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뉴욕의 강추위를 이기는 월드뮤직의 멜팅팟으로 2014-02-06

뉴욕의 강추위를 이기는 월드뮤직의 멜팅팟으로
[축제/마켓] 2014 글로벌 페스트(globalFEST) 참가기


춥디춥다는 1월의 뉴욕은 수많은 공연예술과 음악 행사로 가장 바쁘게 한 해를 시작한다. ‘왜 하필 1월일까?’ 라는 우문에 현답을 듣고야 말았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수많은 페스티벌과 이벤트들은 봄부터 여름을 정점으로 가을까지 열리게 마련이기 때문에, 비수기인 1월에 개최함으로써 보다 많은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의 참가를 증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직까지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기획자들과 프리젠터들에게는 좋은 공연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자, 네트워킹을 통한 정보 교류와 한 해의 흐름을 가장 빠르게 감지하는 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드뮤직 아티스트들의 미국 진출 거점이 되다

팡파레 치오칼리아(Fanfare Ciocarlia)

뉴욕의 대표적인 행사들 중 하나가 바로 글로벌 페스트(globalFEST)이다. 2003년 3명의 독립 기획자가 미국공연기획자협회 총회(Association of Performing Arts Presenters Conference) 기간 동안 더욱 많은 해외의 월드뮤직 아티스트들이 미국 전역의 극장과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쳐질 수 있는 기회를 찾고, 그들의 투어가 더욱 활성화되는 데 기여하고자 기획하였다고 한다. 글로벌 페스트 프로듀서 이사벨 소퍼(Isabel Soffer)는 글로벌 페스트가 2003년 출범 이후 7년 만에 비영리 기관으로 독립하기에 이르렀으며, 각종 재단 및 개인과 단체 후원은 물론 정부 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11년간 꾸준히 같은 목표와 지향점을 가지고 기획하기에 재정적으로 녹록하지 않았을 것임을 짐작하게 되는 부분이다. 10년을 훌쩍 넘긴 후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어떤 생각이 들까?

“글로벌 페스트를 통해 미국 내 데뷔를 한 아티스트들의 성장은 물론 관객들이 새로운 문화와 음악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죠.”

이 두 가지 사실은 글로벌 페스트의 입지가 업계 내에서 더욱 확고해지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글로벌 페스트의 역할은 미국 내외 기획자들과 프리젠터들을 위한 쇼케이스 무대이기도 하면서 관객들은 하루 동안 세 개의 무대가 있는 공연장을 찾아 자신들의 음악적 구미에 맞는 공연을 보고 즐길 수 있게 하는 실내형 페스티벌인 셈이다. 하지만 글로벌 페스트는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보다 더 많은 그라운드 워크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그들은 글로벌 페스트 무대를 통해 소개된 아티스트들(이사벨은 글로벨 페스트를 거쳐 간 아티스트들을 ‘졸업생’이라고 불렀다)을 미국 내외 페스티벌과 프리젠터들과 연계하는 일차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한 포드 재단(Ford Foundation)의 지원금과 국가 예술기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페스트에 의해 선정된 아티스트들이 투어 재원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해외 아티스트들이 미국 내 에이전시와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미국 진출을 보다 장기적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 2014년 글로벌 페스트 무대를 장식한 12팀의 아티스트가 모두 미국 에이전트를 통해 투어와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는 것은 프로그램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설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잘 알고 있고 경험이 풍부한 에이전트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투어 기획과 팬 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에이전시와 글로벌 페스트 간의 구체적인 시스템을 확립한 듯했다. 이러한 설명을 듣고 나니 아티스트 선정 과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라 민트 세이말리(Noura Mint Seymali) / 브러시 원 스트링(Brushy One String)

“아티스트 선정 과정은 아주 심플합니다. 매해 3월 참가 지원서를 받고 있고, 글로벌 페스트와 같은 기간에 북미 투어가 예정된 아티스트, 혹은 북미 지역 전문적인 에이전시와의 계약을 진행함으로써 추가 투어를 기획할 수 있는 팀들을 위주로 고려하게 됩니다. 또한 쇼케이스 무대라 해서 신인들만의 무대는 결코 아닙니다. 이미 세계시장에서 잘 알려진 아티스트라 하더라도 대형 극장 무대로 진출을 꾀한다거나 페스티벌 무대에서도 보다 더 큰 페스티벌 무대로의 확장을 원하는 경우까지 다양한 수준의 아티스트를 고루 선정하고 있지요.”

지난 11년간의 라인업을 들여다보니 한국 관객들에게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은 팀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미국이 얼마나 다른 시장인가를 대변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 한국 전통음악이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 거침없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일취월장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들소리 이후 글로벌 페스트를 장악할 팀이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다. 다만 미국 에어전시와 계약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니 그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뉴욕 최고의 나이트클럽을 월드뮤직의 메카로

웹스터 홀(Webster Hall)

초기 몇 년간 뉴욕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의 애스터 플레이스(Astor Place)에 위치한 퍼블릭 시어터(The Public Theater)에서 개최되었던 글로벌 페스트는 2007년부터 뉴욕에서 가장 역사적인 공연장이면서 클럽 문화를 선도한 웹스터 홀(Webster Hall)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웹스터 홀은 1886년 건축 이래 결혼식, 강연, 무용과 음악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 장소로 활용되었고, 1910~1920년대에는 가장무도회(Masquerade Balls) 및 수아레(Soirees)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웹스터 홀은 3층 발코니에서 2층을 내려다보면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그랜드 볼룸(The Grand Ballroom)과 1층에 위치한 말린 룸(The Marlin Room), 그리고 지하 스튜디오(The Studio)까지 총 3개의 공연 공간이 있는데, 관객 수용 규모와 공연 스타일에 따라 아티스트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워낙 어쿠스틱 사운드가 좋기로 유명하여 RCA 음반사가 아티스트들의 녹음을 위하여 웹스터 홀을 전용 스튜디오화하고 줄리 앤드루스(Julie Andrews), 토니 베넷(Tony Bennett), 레이 찰스(Ray Charles),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그리고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등의 음반 녹음을 진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페스트가 웹스터 홀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간혹 어떤 관객들에게는 의아할 수도 있는데, 웹스터 홀이 1980년대를 풍미한 뉴욕의 최고 나이트클럽이었다는 사실과 유명 팝, 록 뮤직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공연으로 유명했던 것 때문이다. 이사벨 역시 자신의 청춘 대부분을 웹스터 홀에서 보냈다며 추억이 많은 공연장이라고 설명하였다. 메탈리카(Metallica), 프린스(Prince), 유투(U2), 스팅(Sting), 티나 터너(Tina Turner), 건즈 앤 로지즈(Guns N’Roses), 비비 킹(B.B King) 등이 뉴욕에서 가장 훌륭한 공연장으로 손꼽았다고 하니 실로 뉴욕의 대표적인 공연장으로 손색이 없음은 물론이고, 그 역사가 말해주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구석구석에 남아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다.

일 년에 단 하루,
그러나 페스티벌은 계속된다

2014년 글로벌 페스트는 그 어느 해보다도 다양한 장르와 신인들부터 거장들까지 고르게 포진된 알찬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먼저 자메이카 출신의 부러시 원 스트링(Brushy One String)이 기타 한 줄로 만들어내는 기가 막히는 블루스 사운드부터 레바논 출신의 포스트 모던 페르시안 팝 디바 야스민 함단(Yasmin Hamdan)에 이르기까지. 또한 맘보 멕시코 브라스 퍼커션 앙상블 세르지오 멘도사 오케스타(Sergio Mendoza y La Orkesta)부터 2008년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에서 첫 공연을 한 바 있는 집시 브라스 레전드로 통하는 팡파르 치오칼리아(Fanfare Ciocarlia)까지. 서아프리카 세네갈에서 북쪽으로 위치한 아랍 국가 모리타니(Mauritania) 출신의 누라 민트 세이말리(Noura Mint Seymali)부터 우크라이나의 펑크 포크(Punk-Folk)를 추구하는 다카브라카(DakhaBrakha)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장르, 전통과 현대를 오가는 프로그램으로 약 2천여 관객을 사로잡는 하루 동안의 멋진 페스티벌을 만들어냈다.

세르지오 멘도사 오케스타(Sergio Mendoza y La Orkesta)

어쩌면 단 하루여서 아쉬움이 크게 남을 법한 글로벌 페스트. 마지막 공연은 12시에 지하 스튜디오에서 세르지오 멘도사 오케스타에 의해 끝나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관객들은 역시나 그들이 무대에서 곱게 내려오게 놔두질 않았다. 마치 용광로처럼 들끓는 이 현장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것만 같아 보일 정도였다. 아쉬움은 관계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던 것일까? 속속들이 에프터쇼 파티가 열리는 퍼블릭 시어터 내 조스 펍(Joe’s Pub, 식사가 가능한 공연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날의 열기를 계속 이어갔다. 이사벨도 인터콤을 벗으며 시원하게 웃었다. 모든 것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지만, 끝나고 나면 그렇게 힘들었던 순간마저도 웃으며 넘길 수 있게 된다. 페스티벌을 기획해본 사람들이라면 그 웃음이 너무나도 이해될 것이다. 한국에서 만났던 이사벨과 뉴욕에서 만난 그녀는 참으로 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훨씬 더 사랑스러우면서도 세심한 기획자였다. 마지막을 아쉬워하면서 남기는 한마디! “파티에 올 거죠?(Are you coming to the Party?)” 그렇다. 페스티벌은 이렇게 계속된다.

                                                                                                                                                                    ⓒ KEVIN YATAROLA
  • 기고자

  • 김민경_소닉아일랜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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