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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위한 새로운 이코노미를 구상하며 2014-02-26

예술을 위한 새로운 이코노미를 구상하며
[동향] 2014 ISPA(국제공연예술협회) 뉴욕 총회


세계 공연예술 리더가 모이는 국제공연예술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the Performing Arts 이하 ISPA)의 2014년 뉴욕 총회가 ‘예술을 위한 새로운 이코노미를 구상하며(Imaging a NEW ECONOMY for the arts)’ 라는 주제 아래 1월 14일부터 16일 3일간 미국 뉴욕시티 타임즈 센터(The Times Center)와 뱀(BAM)의 하워드 길만 오페라 하우스(Howard Gilman Opera House) 에서 열렸다. 세계의 많은 문화예술 회의체 중에서 단연 두드러진 면모를 보이는 ISPA는 국제화를 통한 문화예술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세계의 유수 문화 인사들이 회원 그리고 조직위로 구성되었다는 점으로도 유명하다. 이례적인 강추위와 폭설로 기상 이변이 나타났지만 행사가 열리는 주간은 초봄 날씨처럼 포근하였다. 아울러 ISPA 조직위의 사려 깊은 배려 덕분에 52 개국 185개 도시, 400여 명의 문화예술 전문가들은 ‘세련된 3일의 뉴욕’을 경험할 수 있었다.

사업으로서의 예술과 책임에 대한 논의

흥미로운 눈빛의 회원들이 뉴욕 타임스 본사 타임스 센터로 속속 모여들면서 ISPA의 첫째 날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뉴욕 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ISPA CEO, 뉴욕 총회 공동 의장, 이스파 의장의 짧은 개막 축사가 끝나고 뒤이어 ‘뛰어난 인물상’(Distinguished Awards)을 수상한 중국 현대음악 작곡가 탄 둔(Tan Dun)의 기조 연설이 이어졌다. 이후 케네디 센터의 알리시아 아담스(Alicia Adams)가 퍼실리테이터를 맡아 인터뷰 형식을 빌려 그의 탁월한 활동을 집중 조명하였다. 그리고 본격적인 세션이 시작되었는데, 첫 번째로 안정적이며 성공적인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영국 라이브 시어터, 호주 오페라 하우스, 미국 뉴욕 필하모닉) 3명의 발제자가 나와 ‘사업으로서의 예술(The Arts of Business)’이란 주제로 사업에서 운영의 경계, 특별 관리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이에 걸맞은 가장 혁신적인 모델에 대해 논의하였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모더레이터 낸시 야오 마스바흐가 ‘한 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야 한다(In for a Penny, in for a Pound)’ 라는 속담을 인용, 유행어에서 기본 소양이 되어버린 ‘책임(Accountability)’의 개념을 탐구하고, 책임을 전략과 연관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현재 주목 받고 있는 후원 기관인 호주예술위원회와 미국 킥스타터(Kickstarter), 미국 도리스 듀크재단 이슬람 권역의 감독들과 대담을 나누었다. 세션 사이에는 매일 15분의 짧은 공연이 있었는데, 5년에 걸친 리서치로 탄생된 탄 둔의 13악장 작곡 <누 슈(Nu Shu): 여성의 비밀 노래(The Secret Songs of Woman)>이 그가 직접 다큐멘팅한 필름과 함께 공연되었다. 중국 후난 지방에서 내려오는 여성들끼리 통용되던 언어가 탄 둔의 지휘 아래 아름다운 영상과 하프 선율로 연주되었는데, 작곡뿐만 아니라 연출에서도 뛰어난 그의 예술성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L) ISPA 이사회 의장 안토니 사전트의 개막식 환영 인사 ⓒ 2014 Joey Stamp
R) ISPA 어워드를 수상한 탄 둔과 케네디 센터의 알리시아 아담스 ⓒ 2014 Joey Stamp

세계 공연 예술 리더들의 다양한 이슈들

둘째 날은 ‘피치 뉴 워크’(Pitch New Works) 로 문을 열었다. 사전 공모와 심사를 통해 선발된 단체가 10개의 흥미로운 작품을 발표했다. 피치 세션은 델리게이트들로 하여금 국제 마켓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에 앞서 새로운 작업에 착수하고 이를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ISPA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후 테이블형 부스 전시라고 할 수 있는 프로엑스(ProEX)에서는 한데 모인 델리게이트들이 서로 자유롭게 인사하고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역시 프로엑스에 참가하였는데, 개최를 곧 앞두고 있는 센터 주관 국제 포럼에 초청 희망 인사를 직접 만나 현장 섭외하게 되는 행운을(!) 경험하니 새삼 ISPA의 방대한 네트워크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교실을 넘어서(Beyond the Classroom)’라는 주제로 교육의 역할을 넘어선 예술에 대해 이야기했다. 공공 교육과 예술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기업이면서 외교 수단으로써 효율적인 매개체 역할을 하는 두 가지의 독특한 프로젝트 ‘엘 시스테마’, 이집트 에디오피아 간 ‘나일강 프로젝트’를 소개하였다. 네 번째 세션에서는 스페인의 한 극장에서 시도한 ‘당근 혁명’으로 불리는 ‘당근 티켓’부터 구글 글래스(Google Glass)를 활용한 예술용 어플리케이션 개발 가능성까지, 오늘날 공연예술을 탐험하는데 필요한 최신 도구들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특히 4명의 패널 중 토마스 로즈(Thomas Rhodes)는 구글 글래스 최초의 10,000명 베타 테스터 중 한 명으로 증강 현실 디바이스의 공연예술 활용도 및 가능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참여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아울러 페차쿠차(PechaKucha) 스타일 구성으로 패널 당 10분씩 주어진 진행 역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세션 중간 공연으로 현재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모니카 빌 반즈 컴퍼니(Monica Bill Barnes&Company’s)의 시그니처 피스인 대표작가 공연되었는데, 제임스 브라운의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펑크소울 디스코인 <겟 업(Get up)>에 맞춰 두 명의 여성 댄서가 매우 유쾌하고도 코믹한 안무를 다분히 서구적인 코드로 선보였다.

마지막 날은 장소를 옮겨, 브루클린에 위치한 유서 깊고도 선도적인 경영으로 유명한 도시형 예술극장 ‘뱀’(BAM)에서 진행되었다. 다섯 번째 세션에서는 ‘문화 공간: 관계 형성의 장’의 주제로 전례가 없는 속도로 개발되고 탈바꿈하고 있는 문화지구(Cultural disctrict)가 커뮤니티에 중요한 매개체로서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세 명의 문화지구 개발 선구자들(부동산 전문가, 도시 디자이너, 도시형예술극장장)을 통해 알아보았다. 세션 사이 공연으로 사회적 이슈를 다룬 연극의 선두에 있는 시빌리안(The Civilians)의 <엄청난 방대함 The Great Immesity> 이 선보였는데,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와 구성원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인상 깊은 과제를 남겼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올해 총회의 큰 주제였던 ‘새로운 이코노미’에 적합하게 발전시킬 흥미롭고 유익한 파트너십 논의를 위해 4인의 패널이 모여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 다시 생각해보기(Re-thinking creative partnerships)’에 대해 토의하면서 ISPA를 마무리하였다.

인사를 나누는 2014 ISPA 회원들 ⓒ 2014 Joey Stamp              도시형 예술극장 뱀(BAM) 전경

ISPA는 2014 뉴욕 총회를 마친 후, ‘2014년 우리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공연 예술 영역의 전체 생태계에 포함되는 펀딩, 협력, 새로운 모델 및 기타 요소에 대해 조명하였다. 이러한 폭 넓은 토론의 지점들은 우리에게 가능한 가장 넓은 렌즈를 통해 세계 공연예술을 탐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고 자평했다.


올해 뉴욕 총회에는 총 26명의 발제자와 모더레이터(moderator)가 참가해 행사를 이끌었다. 최신 펀딩 기구의 젊은 프로그램 디렉터(Stephanie Pereira/ Kickstarter)부터 왕실공훈기사(Sir Nicolas Kenyon/the Barbican centre)까지 각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로 패널들을 구성하였다. 저명 인사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파워. 무엇이 ISPA를 권위 있고 신뢰있게 만들까? ISPA는 185 개 각국의 다양한 지역 공연장, 예술 단체, 아티스트 매니저, 대회, 투자자, 컨설턴트 등 공연 예술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회원으로 되어 있다. 400여 명 문화예술 리더의 글로벌 네트워크이다 보니 회원의 평균 경력이 10년은 훌쩍 뛰어넘는다. 게다가 ISPA는 총회의 조직위(위원,위원장)는 반드시 협회의 회원으로만 구성된다. 문화예술계에서 상당기간 훌륭한 역량과 활동을 펼친 회원에게 조직위에 참여하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소위 ‘공연예술계 어른’들이 주축이 되어 꾸리는 행사이다 보니 논의되는 내용 수준도 감히 최상위급이라고 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ISPA는 차세대 리더 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ISPA 펠로십(ISPA Fellowship Program)’은 2007년부터 시작된 차세대 리더 어시스트 프로그램으로 ISPA의 광범위하고 값진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 국제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까지 41개국 88명의 펠로우를 배출하였고, ISPA 역시 본 펠로십에 $185,000 투자하며 힘을 쏟고 있다. 젊은 예술가 기획자에 대한 애정도 "Who’s Next?" 라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ISPA 레거시(ISPA Legacy Program)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는 중간 관리자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에 북미, 남미, 유럽, 퍼시픽 아시아 권역의 담당 기관에 의해 선별된 많은 예술가 기획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서울문화재단이 개별적으로 단기 파일럿 프로그램 ’ISPA_SFAC 레거시 프로그램‘을 운영, 매해 역량 있는 중간관리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선발되거나, 참가할 수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장기적 비전과 가이드를 원한다면 ISPA로

규모면에서 보자면 같은 기간에 열리는 APAP의 프로그램이 훨씬 다양하다. 뉴욕 메트로 맵처럼 치밀하게 펼쳐지는 심포지엄, 쇼케이스, 엑스포 등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APAP 컨퍼런스가 종합선물세트라면, ISPA는 세션과 네트워킹 프로그램 그리고 파티 등의 심플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보다 점잖고 보수적인 성격이 강하다. 현재 자신이 직면한,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다양한 문화예술계 이슈를 공유할 생생한 현장 파트너를 만나고 싶다면 APAP을, 그 이슈와 현상을 아울러 토론하고 그에 대한 장기적 비전의 제시, 즉 가이드를 원한다면 ISPA 참가를 추천하고 싶다.

캐피털에서 열린 2014 ISPA 뉴욕 총회의 어워드 디너 ⓒ 2014 Joey Stamp

곧 있을 ISPA의 94번째 총회 즉 2014년의 두 번째 총회는 “예술은 무엇을 움직이는가(What the Arts Move)”라는 주제로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4월 7일-12일 일정으로 열릴 예정이다. 뉴욕 총회와 동일한 포맷에 이틀 간의 아카데미 세션이 더해져 학술적인 성향이 더욱 강화된다. 예술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일까?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 사람은 예술을 행하고, 그 예술은 사람을 움직인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첫째 날 탄 둔의 기조 연설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알리시아 아담스가 물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남기고 싶은 한 말씀만 해주세요.” 이에 그는 특유의 온화한 웃음으로 답했다. “즐기세요(Play).” 즐기듯 임하면 변화하지 못할 것은 없다. 참가자들은 문화예술에 있어 경영과 경제, 도구와 역할, 사회와의 상관 관계까지 한 개씩은 떠안을 법한 공공의 고민을 함께 의논하면서 각자의 장애물을 돌파할 만한 아이디어를 갖고 돌아갔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ISPA 뉴욕 총회는 참가자에게 충실한 생산적인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아울러 ISPA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 회의체에서 활발히 활약하는 국내 예술가와 문화예술 관계자의 모습을 조금 더 자주 볼 수 있길 희망해 본다.


ISPA는 전세계 공연예술 기관과 예술단체 경영인, 공연예술인들이 모인 비영리 네트워크 연합체다. 1949년 설립됐으며 50개국 450명의 회원을 두고 매년 1월 뉴욕에서 정기 총회를 열며, 6월에는 회원국 도시를 순회하며 국제 총회를 개최한다. 2012년 제 26회 국제 총회는 서울문화재단과 공동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바 (35개국 400여명 참석) 있다.



  • 기고자

  • 이정은_(재)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전략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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