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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립국, 스페인 카탈루냐의 축제하기 2015-12-21

문화-독립국, 스페인 카탈루냐의 축제하기
[동향] 스페인 카탈루냐 공연예술제 리뷰


바르셀로나의 중심, 카탈루냐(Catalunya) 광장에서 올라탄 빅(Vic)행 외곽선 지하철은 이미 만석이었다. 차고로부터 겨우 세 번째 정거장인데도 나는 문 앞 비좁은 공간에 엉거주춤 자리를 잡아야 했다. 물론 그때까지는 1시간 20분가량을 서서 보내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젊은이들로 점령당한 전철이 낡은 시골 풍경을 지나 빅(Vic)역에 도착하자 대부분 승객은 각자의 작은 짐들을 챙겨 내렸고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졌다. 약 20분 정도 걸어서 신시가지에 위치한 빅 라이브 음악마켓(MMVV, Mercat de Música Viva de Vic) 사무국에 도착할 때까지, 도착 후 여기저기 서성거리는 진지한 얼굴의 관계자들을 볼 때까지도 내가 상상하던 축제의 흥분보다는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로부터 이틀 전, 한국 그룹과 함께 마드리드에서 작은 공연을 마치고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주(Government of Catalonia)에서 가장 중요한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라 메르세(La Mercé)를 코앞에 두고 이미 도시 전체가 들뜬듯했다. 주요 광장 곳곳에는 무대가 설치되고 있었으며 리허설을 하는 뮤지션들도 볼 수 있었다. 

라 메르세(La Mercé): 카탈루냐에 의한, 카탈루냐를 위한, 카탈루냐의 공연예술

365일 좁은 골목마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바르셀로나에서 도시의 수호성인인 메르세데스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된 축제 라 메르세(La mercé)는 카탈루냐 자치정부 문화부에서 가장 공들여 기획하는 축제다. 약 300만 유로(한화 약 39억 원)의 예산으로 기획되어 6일간 500개가 넘는 행사들이 펼쳐진다. 성녀 메르세데스를 필두로 한 거대 인형 퍼레이드, 인간탑과 같은 민속 행사들이 축일을 기념하는 주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지만, 동시에 라이브 음악 공연(BAM: Barcelona Acció Músical Festival, 이하 밤 페스티벌)과 춤, 서커스, 거리공연(MAC: Mercé Arts de Carrer Festival, 이하 막 페스티벌)도 이곳저곳에서 이루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아동을 위한 행사(Fiesta en el Palauet)도 따로 준비되어 있다. 카탈루냐 주 문화부는 라 메르세를 하나의 예술 분야를 위한 축제가 아닌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축제 속의 축제로 기획하였고, 이 많은 행사는 바르셀로나 시장 아다 콜라우(Ada Colau)의 말처럼 “도시의 모든 동네에서 행사가 진행되어 바르셀로나 시민이라면 빠짐없이 축제에 참가하고 즐기는 것이 가능하도록”1) 각각의 범주에서 혼돈 없이 운영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는 카탈루냐 주의 강한 자주성이 예술기획 분야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카탈루냐 주나 바르셀로나 시가 주관하는 모든 행사는 항상 스페인이 아닌 ‘카탈루냐’ 지역의 문화와 예술 홍보를 목적으로 하며 국제 예술산업계와 직접 교류한다. 2015년 라 메르세 기간의 서커스, 춤, 거리공연 축제인 막(MAC) 페스티벌의 경우, 전체 51개 참가팀 중 약 15개 팀만이 ‘비’ 카탈루냐 출신이었다.



1) http://www.lavanguardia.com/local/barcelona/20150723/54433556014/colau-cambiara-modelo-fiestas-merce.html



라 메르세 2015 포스터 ©La mercé

위) 카탈루냐 광장의 라 메르세 무대 ©KAMS/아래) 독립국 국기를 단 바르셀로나 가정 ©KAMS

라 메르세 2015 포스터 ©La mercé

카탈루냐 광장의 라 메르세 무대 ©KAMS
독립국 국기를 단 바르셀로나 가정 ©KAMS

게다가 스페인 내 다른 지역에서 온 공연팀은 겨우 두 팀에 불과했다. 말하자면, 라 메르세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예술에는 해외팀의 작품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라 메르세는 매년 해외의 한 도시를 초청하여 집중적으로 조명하는데, 올해 초청도시였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0개의 공연팀이 막(MAC) 페스티벌에 참가해 바르셀로나 곳곳에서 아르헨티나 예술을 선보였다.

밤 페스티벌 ©Xavi Torrent

밤 페스티벌 로고 ©BAM

밤 페스티벌 ©Xavi Torrent 밤 페스티벌 로고 ©BAM

카탈루냐 주 문화부가 이토록 뜨겁게 달구어 놓은 바르셀로나의 축제는 바르셀로나 주변의 도시들도 들끓게 한다. 그리하여 도시의 젊은이들은 관광객으로 가득 찬 바르셀로나를 오히려 벗어나기도 한다. 내가 탔던 빅(Vic)행 지하철이 사람들로 가득 찼던 이유다.

자치 정부, 행사 조직위, 참가자, 그리고 지역 주민이라는 역할 수행하기

올해로 27회를 맞는 빅 라이브 음악마켓(MMVV: Mercat de Música Viva de Vic)은 카탈루냐 주민과 전 세계 음악 관계자들에게 짧고 굵은 4일간의 꿈이었다. 쇼케이스에는 올해에만 600개 이상의 팀이 신청하였는데, 최종 50개의 팀이 크고 작은 무대에 올랐다. 예술감독 마르크 료벳(Marc Llobet)은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고, 자신만의 색깔이 있으며 음악 판매를 돕는 매니저를 둔 팀들을 선정했다고 그 기준을 명확하게 밝혔다. 다만 마켓도 축제의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전체 프로그램 흐름에 맞춰 소개될 수 있는 팀들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올해에도 플라멩코, 포크 음악, 재즈/소울, 팝/록 그리고 각국의 음악을 대표하는 월드 뮤직까지 다섯 가지 레퍼토리에 따라 쇼케이스가 펼쳐졌다.

갈리시아 지방의 재즈 트리오 숨라(Sumrrá) ©KAMS

카탈루냐 출신의 소울 밴드 ©KAMS

갈리시아 지방의 재즈 트리오 숨라
(Sumrrá) ©KAMS
카탈루냐 출신의 소울 밴드 ©KAMS

카탈루냐 정부가 36만 유로, 빅(Vic)시가 21만 유로, 스폰서인 에스트렐라 담(Estrella Damm)사가 12만 유로를 지원한 빅 라이브 음악마켓의 총예산은 83만 유로(한화 약 10억 원)였다. 라 메르세와 마찬가지로, 행사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카탈루냐 정부의 목적은 카탈루냐 지역의 음악을 홍보하는 것이었고, 빅(Vic)시는 이 행사를 통해 약 6백만 유로의 경제효과를 누렸다.
축제는 음악 관계자들과 대중, 두 대상을 고려한 전략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한편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야외 광장과 구시가지 골목 곳곳에 간이 무대를 설치하고 록과 힙합 등 로컬 팀 중심의 대중음악을 선보여 인파로 가득 찬 스페인 마을 축제 특유의 풍경을 자아냈고, 한편에서는 사무국 내 음악관계자들만 입장이 가능한 비공개 쇼케이스와 전문 음악당에서 이루어진 유료 쇼케이스를 운영하여 재즈와 포크, 월드뮤직 등 전 세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축제가 정신없이 진행되는 가운데에서도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미션을 조용하게 집중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또한, 여러 국가를 돌며 형성된 전문가 집단(세계음악축제유럽포럼(EFWMF: European Forum of Worldwide Music Festivals)과 같이 익히 알려진 집단 등)을 통하거나 아예 참가자 전원에게 공개된 연락망을 통해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MMVV 사무국 입구 ©KAMS

MMVV 미팅 포인트 전경 ©KAMS

MMVV 사무국 입구 ©KAMS MMVV 미팅 포인트 전경 ©KAMS

목적을 가지고 참가한 음악 관계자들의 리그가 물밑에서 진행되는 동안 축제를 찾은 관객들은 빅(Vic)시와 카탈루냐 정부가 깔아 놓은 잔치와 난장을 즐겼다. 묵었던 호텔과 식당 등 빅(Vic)시의 상인들은 참가자들에게 환영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고, 축제의 밤이 늘 그렇듯 밤새 틀어대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취객들의 비틀거림에도 지역 주민들은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었다. 이렇게 축제 기획자, 아티스트, 그리고 관객과 지역 주민이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실천하는 것이 라 메르세와 빅 라이브 음악마켓의 균형 잡힌 협조 체계를 유지하는 비결이었다.

MMVV 행사 전경 ©KAMS

MMVV 행사 전경 ©KAMS

MMVV 행사 전경 ©KAMS

올해 라 메르세에는 두 개의 한국 공연팀이 무대에 올랐다. 한 팀은 라 메르세 기간 중 스페인 정부 산하 기관인 까사 아시아(Casa Asia)가 주관한 아시아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초청되었고, 다른 한 팀은 밤(BAM) 페스티벌에 초청되었다. 한국과 스페인의 협력으로 초청된 케이스와 스페인 기관이 아티스트를 직접 초청한 케이스였다. 아쉽게도, 올해 빅 라이브 음악마켓에는 한국 팀이 선정되지 않았다.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매니저’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빅 라이브 음악마켓의 아티스트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 팀들이 많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중음악이든 순수음악이든, 음악이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개최되는 이러한 음악마켓에서 음악판매자라는 역할을 누가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축제의 나라, 카탈루냐"

2008년 스페인 경제가 크게 위축된 이후, 점차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은 부족하다. 그 가운데 카탈루냐 자치주는 일부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페스티벌 산업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2015년에도 6천만 유로(약 780억)의 예산을 배정하여 360개의 크고 작은 축제를 지원했다. 지난 5월에는 ‘축제의 나라, 카탈루냐(Catalunya, País de Festivals)’라는 슬로건을 내걸기까지 했다2). 현지 문화부 관계자의 말처럼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이므로 이들의 독자적인 문화산업 전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축제들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지역 자체를 하나의 예술시장으로 고려하여 진출을 꾀하기에 충분한 곳임이 분명하다.



2) http://www.govern.cat/pres_gov/AppJava/govern/notespremsa/283743/catalunya-pais-festivals-dona-sortida
-temporada-musical-lestiu.html



 
 
  • 기고자

  • 이수정_주스페인 한국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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