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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S Choice]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보이지 않는 그 길을 함께 간다. 2013-08-19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보이지 않는 그 길을 함께 간다.
창작그룹 노니 <1+1=추락樂남매>, 김경희 연출


창작그룹 노니의 작품을 떠올리면 형상화된 조형작품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사실적으로 잘 만들어진 조형작품. 그 안으로 줌 인(zoom in)을 해서 들어가면, 인형 같았던 사물이 인물이 되어 움직이고, 움직임을 통하여 사연이 만들어지고 사연이 연결되어 이야기가 펼쳐지는 판이 만들어진다. 마치 ‘굿’ 놀이 한판과 같이 사물에 혼을 불어넣어 작품을 완성하는 창작그룹 노니, 그들은 작품을 통해 놀이판을 만들어내는 무대 위의 흥을 즐길 줄 아는 젊은 아티스트 집단이다.

유쾌하고 그로테스크한 유랑단이 들려주는 잔혹동화 이야기 <1+1=추락樂남매>

2006년 <꼭두> 작품에 이은 두 번째 팸스 초이스 선정작 <1+1=추락樂남매>는 이미지, 움직임, 연희, 음악을 중심으로 작업을 해오던 창작그룹 노니가 극작가 경민선을 만나 텍스트를 기반으로 작업한 첫 번째 작품이다.

1900년대 구한말 떠돌이 ‘예인집단’이란 소재를 기반으로, 한 몸으로 태어난 샴-쌍둥이 남매가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여정 속에 잔혹한 현실의 사건들이 부합되어 유쾌하고도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로 재탄생되었다. 이런 잔혹동화 이야기 속에 한국의 ‘지게놀이’와 탈춤의 춤사위를 형상화한 샴-쌍둥이의 움직임과 버나 돌리기, 상모돌리기 등이 적재적소에 사용되어 극의 볼거리를 더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소재와 양식을 통한 소통

기존의 창작그룹 노니의 작업들을 살펴보면, 전통인형극, 만석중 놀이, 강릉관노가면극, 솟대놀음 등의 우리나라의 전통 연희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업들을 주로 하였다. 그 소재를 기반으로 <꼭두>, <도깨비 불 린:燐>, <바람노리>, <1+1=추락樂남매>, <몽키떈쓰>같은 작품들이 탄생하였다.

하지만 그 작업들은 단순히 ‘전통적 소재를 모티브로 현대적 재해석을 더한 작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우리 전통에서 시작한 소재와 비슷한 타문화권의 비슷한 소재와 공연양식을 탐구하여 연결하는 작업이 함께 내포되어 있다. <1+1=추락樂남매>의 소재가 된 ‘솟대놀음’은 현재 전승되고 있지 않은 전통 놀이로 창작그룹 노니가 문헌에 나타난 글귀를 보고 탐구하다 스페인의 전통 놀이 ‘인간탑 쌓기’와 연결하여 더 발전시킨 소재라고 한다. <1+1=추락樂남매>의 예인집단의 유랑단은 서구의 광대, 그리고 유랑 서커스단과 통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면서 작품 하나하나에 들어가 있는 창작집단 노니의 그리고 김경희 연출의 작품 세계관이 다시금 생각이 났다.

“작품의 재료를 선택할 때, 한국적 재료를 많이 선택하는 편이다. 별다른 이유가 있다기보다 상상력과 잠재력이 풍부한 원석재료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에 사는 한국인 예술가로써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그 재료들을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타 문화권의 다른 자료들을 더욱더 많이 채집하고, 늘어놓고, 정리하고, 그리고 기존 채집된 자료와의 유사점과 차이점들을 찾으면서 이미지맵을 그리는 작업을 습관처럼 하고 있다. 이는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있고, 넓디넓은 세계가 개별 문화권으로 형성된 것이 아닌 긴밀한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게 한다. 작품을 준비하는 리서치 과정에서 이런 고리들의 연결지점을 찾게 될 때 굉장한 쾌감과 즐거움을 느낀다. 과정을 넘어 공연이 완성되었을 때 관객과 만나는 순간에도 그런 즐거움의 순간은 오지만, 대륙들, 과거와 현재, 즉 공간과 시간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다른 문화의 관객, 다른 환경의 공간, 해외 공연을 하면서 소통과 공유의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것 같다.”

이번 팸스 초이스를 통해서, 그리고 그 팸스 초이스를 기폭제로 더 많은 공연의 기회 속에서 그들이 찾는 더 많은 공유의 고리들이 연결될 수 있기를 연출가 김경희는 기대하고 있다.

창작그룹 노니 <1+1=추락樂남매>

사물에 숨을 불어넣다.

창작집단 노니의 작업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가면, 공간,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이다. 그들의 작품에서 배우들은 늘 가면을 착용한다. 그래서 관객들은 배우가 아닌 작품 속 캐릭터에 그들의 움직임에 더 집중을 하게 된다. 모든 언어와 감정이 몸의 언어로 함축되어 표현된다. “사물의 키네틱(kinetic)화 인물의 사물화”를 지향한다는 김경희 연출의 말처럼, 배우는 하나의 오브제처럼 가면에 가려 무대라는 공간에서 인물을 드러내지 않고 캐릭터로 승화된다. 또한, “움직이는 기계, 기계적인 움직임”, “텍스트의 이미지화, 이미지의 텍스트화”등 하나의 요소가 그 요소의 특징으로 강화되는 것이 아닌 요소와의 접점을 찾으려고 하는 창작그룹 노니의 작업 세계관이 음악, 연희(움직임), 미술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구성하게 된 단체의 특성과 특징을 보여준다. 움직임은 이미지에, 이미지는 음악에, 음악은 움직임에, 서로 상호 보완되어 하나의 완벽한 하모니를 구성해 내는 특징이 창작그룹 노니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 낸다.

“창작그룹 노니의 작업은 개인이 돋보이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하모니로 공연이 돋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무대 위에서 배우보다 캐릭터로 승화된 인물이 돋보일 수 있도록 가면을 활용한다. 이는 한편의 공연은 굿판과도 같다는 세계관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배우가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부터 의식적인 것이 사라지고, 배우의 욕망이 투영된 연기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오브제(인형)는 완벽한 캐릭터라 생각하며, 완벽한 테크닉과 감각의 균형을 겸비한 배우와 장인이 한 팀을 이루지 않으면 생명을 가질 수 없는 것이 오브제(인형)와 가면이다. 배우가 개인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캐릭터로 승화되어 작품과 연결될 수 있도록 가면이 작품에 계속 등장한다. 이는 꽤 긴 시간 성실함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물론 같은 가면을 쓰더라도 배우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고 각자 개성을 찾아내고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고행 같은 작업이지만 촘촘히 짜인 전체의 조화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창작그룹 노니의 작품을 실연하는 공간도 특별하다. <1+1=추락樂남매>는 극장 공연이지만, 기존의 작품들은 공터에 세워진 천막 공간, 길 위, 도심의 놀이 공간 등 그들의 작품에 맞춰 공간을 새롭게 형성하였다. 그리고 생성된 공간으로 인해 구분되어 지는 지점들은 ‘삶’, ‘죽음’, ‘소통’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것은 그들이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여 생겨난 의미가 아닌 그들의 작품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껴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창작그룹 노니 <몽키떈쓰>

1+1+1+1+1+1+1+∙∙∙∙∙∙∙∙∙∙∙=노니

창작그룹 노니는 한국적인 재료를 모티브로 작업을 하지만 전통연희 단체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함께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그룹이다. 음악, 연희(움직임), 미술의 세 유닛으로 나뉘어 소그룹 활동을 하며, 공동의 창작 작품을 발표하는 그들은 다양한 레지던시를 통하여 또 다른 예술가 혹은 예술가 그룹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도모하고 있다.

다양한 소재를 갖고 동시대와 소통하고자 하는 이들은 다양한 방향성을 열어 놓고 작업을 하고자 한다. 음악, 연희(움직임), 미술 유닛으로 구성하여 단체를 구성하는 것도 규격화된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좀 더 유기적으로 새로운 아티스트, 시스템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일 것이다. 팸스 초이스가 기폭제가 되어 해외공연의 연결지점을 찾고 새로운 아티스트들과의 만남의 장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인터뷰 중인 김경희 연출과 심현주 인천아트플랫폼 프로듀서
  • 기고자

  • 심현주_인천아트플랫폼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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