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동유럽 연극 축제의 맹주를 꿈꾼다 2013-07-16

동유럽 연극 축제의 맹주를 꿈꾼다
[집중조명-축제/마켓] ‘센터스테이지코리아’로 재회한 시비우국제연극제


지난 봄, 브라질 쿠리치바 페스티벌에 이어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센터스테이지코리아’ 사업이 이번엔 동유럽 루마니아의 시비우국제연극제(Sibiu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 6. 7~16)에서 펼쳐졌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시비우국제연극제는 축제의 프레임 안에서 ‘시비우공연예술개방시장(SPAOM, 6. 12~15일)’도 함께 연다.

중심을 꿈꾸는 유럽의 후발 주자

동남부 유럽의 파란 많은 역사의 현장이자, ‘드라큘라’의 마법과 신비의 땅으로 알려진 트란실바니아 지역의 고도(古都) 시비우를 현대공연예술축제들의 명소 목록에 추가시킨 주인공이 바로 시비우 연극제이다. 1788년 개관한 라두스탕카 국립극장의 배우이자, 시비우 연극제의 창설자요, ‘종신’을 암시하는 축제감독 크리스틴 키리악의 순전히 개인적인 신념과 야망에 의해 1994년 공식적으로 탄생한 축제인 것이다. 유럽 축제들 가운데 비교적 후발주자인 시비우 연극제는 오늘날 10일간(전통적으로 5월 하순에 개최되던 행사를 우기를 피해 금년부터 6월로 옮겼으나 자연의 ‘심술’은 간간히 행사를 비로 적시기도 했다) 무려 66개 장소에서, 70 여 참가국, 350편의 프로그램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대형 축제들 가운데 하나로 발전했다. 수십 편의 연극을 중심으로 한 공연예술 전 장르를 포괄하는 메인 프로그램 및 소소한 부대행사들까지 죄다 포함시킨 350편이라는 통계 수치의 내막을 깨달았을 때는 적잖이 공허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일찍이 출발부터 루마니아 내부에서는 실비우 퓨카레테, 가보 톰파 같은 영향력 있는 예술가들 및 문화계 인사들을, 밖에서는 영ㆍ미권의 저명한 교수들(케네스 캠블과 노엘 위츠)을 포섭해 든든한 배경으로 삼으며, 남다른 경영 수완을 발휘해온 키리악은 이 축제를 단기간에 급성장시킨 것이 또한 분명하다. 그들이 실제로 어떤 기능ㆍ역할을 하는지는 알 수 없어도 오늘의 이사진 명단에는 세계연극평론가협회(IATC) 회장인 한국의 김윤철 교수를 비롯해, 역시 평론가이자 파리 3대학 명예교수인 조르쥬 바뉴, 에든버러국제페스티발의 총감독인 조나단 밀즈, 실비우 퓨카레테, 위츠라는 명성의 이름들이 포진하고 있다.

개막작 <파우스트>

거리 공연

개막작 <파우스트> 거리 공연

성년을 맞아 특별히 준비한 금년 행사에서 이러한 축제의 커넥션 역량, 화려한 포장 솜씨를 최대한 발휘해보려는 야심이 돋보였음은 물론이다. 자국의 ‘유산 공연’으로 뽐내는 실비우 퓨카레테의 기상천외의 장소 특정적 스펙터클 퍼포먼스 <파우스트>로 축제의 서막과 종막을 두르고, 데클란 도넬란의 <우부대왕>, 네크로시우스의 <신곡>, 샤샤 발츠의 <계속(Continu)>, 알랭 부파르의 <잘 될거야(Tout va bien)>, 노다 히데키의 등, 이른바 월드클래스 예술가들의 작품을 대거 초청하였다. 게다가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를 답습해 ‘시비우 명예의 거리’를 만들어 시비우 연극제 발전에 기여한 ‘7인의 스타들’(아리안느 무뉴시킨, 유제니오 바르바를 비롯해, 이미 사망한 가부키 배우 나카무라 간자부로 17세 외 4인)을 영구히 새기고자 했다. 이러한 점들로 미뤄볼 때, 역시 배우출신 감독의 화려한 대중주의 성향이랄까, 특유의 카리스마는 동시대가 요구하는 탈(脫) 권위적 경영마인드와는 일정 거리가 있어보였다. 위와 같이 검증된 예술가들의 공연들을 메인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로 제시했다면, 350편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또 다른 공연들과 부대행사들에 대한 만족도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필자나 전문가들의 반응일 수 있으며, 1일 평균 6만명을 헤아린다는 다수의 현지 관객들은 행사 자체에 사뭇 감동이듯, 그 어떤 공연에서나 적극적으로 반응했으며, 즐거워했다.

한국 등 해외 연극계와의 교류에 적극

지난해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에 이어, 올해 창작집단 ‘뛰다’의 <하륵이야기>와 남정호 솔로프로젝트의 <자화상 & 텟추와 춤을>이 시비우 연극제를 찾았다. 또한 창설 20주년을 기념하여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들이 펼쳐졌는데, 한국 측에서는 「한국 문화예술 분야의 국제교류 현황과 주요 지원프로그램」(구효진,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무대에서의 한국공연예술의 경향」(허순자)의 주제로 세미나에서 발제를 하였고, 영국 리즈시립대 노엘 위츠 교수가 진행하는 인터뷰 ‘문화간 대담(Cultural Conversation)’에 뛰다의 배요섭 연출과 이희진 매니저가 참가했다. 관객과의 직접적이고도 활발한 교감 또는 온전한 집중의 피드백을 요구하는 우리작품들의 특성에 따라 고등학교 체육관 무대에 오른 <하륵이야기>와 라두스탕카 스튜디오홀에 배정된 <자화상 & 텟추와 춤을>에 대한 전문가들을 포함한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했던 바대로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다만 하루 2회 혹은 단 1회 공연으로 제한된(이는 많은 단 기간에 많은 작품을 수용해야 하는 축제에서의 운명적 한계로 거의 모든 공연이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스케줄링 이었다) 아쉬움은 특히 우리처럼 원거리 순회의 경우 많이 남았다.

한편, 축제의 큰 틀거리 속에서 진행된 SPAOM은 마켓기간 동안 델리게이트ㆍ예술가들의 자유로운 발표기회를 매일 오전에 마련했고, 13일에는 그 하이라이트로서 위에서 말한 ‘세미나’를, 그리고 ‘Cultural Conversation’의 인터뷰 프로그램과 젊은 예술경영자들을 위해 멘토 휴고 데 그리프가 진행한 3일간의 워크숍 ‘Festival Reading’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점심시간과 연계해 오후 1:30~3:00까지만 부스전시 시간을 공식화 한 것은 마켓활동에 대한 생산적 촉진보다는 형식적인 제스처에 준하는 인상이 짙었다. 하지만 행사 규모나 의욕에 비해 축제의 실질적 운영과 진행에 있어 미숙한 점은 필자를 비롯한 많은 참가자들을 종종 당혹스럽고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비우국제연극제가 주빈국인 프랑스, 그리고 오랜 교류로 상호 신뢰와 우정을 쌓아온 일본으로부터 각기 5~10편에 이르는 각종 장르의 작품들을 대거 초청하였으며, 후자로부터는 20명의 젊은 자원봉사자들(한국은 SPAF가 지원ㆍ파견한 2인)까지 집단적으로 수용한 예외적 관계를 주목하자면 향후 국내공연예술계가 향후 더욱 견실한 네트워킹 파트너로서 시비우 연극제를 주목해야 할 만한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문화간 대담(Cultural Conversation)’에 참석 중인 뛰다의 배요섭 연출과 이희진 매니저

「국제무대에서의 한국공연예술의 경향」을 주제로 발제중인 필자 (허순자 교수)

‘문화간 대담(Cultural Conversation)’에 참석 중인 뛰다의 배요섭 연출과 이희진 매니저 「국제무대에서의 한국공연예술의 경향」을 주제로 발제중인 필자 (허순자 교수)

시비우 국제 연극제 홈페이지 : http://www.sibfest.ro/

  • 기고자

  • 허순자_연극평론가, 서울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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