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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S Choice] 단편선과 선원들 2015-09-07

[피플] 가장 격렬하게, 가장 처연하게, 가장 거대하게
[PAMS Choice
]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은 싱어송라이터 ‘회기동 단편선’을 중심으로 사이키델릭, 인디 포크, 월드뮤직 등이 뒤섞인 스타일의 음악을 구사한다. 기타-바이올린-퍼커션-베이스의 4인조로 이루어진 밴드는 강렬하면서도 매력적인 사운드를 전달한다. 이들의 음악은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21세기 한국의 한 단면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스러움이 누군가에게는 난해한 음악일 수 있겠지만, 이는 다분히 한국적이며, 또 팝적인 매력도 지니고 있다. 단편선과 선원들의 회기동 단편선과 이야기를 나눴다.

인디 딱지 떼어내기

Q(권석정). ‘팸스 초이스’에 선정된 소감이 어떤가?

회기동 단편선(이하 ‘단’):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 한국에서는 메이저, 인디 등으로 뮤지션을 규정하곤 하는데 난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인디 딱지를 좋아하지 않고, 메이저에 들어갈 일도 딱히 없다. 내 음악은 여러 나라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 월드뮤직이라 불리는 각국의 민속 음악을 비롯해 국악, 재즈, 록 등의 영향을 고루 받았다. 이런 내 음악이 인디로만 분류되는 한국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팸스 초이스에 선정된 것이 좋은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 물론 내 음악이 잘 팔릴 것이라고는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해외의 여러 음악을 직접 보고 느끼고, 그 나라의 뮤지션들과 이야기해보는 것만으로 내게는 큰 자극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팸스 초이스’에서는 이례적으로 퓨전국악이 아닌 팀이 선정됐다고 한다.

단: 우리 음악에서 지금 이 시대 한국 음악의 흐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서양문물을 비롯해 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화가 혼재되어 있다. 단편선과 선원들은 국악을 비롯해 한국에 혼재된 다양한 문화권의 음악을 골고루 반영하고 있다. 그것은 혼란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현대의 한국에 대해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여러 양식의 삶 간의 충돌’ 내지는 ‘혼란’이다. 그 또한 한국의 일면이므로, 한편으론 매우 한국적인 음악일수도 있다.

Q.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록 음반’을 수상했다. 본인들의 음악은 록이라고 생각하나?

단: 우리 음악을 록으로 한정짓고 싶지는 않다. 내가 록과 포크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평가는 받을 수 있겠다. 단편선과 선원들을 통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은 사이키델릭한 팝 음악이었다. 난 《동물》이 팝이라고 생각하지만, 대중은 그것을 팝이라고 여기지 않는 괴리감이 있다. 물론 수상을 한 것은 매우 영광이다. 단편선과 선원들은 인디 중에서도 인디, 언더그라운드 중에서도 언더그라운드이기 때문에 상을 받을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을 받은 것은 우리가 걸어온 길, 방법이 단지 우리 안에서만 끝나지 않고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낸 것이라 생각해 기분 좋았다.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이 만나, 그리고

Q. 단편선과 선원들은 어떻게 결성하게 됐나?

단: 솔로일 때에는 엑스페리먼트 아방가르드 계열의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솔로앨범 《백년》을 내고 EBS ‘스페이스 공감’ 제의를 받으면서 방송에 나가기 위해 동료를 모았다. 그렇게 모인 멤버들은 《백년》에 실린 음악과는 크게 상관없는 이들이었다. 그들과 앙상블을 맞추다 보니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음악 쪽으로 흘렀는데 그 느낌이 아주 좋았다. 그 느낌이 《동물》로 이어진 것이다.

Q. 단편선과 선원들은 편성이 특이하다. 단편선(보컬, 기타), 장도혁(퍼커션), 최우영(베이스), 그리고 최근 교체된 바이올린 주자로 이루어진 4인조 밴드이다. 멤버 구성이 흥미롭다.

단: ‘스페이스 공감’ 방송에서는 베이스 없이 퍼커션과 바이올린만 함께했다. 방송까지 시간이 충분치 않았기도 했고, 드럼, 베이스가 있으면 내가 편곡을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할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3인조로 연습을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멋진 음악이 나왔다. 당시 내가 프렌치 팝에 관심이 많을 때라 바이올린을 꼭 넣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다. 솔로 앨범 《백년》을 냈을 때는 ‘단편선 앤 더 오케스트라’라는 11인조로 공연하기도 했다. 일렉트릭 기타, 건반, 코러스, 바이올린 등 여러 악기가 들어간 편성이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빅밴드에 대한 로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편성을 해보면서 내가 그런 큰 규모의 밴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반면 단편선과 선원들은 소편성이라서 디렉팅이 가능했다. 악기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디테일이 강조됐다. 방송에서 3인조로 공연한 후 앨범을 녹음하며 베이스를 추가하게 됐다.

Q. 단편선과 선원들로 어떤 음악을 하려 했나?

단: 처음에 곡을 쓸 때 의도한 틀은 없었다. 곡을 만들어놓고 보니 어떤 사람들은 불교음악 같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서양음악이라고 하더라. 텍스트에는 동양적인 메시지가 있지만, 곡 자체의 구조는 서양적이다. 그렇게 동서양이 두서없이 섞인 음악이다. 가사에는 동서양의 신과 역사, 사회에 대한 개념이 혼재돼 있다. 서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그런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한 데 어우러져, 《동물》

Q. 개인적으로 앨범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곡부터 최근 영미권의 인디 포크, 월드뮤직, 멀리는 60~70년대의 아름다웠던 브리티시 포크, 사이키델릭 포크의 색까지 매우 복합적인 포크(트레디셔널부터 모던포크까지)음악 스타일이 뒤섞여 있다고 느꼈다. 대개 이런 음악은 청자가 자기 취향대로 받아들이기 마련인데, 월드뮤직 마니아라면 집시 음악이 들릴 것이고 아트 록, 브리티시 포크 마니아라면 스파이로 자이라 풍의 난해한 음악, 또는 ‘러브’의 사이키델릭 포크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단: 동의한다. 스파이로 자이라 또한 매우 좋아하는 팀이다. 부연하자면, 《동물》에 미국의 음악은 거의 없다.

Q. 영향받은 뮤지션을 꼽자면?

단: 옛날 음악을 많이 듣는다. 가장 영향을 받은 이라면 신중현을 꼽을 수 있겠다. 신중현의 음악 자체도 내게 레퍼런스가 됐지만, 나아가 음악을 하는 그의 태도에서 더 큰 영향을 받았다. 나는 단편선과 선원들의 음악을 만들면서 동시대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물론 신중현의 음악에서도 동시대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신중현은 동시대 영미권 음악에 뒤처지지 않으며 어떤 면에 있어서는 오히려 앞섰다. 동시대의 사이키델릭 음악을 비롯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의 음악, 일본의 음악을 인지한 상태에서 음악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동시대 세계 음악을 인식하지 않고서는 만들 수 없는 음악들이라고 생각한다.

Q. 단편선과 선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시대성이란?

단: 리듬이다. 음악이 재밌으려면 리듬, 그루브가 현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물》을 자평하자면, 그루브가 아주 세련되지는 않다고 치더라도 촌스러운 곡은 없다고 생각한다. 2010년대에 만드는 곡은 2010년대의 음악다워야 한다. 대다수의 레퍼런스는 과거의 것이지만, 그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지금의 EDM, 아이돌 댄스음악을 좋아하는 이들도 단편선과 선원들의 음악을 낡은 것이라고 여기지 않게 하는 것이 내 목표 중 하나다. 혹자는 단편선과 선원들의 음악을 프로그레시브 록이라고 말한다. 물론 나도 프로그레시브 록을 좋아하지만, 난 내 음악을 듣는 이의 몸이 움직일 수 있었으면 한다.

Q. 단편선과 선원들의 가사는 동시대를 사는 사람에게 공감을 자아낸다.

단: 반면 내 가사의 약점은 훅이 없다는 것이다. 난 내가 쓰고 싶은 말만 가사로 쓴다. 문법, 논리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가사에 담긴 내 의도, 태도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Q. 앨범 제목은 왜 《동물》인가?

단: 짐승으로 하지 않고 ‘동물’로 한 이유는 물리적인 파워에 대해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물질보다는 인간의 정신에 대해 더 많이 논한다. 서양에서도 이념, 정신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었다. 하지만 난 물질적인 것에 관심이 더 많다. 오히려 우리가 뭘 먹는지, 어디서 자는지, 거주공간이 어떠한지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 물질적인 것이 더 많은 진실을 가지고 있다. 《동물》엔 그 물질적인 것에 대한 서사가 담겼다. 더불어 지금의 혼란스러운 세상을 결국 인간이 해결해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 어렵겠지만, 힘을 합쳐 노력하면 이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Q. 정치적 성향은 어떤가?

단: 온건한 좌파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내 음악적 메시지에도 그런 것이 담겨있다. 음악가는 자신이 바라는 것,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 아니겠는가. 내 정체성이 음악에 드러나는 것은 단지 그것뿐이다. 난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정치적 성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것이 강하기만 하면 재미가 없다.

단편선과 선원들 공연 포스터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공연 포스터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동물》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공연 포스터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공연 포스터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동물》
©단편선과 선원들

그저 즐겁게, 그저 신나게

Q. 그동안의 해외 활동은 어땠나?

단: 솔로로 네 번 정도 일본에 다녀왔다. 그 외에 독일,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공연 제안을 받았지만 손익분기점을 생각해서 가지 못했다. 해외 매체에 우리 앨범이 꽤 소개되기도 했지만, 손익도 맞지 않는데 굳이 해외 공연을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외 공연에서도 일한 만큼 벌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일본에서는 유력 매체에서 호평을 받았다. 일본에 한국의 뉴웨이브 음악을 소개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에 위댄스, 404, 야마가타 트윅스터, 피기비츠 등과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그들은 우리 음악이 일본 음악보다 오히려 신선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일본 뮤지션들과는 다른 부분을 우리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Q. 앞으로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다면?

단: 미국보다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가보고 싶다. 한국인은 동남아시아를 잘 모른다. 동남아를 은근히 무시하고 비아냥거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난 그들에게서 분명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서구 열강의 침략에서 많은 것을 빼앗겼다. 우리보다도 더 많은 것을 빼앗겼다. 그런 나라가 가진 모순은 무엇일지 매우 궁금하다. 내가 한국인이어서 가지는 모순과 그들의 모순이 어떻게 다른지 직접 보고 싶다. 그 외 동유럽 쪽에도 관심이 많다. 그러나 사실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는 북한이다.

Q. 해외 공연에서 목표가 있다면?

단: 그저 관객들과 함께 즐겁게 싶고, 춤추고 싶을 뿐이다. 한국 인디 신에서는 음악을 즐겁게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자세도 훌륭한 덕목이지만, 난 그저 내 음악을 통해 즐겁게 놀고 싶다. 앞으로도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

Q.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단: 차기작은 내년 봄에 낼 계획이다. 지금보다 더 팝적인 음악이 나올 것 같다. 인디 신이어서 뚫을 수 없었던 것들, 접근할 수 없었던 것들에 다가서고 싶다.

단편선과 선원들 멤버 단편선 - 보컬, 기타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멤버 장도혁 – 퍼커션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멤버 최우영 – 베이스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멤버 단편선 - 보컬, 기타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멤버 장도혁 – 퍼커션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멤버 최우영 – 베이스
©단편선과 선원들

©권석정




 
2015 팸스초이스 선정 작품 : 《동물》

《동물》은 4인조 그룹 ‘단편선과 선원들’의 첫 번째 앨범이자, 음반을 발매하며 연 쇼케이스의 이름이기도 하다. 정교하게 조율된 난폭함을 근본으로 삼는 단편선과 선원들의 연주는 음반에서는 물론, 시종일관 울부짖고 으르렁거리며 뛰어다니는 공연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전기적인 변조를 자제하는 대신, 대부분 나무와 철로 이루어진 어쿠스틱 악기들의 잠재된 소리를 한계까지 쥐어짜는 단편선과 선원들의 라이브는 매번 그 강도를 갱신, 순수하고 거대한 감동을 선사한다.  

2015 팸스초이스 선정단체 : 단편선과 선원들(Danpyunsun and the Sailors)

단편선과 선원들은 실험적인 포크 음악을 추구해온 회기동 단편선을 주축으로 2013년 여름 결성된 4인조 그룹이다. 클래식, 집시 음악, 포크 팝, 엑스페리먼트 록 등 각자 서로 다른 음악에 기반을 두고 활동해 온 단편선과 선원들은 동양과 서양의 영향을 고루 받은 새로운 팝 사운드를 제시해나가고 있다. 


  • 기고자

  • 권석정_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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