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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S Choice] 창작그룹 노니, 김경희 연출가 2015-09-18

[피플] 늘 모험하는 아티스트 그룹 ‘창작그룹 노니’
[PAMS Choice] 창작그룹 노니


공연을 만들며 늘 새로운 것을 찾는 마음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창작그룹 노니’ (이하 ‘노니’)는 창단부터 지금까지 10년 내내 이러한 자세로 길을 걸어왔고 다양한 색채와 색다른 결들의 작업으로 관객과 만나왔다. ‘노니’의 연출가 김경희 대표를 만나 작업의 방향과 여러 가지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창작그룹

Q(엄현희). 2006년 창단한 ‘창작그룹 노니’는 꽤 오래된 팀이다. 어떻게 시작되었나.

김경희(이하 ‘김’): 2005년 겨울에 <꼭두>란 작업이 먼저 나왔다. 그때 모였던 사람들은 거의 다 학생들로 연극연기, 전통연희 각 한명씩과 무대미술 열 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다(현재 ‘노니’에는 김경희 대표와 소경진 연희감독이 남아있다). 당시 기획도 연기도 제작도 모든 것을 스스로 해보며, 각자의 영역에서 생각해왔던 역할과 작업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도하고, 함께 작업하는 것에 제일 초점을 뒀다. 특히 무대미술의 경우, 시스템 안에서 주어진 작업을 해 나아가는 것이 통념인데, ‘스스로 판을 벌일 수 있는 무대미술가, 능동적인 창작자로서 작업을 해보자’란 결심과 시스템 바깥을 넘나들 수 있는 작업에의 확장 등을 고민했다. 경진(연희감독)도 비슷한 맥락에서 전통연희를 재미있고 새롭게 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저와 경진이 주축이 돼 관심의 지속을 모색했고, 이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그룹 ‘창작그룹 노니’의 창단으로 이어졌다.

Q. 결국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작업을 시도한다는 의미 아닌가.

김: 그것은 새로운 관계나 구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극단 시스템에선 새로운 작업이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이었지만 새로운 작업을 위한 ‘창작그룹 노니’의 새로운 관계 모색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노니’는 프로젝트 그룹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흩어 모여’보기도 하고, 아티스트들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보거나 혹은 다른 역할도 적극적으로 해보면서 다른 것을 시도한다. 대개 프로젝트 내부에서 1인 2역 정도를 수행하고 있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해오던 것에서 벗어나면 어색하게 느끼는 부분이 여전히 있어 지금은 중도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Q. 시간이 흐를수록 ‘노니’의 작업에서 전통의 색채가 줄어드는 것만 같다.

김: 줄어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전통의 요소 안에 잠재되어있는 가능성과 훈련된 신체에 관심이 있었고, 전통연희 역시 하나의 재료였다. 여전히 전통 안에 즐거움이 있다는 신뢰가 있고 작품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어떠한 형태로든 깔려있다. 그것이 때에 따라 연극이나 파쿠르(parkour), 사운드 등의 장르와 만난 탓에 작업의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너무 익숙하고 편한 방식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고민도 함께 담겨있다.

        
 

 

인터뷰 중인 김경희 연출과 엄현희 평론가 ©조광사진관 인터뷰 중인 김경희 연출 ©조광사진관

‘관통하는 것’을 찾아가기

Q. 올해까지 팸스에 세 번 선정되었다. <꼭두> (2006), <1+1=추락樂남매>(2013), <기억하는 사물들>(2015) 까지. ‘노니’는 출발부터 지금까지 해외 공연이 잦은 편이다.

김: <꼭두>가 제일 많이 나갔고, 투어도 다녔다. 독일, 중국, 인도를 갔었는데, 독일이나 인도의 경우 축제 안에서 도시들을 묶어 투어를 하는 방식도 있었다. 주로 해외 축제 초청을 많이 받았다. 축제에 초청되면 가급적 워크숍을 병행하려 노력했다. <꼭두>를 하던 ‘노니’ 초반에는 멤버 대부분이 전통연희자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현지 아티스트나 관심 있는 현지인들 대상으로 탈춤, 타악, 소리 등을 엮어 진행했다. 몇 번 해외에 다녀보니 한국을 여전히 생소한 곳으로 생각하는 걸 느껴 공연에 대한 집중도 높이고 다양한 부분에서 더 가까이서 소통하고 싶어 진행해 왔다.

Q. 나라마다 작품에 대한 반응이 다른지 궁금하다.

김: 다르면서 같기도 하다. 그런 반응들을 알아가는 것도 국제 작업의 즐거움일 수 있다.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신기하게도 좋아하는 대목이 겹치기도 하는데 작품과 딱 만나게 되는 순간이 그러하다. 관통하는 점은 비슷하다고 느끼게 된다. 제3의 언어를 찾은 느낌이라 반갑고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Q. 관통, ‘서로 통하는 점을 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김: 작업의 이유는 기본적으로 소통, 만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관객 없는 골방에서 혼자 하면 된다. 서로 딱 맞아지는 순간, 만나지는 순간마다 큰 기쁨을 느낀다. 그 순간을 찾아가는 과정이 하나의 작업이고, 전체적으로는 각자의 언어가 만나는 지점과 방식을 점차 찾아가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국제적 협업도 흥미로운 점이 많다. 직전 작업인 <역:STATION:驛>의 경우 프랑스 서커스 예술가들과 함께했다. 감각의 확장이 재밌으면서도 쉽지는 않았다. 어쨌든 자주 편하게 만나야 결과물이 나오는데, 보통 서로 알 만해지면 떠날 시간이 되니 아쉬움이 남게 된다.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에서 <기억하는 사물들> 공연
©창작그룹 노니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에서 <기억하는 사물들> 공연
©창작그룹 노니

이야기는 이미 공간에 있다

Q. <기억하는 사물들>은 어떤 작품인가.

김: <기억하는 사물들>은 공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드러난 작업이다. 공간마다 충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느껴지고 보이는 대로의, ‘공간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게 하려면 빛이나 소리, 오브제 등을 통해 확장시키고 방향성을 잡아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사실 획일화되고, 새롭게 지어지는 건축들이 지배하는 서울 시내에서 흥미로운 에너지를 뿜어대는 공간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작년 <기억하는 사물들>이 공연된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나, 이번의 공간인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구 구의취수장)를 만난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자 행운이다. 가급적 공간에서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공간을 관찰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관객들이 어떻게 느끼느냐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번 작업은 함께하는 작업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서는 2013년에 <템페스트>를 공연했다. 그때 함께 작업했던 파쿠르의 몇몇 퍼포머들이 이번 <기억하는 사물들>에도 참여한다. 2013년에 <템페스트>를 한 경험들이 이번 2015년의 <기억하는 사물들>에서 어떻게 영향이 미칠지, 어떤 것들을 표현해줄지 기대하고 있다. 그때 이후 공간도 공사를 통해 많이 바뀌었고, 이들도 그 시간과 함께 많이 성장하고 변했으니까.

Q. 특히 <템페스트>부터 작품 속의 ‘물질성’이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 같다.

김: 무대미술 베이스의 작업자로서 아무래도 재료가 익숙하고 관심이 많다. 그전부터 인형이나 오브제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관심이 많았다. <템페스트> 이전 작품인 <몽키땐쓰>까지는 프로젝트 구성원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파악하고, 그 부분에 중점을 둬서 작업을 기획하고 제작했다. <템페스트>부터는 좀 더 관심을 개인의 내면으로 가져가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첫 작품인 <꼭두>부터 지금까지 반복되는 관심과 주제는 죽음이나 굿 등의 제의식이다. 사실 죽음은 인간을 물질로 되돌리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유한할 수밖에 없는 존재는 삶을 살고 여러 활동하면서, 동시에 물질이기도 하다. 그 물질의 ‘운동성(키네틱)’이란 질문으로 오게 된 것이 <몽키땐쓰>였고, 공간과 물질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이야기, 그 안에서 몸과 일상 오브제들로 물질의 ‘운동성(키네틱)’을 구현해보려 시작한 것이 <템페스트>부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운동성(키네틱)’으로 삶과 죽음의 관계, 그리고 물질성을 확인하는 작업들을 계속하고 있다.

하고 싶은 대로, 선입관을 깨는

Q. ‘노니’는 ‘극장 안’의 작업과 ‘극장 밖’, 축제 등의 야외 장소나 극장이 아닌 공간 양쪽 모두에 관심을 두고 있다.

김: 무대미술가로서 극장 안은 제약이 좀 있긴 하지만 한편으론 공연을 위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으니 무척 편한 공간이다. 오히려 좀 더 모험적이며 재밌는 요소들이 많은 곳을 찾아 밖으로 가는 면도 있는데, 극장 안은 빈 캠퍼스여서 이야기를 쌓아 건축해야 한다면, 극장 밖은 이미 이야기가 쌓여 있는, 발굴 가능한 매력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노니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인 미술부분(시각언어)과 직결되어 있다. 공간 이외에도 극장 밖에서 작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객에게도 있다. 극장 ‘안’ 관객과 ‘밖’ 관객은 여러 부분에서 다르다. 어떤 방식의 작업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도 하지만 결정하게도 한다. ‘노니’는 기존의 장르 등을 신경 쓰지 않고 작업하는데, 오히려 보는 이들이 구분하고 분류하려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극장 ‘밖’의 작업은 주로 공공공간에서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 강한 선입관과 제약이 있어 작업을 실행하기는 어려울 때가 많다. 공공공간의 관계자들과 작업에 대해 일일이 소통하고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극장 밖의 작업은 단순히 극장 안의 작업이 극장 바깥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깨뜨려야 가능한 일이다. 요새는 극장 밖에서 작업하는 동료들이 많아져 관객의 인식 변화도 느껴지고, 점점 더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작업 계획과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 내년 봄 <역:STATION:驛>이 프랑스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가을에는 한국에서, 더 많은 곳에서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의 작업은 일정한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리허설을 거쳐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조금은 다른 공연 상황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상당히 가변적인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작업의 특성에 맞는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 ‘노니’ 초기에 재밌는 작업을 꿈꿨던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신나고 즐거워지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단편선과 선원들 멤버 단편선 - 보컬, 기타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멤버 장도혁 – 퍼커션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멤버 최우영 – 베이스 ⓒ단편선과 선원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구 구의취수장) 외부 ©조광사진관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구 구의취수장) 외부 ©조광사진관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내부
©조광사진관
 

©엄현희




 
2015 팸스초이스 선정 작품 : <공간의 기억 / 기억하는 사물들>

사물들은 공간의 기억을 압축하여 이야기를 품고 있다. 관객들은 지도를 가지고 사물을 찾아 공간을 탐색하며, 사물의 이야기를 듣거나 보게 된다. 일정한 간이 되면 기차의 경적이 울리듯, 시계가 돌듯, 거대한 기계가 돌고 모든 사물들도 함께 깨어난다. 그들은 각각 다른 소리와 움직임을 가진다. 그때 나타나는 몸들이 점처럼 흩어져있던 공간을 연결하고 확장시켜 과거 기억의 시간이 아니라 지금의 시간으로 끌어낸다.  

2015 팸스초이스 선정단체 : 창작그룹 노니(Creative Group NONI)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모인 ‘창작그룹 노니’는 2006년부터 12개의 공연 레퍼토리 활동을 비롯해 음악, 전통연희, 미술, 세 유닛이 공연뿐만 아니라 각자 개성을 살린 새로운 방식의 활동으로도 폭넓게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유닛활동을 통해 개개인과 각 분야가 가진 기량을 집중적으로 높이고 소규모 연구와 창작을 다양하게 실험, 확장하여, 창작 작업의 기반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역:Station:驛>, <기억하는 사물들>, <그, 것>, <곡도굿>, , <신호유희>, <몽키땐쓰>, <1+1=추락樂남매>, <바람노리>, <도깨비 불 린: 燐>, <꼭두> 등 다수의 작품을 창작, 공연하고 있다. 


  • 기고자

  • 엄현희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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