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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S Choice] 콜렉티브 에이(Collective A)의 차진엽 2015-10-02

[피플] 감각적인 외면, 감성적인 내면
[PAMS Choice]
콜렉티브 에이(Collective A)의 차진엽

 


최근 무용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대무용가들 중에 차진엽을 빼놓을 수는 없다. 최정상급 기량과 아름다운 외모를 갖춘 무용수인 데다가 안무가로서의 인지도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대중에게는 TV 프로그램이나 화장품 광고 혹은 패션 잡지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전문예술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따라서 그녀에게 매혹된 이들이 그녀에 관해 더 깊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춤으로 그려낸다. 춤에 미친 차진엽의 삶에 대한 독백이 <춤, 그녀… 미치다>로 실현된다.

최정상급 무용수이자 주목받는 안무가

Q(심정민). 차진엽은 기교, 표현성, 무대장악력뿐 아니라 외형적으로도 빼어난 무용수다. 세계적인 무용단에서 활약했던 경력 또한 다양하다.

차진엽(이하 ‘차’) : 2000년 들어 해외 안무가들과 작업할 기회가 이어졌다. 여러 안무가와 잠깐씩 작업을 하다가 2004년에 런던 현대무용학교(London Contemporary Dance School)로 유학을 가면서 본격적으로 해외 무용단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런던에 도착해서 처음 본 공연이 영국 호페쉬 쉑터 무용단(Hofesh Shechter Company)이었다. 당시 활동 초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었다. 거기서 활동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내가 춤추는 것을 본 호페쉬 쉑터(Hofesh Shechter)의 선택을 받았다. 2006년부터는 네덜란드 갈릴리 댄스 컴퍼니(NDD/ Galili Dance)에 정식 입단하여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세계 정상급 안무가들과 함께 작업은 정말 소중하다. 무용수로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뿐 아니라 안무가로서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직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Q. 2010년쯤 안무가로 영역을 확장했는데, 무용수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무기로 삼기보다는 오히려 착실하게 작품력을 높여갔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로튼 애플(Rotten Apple)> 이라든가 <춤, 그녀… 미치다>도 그렇고. 특히 2014년부터는 안무가로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듯싶다.

차 : 2008년 귀국한 후에 주로 무용수로서 바쁘게 활동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창작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내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어 성취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러던 차에 2009년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에서 란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첫 작품부터 안무가로서 주목받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그저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을 실현하면서 차근차근 안무가로 성장해가고 싶었다. 이후 <로튼 애플>과 <춤, 그녀… 미치다>로 관심을 받게 되어 기뻤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해보고 싶은 창작도 많고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있다. 

콜렉티브 에이(Collective A)의 차진엽 ©이강혁 <춤, 그녀… 미치다> 공연 ©Collective A

화려한 융‧복합 속에서도 결국 중심은 움직임

Q. 최근 무용 예술의 특징은 융‧복합이라고 할 수 있다. 탈 장르니 복합매체니 인터랙티브니… 최근에는 하이브리드라는 용어까지 나오고 있다. 차진엽의 작품들에도 이러한 성향이 두드러진다. 춤과 타분야를 어설프게 엮어놓는 무용가들에 비해, 차진엽은 춤에 타분야를 도발적으로 끌어들이면서도 그와 뛰어난 흡착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작품에서 제대로 된 융‧복합을 성사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차 : 요즘 융‧복합이란 말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원래 춤은 종합예술이므로 융‧복합적인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춤과 다른 분야를 어우르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는 가다. 주제를 더욱 잘 형상화하기 위해 때론 음악, 때론 무대미술, 때론 의상, 때론 영상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특정 분야와의 융‧복합이 전면에 드러날 수 있겠다. 단순히 트렌드인 마냥 아무 의식 없이 쫓아가는 것은 무의미하다.

Q. 어떤 분야와 융‧복합을 시도한다고 해도 결국 중심을 잡아 줘야 하는 것은 움직임이다. 반드시 기교적일 필요는 없지만, 결정적 순간에 주제 이미지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움직임은 필수적이다.

차 : 맞는 말이다. 여러 분야를 끌어들여 화려한 융합을 시도한다 해도 움직임이 중심을 잡고 있지 않으면 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융‧복합한다고 해도 무용 안에서의 융‧복합이지, 아무런 근간 없는 짜깁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무분별하게 합치는 것에만 치중하게 되면 춤의 정체성에 대한 의식이 멀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말,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춤, 그녀… 미치다>를 발표하게 되었다.

<춤, 그녀… 미치다> 공연 ©Collective A <춤, 그녀… 미치다> 공연 ©Collective A

<춤, 그녀… 미치다> 춤에 미친 그녀의 삶에 대한 독백

Q. 올해 팸스초이스(PAMS Choice)에 선정된 <춤, 그녀… 미치다>는 춤에 미친 자신의 삶을 한 시간 가까운 독무로 그려낸다. 광고나 영화예고편처럼 감각적인 영상에다가, 사실성과 상징성을 함께 갖춘 세트, 미니멀한 세련미를 돋우는 조명, 감성적이다가도 때론 기이하게 울리는 음향까지 더해 자신의 춤 독백을 예술적으로 완성했다. 더욱이 본인의 창작을 가장 잘 실현해낼 수 있는 무용수라는 점에서 차진엽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다고 본다. 이번 작품에 관해 설명해달라.

차 : <춤, 그녀… 미치다>는 두 개의 공간을 바탕으로 한다. 하나는 공적인 모습을 대변하는 공간, 다른 하나는 사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공간이다. 열정적이고 저돌적인 무용가라는 평가를 받는 나지만, 사실 아기자기하게 무언가를 모으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기도 하다. 실제로 공연에는 그동안 발표했던 작품 영상과 함께 와인, 초, 장난감, 미러볼처럼 사소한 소품들이 등장한다. 공과 사의 모습이 다르다는 말을 자주 듣기도 하지만, 두 모습 모두 자연스러운 ‘나’이기 때문에 스스로는 전혀 다름을 느끼지 않는다. 공적인 모습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춤, 그녀… 미치다>는 이러한 두 모습의 ‘나’를 있는 그대로 투영해 놓은 작품이다.

안무가이자 무용가 차진엽(좌)과 무용평론가 심정민(우)
©이강혁
콜렉티브 에이(Collective A)의 차진엽
©이강혁

국내 젊은 무용가의 해외 진출 가능성과 문제점

Q. 팸스초이스(PAMS Choice)를 통해 해외 공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해외의 주요 페스티벌이나 극장에 초청된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무조건 해외에 나간다고 다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내보다 무용환경이 열악한 국가의 페스티벌이나 극장에 초청되었다고 해서 해외 진출의 성과를 따질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따라서 지원기관에서도 해외 페스티벌과 극장의 레벨을 파악하여 지원에 우선순위나 차등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물론 우리 젊은 무용가의 해외 진출 가능성과 문제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차 : 내가 터를 잡고 있는 국내 무대에서 확고하게 인정받고 자리 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프로필에 몇 줄 올리기 위한, 실제적인 성과가 거의 없는, 그러니까 별 의미 없는 해외 공연을 다녀오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국가 간이나 예술계 사이에 네트워킹은 이미 잘 짜여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좋은 작품들을 연달아 발표한다면 다른 나라의 페스티벌이나 극장에서도 언젠가 주목하기 시작할 테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외 진출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이런 식으로 역량을 인정받으면서 차츰 더 큰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것이 정석이다. 바로 그 시점에서 지원기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더해지면 가장 효과적인 해외 진출의 성과를 낼 수 있겠다.

Q. 무용계는 남성보다 여성 인구비율이 훨씬 높다. 하지만 열악한 창작여건에다가 남성무용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여성무용가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차진엽은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하는 예술가로서 자신의 가치를 높여왔다. 근래에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젊은 여성무용수들을 이끄는 존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차진엽의 행보가 단지 한 개인의 성취가 아닌 우리 무용계의 여성무용가로서 길잡이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 : 여성무용가가 무용계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창작 일선에서는 남성무용가보다 주목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스스로도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이러저러한 고민을 하고 있다. 여자 후배들이 나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도 알기에, 그들을 위해서라도 흔들림 없이 활동을 지속해 가려고 한다. 짬짬이 그들과 대화도 하고 앞선 경험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결국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정민




 
2015 팸스초이스 선정 작품 : <춤, 그녀… 미치다>

<춤, 그녀… 미치다>는 2014년 12월에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 초연된 작품이다. 차진엽이 춤에 미친 자신의 삶을 한 시간 가까운 독무로 그려나간다. 작품을 설명하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은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예술가의 숙명과도 같다. 미치도록 빠져들어야만 비로소 하나의 예술을 잉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진엽은 광고나 영화 예고편 감각적인 영상에다가, 사실성과 상징성을 함께 갖춘 세트, 미니멀한 세련미를 돋우는 조명, 감성적이다가도 때론 기이하게 울리는 음향을 더해 자신의 춤 독백을 예술적으로 완성했다. 더욱이 본인의 창작을 가장 잘 실현해낼 수 있는 무용수라는 점에서 차진엽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이다.  

2015 팸스초이스 선정단체 : 콜렉티브 에이(Collective A)

2009년 차진엽이 창단한 콜렉티브 에이는 ‘All kinds of Arts(모든 종류의 예술들)’를 끌어들여 다채로운 창작작업을 펼쳐나가는 단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지향점이 분명한 젊은 현대무용단으로, 탄탄한 움직임을 기반으로 음악, 무대미술, 의상, 영상 등 다른 분야와의 융‧복합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독립단체 중 하나다.   


  • 기고자

  • 심정민_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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