합예술축제이다. 예술감독인 쉴라 마가자(Shelagh Magadza)는 격년제로 열리는 웰링턴 재즈페스티벌의 예술감독도 겸하고 있다. 예술감독뿐만 아니라 축제 사무국 전체가 뉴질랜드 페스티벌과 웰링턴 재즈페스티벌을 1년씩 번갈아가며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페스티벌은 웰링턴 시내의 크고 작은 약 21개 공간에서 음악, 연극, 무용, 문학, 시각예술을 모두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개막작은 캐나다 실뱅 에마르(Sylvain Emard)의 <그랜드 콘티넨탈(Le Grand Continental)>이었고, 2009년까지 피나 바우쉬가 이끌었던 탄츠테아터 부퍼탈(Tanztheater Wuppertal)의 <카페뮐러>, <봄의 제전>, 영국의 젊은 극단 니하이시어터(Kneehigh)의 <데드독(Dead Dog in a suitcase)>, 스위스 꼼빠니아 핀지 파스카(Compagnia Finzi Pasca)의 서커스극 <라 베리타(La Verita)>, 아르헨티나의 마리아노 펜소티(Mariano Pensotti) 연출의 연극 <씨네아스타스(Cineastas)> 등이 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초청되었다. 그 외에도 로얄뉴질랜드발레단(Royal New Zealand Ballet), 트릭 오브 더 라이트 시어터(Trick of the Light Theatre), 테포(Te Po) 등 뉴질랜드 공연단체의 새로운 작품들이 소개되고, 작가 주간(Writers Week), 전시 프로그램 등이 열려 약 3주간의 축제 동안 웰링턴 시를 활기차게 만들어주었다.

뉴질랜드 페스티벌 (NZF) 쇼케이스 ©이란희

오클랜드 아츠페스티벌 (AAF) 쇼케이스 ©이란희

뉴질랜드 페스티벌 (NZF) 쇼케이스 ©이란희 오클랜드 아츠페스티벌 (AAF) 쇼케이스 ©이란희

오클랜드 아츠페스티벌 (Auckland Arts Festival) 2016년 3월 2일~20일 / 뉴질랜드, 오클랜드


2003년 창설되어 2013년까지 격년으로 개최되다가 이후 매년 개최되고 있는 종합 예술 축제이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콘서트, 시각예술 및 야외공연, 가족 프로그램 등을 모두 아우르고 있으며, 예술감독은 칼라반존(Carla van Zon)이 맡고 있다.
올해는 15세기 스코틀랜드 국왕 3대의 이야기를 3부작 형식으로 만든 스코틀랜드 국립극단(National Theatre of Scotland)의 <제임스 트릴로지(The James Plays Trilogy)>가 뉴질랜드 초연으로 소개되었으며, 프랑스 카라보스(Compagnie Carabosse)의 <불의 정원(Fire Garden)>이 축제의 대규모 야외 프로그램으로 초청되었다. 그 외에 아르헨티나와 미국, 벨기에, 호주 등의 작품들이 초청되었고 뉴질랜드 페스티벌과 마찬가지로 뉴질랜드 주요 공연단체들의 작품과 가족 프로그램, 전시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되었다. 브리즈번 파워하우스에서 보았던 벨기에 스카겐(SKaGeN)의 작품 <빅마우스(Big Mouth)>는 오클랜드 축제에도 초청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한국 작품 2편이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센터 스테이지 코리아(Center Stage Korea) 지원으로 초청되었는데, LG아트센터와 극단 죽도록달린다의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The Chorus; Oedipus)>와 노름마치의 <The K-Wind>이다.

웰링턴이나 오클랜드 축제의 프로그램은 전체적으로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뉴질랜드 예술가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자국의 자연환경과 경쟁해야 하고, 문화예술 시장도 크지 않아서 현재 공연예술의 수준이 그리 높다고 할 수 있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축제라는 관문을 통하여 외부세계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며, 자국의 공연예술 자산을 세계 무대에 진출시키려는 정책적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도시 전체가 축제 기간에 활기를 띠며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 객석점유율과 티켓판매율도 매우 높다고 한다. 

무엇보다 마오리 전통문화를 현대 삶에 녹여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부분이 매우 좋았다. 마오리 전통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는 차원으로만 인식하여 일상에서 구분하고 박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분으로 긍정적이고 자연스럽게 체화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뉴질랜드의 공식 언어는 영어와 마오리어이며, 정부의 공식문서 또는 기관의 명칭에는 마오리어가 병기되어야 한다. 프로그램의 시작을 여는 인사말도 항상 영어와 마오리어로 함께 진행된다. 또한, 모든 축제나 행사는 마오리 전통 환영 의식인 파우히리(Powhiri)로 시작한다. 축제에 초청된 해외 예술가들이 축제의 주인과 만나고, 코와 코를 마주 대는 전통 인사를 나누며 서로 영적으로 교감하게 된다는 이 의식은 뉴질랜드에서 경험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의식이나 형식이 의도하는 것이 제대로 전달되어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뉴질랜드는 현재 유럽인과 마오리족뿐 아니라 아시아계와 남태평양인 등을 포함해 매우 다양한 인종과 문화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뉴질랜드 제1 도시인 오클랜드의 경우 전체 인구의 50% 정도가 마오리와 아시아, 퍼시픽 커뮤니티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가 한 도시 안에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뉴질랜드라는 거대한 멜팅폿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뒤섞이고 결합하여 뉴질랜드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독특함은 앞으로 뉴질랜드의 공연예술을 기대하게 하는 그 무엇이었다. 



◈ 연계행사

테마누카타우 (Te Manu Ka Tau: Flying Friends)
테마누카타우는 크리에이티브 뉴질랜드 주최로 공개 공모를 통하여 전 세계의 전문가(프리젠터 또는 프로그래머)를 선정, 초청하여 뉴질랜드의 공연예술 현황에 대해 리서치할 기회를 주고, 국제적인 파트너와 관계를 구축하며, 특히 뉴질랜드 예술가들에게는 국제 시장 진출을 돕는 전문가들과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 동기간에 열리는 오클랜드 아츠페스티벌, 뉴질랜드 페스티벌과 연계하여 진행되며, 올해에는 2월 27일부터 3월 5일까지 8개국의 축제 및 공연장,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총 19명의 전문가가 초청되었다. 테마누카타우 프로그램에 초청된 전문가들은 오클랜드와 웰링턴의 축제에 소개되는 뉴질랜드 단체의 공연이나 쇼케이스, 또는 리허설을 관람하고, 뉴질랜드의 주요 예술기관을 방문할 수 있으며, 관심 분야의 예술단체와 1대 1 미팅을 하게 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크리에이티브 뉴질랜드가 진행하는 한국-뉴질랜드 커넥션에 선정된 5명의 한국 전문가들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뉴질랜드 공연예술을 리서치하였다.

공연예술네트워크뉴질랜드 (Performing Arts Network New Zealand, PANNZ)
PANNZ는 무용, 연극, 음악 분야 작품들의 뉴질랜드 투어를 촉진하기 위한 유일한 아트마켓이다. 또한, 예술가와 프리젠터를 연결하고, 예술 분야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이슈들을 토론하며, 이 분야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한 자리이다. 테마누카타우에 참가한 해외 전문가들도 PANNZ 프로그램에 일부 참여하여 뉴질랜드 공연예술 산업의 관계자들과 만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2월 29일부터 3월 2일까지 3일 동안 촘촘하게 짜인 프로그램 대부분은 작품에 관한 내용을 공유하고 소개하는 피치 세션이다. 뉴질랜드 내에서 투어를 조직하고 진행하는 에이전시에서 아트마켓을 주최하고 있다.  

ⓒKAMS



  • 기고자

  • 이란희_하이서울페스티벌 공연제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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