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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S Choice] 판소리로 세계와 소통하다.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2014-09-16

판소리로 세계와 소통하다.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PAMS Choice] 국악 뮤지컬 집단, 타루


타루(TAROO)의 작품들은 젊고 생기발랄하다. 전통음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선입견을 벗어던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던 타루가 셰익스피어에 도전했다. 타루의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는 4인의 햄릿이 등장해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수다 떨듯 들려준다. 서로 다른 성격의 햄릿이 만담을 하듯 들려주는 햄릿 이야기는 원작의 무거움을 훌훌 털어 버린다. 타루의 작업과 그들이 만든 독특한 햄릿 이야기를 정종임 대표와 박선희 연출에게 들어보았다.

타루의 작업은 진행 중

Q(박병성) : 국악 뮤지컬 집단 타루는 2001년 만들어졌다. 어떤 계기로 결성된 것인가?

정종임(이하 정) : 처음에는 젊은 판소리 소리꾼, 국악기 연주자, 전통공연 기획자들이 모여서 동호회 개념으로 만들었다. 젊은 친구들은 판소리가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굉장히 즐거워한다. 선입견을 버리고 만나면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판소리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동창작 방식으로 공연을 만들다가 2006년부터 전문 공연단체로 발전하면서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를 3주 동안 공연했다. 지금은 판소리 뮤지컬에 국한하지 않고 교육 프로그램, 콘서트, 어린이 판소리 뮤지컬 등 판소리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Q : 타루의 작품들을 보면 전통음악으로 젊은 층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타루만의 작품 색깔을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 : 그동안 현대적 소재를 판소리로 표현하는데 주력해왔다. 제주도 신화를 소재로 만들기도 하고, 조선 최초 여류 명창 진채선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는 셰익스피어를 다룬다. 타루가 추구하는 작품의 공통점이 있다면 판소리를 소재로 한다는 것이다. 판소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연구하고 그에 어울리는 반주 형태를 개발했다. 북 반주 하나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악기와 서양 악기의 접목도 시도했다. 판소리로 다양한 시도를 해왔는데, 아직 타루만의 색깔을 명확히 규정하긴 힘들고 지금은 찾아가는 단계인 것 같다.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공연포스터

국악뮤지컬집단, 타루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공연포스터 국악뮤지컬집단, 타루


Q : ‘국악 뮤지컬 집단’이란 캐츠프레이즈를 달고 있다. 타루가 만드는 뮤지컬은 무엇이 다른가?

정 : 우리 뮤지컬은 판소리 전공자들이 노래를 하고, 소리꾼이 직접 작창을 해서 부른다. 소리꾼이 직접 작창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소리꾼마다 발성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소리를 찾아낸다. 배우가 남의 작창을 한 것을 사사하듯이 배워서 부르는 것과, 자신이 왜 부르고 어떻게 부를지 고민하고 부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박선희(이하 박) : 타루의 가장 큰 특징은 공동창작이라고 생각한다. 단원들이 소리꾼이기 때문에 각자가 자기 소리 길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Q : 타루만의 공동창작 특징이라면?

정 : 대본이 나오고 소리가 들어갈 부분에 어떤 소리를 넣을지 공동작업을 하게 되는데 판소리를 공동창작하면 시너지가 생긴다. 소리꾼들은 각자 소리 내는 방식이 있기 때문에 공동창작이 어렵지만 타루는 많은 경험을 통해 공동창작 하는 과정을 익혀왔다.


타루가 만든 햄릿

Q : 판소리로 <햄릿>을 풀어냈다. 타루의 <햄릿>은 어떤 매력이 있는가?

박 : <햄릿> 이야기를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 보았다. 복수를 하지 않으면 적당히 살 수 있지만, 복수를 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 <햄릿>은 복수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타루의 배우들은 씻김굿이나 상여소리에서 죽음에 대한 감성을 배워왔고,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슬픔의 소리를 낼 줄 안다. 이런 이야기에 거리낌이 없다.

Q : 4명의 여자 소리꾼이 등장해 모두 햄릿을 연기한다. 이런 독특한 구성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박 : 전체 컨셉은 햄릿이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는 구성이다. 이게 판소리 구조랑 같다. 혼자서 1인칭을 했다가, 2인칭을 했다가, 3인칭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서양극에는 없는 구조다. 1인극으로도 풀어갈 수도 있는데 그럼 한 사람의 고뇌를 보기 힘들다. 햄릿의 고뇌는 자아분열의 결과이고 그것을 네 명의 캐릭터로 수다를 떨면서 보여주었더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졌다. 다른 캐릭터가 필요하지 않았다. 판소리에서는 소리꾼이 아니리로 설명을 하다가도 극 중 다양한 캐릭터로 분한다. 관객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잘 이해해주더라.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공연모습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공연모습


Q : 타루가 소리꾼이 중심이 된 집단이라고 했지만,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를 보면 음악성보다는 극성이 강하게 다가온다.

박 : 단원들은 자신들의 소리를 관객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좀 더 가볍고 즐겁게 연기하려고 하는 것 같다. 과도기라고 본다.

정 : 소리꾼들은 소리꾼이 좋아하는 소리와 관객이 좋아하는 소리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는 소리꾼이 잘 전달하면 소리꾼이 좋아하는 소리를 관객들도 좋아해주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을 바꿔가는 중이다.

Q : 햄릿이 오필리어를 밀어내는 장면은 그 나이 또래에 맞는 감성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박 : 타루의 장점이 잘 나타난 장면이다. 언어가 옛날 말인 거 같기도 하고, 막말 같기도 하다. 창작 과정에서 대사를 주면 배우들이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작창을 하는데, 멜로디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창에 필요한 언어도 가져온다. 본인들도 모르게 창작이 이루어진다. 타루에서 연출의 역할은 소리꾼들이 잘 놀게 해주는 것이다. 이 장면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죽는 마지막 장면을 14 분에 걸쳐 정통 판소리 장면으로 만들었는데, 그 역시 소리꾼들이 작창과 언어(가사)를 만들어왔다.

Q : 마지막에 햄릿이 복수를 감행하는 가장 극적인 장면을 소리로만 풀었는데, 여느 <햄릿>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타루의 작업 스타일을 예견하는 장면이라고 봐도 될까?

정 : 앞으로는 음악성을 앞세운 작품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판소리와 다른 음악 장르이 적극적으로 만나는 실험을 해보려 한다. 재즈나 플라멩코, 파두와 판소리 보컬이 어우러져 극을 펼쳐내는 양식이다. 이전에도 전통음악과 판소리가 만나는 작업이 있었지만 음악으로만 그쳤다. 타루의 작업은 판소리와 다양한 음악 장르간의 결합이 극을 통해 펼쳐진다.

타루의 정종임 대표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의 박선희 연출가

타루의 정종임 대표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의 박선희 연출가 Ⓒ김종범

 

Ⓒ타루


2014 팸스초이스 선정 작품 :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는 햄릿의 자아를 4명으로 설정해 햄릿의 고민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고자 하는 한 젊은이의 고뇌와 극복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는데 햄릿이 직접 만들어가는 진짜 햄릿 이야기이다. 햄릿의 긴 독백은 햄릿들의 대화로, 오필리어 대사는 노래로,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햄릿과 레어티즈의 칼싸움은 생생하고 긴장감 넘치는 판소리 장면으로 구성하였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햄릿의 고민과 무게감은 살리고, 고전의 무거움은 덜어내어 햄릿이 결코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2014 팸스초이스 선정단체 : 타루(TAROO)

2001년 창단된 타루는 판소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 장르와 만나 국악뮤지컬을 창작하는 공연예술단체이다. 젊은 감각, 시대감수성, 유쾌한 재치로 무장한 타루는 전통 판소리의 맥을 잇되, 동시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과감하고 기발한 작품들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아왔다. 한국 전통음악인 국악을 오늘날의 감각에 맞게 재창조하여, 타루만의 독특한 색깔을 지닌 공연으로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공연이 되고자 한다.
  • 기고자

  • 박병성_더뮤지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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