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마켓, 바벨메드뮤직
[집중조명-축제/마켓] 2013 바벨메드뮤직(Babel Med Music) 리뷰
지난 3월 21일부터 23일까지 프랑스의 지중해 연안 도시 마르세이유에서는 바벨메드뮤직 2013(Babel Med Music)이 개최됐다. 올해 유럽문화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 in 2013, 관련기사)인 마르세이유 항구의 옛 양념창고를 개조하여 매력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된 2,500여석 규모의 독데쉬드(Dock des Suds)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이 월드뮤직 마켓은, 음악 전문가들과 대중을 위해 재능 있는 뮤지션을 발굴하고 뮤지션들의 활동을 후원하기 위한 월드뮤직마켓으로 2005년 창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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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메드뮤직 2013 포스터 | 독데쉬드(Dock des Suds) |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권역의 월드뮤직마켓
바벨메드뮤직은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 지역 월드뮤직을 중심으로 하는 실물공연마켓이며,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예술가, 뮤지션, 축제감독, 배급사, 음반사, 에이전시, 매니저들이 이 행사에 참가해오고 있다. 이 외에 SACEM(Société des Auteurs, Compositeurs et Editeurs de musique-음악 저자, 작곡가와 제작자 협회), IRMA(Le Centre d’Information et de Ressources pour les Musiques Actuelles-현대음악 정보&자원 센터), ADAMI( l’Administration des Droits des Artistes et Musiciens Interprètes-예술가&음악연주자 권익 기관), CNV(Center National de la chanson des Variétés et du jazz-버라이어티뮤직&재즈 국립센터), Culture France(프랑스 문화전문 라디오 방송국) 등의 프랑스 문화예술지원기관과 프낙(FNAC), 께쓰데빠르뉴(Caisse d’Epargne) 등의 기업들이 본 행사를 후원하고 있다. 지역정부와 음악 창작기금(FCM) 등의 기관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를 프랑스인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공공성을 띄고 있다. 바벨메드뮤직은 크게 콘서트(쇼케이스), 부스 전시, 포럼으로 구성되며 매해 공모와 국제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선발된 30여 개의 단체가 쇼케이스 무대에 오르며, 이 콘서트는 일반 대중에게도 공개되어 축제적인 성격이 강하다. 유럽의 다른 도시에서 돌아가며 개최되는 워멕스(WOMEX)나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Music)보다는 규모는 크지 않으나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권역의 월드뮤직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는 ‘작지만 강한’ 마켓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월드뮤직 분야에서 가장 큰 네트워크조직 중 하나인 유럽월드뮤직페스티벌포럼(European Forum of Worldwide Music Festivals, 이하 EFWMF)이 1년에 두 번하는 정기총회 중 한 회를 붙박이로 이곳에서 개최하는 것은 그만큼 바벨메드뮤직이 알차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마켓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준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바벨메드뮤직에서는 170여개의 홍보부스 전시와 36편의 쇼케이스 공연, 각종 컨퍼런스와 필름 상영 등 다양한 행사와 네트워크 시간들이 3일 내내 밀도 있게 진행되었다. 쇼케이스에 오른 공연들 중에서는 스페인의 코에투스(Coetus)와 이란의 모하메드 모타메디(Mohammad Motamedi), 터키의 탁심 트리오(Taksim Trio)가 주목할 만한 단체였는데, 월드뮤직 분야는 현재 음반 유통보다는 콘서트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서 그런지 실험적이거나 진취적이기 보다는 비교적 대중성을 띤 흥겨운 공연들이 대부분이었다. 라운드 테이블 토크에서는 ‘어반뮤직의 기원과 그것이 사회변화에 끼친 영향(Identifying the roots of urban music and their impact on social change)’과 ‘모바일 유럽: 아티스트와 아이덴티티의 유통(A mobile Europe: the circulation of artists and of identities)’ 등 흥미로운 주제가 많았으나 대부분 불어로 진행되어 참여가 어려웠던 점은 불어권 이외의 참가자들을 위해 재고가 되어야 할 부분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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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투스(Coetus) | 모하메드 모타메디(Mohammad Motamed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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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심 트리오(Taksim Trio) |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는 홍보부스 전시와 전통음악 홍보음반(Into the Light) 배포, 참가자들과의 네트워크 활동들을 통한 사업(전통예술해외아트마켓 및 페스티벌 진출지원, 월드뮤직 전문가 교류지원 등) 홍보와 한국 아티스트들 소개가 마켓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가장 주요한 미션 중의 하나는 EFWMF의 의장단과 2014년 또는 2015년 총회의 한국 유치 논의였다. 앞서 언급했듯 EFWMF 총회는 매년 두 번 개최되는데 한 번은 바벨메드뮤직에서, 다른 한 번은 해마다 다른 장소에서 열리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EFWMF 총회 유치가 성사된다면 다수의 축제 감독과 프리젠터들이 우리나라를 찾는 계기를 형성해 우리 전통 공연은 물론 학술 행사와 네트워크 프로그램으로 우리 음악의 전략적 해외진출을 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EFWMF를 소개하면, 이 포럼은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 월드음악축제 네트워크 조직으로서 현재 45개의 월드뮤직과 재즈페스티벌 그리고 전통음악 축제조직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예술감독 이정헌)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EFWMF는 2011년부터 센터와 함께 투어지원 제도(KAMS-EFWMF Tour Grant)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포럼의 회원국 페스티벌에서 한국 전통음악 아티스트를 초청해 공연할 경우 센터에서 지원을 하는 제도이다. 이 지원으로 박경소, 이지영, ‘고래야’ 등이 유럽의 유수 페스티벌에 진출한 바 있다.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개성 있는, 한국만의 것
EFWMF의 의장인 알렉산드라 스톨른(Alexandra Stolen)과 디렉터인 패트릭 드 그루트(Patrick De Groote)와 진행된 간담에서 밝힌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겠다. 현재 EFWMF는 스페인의 카탈로니아 뮤직(Catalan Music)과 프랑스어를 하는 국가(Francophonies)들 사이의 협력 기금 그리고 말레이시아와 협력하고 있는 중이며, 말레이시아는 ‘레인 포레스트 페스티벌’과 ‘보르네오 월드뮤직 엑스포 Borneo world music expo’ 등과 협력하고 있다. 현재 유럽 전반에 걸친 경기 불황에 대한 타개책에 대한 질문에는 “협력을 넓히려고 한다. 즉, 2~4개의 축제가 협력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으며, 기금 확보 노력과 함께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려고 한다. 정보 공유가 페스티벌 간 아티스트를 교환하는 것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포럼과 관련해서는 5년 전에는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이었으나 현재는 한국의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을 포함해 10개의 비유럽 축제들이 포함되었다. 목적은 세계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국가적인, 동시에 지역적인 커넥션을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다”라고 알렉산드라 스톨른 의장은 밝혔다.
한국 전통음악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는 “단체의 정체성이 중요하다. 전통예술이라 하더라도 보편적이면서도 특성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과 일본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특정한 이미지가 두드러지지 않는 국가이다. 해외에서는 음악을 넘어 그 국가의 정체성과 문화의 특성을 알고 싶어 한다. 한 예로 대중음악이지만 한국의 싸이는 개성이 강하면서도 보편적인 컨텐츠이지 않은가. 대중음악이지만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인상 깊었던 한국 아티스트들로는 안숙선, 들소리, 곽수은 등을 들며, 그들 스스로가 한국인임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했고, 관객들 또한 그들의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평했다. “새로운 소리와 접근, 새로운 리듬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단체들은 새로운 중심을 찾아냈다고 생각한다. 근래에 주목할 만한 단체는 ‘고래야’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고래야’의 음악은 퓨전이기 하지만 그들은 새로운 사운드를 찾아냈다. 또한 이자람은 굉장히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잠비나이’도 전혀 다른 사운드에 상당히 독특한 점이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점에서 해외 진출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모색이 필요하다는 전통 음악계의 문제의식을 직·간접적으로 느끼고 또 공감하고 있던 터라 이번 바벨메드뮤직 참가로 몇 가지 생각들을 환기할 수 있었다. 우리의 음악이 단지 ‘월드뮤직’으로 판단되어 소개되는 것에는 분명 그 정체성을 충분히 설명해주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 월드뮤직 시장으로의 접근이 해외진출의 여러 방법 중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었고, 세계인들이 우리음악을 찾고 즐기는데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여전히 유효한 전략 중의 하나 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널리 소개되지 않은 많은 유능한 아티스트들이 존재하며, 이런 새로운 음악가들을 소개하기 위해서 바벨메드뮤직 같은 상대적으로 작은 마켓에도 좀 더 전략적인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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