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워멕스, 해외진출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 2013-11-19

워멕스,해외진출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
[집중조명-축제/마켓] 청년 기획자 이수진의 워멕스 돌아보기


문화적 정체성 찾는 웨일즈, 문화적 다양성 즐기는 워멕스

올해 워멕스(WOMEX, World Music EXPO)의 개최지는 영국 웨일즈의 수도 카디프였다. 영국이 워멕스를 유치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웨일즈를 중심으로 영국(United Kingdom)을 구성하는 잉글랜드,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각 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도 다르고, 쓰이는 언어도 다르며, 문화와 전해지는 음악 또한 각국의 특색이 뚜렷하기 때문에 이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개최된 워멕스의 기본적인 방향 또한 ‘발칸음악의 조명’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워멕스의 개최지 선정은 문화적 다양성에 많은 부분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도시를 선정하여 평균 2~3년간 반복하여 개최하였던 개최지 선정방식을 2012년부터는 매년 개최지를 옮기는 것으로 변경한 이유 역시, 워멕스의 창립이사이자 독립 음악프로듀서인 벤 멘델슨(Ben Mandelson)은 ‘문화적 다양성 공유’를 위한 것이라 하였다. 이러한 의도에 맞추어 ‘Horizons’이란 타이틀로 부스운영을 하여 영국 내 공공기관, 축제, 에이전시 등 주요 공연예술의 네트워크 정보를 공유하였고, 스페셜 포커스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웨일즈, 북아일랜드 등 영국 음악과, 나아가 록키 테라(Lokkhi Terra)같은 방글라데시와 쿠바, 영국 음악을 결합한 글로벌믹스(Global Mix)의 진수를 보여주는 등 6개의 쇼케이스를 선보였다.

2013 워멕스 개최지 카디프 전경

돋보인 실용적 프로그래밍

전체적인 프로그래밍에 대해 언급하자면, 전년도 그리스에서의 워멕스가 축제적인 느낌과 여유로움이 특징이었다면, 올해 카디프에서는 각 베뉴와 동선을 고려한 스케줄 설정과 국가관 중심으로 운영된 부스전시 등 실용적인 분위기가 돋보였다. 예컨대, DJ프로그래밍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두 개의 주행사장(Motor point Arena, Wales Millenium Centre)에서 이루어졌는데, 낮 시간대에는 모터 포인트 아레나에서 부스전시와 공식 오후 쇼케이스(Daycases), 컨퍼런스, 필름마켓 등이 한 건물에서 이루어졌고, 저녁시간대에는 20분 거리의 웨일즈 밀레니엄 센터(Wales Millenium Centre)의 안팎에서 공식 야간 쇼케이스(Nightcases), 오프 쇼케이스(Offshowcases), 특별 프로그램 ‘Horizons’이 진행되었다. 장소섭외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비가 자주오고, 변덕스러운 영국의 날씨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시간과 이동면에서 실용적인 스케줄링과 공간배치이었다고 보인다.

부스전시도 실용적인 분위기이긴 마찬가지였다. 부스전시장의 규모를 비교하면 전년도보다는 압축된 듯 한 느낌에 부스전시가 줄어든 듯 한 인상마저 주지만 오히려 100개 국가에서 2,250명의 델리게이트가 참석하여 참가자 수는 월등히 늘어났다. 특히, 국가관 부스(Umbrella 개념)에 중점을 두어 부스의 수는 줄이되 권역 내 혹은 국가 내의 활발한 커넥션 연계를 컨셉으로 하였다. 국가관 별로 각 예술위원회 등의 공공기관과 축제를 연계하여 보다 활발하고 실질적인 네트워킹을 장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 부스 내에서도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한국음악 통합홍보음반 《Into The Light》 5집과 더불어 워멕스 쇼케이스 선정단체인 ‘숨’과 ‘잠비나이’를 비롯하여 ‘거문고팩토리’, ‘훌’, ‘허브뮤직’,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전주세계소리축제’등이 부스를 함께 운영하였으며, 그 외 이번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한국음악 단체의 홍보물도 함께 비치하였고, 소속단체에 관계없이 한국 음악의 대표로서 서로 홍보를 하며 활발한 네트워킹을 도모하기도 하였다.

국가관 부스 (좌/UK Horizons 부스, 우/한국관 부스)

한국음악, 유럽 시장 내 인지도 상승 중

2009년 ‘(사)문화마을 들소리’, 2012년 ‘거문고팩토리’에 이어, 올해는 ‘숨’과 ‘잠비나이’ 두 팀이 공식 쇼케이스에 선정되었다. 공식 쇼케이스로는 올해까지 네 팀이 공식 선정된 것이다. 올해 아시아 공연단체 중 한국 외에 인도네시아 한 단체, 인도 두 단체가 공식 쇼케이스에 선정된 것을 고려하면 한국음악단체가 두 팀이나 선정되었다는 것은 이례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20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워멕스 오프닝 무대에서의 한국 팀 특별공연과 (사)문화마을 들소리의 지속적인 부스전시 참가 등 한국음악의 전략적인 혹은 지속적인 노출이 이러한 성과에 고무적인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워멕스에 앞서 한국의 서울아트마켓을 방문한 워멕스 이사 크리스틴 셈바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워멕스에서 주력하는 두 가지는 ‘유럽이 몰랐던 전통의 발굴’, ‘전통을 근거로 한 현대적인 해석’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올해는 숨과 잠비나이 두 팀이 그에 합당하는 그룹으로 선정이 되었으며, 월드뮤직의 트렌드에 있어 쿠바와 말리가 인기가 있었고, 콜롬비아로 대세가 옮겨져 오고 있는데, 아시아 음악 중에는 한국음악과 인도음악이 상승 기류에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꾸준한 노력과 이에 대한 해외 델리게이트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참가 기획자들은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전년도에 비해, 한국음악의 다양한 장르들에 세심한 관심을 보이는 프리젠터들로부터 한국의 축제에 관심을 보이는 아티스트들까지 한국관 부스는 시종일관 분주했다. ‘숨’은 낮 시간대에 쇼케이스를 선보였고, ‘잠비나이’는 밤 시간대에 쇼케이스를 선보였는데, 이는 장르에 따른 배정으로 보인다. 두 팀 모두 음악관련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숨은 주로 클래식 관련 프리젠터들에게, 잠비나이는 락음악 관련 프리젠터들에게 환심을 샀다. 쇼케이스 일정 외에도, 월드뮤직 매거진 송라인(SONGLINES)과 BBC를 비롯하여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 등으로 분주한 스케줄을 보냈다.

한국음악팀 숨[su:m]의 공식쇼케이스

‘유럽의 시장, 워멕스를 위한 전략적 계획 세워야’

워멕스 일주일여의 시간에는 많은 풍경이 담겨있다. 공식 쇼케이스의 영광과 스포트라이트, 컨퍼런스를 통해 공유하는 문제의식, 부스전시를 통해 만나는 수많은 네트워킹. 그야말로 한 시장에 종사하는 사람들 간의 국경을 넘은 잔치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 뒤에는 어김없이 고요한 일상이 찾아온다. 해외투어를 성사시키기 까지 혹은 다시 워멕스에 참가하기까지, 많은 준비도 필요하지만 꾸준한 네트워킹과 성과도 필요하다. 작품과의 싸움, 예산과의 싸움 등 수많은 갈등에 다시 마주해야 한다.

워멕스 공식 쇼케이스에 수년간 지원과 탈락을 반복하거나, 혹은 오프 쇼케이스를 위해 매년 수많은 예산을 탕진하고 도산에 이르는 예술단체들이 종종 있다고 심사위원 미리암 브레너(Miriam Leah Brenner)는 지적한다. 꾸준히 단체를 홍보하고 그의 일환으로 쇼케이스와 부스전시를 하는 것은 국제교류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지만, 무조건적인 쇼케이스와 프로모션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등 아시아에서의 워멕스 개최에 대한 가능성은 대안으로 어떠한가. 올해로 워멕스에 15년째 참가하는 네덜란드 RASA Center의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프란시스 수자(Francis de Souza)는, 워멕스의 출발점부터 지금까지의 주요 델리게이트들과 참가국은 유럽이 지배적이고, 이들의 접근성은 유럽 개최지이기에 용이한 점이 많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먼 아시아 또는 다른 권역의 개최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향후에도 한국 음악팀의 워멕스 진출은 많은 준비와 예산이 들 것임을 반증하는 셈이고, 워멕스가 주력하는 월드뮤직의 주요 시장은 유럽임을 입증하기도 한다. 물론, 다수의 월드뮤직 전문가가 진단하듯, 한국음악의 월드뮤직 시장 진출은 긍정적이며, 워멕스 내에서의 입지 또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전략적이고, 단체의 목표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월드뮤직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되 그러한 트렌드 탐사를 유럽시장 내에 제한하는 것보다는 단체만의 특성이 어떤 권역에 어울릴 것인지를 점검하고 진출의 방향을 찾아보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월드뮤직은 범국가적 장르이니 만큼 권역과 시장에 따라 정의하는 바도 다르고, 추구하는 트렌드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워멕스 만이 국제교류의 정석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비단 워멕스 뿐만 아니라, 단체 스스로가 국제교류의 다양한 시장을 리서치 하고, 한국에 소개된 정보 외에 좀 더 능동적인 전략을 짜보는 것이 현명한 국제교류의 발걸음이 아닐까 제언해본다.


 

| 워멕스 홈페이지 http://www.womex.com/
  • 기고자

  • 이수진_공연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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