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다음세대를 키워내는 모래바람 속의 오아시스 2013-12-17

다음세대를 키워내는 모래바람 속의 오아시스
[동향] 아랍의 현대 공연예술 축제 및 예술공간 - 서아시아


지난 20여 년 동안, 알렉산드리아, 암만, 베이루트, 카이로, 다마스쿠스, 라말라 등 주요 아랍권 국가들에서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기존 축제들과 더불어 연극과 무용 등 현대 공연예술 축제 및 관련 행사들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이러한 축제들은 각기 다른 고유의 역사와 전통이 있으며, 사회 정치적, 경제적 맥락에서 문화 정치 측면의 니즈와 경향들이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 공연예술계가 공통의 도전과제를 안고 있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재원 마련이나 관객 개발의 어려움, 공연시설 부족 등 열악한 조건은 아랍권 현대예술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 및 관심이 결여된 것도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랍 예술계는 주로 예술가들이 스스로 구성한 단체나 비영리 기관, 큐레이터 및 예술 기획자 등이 주도하는 독립 예술 활동을 중심으로 그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예술 활동, 정기 공연 및 축제, 현대예술 전문 공연시설이나 갤러리 개관 등이 이들의 주요한 활동이며, 다양한 형태로 재원을 조달해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 내 개인 기부/후원, 범 아랍권의 기금 단체들(청년과 문화 아랍 기금(Arab Fund for Youth and Culture), 알 마우리드 알 태가피(Al-Mawreed Al-thaqafy), 아랍 젊은 연극인 기금(Young Arab Theatre Fund), 아랍 디지털 예술 재단(Arab Digital Expression Foundation), 사파르 기금(Safar Fund))과 해외 단체들(프린스 클라우스 기금(Prince Claus Fund, 네델란드), 포드 재단(Ford Foundation, 미국), 로베르토 시메타 기금(Roberto Cimetta Fund), 시다 기금(Sida Foundation, 스웨덴)), 해외 유럽 기관들의 현지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재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공연시설 부족 문제는 예술가들과 문화예술 기획자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소해 나가고 있다.

Beirut Art Center (Lebanon). Photo by Nadim Asfar Al Balad Theatre (Jordan). Photo by Raed Asfour

베이루트에서 팔레스타인까지

레바논은 공공지원이 거의 전무하지만 베이루트는 중동 지역에서 현대예술이 가장 크게 꽃을 피우고 있는 국가이다. 베이루트의 연례 문화예술 행사들은 비영리 단체, 문화예술 센터나 공연장 등을 중심으로 기획된다. 예를 들어, 레바논 조형미술 협회 아시칼 알완(Ashkal Alwan)이 운영하는 복합장르 공연 포럼인 홈 워크 포럼(Home Works Forum)은 전시, 무용과 연극 공연, 영화 및 비디오 상연, 출판, 콘서트, 문화예술 토론회 등으로 구성되며, 예술 연구조사 프로젝트이자 문화예술 연구 단체인 나인티에잇 위크(98 weeks)는 이론과 실제를 공히 아우르는 활동을 펼치며 워크샵과 심포지엄을 개최해 왔다. 조우칵 극단(Zoukak Theatre Company)의 조우칵 사이드워크(Zoukak Sidewalks)는 해외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예술가와 현지 예술가, 관심있는 관객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을 열었다. 문화예술 및 레지던시 공간인 알소 지코 하우스(Also Zicco House)는 인 시투 대중 공연(in situ public performances)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베이루트 스트리트 페스티벌(Beirut Street Festival)을 주최해 왔으며, 몬놋 극장(Monnot Theatre)과 같은 공연장에서는 국제 스토리텔링 축제(International Storytelling Festival)를 기획해 왔다. 보다 상징성을 갖는 축제로는 암살된 저널리스트사미르 카시르(Samir Kassir)를 추모하는 베이루트 스프링 페스티벌(Beirut Spring Festival)이 있다. 이 축제는 똘레랑스, 문화 다양성 등과 같은 주제를 바탕으로 국제 프로그램을 기획, 연례 행사로 도시 내에서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베이루트 역시 문화예술 시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운영 비용이 높고 공간 임대 및 토지 매입과 관련된 복잡한 계약 관행때문이다. 레바논의 경우 현대예술을 전문적으로 공연하는 곳은 2008년 개관한 베이루트 아트 센터(Beirut Art Centre)가 유일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술 단체들은 공간 부족 문제에 나름대로 적응해 왔으며, 이동식 공연을 펼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또, 덕분에 검열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최근 발발한 전쟁으로 시리아의 문화예술계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그 결과, 다마스쿠스의 이름있는 행사나 축제들이 제대로 기획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시리아의 독립 문화예술의 성장을 추동한 에티자하트(Ettijahat)와 같은 기관에서 운영하는 우수한 프로그램들은 지속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베이루트는 피난길에 오른 시리아 출신 공연예술가이 활동을 하는 허브로 자리매김되었다. 문화예술 공연조합인 다와르 알 샴스 극장(Dawar al-Shams Theatre)은 샴스(SHAMS)와 함께 100여명 이상의 시리아 예술가들(화가, 배우, 무용가, 극작가)이 함께 펼치는 특별 이벤트를 기획했다. 2013 아랍 댄스 플랫폼(Arab Dance Platform)은 시리아의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주로 활동하는 단체이다. 또, 시마 댄스 컴퍼니(Sima Dance Company)와 같은 여타 단체들은 현지의 바벨 극장(Babel Theatre)을 레지던시 공간으로 선정해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사회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이집트의 경우, 카이로는 적극적인 (활동가) 공연예술인들이 수많은 이벤트를 펼치는 장이 되고 있다. 스튜디오 에마드 에디네(Studio Emad Eddine)는 대형 복합장르 현대예술 축제인 다운타운 현대예술 축제(Downtown Contemporary Art Festival: DCAF)를 주관하며, 주제가 있는 현대무용 축제로 하라카(HaRaKa)가 기획하고 연출하는 트랜스댄스(Transdance) 역시 카이로에서 개최된다. 이 축제는 주로 대안적인 안무 및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저항 및 기억을 주제로 하여 관객들의 지적 사고 과정을 자극하고 사고의 깊이를 심화시키는 공연을 펼친다. 그러나, 2000만명이 사는 도시에서 공연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 관객 개발도 저조하며 재정은 대부분 외부 기금을 통해 충당된다. 최근 문을 닫는 공연단체들이 늘어나고 사회 정치적 압박이 가중되면서, 예술가들은 독립 예술 공간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예술인들은 새로운 대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3주 동안 진행되는 멀티로컬 축제 할 바델(Hal Baddel: 대안 솔루션)은 공연료가 없이 펼쳐지는 이벤트로, 두 명의 젊은 문화예술 활동가들이 음악, 꼭두각시극, 현대무용 등의 장르를 무대에 올리면서 2013년 처음 시작되었다. 또, 젊은 문화예술 운영자들과 무용수들은 부상하는 현대무용을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기자(Giza)에 EECDS라는 최초의 인디 댄스 스튜디오를 열었으며, 무용 레지던시와 이집트의 무용계를 지원하는 컨템포레리 댄스 나이트(Contemporary Dance Night)에 기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북부 지역인 알렉산드리아(Alexandria)는 문화예술 활동이 드물고 공연도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긴 하나 지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Bibliotheca Alexandrina)에서 공연예술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며, 아이액트(I-act)와 공동으로 독립극단 그룹을 위한 크리에이티브 포럼을 9년 간 운영해 왔다. 현재 아이액트(I-act)는 비전통적인 공간에서 문화예술을 알려내는 백 스트리트 페스티벌(Backstreet Festival)을 기획하고 있는 한편, 실험적인 아트 프로젝트인 이집트의 봄(Egyptian Spring)은 이집트 예술가들 및 해외 예술가들과 함께 도시 주변의 상징적인 장소를 이색적인 공연장으로 바꿔나가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Ahmed El Gendy, < One >(2012),
CDN 2 (Egypt). Photo by Amr El Sawah.
Omar Abi Azar (Lebanon),
< Hamlet-Machine >(2009), Zoukak Theatre Company. Photo by Randa Mirza
Nawal Skandarani,
< harassment@artonly >(2012), Hakaya Festival (Jordan). Photo by Raed Asfour.

연례 국제 연극 축제(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가 펼쳐지는 요르단의 암만에서도 연례 무용 축제인 자크하레프 모션 댄스 페스티벌(Zakharef Motion Dance festival)등 무용을 중심으로 한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연극 축제는 또한 알 발라드 극장(Al Balad Theatre)과 공동으로 스토리텔링 페스티벌 하카야(Storytelling Festival Hakaya)를 기획해 왔다. 이 극장은 정부 기관인 알 후세인 문화 센터(Al Hussein Cultural Centre)의 외부에서 연극과 무용 공연을 주최하고 있으며, 마칸(Makan)이나 다랏 알 퍼넌(Darat Al-Funun)과 같은 여타의 독립 아트 센터 역시 예술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단, 이 센터들은 설치예술 및 시각 예술, 음악, 사진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국경 저편의 팔레스타인의 경우, 팝 아트 센터(Popular Art centre)를 통해 생기 넘치고 역동적인 공연예술이 발전해 왔다. 이 센터는 팔레스타인 국제 축제(Palestine International Festival)와 현지의 민속공연에 착목한 전통예술축제를 주관한다. 현대무용 공연 개발에 힘쓰는 최초의 라말라 그룹(First Ramallah Group)인 사레엣 라말라(Sareyyet Ramallah)는 연례 라말라 현대무용 축제(Ramallah Contemporary Dance festival)를 개최해 다양한 현대 무용을 팔레스타인에 소개하고 있다.

경험과 자원을 공유하며 협력

공연예술의 존재감을 강화하고 관객 개발을 증진하기 위해, 독립공연 예술계 종사자들은 경험과 자원을 공유하며 협력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예술가들 간 연대가 강화되고 있으며, 협력적 네트워킹 전략을 통해 아랍권 창작 분야에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랍 극장 연수 센터(Arab Theatre Training Centre)는 베이루트의 아시칼 알완(Ashkal Alwan)과 카이로의 토우하우스 갤러리(Towhouse Gallery)간 교류 레지던시(mirroring residency) 프로그램과 같은 합작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댄서리플렉션(Dancereflaction)이나 마사햇(Masahat)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베이루트 국제 무용 플랫폼(Beirut International Platform of Dance), 라말라 현대 무용 축제(Ramallah Contemporary Dance Festival), 암만 현대 무용 축제(Amman Contemporary Dance Festival), 시리아의 탄윈 극장 무용 네트워크(Tanween Network for Theatrical Dance) 등을 한데 모으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예술가들은 국경을 넘어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보다 열린 공간에서 공연 예술의 외연을 확장해 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아랍권의 현대예술 공간이 모순적인 이주 현상과 탈영토화 현상을 통해 고유한 방식으로 틀을 갖추어 나가는데 일조를 했으며 국제 교류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 기고자

  • 크리스텔 코우리 _ 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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