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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문화 행정가 2013-06-18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문화 행정가
[피플] 영국문화원 동아시아 예술 및 창조 산업 총괄 디렉터 케이틀린 버스트레트


케이틀린 버스트레트(Katelijn Verstraete)는 현재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의 동아시아 예술 및 창조 산업 담당 국장으로, 문화예술 네트워킹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열정적인 예술인이다. 5개 국어에 능숙한 케이틀린은 중국학 전문가로 마케팅과 문화 경영도 전공했다. 케이틀린이 애초부터 학문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고, 비즈니스를 하면서 중국의 현대를 배워보는 것이 당초 목적이었으나, 90년대 초반 중국 현대 시각 예술계에 매료되어 비즈아트(BizArt)라는 최초의 비영리 현대예술 센터를 공동 창립하게 된다. 비즈아트는 중국의 현대 예술가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국제 교류 등 디자인과 론아트 분야의 다양한 사업과 함께하고 있다.

2003년 케이틀린은 벨기에로 돌아가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 공연예술 축제 중 하나인 쿤스텐페스티벌(KunstenfestivaldesArts)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후, 유럽 최대의 국제 현대공연예술 네트워크인 IETM에서 활동하게 된다. 그 후, 싱가포르로 건너가 아시아유럽재단(ASEF) 문화교류부에서 여러 사업들을 전개했으며, 2012년부터 영국문화원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Q(MADV): 공공기관, 민간, 정부기관 등에서 프로젝트나 정책 관련 업무를 해 왔는데,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배운점은 무엇인가?

A(KV): 오랜 기간 머무른 중국을 떠나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유럽의 현대 예술을 배우고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다이내믹하고 네트워크가 잘 되어있는 두 기관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쿤스텐페스티벌은 유럽과 국제 공연(공동 제작)계로 나아가는 아주 중요한 창이었다. IETM은 유럽의 주요 단체들의 다층적인 협업과 깊이 있는 지식정보를 축적하고 확장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유럽에서 어떻게 문화예술이 운영되는지 알아가게 되고, 유럽 안팎으로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유럽은 에너지, 영감, 정보, 네트워크, 서로를 독려하는 관대함과 포용력이 넘치는 곳이었고, 나눔과 협업의 정신에 바탕을 둔 곳이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예술가 이동성(artists’ mobility)와 같은 정치적 차원의 이슈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첨단 기술 덕분에 세계가 쉽게 연결되긴 하지만, 예술가들이 직접 만나서 서로의 예술적 맥락을 보다 잘 이해하고 더 깊이 연결되는 끈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정치적으로도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하며,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점들에 대해 정책 당국을 설득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지속해야 할 사업이다.

ASEF에서 일하려고 아시아로 돌아온 것이 내가 생각해오던 순환구조를 완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 기관과도 보다 긴밀하게 일을 했고 시민 사회와 정부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도 했던 것이 정말 좋았다. 정부가 주도하는 기관들에는 각기 다른 의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이해 관계 당사자들이 함께 일한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데 있어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또 한편으론 아주 즐거운 경험 이었다.

특히 아시아유럽 재단이 운영하는 컬쳐360(Culture360)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가장 멋진 일중 하나였다. 이전에 온더무브(On the Move)와도 일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정보 플랫폼이 아주 유용하다는 것을 그때부터 알게 되었다. 그래서 컬쳐360을 창립해서 아시아와 유럽 간 문화예술 협업의 발전 경로를 되돌아보고, 관심 있는 공동체들을 유치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단체가 자기 단체뿐만 아니라 타 단체들도 독려하고 힘을 실어 주는 일은 훨씬 강력한 효과가 있고 의미가 있다.

아시아유럽재단이 운영하는 문화정보 플랫폼 컬쳐360 아시아유럽재단 근무 시절의 케이틀린

Q: 그런 측면에서 영국문화원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A: 그간의 나의 활동과 철학에 비추어 볼 때, 영국문화원에서 일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영국문화원은 영국의 국가기관이지만 다각적인 협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이 아시아는 참으로 중요한 시기인데, 아시아의 정부들이 문화예술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문화예술을 통한 경제적 효과와 문화 정체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문화의 경제적 측면을 처음 연구한 곳은 유럽이지만, 아시아의 기업인들도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역동적이다. 유럽과 아시아가 서로의 장점들을 상호 배워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어떻게 하면 민간과 공공, 시민사회가 공동의 이해와 사업을 파악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이고 협업해 나갈 수 있을까가 나의 화두이다.

내가 아시아유럽재단에서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아시아 지역의 문화예술 기금 조달(Mobility Funding Guides)에 대한 연구였다. 실험적인 기초 예술작업은 여타의 창조 산업과 문화예술 산업의 연구 개발의 역할을 하기도 하여 정부와 공공기금의 후원이 필요하다. 아시아의 경우, 주로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다 보니 후원이 불투명하게 이루어지거나 민간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 부서의 예산보다는 마케팅 부서의 자금으로 문화예술을 후원하고 있다. 나는 크라우드 펀딩이 보다 활발해져서 예술의 기금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유럽은 현재 긴축재정 정책을 운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분야로 상당한 재원이 투입되고 있다. 단, 정부 출연기금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는 꾸준히 정부가 공공의 선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민관 시민사회 파트너십(public-priviate-people Partnership)에 대한 올바른 정책안을 마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 리더십은 단순히 예술가 개인의 전문 역량을 강화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이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배양하는 것이다. 아시아의 경우, 세대 간 의 차이를 의식하는 경향이 있어, 젊은 세대들이 단체나 기관을 이끄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젊은이들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근무하기를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제 사회에 기여하는 문화예술의 가치를 보여 줄 강력한 리더가 필요하다. 예술 단체들과 예술가들은 사회를 혁신하고 기술을 활용해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 힘써야 한다. 문화 및 기타 분야는 교류를 통해 서로 배울 수 있다. 국제 교류 역시 변화하는 여러 사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면서 서로 배워나가고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영국문화원의 ‘예술을 통한 문화교류(Connections through Culture)’는 이 분야 강화에 힘쓰는 예술분야 종사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으로 10년 넘게 운영이 되면서 장기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아트-싱크 사우스 아시아(Art-Think South Asia)’는 영국문화원의 파트너 기관인 독일 문화원이 제안하여 시작된 역량구축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운영 기관은 영국문화원이 아니라 인도의 독립적인 민간 NGO인 코즈(Khoj)이다. 이러한 방식이 더 적합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형태의 모빌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분야의 전문성을 고양할 수 있으며, 신뢰의 좋은 발판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최근에 이루고 싶은 바람들이 있다면?

A: 사실 바람은 많다. 예술과 사회 기업 간 교류를 강화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나는 ‘예술을 위한 예술 (art pour l’art)’이라는 말을 믿으며 예술이 사회 변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화의 힘은 문화예술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였을 때 더 강해질 수 있다. 나에게 문화와 예술은 경제 발전의 차원을 넘어 인류의 발전을 의미한다. 이러한 생각들로 최근 예술과 장애, 예술과 건강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 밖에 아시아 문화예술 개발에 대한 보다 실용적인 연구 및 문서화 작업을 하고 싶은 바램도 있다. 유럽은 이런 부분이 활성화되어 있고 풍부한 경험이 있다. 아시아의 학문과 문화 분야의 내용들을 문서화해서 좋은 예들을 세계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참으로 많다. 물론, 아시아-유럽가 이동성 기금을 강화하는 것도 나의 바램 중 하나다. 또, 어떻게 하면 아시아유럽재단의 창의적 만남(Creative Encounters)과 아츠네트워크아시아(Arts Network Asia)가 더 많은 지원을 받아 아시아-유럽, 아시아-아시아 간 교류를 보다 활발히 할 수 있을까? 하는 것도 우리 분야의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Q: 영국문화원과 한국 간 진행 중인 이니셔티브가 있다면?

A: 아시아의 많은 예술가와 문화계 종사자들이 한국을 아주 훌륭한 모델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적 전략이 문화예술 활성화에 어떻게 작용되는지를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KAMS)는 그런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비엔날레 및 광주 비엔날레 역시, 한국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예술가들을 알린다는 측면에서 국제적으로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한국 문화는 큰 각광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영국문화원은 영국의 현대 예술 및 디자인과 공연 예술을 연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참고 https://www.facebook.com/kr.arts.britishcouncil) 한국의 파트너들과 2014년 런던 북페어(London Book Fair)의 코리아 포커스(Korea Focus)를 준비 중이며 영국과 한국의 문화예술 프로그램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TV 시리즈물, 영화, 대중음악, 오페라에 출연하는 연예인과 음악인들도 유럽에서 유명하지만, 한국의 현대 문화를 문학을 통해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아시아에서 한국의 역할을 생각해 볼 때, 영국문화원은 한국과의 협력 작업을 다차원적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우리는 현재 아시아 지역의 문화 리더십과 혁신을 위해 콜라보의 가능성들을 모색 중이다. 홍콩에서는 홍콩대학의 선진 문화 리더십 프로그램(Advanced Cultural Leadership programme)과 공동으로 “문화 리더십(Cultural Leadership): 아시아의 방식(The Asian Way)?”이라는 주제로 7월 26일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의 기관과 단체들도 함께했으면 좋겠다. 최근 들어, 아시아 국가들 간에 교류가 더 활발해 지고 있다. 따라서 영국문화원도 양자적인 파트너쉽 뿐만 아니라, 아시아라는 전체적인 지역적 차원의 교류에 힘쓸 예정이다.

케이틀린 버스트레트
  • 기고자

  • 메리 안 데블리에그_EU 예술과 인권 워킹 그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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