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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시대의 패러다임을 고민하는 장르로 2013-04-23

연극, 시대의 패러다임을 고민하는 장르로
[피플] 부산국제연극제 손병태 프로그래머 인터뷰


싸이가 더 이상 한국만의 가수가 아니듯 부산을 대표하는 부산국제영화제도 더 이상 한국만의 영화제가 아니다. ‘삼포지향(三抱之鄕)’이라 불리울 만큼 산, 강, 바다를 다 갖춘 아름다운 이 도시는 이제 ‘부산’하면 자동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떠올릴 만큼 영화제가 도시를 대표해 공간적 아름다움에 못지않은 빼어난 문화컨텐츠를 지니게 되었다. 올해 18회를 맞이하는 가을의 대표적인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시네아스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면 오륙도에 동백꽃이 오르는 이곳의 봄은, 연극제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는 ‘부산국제연극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부산의 문화축제의 양축으로 부산시민들과 연극인들의 열정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04년도 제1회 부산국제연극제 사무국장으로 시작해 2013년 부산국제연극제 프로그래머로 일하기까지 10년간 부산국제연극제를 지키며, 부산시민들의 열정을 책임지고 있는 손병태 프로그래머를 만나 연극제를 넘어 ‘부산 인터내셔널 퍼포밍 아츠 페스티벌’로의 정체성 확대를 고민하고 있는 부산국제연극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부산연극제 10년, 디지로그(Digilog)를 고민한다

손병태 부산국제연극제 프로그래머

Q : 2013년 부산국제연극제가 10주년을 맞이하는데 올해 연극제의 구성은?

A : 부산국제연극제의 첫해부터 ‘웃음과 함께’라든지 매해 축제의 주제를 정했는데 올해는 10주년이다 보니 그동안 9회까지 회상하면서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달려 나갈 것인지를 살펴볼 수 있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이라는 주제를 택했다. 최근 서울지역이나 다른 연극제에서의 초청작을 봤더니 컴퓨터 매핑이 들어간 한 두 작품은 있었지만 종합적으로 이 주제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얘기한 축제는 없었다. 부산국제연극제에서는 그것을 컨셉으로 잡아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풀어야할 숙제를 연극적으로 접목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방향성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하고자 한다. 개막작과 한두 작품 정도는 그동안 10주년 동안 초청 작품 중 관객들에게 호응도가 있었고, 가장 신났던 축제 형식을 담았던 작품을 초대했다. 그 중에서 스페인에서 온 YLLANA Production의 <파가니니>가 개막작이 될 것이다.

<파가니니>, YLLANA Production <유령>, 클라우스 오베르마이어(Klaus Obermaier)

Q : 2008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도 소개됐었던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부산국제연극제에서는 언제 초청 되었었나?

A : 2009년 초청되었던 작품이다. 그해 초청작 중 가장 반응이 좋았고, 작품으로서 보자면 가장 축제다운 작품이다. 연극적 요소가 있다기보다는 음악극 쪽에 가깝다. 악기연주자들이 진지하게 악기를 다루면서 엄숙하기만 한 클래식 콘서트의 틀을 깨고, 재치 있는 유머와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음악 메들리로 관객을 사로잡는 극적인 형식이 부여된 작품이다. 관객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동시에 줬던 우리 나름대로 관객들에게 가장 재미를 줬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폐막작은 올해 주제인 Digilog(디지로그)와 연관성 있는 작품을 골랐다. 오스트리아 클라우스 오베르마이어(Klaus Obermaier)의 <유령>으로 장르로 치면 무용에 가깝다. 디지털 컴퓨터의 매핑이 다양하게 들어간 작품으로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Q : 그러면 개막작은 음악극에 가깝고, 폐막작은 무용에 가깝다. 또한 올해 선정된 작품들이 연극장르 외에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많이 보이는데 최근 기사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명칭 변경을 통해 더 폭넓은 공연장르를 끌어들이기 위함인가?

A : ‘부산 인터내셔널 퍼포밍 아츠 페스티벌’을 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부산국제연극제가 처음에는 연극제 컨셉으로 시작했지만 ‘국제 공연 예술제’로 바꾸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부산시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연극계와는 아직 의견조율이 더 필요하다. 내년쯤에는 본격적으로 논의돼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는 ‘부산국제연극제’에 전념하려고 한다. 원래 부산시민들은 동적인 것을 좋아한다. 연극에 대사가 있으면 자막을 만들기도 해야 하고, 또 공연을 보면서 자막까지 봐야하는 부분들은 부산 시민들의 성향에 잘 맞지 않는다. 동적인 부산시민들의 성향에 맞춰 마임류나 무용을 현재까지 많이 초청해 왔고, 또 현재 융복합 예술이 트렌드라 그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보고자 했던 면이 있다.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축제이기 때문에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동적이고 즐겁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개구리 왕자>, 극단 하땅세 <꽃담>, 예술다리 전설의 삼선교

Q : 올해 연극제에서 특히 주목할만한 작품은?

A : 꼭 초청하고 싶었으나 개런티 협상과정에서의 문제로 포기한 작품이 있긴 했었다. 이번에 소개될 작품 중에선 컴퓨터 매핑을 사용한 애노믹 멀티미디어 씨어터(Anomic Multimedia Theatre)의 <인생>이라는 작품이 흥미롭다. 이 극단 자체가 ‘디지로그’쪽 합성 실험극을 많이 해서 연극적인 대사와 행동들이 컴퓨터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낸 컴퓨터 매핑이 결합된 작품인데 기대할만한 하다. 이 극단은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데 협상과정에서 개런티도 적당했고, 항공료는 영국문화원에서 직접 지원을 받아서 온다. 요즘엔 좋은 작품을 보는 눈은 서로들 비슷한데 축제는 아비뇽이나 에딘버러로 한정돼 있어 경쟁 아닌 경쟁이 생겼다. 국제 페스티벌의 작품을 한국에 초청할 경우 경쟁으로 인해 개런티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국제연극제의 작품 초청 원칙은 극단들이 항공료는 그 나라에서 지원을 받아 올 수 있게끔 하고 대신 개런티를 넉넉하게 주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 역시 다른 곳에 비해서는 많진 않지만. 올해 초청작 중에서는 두 작품을 빼고, 모두 자부담으로 온다.

축제의 수준? 전문가 육성에 달려있다


Q : 최근 부산국제연극 집행위원장 선임 관련해서 연극인들과의 대립이 있었다?

A : 나는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양쪽의 이야기를 균형 있게 들으려고 한다. 대립의 요지는 부산국제연극제가 처음 현장에서 태동되었기 때문에 현장 연극인들이 직접 연극제를 꾸려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현재는 사무국장 역시 연극인이 아니고, 사무국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연극인은 없다. 허은 위원장은 10년 정도를 이 일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어느 누구 보다 국제 연극제 생리를 잘 알고 계시는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1년 반 만으로 평가하기는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한 번 더 기회를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1억이라는 국비지원을 더 받은 부분은 높이 평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6월에 집행위원장 선임과 관련하여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Q : 결국 집행위원장의 운영 문제제기의 핵심으로 얘기되고 있는 ''고 아비뇽 오프''와의 문제는 어떻게든 풀어야 할 텐데 작품선정에 대한 공동 합의 문제라든지?

A : 현 대립이 전 집행위원장이 1년 반전 진행했던 아비뇽과의 MOU 때문에 ‘고(Go) 아비뇽 오프(부산국제연극제 집행위에서 국내 작품을 선정해 세계 3대 연극 축제 중 하나인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의 오프 부문에서 공연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와 연결이 되어있고 그 문제가 많이 불거졌다. 하지만 행사문제와 행사평가는 별개라 생각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작년 우승작은 현재 대관문제는 해결돼 내년에 가는 것으로 결정됐고, 간담회 결과 ‘고(Go) 아비뇽 오프’ 문제는 올해도 같은 이름으로 모집을 했으니 그대로 진행을 해서 내년에 진출시킬 예정이다. 내년에는 ‘고(Go) 세계 축제’로 명칭을 바꿔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협의를 했다.


Q : 부산국제영화제 얘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외국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가을에 하는 축제가 되었는데 부산국제연극제도 봄에 열리는 축제로 그 위상까지 바라보는가?

A : 태동부터 했던 생각이다. 봄에는 부산국제연극제를 가을에는 부산국제연화제를 보러 오게끔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은 했지만 이것은 예산의 문제보다 사람이 문제이다. 어떻게 전문가를 육성해서 사람을 만들어 가는지가 중요하고, 대략적으로 앞으로 시간적으로는 10년 예산은 15억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산이 더 많다고 해서 되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 정도의 시간과 예산이면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축제를 치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고기사
부산국제연극제 ''고, 아비뇽 오프'' 난항


  • 기고자

  • 황보유미_weekly@예술경영/더아프로 책임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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