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잠재력을 확인한 새로운 시장 2014-04-23

잠재력을 확인한 새로운 시장
[축제/마켓] 중국 북경 ‘사운드 오브 더 시티(Sound Of The Xity)’ 리뷰


현재 세계 무대에서 성공하는 방법 중 가장 유력한 한 가지는 바로 ‘중국을 공략하라’이다. 주지하다시피 K-POP이 가파른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이 있었다. 어마어마한 중국 소녀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은 슈퍼 주니어(Super Junior), 엑소(EXO)와 같은 K-POP 스타들의 성장세가 바로 이를 증명해준다. 지난해 에이팜(Asia Pacific Music Meeting: APaMM)에서 처음 만났던 사운드 오브 더 시티(Sound Of The Xity: SOTX)의 디렉터 장 란(Zhang Ran)은 나에게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왁자지껄한 울산의 바에서 담배를 피우며 그가 내민 사진은 바로 일본 포스트 록(POST ROCK) 밴드‘모노(MONO)’의 중국 공연을 촬영한 사진이었는데,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압도적이었다.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다는 표정으로 “8만 명이 모노를 보러 왔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막연하게나마 가지고 있었던 중국의 대중문화수준에 대한 나의 편견은 이내 부끄러움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할 무렵 그가 재차 물어왔다.


“너희도 중국에 와 보지 않을래?”
그렇게 4월 초, 우리는 거짓말같이 북경으로 향했다.

세계시장을 위한 아시아의 거점이 되다

2011년 처음 시작된 중국의 뮤직마켓 SOTX는 한국의 에이팜과 뮤콘(Mu:CON)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는 음악박람회이자 일종의 페스티벌이다. 엑스포와 콘퍼런스가 진행되는 디지털예술박물관(Museum of Digital Arts)과 중국 밀레니엄 기념비(China Millennium Monument), 7군데의 장소(Venue)를 기점으로 아티스트 쇼케이스가 열리는 SOTX는 중국과 아시아 음악 산업을 아우르는 중요한 장이 된다.

2014 SOTX 공식포스터

그렇다 보니 여러 해외 페스티벌 디렉터들과 음악 관계자들이 콘퍼런스와 쇼케이스 관람 등의 목적으로 초청되어 북경을 찾고 있고, 중국의 여러 아티스트들과 더불어 세계 각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티스트들 또한 쇼케이스를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사실 축제로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올해 SOTX에서는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음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우선 콘퍼런스 참여 인사들의 면면이 단연 괄목할 만하다. 세계 최고의 뮤직 페스티벌인 글래스턴버리축제(Glastonbury festival)의 프로그래머 말콤 헤인즈(Malcom Haynes), 현재 유럽에서 가장 ’HOT하고 ’HIP’한 페스티벌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세르비아 엑시트(EXIT)의 설립자 이반 밀리보예프(Ivan Milivojev), 포르투갈 문도뮤직페스티벌(Festival Músicas do Mundo: FMM)의 카를로스 세이아스(Carlos Seixas), 미국 시에라네바다 월드뮤직페스티벌(Sierra Nevada World Music Festival)의 설립자 워런 스미스(Warren Smith) 등 유력한 인사들은 물론 워멕스, 미뎀(MIDEM)등 중요 마켓 관계자들도 이곳을 찾았다. 특히나 워멕스와 SOTX는 올해부터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 워멕스가 쌓아온 수십 년 동안의 경험과 SOTX의 패기와 잠재성을 결합하여 아시아 시장에서의 공동 발전을 도모한다는 발표를 했다.

콘퍼런스,  푸엘 판당고(Fuel Fandango),   

SOTX의 이러한 새로운 행보들은 공연 출연자 구성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전에 중국 아티스트 일색에서 벗어나 매시브 어텍(MASSIVE ATTACK)의 멤버인 대디 지(DADDY G), UK의 하위 비(Howie B)와 같은 이미 검증된 거장 뿐 아니라 네덜란드의 텐템피스(TenTemPies), 스페인의 푸엘 판당고(Fuel Fandango)와 같이 각 음악장르에서 급성장중인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하여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한국 아티스트들은 지난해 고고스타와 숨(S;UM)이 처음으로 이곳을 찾았고, 올해는 윈디시티와 잠비나이가 참여하기로 하였으나, 윈디시티는 밴드의 사정으로 무산, 잠비나이만 단독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UK의 하위 비(Howie B) 매시브 어택의 대디 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중심에 선 잠비나이

SOTX의 공식 초청으로 북경에 도착한 우리는 짐을 풀고 오후 두 시부터 시작되는 쇼케이스를 확인하기 위해 공연장 중 하나인 탕고(TANGO)로 향했다. 지하철역으로 한 정거장, 걸어서는 이십 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이 공연장은 홍대 상상마당 라이브홀의 두 배 정도 되는 규모의 복합공간으로 SOTX 공연장 중 가장 큰 규모의 공연장이었다. 다음날 이곳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사전 답사 겸 공연 관람에 나섰다.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과 관계자들이 쇼케이스를 보기 위해 몰려들어 TANGO의 객석은 가득 차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였을 때 막 공연을 시작한 팀은 지난 3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South by South West)의 인터내셔널 데이스테이지(International Daystage)에서 함께 무대에 올랐던 스페인의 매혹적인 트리오(TRIO), 푸엘 판당고(Fuel Fandango)였다. 플라멩코와 EDM, 개러지 록을 뒤섞은 유니크한 사운드와 보컬리스트의 매혹적인 춤사위에 모두들 빠져들어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연 이날 최고의 공연을 선보인 팀은 네덜란드에서 온 스카(SKA)밴드 텐템피스(TenTemPies)였다. 네덜란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특이하게 전곡 가사를 스페인어로 작사한 이 팀은 유쾌하고 센스있는 멘트들로 관객들의 시선을 자신들에게 고정시킨 뒤 공연을 시작하였고, 공연 중간중간 뿜어져 나오는 예측 불가능한 스테이지 매너로 중국 관객들을 흥분시켰다. 급기야 싱얼롱에 스테이지 다이브까지 연출되며 공연장의 분위기는 쇼케이스라기보다는 록 페스티벌의 무대를 방불케 했다.


공연이 끝나고 2층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던 에이팜의 이정헌 감독을 비롯하여 잠비나이의 해외 매니저(International Agent)인 제롬 월리엄스(Jerome Williams), 아울러 많은 해외관계자들과 환담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이미 상당수의 인사들이 지난해 10월 에이팜, 팸스(PAMS), 뮤콘에, 워멕스로 이어진 자리에서 잠비나이의 라이브를 접한 바 있었고, 그중 많은 분들이 잠비나이의 팬을 자처하고 있었기에 만남은 더욱 화기애애했다. 올해 스케줄 논의가 다 끝나기도 전에 내년 스케줄에 대한 논의가 조심스럽게 이루어졌다. 우리의 기대보다 얘기가 빠르게 진행되는 터라 약간의 긴장감이 밴드 내에 감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긴장감도 잠시, 이런 자리에서 멋진 공연을 펼치는 것보다 더 훌륭한 홍보는 없다는 사실에 흥분되기 시작했다.

잠비나이 공연사진

공연 당일 13일의 일정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쇼케이스 시작 시간이 오후 2시인 점을 감안하여, 당일 출연 밴드들이 오전 중으로 리허설을 끝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오전 아홉 시부터 한 시간의 리허설을 배정받았다. 언어 소통에서 약간 문제가 있었지만 모든 부분에서 만족할 만한 리허설을 종료하고 저녁 여섯 시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공연시작을 얼마 앞두고 우리의 음향 세팅 파일에 문제가 발생했다. 몇 개의 채널이 엉켜 있다 보니 다음 리허설 팀에서 실수로 우리 데이터에 자기네 데이터를 엎어 썼던 것이다. 하지만 숱한 공연장에서의 다양한 돌발 상황을 경험한지라 당황하기보다는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했다. 오퍼레이터인 몰 스튜디오의 조상현 대표를 중심으로 빠르게 채널을 수정해 문제를 수습하고 나서야 무사히 공연에 올라갈 수 있었다. 이미 탕고(TANGO) 1층에는 중국 팬들로 가득 찼고, 2층 발코니에는 여러 페스티벌 디렉터들을 비롯한 음악 관계자들이 잠비나이를 주목하고 있었다. 우리의 음들은 어느 때보다 진중했고 공연장을 폭발시킬 정도의 출력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뜨거웠던 분위기는 마지막 곡에 이르러 서로의 손을 맞잡고 관객과 눈 맞추면서 이내 끝이 났다. 그 어느 때보다 큰 환호와 박수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2층에서 관람하던 몇몇 디렉터들과 눈이 마주치자 그들은 크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문자메세지를 보내주었다.


“올해 너희를 초대한 걸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만들어 주어서 고마워. 여름을 기대할게.”


공연이 끝나자마자 기분 좋은 제안들도 이어졌다. 벌써부터 하반기에 있을 아시아, 호주, 유럽에서의 추가공연이 논의되었고, 이곳에 온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올여름, 우리를 초청한 시에라네바다 월드뮤직페스티벌의 설립자 워런 스미스는 “이 멋진 음악을 내 축제를 찾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21일로 예정되어 있던 기존의 스케줄에 하루를 더 추가하여 또 하나의 슬롯을 제공하겠다는 뜻밖의 선물을 우리에게 주었다. 게다가 공연직후 CD 판매량이 미국을 웃돌 정도로 급증했으며, 검색 키워드를 통한 중국 내 관객 반응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무궁한 잠재력을 확인한 SOTX

새로운 시장에 도전한다는 매력과 검증된 해외인사들에게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 중 하나로 중국의 SOTX는 우리의 기억에 남게 되었다. 물론 아직은 축제가 초기인지라 여러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모든 것을 상쇄시킬 매력을 지닌 축제가 바로 SOTX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축제 스태프들의 뜨거운 열정은 이제 겨우 3년 차인 이 페스티벌의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Nsista〉

아시아 음악 시장 진출에 있어서 일본이 유일한 교두보였던 때가 있었다. 이는 은연중 일본의 음악소비층만이 서구에 근접하거나 능가한다고 여겼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물론 일본시장이 규모나 창작․유통 측면에서 탁월한 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의 중국 공연을 통해 그런 편견이 많이 깨졌다.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관객은 어느 곳이든 매력적이라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이번 중국 공연을 통해 무겁게 느꼈다. 아티스트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매력적인 쇼케이스이자 페스티벌인 SOTX,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의 음악가들이 새로운 친구들과 더불어 멋진 기회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기고자

  • 김형군_GMC 레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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