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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현대무용의 자부심 2016-01-18

이스라엘 현대무용의 자부심
[동향] 이스라엘 현대무용플랫폼 인터내셔널 익스포저(International Exposure)


 제21회 이스라엘 현대무용플랫폼, 인터내셔널 익스포저(International Exposure)가 12월 2일부터 6일까지 텔아비브(Tel Aviv)와 예루살렘(Jerusalem)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올해 축제에는 총 60개 단체의 이스라엘 안무가 및 무용단이 참가해 54개의 공연을 선보였으며 30개국 133명의 외국 게스트들이 참가했다. 인터내셔널 익스포저는 오하드 나하린(Ohad Naharin)의 바체바 무용단(Batsheva Dance Company)을 비롯하여 야스민 고더(Yasmeen Godder), 인발 핀토(Inbal Pinto), 바락 마셜(Barak Marshall), 샤론 에얄(Sharon Eyal) 등의 중견 안무가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활력 넘치는 신진 예술가들이 총집합한 이스라엘 무용의 ‘오늘’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스라엘. 어떤 글귀에서 본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거룩한 곳, 동시에 누군가에는 낯설고 또 불편한 곳이다. 그러나 현대무용 그 자체만으로 평가할 때, 이스라엘은 몹시 흥미진진하고 항상 궁금한 나라다. 이미 이스라엘의 국가 브랜드로 군림하고 있는 오하드 나하린을 포함하여 호페쉬 쉑터(Hofesh Shechter), 이마누엘 갓(Emanuel Gat), 이칙 갈릴리(Itzik Galili) 등 세계 무대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들과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이하 시댄스)를 포함한 공연을 통해 봤던 이스라엘 작품들 그리고 2014년 처음 이 행사에 참가하면서 알게 된 안무가들 등 여러 경험이 켜켜이 쌓여 개인적으로는 이스라엘 현대무용에 대한 기본 이상의 믿음과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인터내셔널 익스포저(International Exposure) 2015 전경 ©Ahram GWAK

인터내셔널 익스포저(International Exposure) 2015 전경 ©Ahram GWAK

인터내셔널 익스포저(International Exposure) 2015 전경 ©Ahram Gwak

 2014년과 비교해 축제 자체의 형식과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공연은 텔아비브의 수잔델랄센터(Suzanne Dellal Center)를 중심으로 소개되었고 작년에는 갈릴리의 키부츠 현대무용단(Kibbutz Contemporary Dance Company)을, 올해는 버티고 무용단(Vertigo Dance Company)의 버티고 에코 아트 빌리지를 방문하는 일정이 진행되었다. 특별히 올해의 경우, 예루살렘 마하네 예후다(Mahane Yehuda) 시장을 배경으로 공간특정형 공연들이 펼쳐졌다. 헝가리에서의 개인 일정으로 버티고 아트 빌리지 방문과 예루살렘 공연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축제는 이칙 갈릴리(Itzik Galili)의 < Man of the Hour >로 시작했다. 텔아비브 출신으로 지난 20년간 네덜란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이칙 갈릴리는 2008년 시댄스에도 소개된 바 있다. 홀랜드 댄스 페스티벌, 암스테르담 시어터 그리고 이스라엘 오페라와 수잔델랄센터가 공동제작한 이 작품은 오페라와 현대무용의 대담한 조합으로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으며, 이 작품으로 갈릴리는 고국 관객들로부터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 요시 베르그와 오뎃 그라프 댄스 시어터(Yossi Berg & Oded Graf Dance Theatre)는 < Come Jump with Me >를 통해 남녀 무용수 두 사람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오늘날 이스라엘에서 안무가로, 무용수로,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의 정치적, 사회적, 개인적 의미를 풀어냈다. 작년에 이어 관객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은 샤론 에얄과 가이 베하르(Sharon Eyal & Gai Behar)의 공동안무작 < OCD LOVE >였다. 신체의 곡선과 면의 형태를 직관적이고 관능적으로 표현한 6명의 무용수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 사람들을 흥분시키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샤론 에얄과 가이 베하르는 2014년 모다페(MODAFE)에 소개된 바 있다. 이스라엘 무용계에서 한동안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야스민 고더 역시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중간 휴식 20분까지 포함하면 장장 180분 동안 진행된 < Climax >페타티크바 미술관(Petach Tikva Museum of Art)의 안무의뢰를 받아 제작된 공간맞춤형 공연이었다. 6명의 무용수는 공격적인 표정과 과장된 제스처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관객들과 함께 원을 만들고 해체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길고 긴 여행과도 같은 3시간의 공연을 이끌어갔다. 야스민 고더의 공연은 언제나 명확하게 호불호가 갈린다. 축제는 오하드 나하린의 < Last Work >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바체바 무용단은 강하고 예민하며 부드럽고 강력한 춤을 유감없이 보여줬는데, 이번 작품은 그러한 움직임보다는 이미지와 메시지 전달에 좀 더 집중한 듯 보였다. 

야스민 고더 컴퍼니의 < Climax > ©Yasmeen Godder Company

야스민 고더 컴퍼니의 < Climax >  ©Yasmeen Godder Company

 이번 인터내셔널 익스포저에서 느낀 가장 큰 특징이자 변화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흔적들이 작품 속에서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자주 발견되었다. 전쟁과 테러, 난민, 경제 붕괴 등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전 세계 곳곳의 크고 작은 비극을 외면할 수 없는 예술가의 현실이, 그들이 느끼고 있을 시의적 과제가, 예술가로서 역할에 대한 고민이 작품 곳곳에서 보였다. 빽빽한 일정 때문에 충분히 담소를 나눌 시간도 부족하지만, 그렇게 부족한 시간을 내어 마주앉아 나누는 대화의 중심에도 언제나 전쟁과 테러에 대한 얘기가 빠짐없이 등장했다. 물론 전쟁과 테러만이 작품의 중심에 있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유독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질문을 던지며, 그 속에서 개인은,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각자의 길을 찾아가려는 작품을 볼 때마다, 스스로 물음표가 더 진해졌다.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켜야만 하는가? 

수잔델랄센터의 디렉터 야이르 바르디(좌)와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 이칙 갈릴리(우) ©Ahram GWAK

이스라엘 안무가협회의 회원들 ©Ahram GWAK

수잔델랄센터의 디렉터 야이르 바르디(좌)와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 이칙 갈릴리(우)    ©Ahram Gwak

이스라엘 안무가협회의 회원들       ©Ahram Gwak

 두 번째 발견은 이스라엘 젊은 안무가들의 활발한 움직임이다. 매년 11월 커튼 업(Curtain up)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스라엘 신진 안무가 플랫폼에서 발굴한 몇몇 신인들이 이번 축제에 소개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흥미로웠던 작품 중 하나는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주택난 문제를 실제 룸메이트와의 경험을 통해 구성한 엘라 로스차일드(Ella Rothschild)의 < 12 Postdated Checks >이다. 또한, 개인적인 순위에서 축제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로템 타사츠 댄스 프로젝트(Rotem Tashach Dance Projects)의 < Some Nerve >. 이스라엘 [시티 마우스 매거진](City Mouse Magazine)이 선정한 2015년 최고의 무용공연 10위안에 선정된 이 작품은 네 명의 무용수가 이어가는 쉴 새 없는 대화를 통해 더 이상 사회구성원이 아닌 개개인으로만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의미 있는 질문을 던졌다. 이외에도 공기 매트를 활용한 매우 간단한 콘셉트의 < Gravitas > 로 주목을 받은 오피르 유디레비츠(Ofir Yudilevitch), 키부츠 현대무용단에서 제작, 2015년 독일 하노버 국제 안무대회 1등을 수상한 에알 다돈(Eyal Dadon)과 슈투트가르트 국제 솔로 탄츠 페스티벌, 하노버 국제 안무대회, 코펜하겐 국제 안무대회에서 다수의 상을 받은 마틴 하리아구(Martin Harriague)의 공동안무작 < Croissant Al Ha’esh > 역시 인상적인 작품으로 남는다.

 최근 1~2년 사이, 국가지원이나 정책적 보호와 관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다양한 주제와 시도로 창작 활동을 하는 젊은 안무가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수잔델랄센터의 디렉터 야이르 바르디(Yair Vardi)의 자신에 찬 설명이다. 그 움직임이 기존 이스라엘 안무가들에게도 자극을 주고 무용계 전체에 매우 신선한 바람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시들지 않고 여전히 새로움에 도전하는 중견, 빅네임들과 새로운 방향으로 물꼬를 트고 있는 젊은 안무가들, 자국 무용가들에 대한 강한 자부심으로 가득 찬 야이르 바르디의 표정에서 또 한 번 이스라엘 현대무용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인터내셔널 익스포저가 열린 수잔델랄센터 ©Ahram GWAK

인터내셔널 익스포저가 열린 수잔델랄센터 ©Ahram GWAK

인터내셔널 익스포저가 열린 수잔델랄센터 ©Ahram Gwak

 이스라엘 무용계의 상징이자 가장 중요한 극장으로 꼽히는 곳은 여전히 수잔델랄센터(Suzanne Dellal Centre for Dance and Theatre)다. 인터내셔널 익스포저의 공연 역시 대부분 이곳의 극장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이루어진다. 하지만 여기서 소개하고 싶은 공간은 텔아비브 구시가지 자파에 있는 이스라엘 안무가협회의 창고극장 2(Warehouse 2)이다. 일요일 하루 동안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진행되었는데, 창고극장 2는 말 그대로 올드 자파의 창고를 극장과 전시 공간으로 개조한 문화예술공간이다. 단순히 공간의 쓰임새나 미적 특성을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현재 총 55개 컴퍼니로 구성된 이스라엘 안무가협회(Choreographer Association)는 일정한 공공지원 없이 각 단체별로 공간 운영비를 분담하여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리허설과 공연, 전시와 이벤트가 가능한 창고극장은 이들 55개 단체의 창작과 연습, 작품 발표 등으로 연중 운영되며 텔아비브 무용계의 새로운 창작 메카로서 그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안무가들의 독립적인 연대, 자율적인 운영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관객과 무용계 전반의 자생력이 만들어낸 매우 의미 있는 공간으로 보였다. 우리에게도 이와 같은 공간이 있다면 안무가들의 자율적인 연대, 공공재원에 기대지 않는 자율적인 운영, 그리고 이것을 지지하고 찾아주는 관객들이라는 새로운 무용 생태계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저변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스라엘 안무가협회의 창고극장 2(Warehouse 2) ©Ahram GWAK

이스라엘 안무가협회의 창고극장 2(Warehouse 2) ©Ahram GWAK

이스라엘 안무가협회의 창고극장 2(Warehouse 2) ©Ahram Gwak

 2016년 인터내셔널 익스포저가 궁금한 이유는 올해 만났던 젊은 안무가들, 올해도 확인했던 오하드 나하린, 야스민 고더, 샤론 에얄, 로이 아사프(Roy Assaf) 등의 새로운 관심과 도전, 그들이 만들어갈 1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매년 변화하는, 매년 도약하는 이스라엘 무용계의 다양성, 그것이 만들어낼 그 자부심이 기대된다.

 
 

©KAMS



  • 기고자

  • 곽아람_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국제교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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