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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S Choice]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을 들썩이게 한다 2013-07-15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을 들썩이게 한다
[PAMS Choice] The 광대 안대천 대표, 김서진 연출가 인터뷰


연희집단 The 광대의 <도는놈 뛰는놈 나는놈>(이하 <놈놈놈>)을 보는 동안 북소리에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야외마당에서 하는 판굿을 보며 잊고 있던 활기와 정면으로 마주친 거다. 판굿은 서서 하는 사물놀이를 일컫는 말이자 판을 열고 굿을 벌이는 것과 같은 다양한 연희를 아우르는 말이다. 오늘날 연희라는 말이 마당에서 행해지는 남사당놀이, 무속, 탈춤, 풍물 등의 전통적인 공연예술을 가리킨다고 할 때, The 광대는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 창작을 해나가는 젊고 개방적인 집단이다. The 광대의 대표 안대천과 연출가 김서진을 만나 2013 서울아트마켓 팸스초이스에 선정된 <놈놈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2년 <홀림낚시>에 이은 두 번째 선정이다.

전통예술 이수자들과 연극 연출가의 협업

Q. 두 번째 선정을 축하한다. 두 사람은 언제 처음 만나게 됐나.

안대천(이하 안) : 2008년 <아비찾아 뱅뱅돌아> 때부터다. 팀은 2006년 1월 2일에 만들어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생 5명과 탈춤을 추던 고성오광대 5명이 모여 시작했다. 사물놀이와 탈춤을 추며 돈을 모아서 첫 번째 창작 연희극 <타이거헌터>를 무대에 올렸다. 객석에 인간문화재 여럿 모셔놓고 공연했는데 말아먹었다. 돈만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좋은 공연이 되는 게 아니더라. 심기일전해서 팀 내에서 직접 연출도 하고 의상도 최소화해서 마당극 <양반 나가신다>를 만들었다. 객석의 분위기는 좋았는데 이번에는 이야기가 너무 단순하다는 반응이 왔다. 하긴 우리가 초점을 맞춘 건 권선징악이었거든(웃음). 극을 만들 때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개를 받아 김서진 연출을 만나게 된 거다.

Q. 연희극에서 연출은 어떤 역할을 하나.

: 기존의 연출이나 예술감독 시스템을 보면, 틀을 미리 잡아놓고 연희를 꽂아넣는 식이다. 맞춤형식이랄까. 아무래도 연출이 선생님들이다보니, ‘여기 돌면 돼.’ 이런 식인 거다. 그런데 김서진 연출과는 또래이다보니 대화를 많이 한다. 전통연희의 자유분방함도 얘기하고 또 광대 멤버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자는 얘기도 한다. 형식도 열려있다. 그래서 아직 연출을 바꾸지 않고 있다(웃음).

김서진(이하 김) : 애초에 ‘내가 하려는 작품에 연희를 이용해야겠다’, 그런 게 아니었다. 연출이 필요하다고 해서 들어간 거니까 아무래도 광대 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다. 연희 중심이어야 하는데 내가 연희를 잘 모르니까 도움을 받아야 할 부분이 많았다. 공부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았다. 작품이 있던 상태에서 섭외가 됐었으니까 때로는 ‘이런 걸 보여주세요, 이렇게 하는 게 좋겠네요, 이건 무리가 있겠네요, 다르게 해볼까요?’ 이랬는데 이 과정도 기존의 연출가들이 연극에 전통적인 색깔을 집어넣는 거랑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더 맞는 작품을 해야겠다 싶어서 나온 것이 <홀림낚시>. 언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시의 이미지와 연희를 만나게 했다. 이를테면 로미오와 줄리엣에 전통연희를 가미해서 한국적인 색깔을 넣는 건 내 목표가 아닌 거다. The 광대는 이미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자기들만의 언어가 있다. 그 언어로 작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굿모닝 광대굿>

<홀림낚시> 2013 팸스초이스 선정작

<굿모닝 광대굿> <홀림낚시> 2013 팸스초이스 선정작

전통예술의 전승과 새로운 창작사이의 고민

Q. 전통에 대한 단원들의 입장이 저마다 다르지는 않나. 새로운 것을 만들 때 의견 충돌이 있을 수도 있겠다.

안 : 부딪치는 부분이 있다. 재담을 창작하는 쪽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과 사물놀이 연주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있다. 모험을 하면서도 수위조절이 필요한데 처음부터 경계하는 친구도 있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며 몸으로 감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좀 더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김서진 연출이 우회로를 튼다.

김 : 예술을 이야기할 때 보통은 ‘좋은 거냐, 안 좋은 거냐’로 얘기를 하지 않나. 전통예술계에 갔더니 ‘맞는다, 안 맞는다’로 얘기를 하더라. 그건 창작이랑 등을 돌린다는 얘기인 거다. 잘못 접근하면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으니까 ‘예술이 무엇이냐, 창작이 무엇이냐’ 이렇게 더 본질적인 얘기를 꺼내면서 같이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안 : 그런데 그건 ‘틀렸다 기다’가 아니라 전통예술을 하는 친구들의 입장에서는 자기 정체성과 뿌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렇다. 양식화된 전통예술을 기반에 두고 창작을 하는 입장에서 힘든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나도 연출도 힘들긴 하지만 다 함께 얘기를 해서 머릿속이 정리되면 또 몇 걸음 전진한다.

Q. ‘소리는 호남이요, 춤은 영남이다’ 이런 말이 있지 않나. The 광대가 전승하는 지역성이 있나.

안 : 아우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탈춤추는 고성오광대 식구가 많기 때문에 그쪽 춤사위와 호흡을 많이 쓰는 한편 봉산, 양주 탈춤을 배운 이들이 있어서 이를 모두 열어두고 있다. 사물놀이와 관련해서도 삼도(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의 특색을 고루 익혔기 때문에 그 또한 열려있다. 굿도 동해안 별신굿, 진도 씻김굿, 경기도 도당굿이 있는데 팀원 중에 유별나게 굿에 집중하는 팀원이 있어 도움을 많이 받는다.

Q. <놈놈놈>의 사자놀음에서 사자가 낙타, 뱀으로 변하는데 귀엽고 사랑스럽더라. 버나놀이1)에서 버나가 선글라스가 된다든지, 뻥튀기한 듯이 커진다든지 하는 것도 유쾌하다.

안 : 팀원들과 함께 만들고, 수많은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검증을 받는다. 시간이 만들어준 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놈놈놈>은 그동안 The 광대가 갈고 닦은 전통 연희를 갈라 퍼포먼스의 형태로 모아 레퍼토리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빛을 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침 새로 들어온 멤버들도 있으니 함께 고민해서 새로운 버전의 <놈놈놈>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김 : 최근 연습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길놀이할 때 여러 가지 동선을 그린다. ‘진을 짠다’고 말한다. 기존의 동선이 새롭게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길놀이 자체가 유랑하는 모습이니까 팀원들에게 유랑하는 이미지를 하나씩 고르라고 하고 두 팀으로 나눴다. 한 팀은 철새떼가 되었고 한 팀은 연어떼가 되었다. 그런데 연어떼의 움직임으로 배우들이 등장을 하는데 정말 신선한 거다. 물고기들이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는 것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움직였다. 이때 답이 보였다. 우리는 산수(山水)놀이를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웃음) 사물놀이를 만든 김덕수 선생님도 원래 연희란 것이 자연과 농부들의 몸짓에서 나왔다고 말씀을 하신다. 그렇다면 자연 안에서 더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겠다 싶은 거다. 게다가 지금은 예술에서 자연을 목격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 아닌가. 우리가 만일 그걸 보여줄 수 있다면…… 안 대표와도 이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놈놈놈> 사자놀이

<놈놈놈> 판굿

<놈놈놈> 버나놀이

<놈놈놈> 사자놀이 <놈놈놈> 판굿 <놈놈놈> 버나놀이

Q. 안 그래도 <놈놈놈>에서 연희자들이 상모를 돌려 하얀 선이 공간을 가르면 하늘이 보였고, 북을 치면 땅이 느껴졌다. 그리고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인간과 부포2)가 보이더라. 부포는 동물 같기도 하고 꽃 같기도 하고 커다란 눈이 끔뻑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부포에 혹시 어떤 상징이나 뜻이 있나?

안 : 무속이 바로 그거다.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을 연결시키는 것. 전통공연에서는 하늘과 땅, 인간을 삼위일체라 해서 호흡을 얘기할 때도 그 얘기가 꼭 들어간다. 그런데 눈 같다는 말은 처음 듣지만 좋은 이미지이다. 상모랑 부포는 보통 남성과 여성으로 대비해 말하기도 한다. 사물놀이 판굿 중에 부포가 오므리고 펴면서 다가가면 장구가 ‘때그댁’ 하며 마주 응하는 대목이 있다.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는데 그게 참 재밌다. 다른 이야기들도 많겠지만 난 그 얘기가 좋다.

퍼포머로서 각자의 캐릭터를 찾아가기

Q. 전통예술기반의 다른 팀과는 다른, The 광대만의 특징은 공연 안에서 연희자들의 얼굴과 표정이 보인다는 거다. 각 멤버가 모두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들이 각자 캐릭터를 입고 공연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할머니가 되어 상모를 돌린다든가 방금 부포의 여성성을 말씀하신 것처럼 여자가 되어 부포춤을 춘다든가 혹시 이럴 수도 있는 건가. 이런 상상은 전통을 훼손시키는 건가.

김 : (웃음) 안 그래도 계속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안 대표와 얘기하고 있다. 다른 공연에선 확실히 기예가 보인다. 특히 김덕수 선생님의 사물놀이는 기예적으로 최대 정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저걸 어떻게 뛰어넘나’ 싶을 때가 있다. 큰 벽이다. 그런데 The 광대는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고 관객들도 한명 한명에게 관심을 보인다. 이 부분을 더 뚜렷하게 살려 나가는 게 관건이다. 내 생각에 서양에서는 광대(Clown)와 서커스가 전통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저글링을 할 때도 이 광대는 이렇게 하고 저 광대는 저렇게 한다. 광대마다 개성과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거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슬라바 폴루닌이 옷을 가지고 움직이며 팔을 넣고 빼고 하지 않나. 그걸 다른 광대들도 뚜렷하게 자기 식대로 한다. 근데 우리는 ‘사물놀이 하는 사람’ 하면 다 사물놀이 하는 사람들이다. 구분이 잘 안 간다. 그래서 The 광대는 이들만의 색깔을 더 찾아야 한다. 현재 <놈놈놈>이 그걸 의도한 버전이 아닌데도 인터뷰어가 느끼지 않았나. 바로 그 부분을 강화시키고 싶다.

Q. <놈놈놈>이 이야기와 만날 수도 있는 건가.

안 : 드라마도 말없는 드라마가 있지 않나. 그럴 수는 있을 거다. 연출과도 대화를 더 해봐야겠지만 대사가 더 많이 들어가서 이야기가 생기는 경우는 아닐 것 같다.

김 : 내 생각도 그렇다. 서사는 없지만 지금의 갈라 퍼포먼스에 특정한 흐름은 생길 거다.

Q. 대표로서 바라는 건 뭔가.

안 : The 광대가 성장하는 동시에 팀의 각 멤버들도 잘 보였으면 좋겠다. 욕심 같아선 멤버들의 캐릭터가 잘 보여서 연희판에 스타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Q. The 광대는 무슨 색인가.

안 : 블랙일 때도 있지만(웃음), 파란색이나 하늘색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흰색인 것 같다.

김 : 듣고 보니 The 광대는 파란 바탕에 흰 구름들 같다. 시골사람의 성향이 있고 정말 신기하게도 경직되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인다. 변화무쌍하고 몰려다니는 걸 좋아한다. 밝고 어디에 매일 수 없는 존재들이다. 공연할 때는 여기에 무지개가 하나 떴으면 좋겠다.

인터뷰 중인 안대천 대표와 김서진 연출가

인터뷰 중인 안대천 대표와 김서진 연출가



주석

1) 남사당놀이의 여섯 가지 놀이 중에서 둘째 놀이. 한 손에 든 나무나 대나무 꼬챙이 끝에 얹은 사발·대접·접시 등을 공중에서 돌리는 묘기
2) 상모에 깃털을 단 것을 부포 상모라 부른다. 지름이 30~50cm 되는 큰 꽃이 오므라졌다 퍼졌다가 하는 것처럼 보인다. 두루미가 보호 동물로 지정되기 전에는 두루미 털을 썼지만 최근에는 칠면조나 타조의 털을 사용한다.

  • 기고자

  • 김해진_공연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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