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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봄, 뉴욕은 프롬펜이 되다. 2013-06-18

2013년 봄, 뉴욕은 프롬펜이 되다.
[동향] 뉴욕을 찾은 대규모 캄보디아 예술 축제, 시즌오브캄보디아


지난 4월과 5월 두 달간 뉴욕에서는 전통과 현대, 시각과 공연예술 등 캄보디아 예술을 총망라한 축제가 사상 최초로 개최되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125명의 예술인들이 뉴욕시 전역의 30개 기관에서 공연이나 전시를 가졌다. 브루클린 음악 아카데미(Brooklyn Academy of Music, BAM)에서 메트로폴리탄 뮤지엄(Metropolitan Museum), 조이스 씨어터(Joyce theatre),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 및 시내 곳곳의 갤러리에 이르기까지 빈자리 없이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킬링필드’라는 재앙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돋아난 예술

이번 ‘시즌오브캄보디아 예술제’(Season of Cambodia: A Living Arts Festival)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많은 이들이 캄보디아 예술의 다양성과 기예에 놀라워하기도 했으나, 무엇보다도 두 달간 펼쳐진 이번 행사를 통해 가장 분명히 드러난 사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한 대량 학살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의 풍요로운 예술적 삶을 전멸시키려던 독재자 폴 포트의 시도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또한 캄보디아는 단지 십여 년에 불구한 짧은 기간 동안 800년 역사의 빛나는 문화를 소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무용과 시각예술 등 현대 예술 분야에서도 새롭고 중대한 성장을 일구었다. 이 두 분야는 이미 싱가포르나 베이징, 서울의 예술과 비견될 정도이다.

여기에서 약간의 역사적 배경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캄보디아 문화의 뿌리를 추적해보면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캄보디아 문화의 상당 부분이 인도 남부로부터 인도네시아의 무역로를 거쳐 전해진 힌두 브라만교도의 흔적들이 강하게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캄보디아의 문화는 프랑스 식민시대의 방치에서 벗어나 1956년 후로는 자랑스러운 독립국가의 필수적인 요소로 떠오르고, 1960년대에 접어들면 현대 시기의 정점에 달했다.

지난 4월 뉴요커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캄보디아 문화의 정체성의 핵심은 로밤 보란(robam borann)으로 알려진 전통무용 양식이다. 이는 앙코르(Angkor)에서 신들을 위해, 그리고 나중에는 왕궁에서만 제한적으로 공연되었던 힌두 서사시 라마야나(Ramayana) 이야기를 우아하게 재현한 것이다.

이 무용양식은 수세기에 걸쳐 등장했지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형식은 작고한 노로돔 시하누크(Norodom Sihanouk) 국왕의 어머니로, 캄보디아 로얄 발레단을 창설한 시소와트 코싸마크(Sisowath Kossamak)비가 1960년대 여러 편의 새로운 작품을 안무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코싸마크는 로밤 보란을 민주화했다 할 수 있다. 그녀는 무용수들에게 공무원의 직위를 수여하는 한편, 로밤 보란을 왕궁 밖 일반 사회로 가지고 나왔다.

로얄 발레 캄보디아, BAM

크메르 아츠 앙상블, 조이스 극장

그녀의 창작품 중 <압사라 메라(Apsara Mera)>라는 춤은 많은 이들에게 전통양식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졌으며, 또 당시 가장 훌륭한 무용수이자 자신의 손녀였던 노로돔 부파 데비(Norodom Buppa Devi) 공주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제 60대인 그 공주가 바로 현재 로얄 발레단의 감독이다. 그녀의 업적들이 이루어진 산실은 활기를 되찾은 프놈펜의 왕립예술대(Royal University of Fine Arts)로, 이곳에서 여섯 살 이상 무용수들이 매일 연습에 임하고 있다. 뉴욕의 관객들은 현재 파리에 거주 중인 찹 참로은(Chap Chamroeun)과 뉴질랜드에서 캄보디아로 막 돌아온 체이 소피아(Chey Sophea) 등 최상으로 선발된 캐스팅의 <압사라 메라> 공연을 브루클린음악아카데미에서 즐길 수 있었다. 노로돔 부파 데비 공주는 공연 며칠 전 링컨센터에서 로밤 보란에 대해 인터뷰를 하며 관객들에게 1968년 당시 자신의 공연 영상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브루클린음악아카데미에서 조이스 극장으로, 캄보디아를 품은 뉴욕

조이스 씨어터는 크메르 예술 아카데미(Khmer Arts Academy, KAA)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 아카데미는 로얄 발레단의 전통무용수였던 소필린 체암 샤피로(Sophiline Cheam Shapiro)가 창설한 민간 전통무용단이다. <오델로(Samritachek)>나 모차르트의 <마법의 피리(Pamina Devi)> 초기작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크메르 예술 아카데미는 고전뿐만 아니라 현지 민간설화, 서구의 연극이나 오페라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뚜렷이 현대적으로 각색하는 작업을 전문으로 한다.

라마 왕자의 사랑과 시타의 구출을 다룬 라마야나 이야기는 캄보디아의 주된 문화적 서사로 다양한 형식으로 재현되었다. 이번 축제 관객들 중 상당수가 꼽은 하이라이트는 시암 레압(Siam Reap)에 위치한 와트 보(Wat Bo) 사원의 대규모 그림자 인형극단(스베아크 톰, sbeak thom)의 공연이었다. 인형극단은 맨하튼 남단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의 키 큰 야자수들이 적당히 우거진 거대한 아트리움에서 두 번의 공연을 펼쳤다.

와트 보 그림자 극단

암리타 퍼포밍 아츠, 구겐하임미술관

캄보디아에서 컨템포러리 공연의 등장한 더딘 편이었다. 크메르 루즈 정권 아래 너무 많은 것을 잃었던 탓에 문화예술 분야의 혁신이 우선 과제로 다루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비정부단체 암리타 퍼포밍 아츠(Amrita Performing Arts)의 노력으로 무용수들은 캄보디아만의 독특한 현대적 안무 스타일을 천천히 찾아갈 수 있었다.

암리타 퍼포밍 아츠에게 영감의 계기가 되었던 것은 전 로얄발레단 단원으로 현재 파리에 거주 중인 크메르계 프랑스인 안무가 엠마뉴엘 푸온(Emmanuèle Phuon)의 작품들을 기획하면서였다. 작업의 결과물은 안무가가 크메로피디스(Khmeropedies)라고 지칭한 원숭이 춤동작에 기반한 작품 셋이었다. 이 중 마지막 작품은 구겐하임 뮤지엄에서 공연되었으며, 뉴욕타임즈로부터 극찬의 리뷰를 얻어냈다.

이 단체들은 전 세계 곳곳으로 투어를 다녔지만, 뉴욕에서만 이렇게 극적으로 작업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캄보디아 문화예술의 회복은 폭넓고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이 이끌어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열쇠를 쥐고 있던 것은 캄보디아인들 이었지만, 1993년 총선 이후 문호개방을 통해 캄보디아로 들어온 재정적 지원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일이다.

유네스코(UNESCO)는 캄보디아의 전통무용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으며, 아시아예술위원회(Asia Arts Council), 포드재단(Ford Foundation) 및 록펠러 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은 수많은 전통 장르들을 계승시키고 희미한 기억의 형태로만 존재하던 작품들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멘토쉽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캄보디아가 주도하고, 뉴욕의 다양한 민간 공간과 펀딩의 결합으로 실현

‘시즌오브캄보디아’ 행사의 주된 주관기관은 비정부기구인 캄보디안 리빙 아츠(Cambodian Living Arts, CLA)로, 존 버트(John Burt) 대표가 약 십 년 전 이 축제를 처음 구상했다. 하지만 축제예산의 상당부분을 기금으로 마련한 것은 캄보디아인 사무총장 플루엔 프림(Phlouen Prim)으로, 이렇게 재정적으로 힘든 시기에 이는 상당한 성과였다. . CLA는 캄보디아 전역에 흩어져 생존해 있는 음악가들의 소생을 위해 창설되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1960년대의 인기스타였다. “대가인 스승들이 음식이나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가난하고 병약한 상태로 길거리에서 살고 있었다”고 초른-폰드는 전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뉴욕에서 선보여진 것이다. 아른은 와테렉 앙상블(Waterek Ensemble)과 함께 링컨센터(Lincoln Centre)에서 공연했는데, 이 앙상블은 멕 뿐만 아니라 차페이(chapei, 번역자주: 현이 두 개인 기타와 비슷한 캄보디아 전통악기) 연주가인 콩 네이(Kong Nay) 등 프놈펜에 기반한 캄보디아인 음악가들로 구성되었다. 초른-폰드는 백여 명의 음악가들이 서로의 자녀에게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가르쳐 주는 긴밀한 공동체를 구성하였다.

마지막으로, ‘시즌오브캄보디아’ 행사 조직위는 공연과 함께 폭넓은 인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토론을 이끄는 데도 힘썼다. 캄보디아의 삶과 문화예술에 대한 권위 있는 발제자들의 강연과 심포지엄을 마련해 이 매혹적인 나라의 미스터리들을 풀어내고자 했다. 여러 워크숍에서 화해의 과정에 있어 중요한 도구인 기억의 문제를 다루었다. 이번 축제행사를 통해, 캄보디아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미 많은 일들을 이룩했음을 알 수 있다.

  • 기고자

  • 로버트 턴불_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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