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호주 공연예술계에 부는 아시안 붐(Asian Boom) 2014-04-29

호주 공연예술계에 부는 아시안 붐(Asian Boom)
[동향] 애들레이드와 멜버른을 중심으로


우리와 계절은 정반대지만 시차는 크지 않다. 역사적, 언어적으로 보자면 먼 서양으로 구분되지만 지리적, 경제적으로는 가까운 아시아와 한데 묶인다. 낯설면서도 우리와 친숙한 나라, 바로 이달 초 우리와 자유무역협정 (FTA)에 공식서명한 호주 얘기다. 근래 들어 부쩍 정치경제면에서 우리와 거리를 좁히고 있지만 문화예술면에서 이미 호주는 아시아의 이웃나라들만큼이나 가까운 나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KAMS)와 호주예술위원회가 공동주관한 <2012-13 한-호 커넥션: 공연예술 인턴>은 그러한 양국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보여주는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총 9개월간 인턴십이 진행된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 (Adelaide Festival Centre)와 멜버른 아트 센터 (Arts Centre Melbourne)는 그중에서도 아시아와의 문화예술교류에 있어 탁월한 리더십과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꼽힌다.

아시아적인 느낌의 벽화@애들레이드 페스티벌센터

시드니 마이어 뮤직 볼@멜버른 아트센터

아시아적인 느낌의 벽화@애들레이드 페스티벌센터 시드니 마이어 뮤직 볼@멜버른 아트센터

축제가 일상인 도시 애들레이드

애들레이드가 위치한 남호주 (South Australia)는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한 애들레이드 페스티벌(Adelaide Festival), 애들레이드 프린지(Adelaide Fringe), 워메들레이드 (WOMADelaide)가 개최되는 축제의 주(The Festival State)다. 올해부터 브리즈번으로 거처를 옮긴 호주아트마켓(APAM: Australian Performing Arts Market)도 애들레이드 출신이다. 이 대형 축제들은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와는 별개로) 모두 2, 3월에 개최된다. 호주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객들로 들썩이는 애들레이드의 3월은 “미친 3월(Mad March)”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축제의 주를 대표하는 공연장답게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 역시 축제가 중심인 공연장으로 연중 3-4개의 축제를 개최한다. 가족·어린이 프로그램 중심의 컴 아웃 칠드런즈 페스티벌(Come Out Children’s Festival), 카바레 페스티벌계의 선구자격인 애들레이드 카바레 페스티벌(Adelaide Cabaret Festival), 격년으로 진행되는 애들레이드 국제 기타 페스티벌 (Adelaide International Guitar Festival) 그리고 오즈 아시아 페스티벌 (OzAsia Festival)까지 그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예산과 인력의 부족, 급박하고 급작스럽게 돌아가는 축제의 속성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계약, 비자, 티켓, 홍보, 협찬, 협력, 마케팅, 무대, 진행, 아티스트 관리 등의 업무가 부서간의 협력 하에 상당히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조직 경영 노하우와 모든 정보를 철저히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관리하고 공유하는 시스템 덕도 있겠지만, 가장 큰 힘은 즐기며 일할 줄 아는 직원 개개인의 역량과 상호 간의 신뢰 및 동료애에서 만들어졌음은 분명해 보였다.

축제풍경@워메들레이드

Ready for Takeoff@애들레이드 프린지

축제풍경@워메들레이드 Ready for Takeoff@애들레이드 프린지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 아시안 붐을 선도하는 리더십

홍콩(Hong Kong)의 미디어, 관광, 축제 분야에서 쌓은 굵직한 경력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더글라스 고티에(Douglas Gautier)는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의 CEO 겸 예술감독이다. 그는 2013년 10월에는 대전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 (AAPPAC) 총회에서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아시아 스페셜리스트인 고티에의 리더십 하에 일찍이 호주와 아시아 간 문화예술교류의 중요성을 인지한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는 2007년부터 오즈 아시아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이 축제를 통해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 혹은 아시아-호주 아티스트 간의 협력을 통해 창작된 공연이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점프>((주)예감), <페르귄트>(극단 여행자) 등 한국 작품들도 이 축제를 통해 호주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이번 달을 기점으로 지금껏 오즈아시아페스티벌을 진두지휘해온 제신타 톰슨 (Jacinta Thompson)이 떠나고 신임 축제 감독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는 작년 9월엔 남호주 대학교 (University of South Australia)와 함께 아시아 태평양 문화예술 리더십 센터(Asia Pacific Centre for Arts and Cultural Leadership)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들은 아시안 붐을 선도해나가기 위한 플랫폼을 마련하고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10월엔 홍콩 프린지 클럽에서 애들레이드 카바레 페스티벌 해외 순회공연도 성황리에 마쳤다. 아시아와의 강도 높은 교류 행보를 체계적으로 이어가는 뚝심 있는 리더십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Roman Tragedies@애들레이드 페스티벌

<페르귄트>, 극단 여행자

Roman Tragedies@애들레이드 페스티벌 <페르귄트>@오즈아시아페스티벌

다문화가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도시 멜버른

멜버른은 호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의 도시다. 넘쳐나는 크고 작은 공연장, 라이브 클럽, 축제 속에서도 멜버른 아트 센터는 단연 독보적인 문화예술공간이다. 지난해, $7.1m에 달하는 예산 초과집행으로 인해 주디스 이셔우드(Judith Isherwood)가 CEO직에서 물러나고, 일부 직원들이 해고되는 이례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한 유럽 여느 도시들처럼 관객층이 눈에 띄게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점도 염려스럽다. 하지만, 로얄 콘서트 헤보우 오케스트라(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와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부터 난민 혹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놓인 청소년들이 힙합뮤지션의 꿈을 이루도록 이끌어주는 창의적인 교육 프로그램(Dig Deep)과 아시아와의 교류 활성화 프로젝트까지 다양성을 고루 담아내는 다이내믹한 프로그래밍은 이러한 염려들을 불식시키듯 멜버른 아트 센터의 저력을 보여준다. 특히, 거주민 중 절반 정도가 외국 태생인 멜버른의 다문화적 속성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반영되어 진취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유럽공연예술회의 (IETM: International Network for Contemporary Performing Arts), 호주예술위원회(Australia Council for the Arts), 넥스트 웨이브(Next Wave) 같은 주요 기관과의 밀접한 협력관계를 통해 호주-아시아 아티스트들 간의 협력 범위와 경계를 넓혀가고 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프로젝트는 Play Me, I’m Yours(PIMY)라는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베티 암스덴(Betty Amsden)이 멜버른 아트 센터에 기부한 약 10억 원으로 3~4년에 걸쳐 4개의 대규모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를 차례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출신의 루크 제람(Luke Jerram)이 창안한 PMIY는 뉴욕, 상파울로 등 전 세계 37개 도시에서도 진행된 바 있다. 이는 도시 곳곳에 피아노가 설치되고 대중들이 자유롭게 연주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멜버른에서는 다문화, 소외계층 등 여러 커뮤니티 그룹들이 기부 받은 피아노를 장식하고 37명의 시민들이 특별히 작곡된 서곡(Overture)을 함께 연주했다. 백발의 기부자가 다양한 피부색의 기부 수혜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멜버른스러운 면모를 엿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Play Me, I’m Yours> 오프닝 연주@멜버른 아트센터

Dig Deep 앨범 론칭@멜버른 아트센터

Play Me, I’m Yours 오프닝 연주
@멜버른 아트센터
Dig Deep 앨범 론칭@멜버른 아트센터

멜버른 아트 센터, 아시아를 향한 혁신적인 발걸음

멜버른 아트 센터는 2009년 마이어 재단(The Myer Foundation)의 지원을 바탕으로 케네스 마이어 아시아연극시리즈(KMATS: The Kenneth Myer Asian Theatre Series)를 설립했다. 호주 관객들에게 그들이 살고 있는 다문화 사회를 반영하고 인도, 중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아시아 컨템퍼러리 공연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통로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이후 멜버른 아트 센터의 아시아 공연예술 프로그램(APAP)으로 자리 잡았다. 호주예술위원회 씨어터 보드(Theatre Board)의 의장이자 멜버른 아트센터의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인 스티븐 암스트롱(Stephen Armstrong)이 2013년 7월에 온 이후 조직은 혁신적이며 새로운 방식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14년 5월 멜버른에서 개최되는 IETM 아시아 위성 회의와 연계하여 APAP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호주와 아시아 아티스트들의 자유로운 협업과 이를 통한 다국적 프로젝트 개발을 목표로 새로운 프로그램(The Lab)이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실험실’을 뜻하는 프로젝트명 그대로 참가자들에게 결과물 도출을 종용하지 않는다는 대담한 기획이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다. 이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작업하게 될 예술가들의 창의적 시너지가 사뭇 기대된다.

현재 호주에서 불고 있는 아시안 붐은 앞으로 더 거대한 물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호주 입장에서는 아직 한국보단 지리적으로 가까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같은 나라들과의 작업을 더 선호하고 있다.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고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창의적인 접근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기고자

  • 최보미_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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