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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풍부한 문화자산을 옮기며 부가가치로 기능한다 2015-05-19

축제는 풍부한 문화자산을 옮기며 부가가치로 기능한다
[피플] 세르반티노 축제 예술감독_ 마르셀라 디에스 마르티네스


세르반티노 축제(Festival Internacional Cervantino)는 ‘비슷한 형식을 가진 축제 중 중남미 최고’, ‘세계 4대 주요 행사 중 하나’라 일컬어지는 예술축제다. 세계인들은 1988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한 이 축제를 리우 삼바 카니발(Carnaval do Rio de Janeiro), 뮌헨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부뇰 토마토 축제(La Tomatina), 베네치아 카니발(Carnevale di Venezia) 등과 함께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20세기 중반인 1953년, 과나후아토(Guanajuato) 대학의 엔리케 루엘라스(Enrique Ruelas)는 주민들도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던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의 막간극을 들고 학생들과 함께 광장으로 나왔다. 이후 거리와 극장에서 세르반테스의 작품을 매년 공연했고 이는 대학도시였던 과나후아토의 전통이 되었다. 그렇게 ‘세르반티노’라 불리게 된 축제는 1972년 정부가 재단을 만들어 주도하면서 본격적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엘 세르반티노(EL Cervantino)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세르반티노 축제는 43회를 맞는 올 10월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후원으로 한국 현대무용특집, ‘Korea Today’를 통해 3개의 무용단을 소개한다. 이에 앞서, 한국 공연예술계와의 향후 폭넓은 교류를 목적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서울아트마켓 X 페스티벌 봄 심포지엄에 참가한  마르셀라 디에스 마르티네스(Marcela Diez Martínez, 60세) 예술감독을 만났다.

제 43회 세르반티노 축제 포스터 ⓒFestival Internacional Cervantino

마르셀라 디에스 마르티네스 (Marcela Diez Martínez)

제 43회 세르반티노 축제 포스터
ⓒFestival Internacional Cervantino
마르셀라 디에스 마르티네스(Marcela Diez Martínez)
 

작품에서 찾은 것은 뿌리가 낳은 현대였다.

Q : 축제의 방향이 과거에는 전통 혹은 민속을 중요하게 다루었다면 점차 현대예술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 방향을 애써 바꿨다기 보다 자연스럽게 변했다. 우리 축제는 젊은 사람들이 희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멕시코 인구의 50%는 18세 미만이다. 이들은 미래 우리의 관객이기도 하지만 축제를 통해 예술을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면서 지역사회에 미래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프로그램에서 전통을 제외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더욱 새롭고 매력적이며 흥미로운 것을 소개하기 위해 애쓴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옛 민요가 바다를 넘어와 멕시코를 노래하는 젊은이들의 록으로 바뀌었다면 이건 현대 멕시칸 록이다. 세상은 점점 국제화되고 있으며, 이렇게 현대적 언어로 소통하고 있다.

Q : 한국 특집을 현대무용으로 특화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나? 

A :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서 실제로 본 작품은 없다. 하지만 많은 동영상 자료를 보며 한국 작품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느꼈다. 우선 테크닉이 뛰어나고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 내게는 이점이 매우 중요한데, 한국 현대무용은 그 뿌리와 맞닿아 있다. 한국 작품에는 일본과도 다르고 프랑스와도 다르며 멕시코와도 다르게 한국적이라고 느끼게 하는 독특한 색깔이 있다. 올가을에 소개할 최상철 현대무용단(중앙대학교), 브레시트무용단(대표 박순호), 아트 프로젝트 보라(대표 김보라)등 3개 무용단 작품에서 공통으로 찾은 것이 바로 뿌리가 낳은 현대였다.

Q : 세계인들에게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축제를 꼽으라면 세르반티노는 언제나 10개 중 하나에 들어간다. 에든버러 축제와 함께 공연예술축제로는 유일한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 세르반티노 축제는 공식적으로 43년 되었지만 실제로 그보다 더 긴 역사를 이어 온 국제행사다. 또한, 인구가 많지 않은 작은 대학도시 과나후아토가 행사 기간 중에 축제 그 자체로 바뀐다는 것은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축제 기간에 과나후아토는 살아있는 극장, 눈앞에 있는 박물관이 된다. 극장이나 특정 공간을 포함해 시 전체가 축제의 장이 되기 때문에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누구라도 의지와 상관없이 축제의 일부분이 된다. 이것이 세르반티노 축제를 매우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우리는 매년 10월 3주간 반드시 주말을 포함해서 축제를 진행하는데, 기대 혹은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프로그램으로는 클래식에서 팝, 월드뮤직에 이르는 전 장르의 음악이 50%를 차지한다. 음악은 주로 성당에서 공연하며 연극, 무용, 전시 및 미디어아트, 필름 등 시각예술은 해당 기간 사용할 수 있는 극장, 박물관, 역사적인 건축물, 광장, 공원 등 도시 전체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워낙 많은 것들이 동시에 벌어지기 때문에 누구든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또한 마련되는데, 축제 안의 작은 축제라 할 수 있다.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 축제는 가족을 위한 축제다. 이 뿐만 아니라 젊은 청년들에게도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들은 아름다운 도시에서 예술과 자신의 미래에 관해 토론하고 거의 무료인 공연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돈이 없어도 세계적인 공연을 볼 수 있으며, 축제가 펼쳐지는 현장 구석구석을 있는 그대로 체험하고, 예술가들과도 편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일 것이다. 에든버러처럼 우리 축제에 프린지는 없지만 프린지를 가진 셈이다.

Q : 축제의 기본적인 운영과 올해 축제를 소개해 달라. 

A : 당신이 소개하는 한국팀을 제외하고 어느 나라 어떤 단체가 오는지는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까지 밝힐 수 없으니 양해해달라. 올해 행사 기간은 10월 7일부터 25일까지 19일간이며 24개국에서 멕시코 아티스트를 포함해 대략 2,500 ~ 3,000명 정도의 예술가가 참가한다.

세르반티노 축제는 공식적인 정부행사로서 멕시코 국립문화예술위원회(CONACULTA)에서 8천 5백 페소(한화 약 60억 원)를 지원하고, 과나후아토 주 정부(Guanajuato State Government), 과나후아토 시 정부(Guanajuato City Government) 그리고 과나후아토 대학(University of Guanajuato)이 호텔, 식비, 운송비 및 대관료를 책임지며 전액 공공기금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예산이라는 것이 아무리 많아도 항상 모자라는 법이라 축제에 참가하는 자국 공연단을 후원하는 각국 기금과 협찬 및 후원까지 합해 행사를 치른다.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50~55명에 이르는 상근직원들은 모두 공무원 신분이며 축제 기간에는 그 수가 100여 명 안팎으로 늘어난다.

Q : 축제의 프로그램만으로도 엄청난 규모인데 젊은이와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지역사회에 미친, 혹은 기여한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A : 작년에 축제를 찾은 관객은 스쳐 가는 관광객이나 인근에 거주하며 특별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들을 제외하고 시내 호텔에서 적어도 하룻밤 이상 머물며 공연을 본 사람만 약 500,000명 정도다.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수익보다 중요한 것은 파생적 부가가치인데 이것을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렵다. 1년 동안 크리스마스가 5번 있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가톨릭 국가에서 크리스마스는 매우 중요한 명절이며 엄청난 소비가 이뤄지는 시즌이다. 축제 기간 과나후아토에 유입되는 돈은 5번의 크리스마스를 한꺼번에 모아놓은 것과 맞먹는다. 호텔에는 빈방이 없고 레스토랑도 쉴 틈이 없다. 쇼핑센터에도 발 디딜 틈이 없다. (위키피디아 2010년 발표, 축제 기간 약 300억(423,000,000 페소) 유입) 과나후아토는 끊임없이 문화를 생산해내는 대학도시다. 따라서 축제 하나 때문에 얼마를 벌어들인다는 것 보다는 도시 그 자체가 부가가치가 되어 인근 도시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축제는 젊고 새로운 예술을 통해 풍부한 문화자산을 멕시코로 옮기는 역할도 한다.

제 42회 세르반티노 축제

ⓒ Festival Internacional Cervantino

제 42회 세르반티노 축제 ⓒ Festival Internacional Cervantino

보살핌이 필요해 보이는 예술가를 먹여 살리는 것이 내 일이 되었다

Q : 이제 당신에 관해 듣고 싶다. 예술감독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어떤 미래를 꿈꾸나?

A : 예술가들은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하고, 때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내 얘기를 통해 우리가 속해 사는 사회와 사람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예술가에게는 항상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당면과제를 두고도 그들은 창작에 몰두해 자신을 돌보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들을 먹여 살려야 했고, 인간애를 말하는 예술가들을 돕는 것이 바로 내 일이 되었다.

부감독으로 일하다 떠난 지 5년 후 예술감독이 되어 돌아오며 축제와 오랜 시간 함께했고, 예술가는 아니지만 예술과 예술가에게 매혹된 기획자로 살아온 나는 더 크게 욕심낼 것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를 즐기며 행복하기만 바란다. 그리고 축제 이후에도 분명 공연예술을 위해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찾을 것이다.

세르반티노 축제 예술감독으로서는 한가지 계획이 있다. 매우 훌륭한 작가이며 축제 행정감독이기도 한 호르헤 볼피 (Jorge Volpi)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는 지역사회와 젊은이들의 교육을 항상 고민하는데 이것은 축제의 비전이기도 하다. 난 이를 프로그램으로 구체화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나보다 훨씬 젊은 그의 비전이 축제를 통해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축제가 나아가는 방향은 멕시코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각자 속한 지역사회, 그리고 지금의 세상이 수용하는 모험적 변화를 축제로 가지고 와 나누고자 하는 데 있다. 이것이 그들의 지역사회에 또 다른 제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언제까지 예술감독으로 일할지 모르지만 지금 이 일을 사랑하며 즐긴다. 그러나 언젠가 호르헤가 나를 이어 예술감독이 되어주기 바란다.

김신아 x 마르셀라 디에스 마르티네스 (Marcela Diez Martínez)

김신아 x 마르셀라 디에스 마르티네스 (Marcela Diez Martínez)

Q : 한국에 와보니 어떤가. 교류를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 있나?

A : 이번에 처음 한국을 방문하여 협력을 확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굳이 주빈국이 아니더라도 예술경영지원센터 등과 함께 더욱 다양한 한국팀들을 소개하며 그 관계를 지속해 나가고 싶다. 교류조건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예산은 아무리 많아도 항상 모자라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올해 처음으로 3개 단체를 특별 프로그램으로 소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한국 해외문화홍보원에 깊이 감사한다. 이번 기회가 앞으로 한국 공연계와의 지속적 교류를 위해 매우 좋은 시작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멕시코 젊은이들은 K-POP을 매우 좋아한다. 올해는 한국 현대무용에 집중하지만, 내년 혹은 언제건 K-POP을 소개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젊은이들은 모든 정보에 열려있으며 인터넷 등을 통해 세상의 모든 정보를 흡수하고 있다. 아마도 유튜브나 그 밖의 채널을 통해 봤던 가수들을 눈앞에서 실제로 본다면 열광할 것이다.



지금까지 세르반티노 축제에는 1991년 김매자의 창무회를 필두로 김복희 탐무용단 (1992, 1999), 김영희 무트댄스(2001), 안애순(2004), 국수호 디딤무용단(2007) 등이 초청받아 공연했고, 전미숙과 LDP무용단 그리고 유카탄 주립무용단의 공동작업을 서울세계무용축제와 함께 ‘축제 간 협력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5년 진행했으며, 2012년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참가한 바 있다. 특집프로그램으로 복수의 한국 단체를 소개하는 것은 2015년이 처음이다.

 

ⒸKAMS


  • 기고자

  • 김신아_아트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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