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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S Choice] 바라지(Baraji) 2015-09-21

[피플] 가장 전통적인 창작방식으로, 모두의 안녕을 비는 마음으로
[PAMS Choice] 바라지(Baraji)


거문고 팩토리, 숨[su:m], 잠비나이 등 최근 해외활동이 왕성한 국악팀의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의 쇼케이스 무대(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Journey to Korean Music, PAMS Choice)와 해외 쇼케이스(혹은 공연)를 단계적으로 거치고, 워멕스(WOMEX) 공식 쇼케이스 선정이 기폭제가 되어 해외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또 해외 공연은 무료 쇼케이스에서 유료공연으로, 단 건에서 다 건(투어)으로 확대하는 양상을 보인다.
바라지(Baraji)는 낙방 없이 단숨에 이 단계를 거친 사례이자, 유료공연으로 해외투어를 시작하는 해외진출 사례이기도 하다. 단연 눈에 띄는 행보에 ‘바라지’의 무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의 저력은 무엇일까? 해금 연주자 원나경을 만나봤다. 

굿판의 바라지 소리를 무대의 즉흥음악으로

Q(박인혜): 2015 팸스초이스 선정과 워멕스 공식 쇼케이스 선정을 축하한다. ‘바라지(Baraji)’라는 팀 이름은 무슨 뜻인가?

원나경(이하 원): ‘바라지(Baraji)’는 ‘뒷바라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군가를 알뜰히 보살펴주는 행위다. 또한, 굿판에서 ‘바라지’는 무녀의 노래를 받아주는 반주자의 즉흥소리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연주와 소리로 ‘바라지’를 해준다.

Q: 단순히 반주자의 연주나 추임새 그 이상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굿판에서 ‘바라지’는 어떻게 구성되나?

원: 진도씻김굿을 보면, 굿판을 이끌어가는 무녀가 소리를 할 때 악기로 반주하면서 동시에 즉흥소리를 한다. 민요를 반주할 때, 연주자가 노래선율을 따라서 즉흥으로 반주하는 것을 ‘수성가락’이라고 하지 않나. 굿판에서는 이런 수성가락을 악기와 목소리로 동시에 한다. 그래서 무녀의 노래와 바라지 소리가 동시에 나오는 경우도 있고, 시나위처럼 전혀 다른 선율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노래가 뻗는 부분이나 쉬는 부분에 이를 받쳐주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Q: ‘바라지’ 음악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준다면.

원: 굿판에 나타나는 이런 특정한 음악적인 양식 - ‘바라지’가 우리 음악의 기본이다. 악기를 하면서 동시에 소리를 하는 형태다. 장구를 하면서 노래를 하고, 아쟁을 연주하면서 노래하고, 북을 치면서 노래하고. 악기를 하면서 동시에 노래하는 것이 우리의 색깔이라면 색이겠다. 자연스레 이름을 ‘바라지(Baraji)’라고 정했다.

바라지(Baraji) 공연 ©나승열 바라지(Baraji) 공연 ©나승열  

Q: 활동 초기와 지금의 멤버 구성이 다르다. 처음엔 어떻게 시작했나?

원: 민속악계에서 함께 활동하던 중앙대 출신의 연주자들 몇 명에게 중앙대학교 교수로 있는 한승석 선생님이 팀을 만들어보자고 권유했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어려서부터 진도씻김굿을 듣고 자라온 진도 출신의 강민수(타악, 소리), 조성재(아쟁, 타악, 소리), 김태영(타악, 소리)이 있었기에 남도음악을 주로 연주하는 친구들이 모여 바라지를 시작하게 되었다.  

Q: 지금은 타악과 가야금, 대금, 해금, 피리, 아쟁, 노래의 구성이다.

원: 기존멤버 강민수, 조성재, 김태영, 정광윤(대금, 타악, 소리)에 소리꾼 김율희가 가세하고, 2014년 여름에 이재혁(피리, 태평소)과 원나경(해금), 김민영(가야금)이 합류하게 되면서 지금의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사실 남도음악의 색깔은 기존의 멤버들이 유지하고 있다. 음악에서도 이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여기에 경서도 음악에 두루 능통한 이재혁, 창작음악에 능한 김민영이 가세하여 바라지 음악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투박하고 촌스러운 맛, 그래서 더 입에 잘 붙는 맛

Q: 지금의 멤버로 모인 이후의 활동이 눈에 띈다. 올해 첫 음반 《비손》(Beasohn, Song of Prayer)을 내고, 국내외 공연들을 성황리에 마쳤다. 팸스초이스에서 선보일 작품 <비손>은 어떤 내용인가?

원: 지원 당시 계획은 음반에 실린 ‘비손’, ‘씻김시나위’, ‘무취타’, ‘바라지축원’, ‘만선’ 등을 공연할 생각이었다. 한국인에게는 반응이 좋지만 가사의 의미가 큰 곡들의 특성상 외국인들은 그 맥락을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아 과감히 뺐다. 대신 새로운 곡을 선보인다.

Q: 새로운 곡은 어떤 곡인가?

원: ‘휘산조’와 ‘정든 아리’다. ‘휘산조’는 7월 공연에서 초연한 곡인데, 휘모리장단으로 몰아치는 빠른 곡이다. 관객 반응이 아주 좋았다. ‘정든 아리’는 칠채 장단에 경기민요 긴아리랑을 접목해서 새로 만드는 중이다. 그 외에 ‘무취타’는 반복되는 부분을 빼고 조금 짧은 버전으로 연주하고, ‘바라지축원’은 기존에 하던 진도씻김굿 제석거리를 가져다 만든 축원은 살리고, 동해안 별신굿의 장단을 이용하여 새로 만든 축원을 뒷부분에 추가했다.  

Q: 멤버들이 민속음악-특히 굿판의 음악에 능하다. 굿 음악의 매력적인 선율들을 악기 간의 선율 넘나듦으로 구성하고, 장단배치로 짜임새 있는 현대판 ‘씻김시나위’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 작업 방식은 어떤가?

원: 첫 아이디어는 주로 예술감독인 한승석 선생님이 가져온다. 원래 연행되던 순서와 상관없이, 음악적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골라서 장단을 재조합하거나 짧은 주제로 선율을 만든다. 구조를 제시하면 멤버들이 살을 붙인다. 각자의 선율을 만드는 식이다. 진도씻김굿 자체가 즉흥이지 않나. 거기서 자연스레 학습된 선율이 멤버들에게 내재되어 있다. 피리연주자도, 해금연주자도, 가야금연주자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배워온 음악들을 담아뒀다가 바라지라는 이름으로 놀면서 선율을 풀어낸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선율들이 음악이 된다. 여러 번 즉흥으로 연주하면서 음악이 완성된다. 전통적인 창작방식이다.

바라지(Baraji) 공연 ©나승열 바라지(Baraji) 공연 포스터 ©Baraji

Q: ‘씻김시나위’, ‘바라지축원’ 같은 곡에서는 진도씻김굿의 향이 짙다.

원: 멤버 중 5명이 남도지방 출신이고 그중 3명은 부모님이 진도씻김굿, 진도다시래기의 무형문화재이다.1) 게다가 한승석 감독님도 진도(珍島) 출신이다. 진도씻김굿이 자연스레 우리 음악의 바탕이 되었지만, 진도씻김굿만 하는 팀이라는 인식은 부담스럽다. 사실 우리 레퍼토리 중에서 진도씻김굿이 모태인 것은 ‘씻김시나위’와 ‘바라지축원’ 2곡뿐이다. 우리의 관심 영역에는 진도씻김굿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무속음악도 포함된다. 여러 지역의 무속음악을 같이 공부하고, 음악을 만들고 있다. 실제로 우리 곡 중 ‘무취타’는 경서도 음악에 능통한 이재혁의 합류로 경서도 무속과 남도 무속 느낌이 공존하는 재밌는 곡이 됐다.   

1) 강민수 - 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 진도다시래기 예능보유자 강준섭 명인의 아들
조성재 -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주조교 송순단 명인의 아들
김태영 -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주조교 김오현 명인의 아들



Q: ‘바라지’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원: 투박하고 촌스러운 것이 아닐까? 요즘에는 정돈되고 세련된 음악이 많다. 음악 자체보다 분위기나 뉘앙스로 표현하는 음악도 많고, 의미가 모호하거나 추상적인 것들도 많아서 때로는 어렵게 느껴진다. 그런데 우리는 음악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다. ‘휘산조’는 산조의 휘모리 가락으로 만들고, ‘씻김시나위’는 씻김굿의 무녀 소리를 가지고 만들었다. 제목 그대로 딱 그거다. 이렇게 솔직하게 음악을 하는 방식이 바라지에 잘 맞는 것 같다. 개념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음악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음악이 뭘 말하는지가 확실하다.   

Q: 이후의 계획은 무엇인가?

원: 9월에 폴란드 투어를 하고 나면 10월에는 팸스초이스와 헝가리 워멕스 쇼케이스가 있다. 돌아오면 12월에 소극장에서 3일간 공연을 한다. 우수국악작품을 재공연하는 ‘만판-풍류서울’이라는 프로그램이다. 그간의 레퍼토리를 아우르는 공연이 될 것이다. 팸스와 워멕스를 거치고 나면 또 새로운 레퍼토리가 나오거나 기존 곡을 보완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무대공연을 할수록 음악들이 자꾸 변한다. 즉흥으로 하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국내든 해외든 공연을 많이 해야겠다는 욕심보다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음악으로 무대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  

   

©박인혜




 
2015 팸스초이스 선정 작품 : <비손>

공식 음반 《비손》 발매 후 여러 공연을 거쳐 벼려진 곡들로 작품을 구성했다. 기존 레퍼토리에서 가사전달이 중요한 것들을 제외하고, 퍼포먼스와 음악적 변화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을 연결했다. 휘모리 가락으로 다이나믹하게 몰아치는 ‘휘산조’, 칠채 장단과 긴아리랑을 얹은 ‘정든 아리’,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경기도와 진도 무속 장단의 변화로 담아낸 ‘무취타’, 진도씻김굿의 축원, 굿판의 춤, 동해안별신굿의 장단으로 채운 ‘바라지축원’을 선보인다. 메인보컬의 소리를 받아주는 연주자들의 즉흥연주, 무대를 채우는 타악과 바라지소리가 특징이다.   

2015 팸스초이스 선정단체 : 바라지(Baraji)

’바라지’는 누군가를 알뜰히 돌보는 것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전통음악에서는 판을 이끌어 가는 주된 소리에 더해지는 반주자들의 즉흥소리를 의미한다. 바라지소리는 특히 진도씻김굿에서 극대화되어 독특한 음악양식을 이루며, ‘바라지’는 바로 이 양식을 주된 표현방식으로 삼는 팀이다. 더불어 전통을 기반으로 시대적 감각에 맞는 작품의 창작을 고민하며, ‘바라지’의 음악이 세상을 좀 더 인간답게 하는 데 바라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음악집단이다.
 2011년 결성 후 2014년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APaMM’ 공식 쇼케이스 선정, PAMS ‘Journey to Korean Music’ 선정, 2015년 음반발매공연, PAMS Choice 선정, WOMEX 공식 쇼케이스 선정 등 국내외로 순항하고 있다.  


  • 기고자

  • 박인혜_남산골한옥마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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