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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춤 트렌드의 생생한 현장, 2012아이스핫 2013-02-26

북유럽 춤 트렌드의 생생한 현장, 2012아이스핫(Ice Hot 2012)
[집중조명-작품] 2012 아이스핫(Ice Hot 2012) 공연 리뷰 


핀란드 헬싱키에서 펼쳐진 제2회 ’아이스 핫(Ice Hot) 2012’에서는 4일 동안 매일 5~8개의 공연이 헬싱키 전역에 흩어져있는 7개의 공연장에서 이어졌는데 본부역할을 하는 시어터 아카데미, 조디악, 키아스마, 루미, 시티시어터 등에서 3개의 개막식 공연과 33개의 선정 공연 등 총 36개의 공연이 마련됐다. 전체적으로 테크닉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동작을 화려하게 보여주기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정서에 호소하고 시대의 흐름을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즉 미감위주의 움직임을 관객에게 보여주기보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나 함께 고민하는 작품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관객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무용수들이 자신의 육성으로 텍스트를 전달하거나 무용수 자신이 직접 컴퓨터를 통해 음악과 영상작업을 시도하며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내 심장의 무게(The Weight of My Heart)> & <피아니스트의 연인(Lover of the Pianist)>

<내 심장의 무게(The Weight of My Heart)>, Liisa Pentti+Co ⓒIvisto


Liisa Pentti+Co 는 <내 심장의 무게(The Weight of My Heart)>에서 트레이닝 차림으로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맞은 후 자신이 만드는 작품의 공연장인 스튜디오 3의 벽면에 직접 하얀 색 테이프로 ’RAKKAUS’라는 글자를 만들어 가면서 신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의 몸짓은 중간 중간 이야기에 들어가, 춤 공연 인지 수다 떠는 무용수의 이야기를 듣고 보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춤 공연의 개념을 흐트러뜨려 좋았다. 현대무용이 아닌 컨템포퍼리댄스를 충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실험무대의 온상인 공연장 조디악에서 선보인 엘리나 피리넨의 <피아니스트의 연인(Lover of the Pianist)>는 최근의 북유럽 춤 트렌드를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무용수가 관객들에게 자신이 추면 좋을 춤을 묻고 관객들은 ’개’가 되어보라, ’어린이’가 되어보라고 주문하고, 무용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해당 이미지를 보여준다. ’어린이’의 경우엔 무대장치로 설치된 헝겊 수국 꽃을 관객들에게 건네며 자신을 때리라고 한다. 새 보드카를 따서 관객들에게 한입씩 맛보라고 권하고 관객에게 무대로 나와 피아노를 치고 다른 관객들에겐 춤을 춰보라고 권한다. 토마토를 관객에 건네고 자신에게 던지라고도 주문한다. ’보여주는 춤’의 고유정신보다 현대인들의 내면세계를 읽고 싶다는 요즘 춤꾼의 간절한 실험정신이 너무도 강렬하게 드러난다. 춤추는 이가 하라는 대로 따르는 관객들과, 그러한 그들을 지켜보는 관객들이나 모두 재미있다. 진정한 몸의 움직임을 무엇인지, 관객 대신 움직여 사유의 자유로움을 대신 전해주는 무용수들의 몸놀림이 신선했다.


<자매들-TesoroⅢ>

<‘자매들-TesoroⅢ’>, 에바 인게라르송 댄스프로젝트 ⓒRydén


키아스마에서 공연된 에바 인게라르송 댄스프로젝트의 <자매들-TesoroⅢ>는 무대 양쪽에 각각 5개씩 설치된 하얀 스크린과 가운데 메인 스크린의 미학적 조화가 돋보였다. 각 스크린에 나타나는 자매의 영상도 환상적이고, 많은 생각의 여지를 주었다. 그러나 동작의 경우 무게중심을 이용해 서로를 잡아끌고 균형을 맞추는 동작으로 호기심을 자아냈지만 무언가 터질듯 터질듯하다 정적으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했고, 서로 갈등하는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능을 이야기하려는 노력은 절실하게 보여 지지 않았다. 미국이나 서유럽의 트렌드와 달리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하나의 단서를 제공하고 그것을 관객과 공유하는 게 북유럽 춤의 특징이라는 게 확실하게 드러난 춤이었다.
의식을 흐름을 당당히 보여주기 위해 테크노음악처럼 뉴에이지 음악계통을 바탕으로 몸의 만유인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면 요즘은 노이즈 음악에 암시적인 영상과 텍스트적인 표현으로 의견을 교환한다는 점이 단번에 와 닿는 춤 문화의 현장이었다.


<거실(Living room)> & <당신이 나를 만든다(YOU MAKE ME)>

 

<거실(Living room) > , 리토일퍼포먼스그룹 ⓒLi Eisner
젊은 안무가들의 요람인 스토아는 우리나라 서강대 메리홀이나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같은 구조이다. 이곳에서 공연된 리토일퍼포먼스그룹의 <거실(Living room)>은 다른 무용에 비해 구체적인 이야기가 담긴 몸짓을 보여주었다. 특히 무대바닥에 컴퓨터 영상을 이용한 입체적인 작업이 돋보였다. 하얀 얼음판을 연상시키는 조명과 이 얼음판을 하얀 종이처럼 보이게 해 종이를 무용수가 발로 확 밀어버릴 때 구겨지는 형태처럼 나타나는 영상효과가 신선했다. 빙산이 녹아버리고 자신의 보금자리를 잃어버리는 인간의 미래를 경고한 작품이 젊은 무용단체답게 실험적이었다.

헬싱키댄스컴퍼니의 <당신이 나를 만든다(YOU MAKE ME)>는 검은 고슴도치 형태의 의상과 검은 모자, 조명을 이용한 명암의 효과, 대중적인 노래로 접근하는 춤 구성이 편안하게 보였다. ’Feeling Good’, ’Gloomy Sunday’ 등의 노래를 여러 가수 버전으로 들려주면서 다양한 동작을 보여준다. 그러나 신선한 동작이라기에 무리가 있고 자신들이 이 노래를 어떻게 소화하는지 설명을 보태는 구성도 큰 울림이 없었다.

 

<당신이 나를 만든다(YOU MAKE ME) >, 헬싱키댄스컴퍼니 ⓒSakari Viika

<장미와 콩들(Roses & Beans) >,<디스플레이(Display)>,<플러드(Flawed) >

 

<장미와 콩들(Roses & Beans)>, 배스터드 프로덕션(Bastard production) ⓒAmbert
두 번째 날에는 시어터 아카데미의 스튜디오와 로비에서 실험적인 춤이 소개됐다. 현장에서 인터렉티브로 촬영한 영상을 이용해 그 영상에 겹쳐서 다시 실시간 영상을 겹쳐 보여주는 페르 센베르그의 작업, 1층 로비를 사각의 링처럼 설정해 관객들을 사각형의 각 변에 앉게 한 후 자신들이 그 안에서 이야기하고 케익까지 관객들과 나누고 커피까지 서비스하는 순수 소통의 현장을 보여준 배스터드 프로덕션(Bastard production)의 <장미와 콩들(Roses & Beans)>는 춤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장이었다.

비욘 사프스텐의 <디스플레이(Display)>는 키아스마 무대의 입체성을 이용한 무대미술이 보기 좋다. 책상과 의자, 종이쇼핑백과 지구본 등 디스플레이 된 문구류 속에서 각 물체들이 지닌 상징성을 묻고 답하는 진지한 춤이었다. 아니 춤이라기보다 생활의 발견쯤이었다고나 할까.

윈터게스트가 보여준 남성2인무 <플러드(Flawed)>는 우리 사회에서 양지화 되지 않은 인종, 성, 전쟁 등을 대사, 영상, 춤으로 혼합한 작품이다. 모던댄스가 아닌 컨템포러리 댄스의 개념을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코르 드 워크(Corps de Walk) >

<코르 드 워크(Corps de Walk)>, 카르트블랑슈 ⓒk Berg.


하루의 마지막을 장식한 카르트블랑슈의 <코르 드 워크(Corps de Walk)>는 남자무용수 6명, 여성무용수 6명이 보여준 두 다리가 보여주는 화려함의 극치였다. 목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살갗 같은 의상은 하얀색에 가까운 복숭아색의 타이즈였다. 무용수들은 하얀 동자가 강조되고 고양이 눈 같은 콘택트렌즈를 착용해 검은 눈동자를 최소한 축소시켰다. 머리에도 하얀 칠을 해 무표정을 넘어 살기까지 느껴지는 건조함으로 무장하고 한시도 쉬지 않고 모던발레를 보여준다. 4악장으로 구성된 교향악처럼 행진의 형태를 다채롭게 보여준 무용단은 점점 격렬한 동작을 이어가고 12인 군무에서 한 명씩 떨어져 나와 솔로춤을 보여주면서 12명의 에너지를 다스리며 쉬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다시 처음처럼 점점 격렬해지는 동작의 연결이다. 다양한 동작들을 코드화한 후 동작의 순서를 조금씩 바꾸어 풍성한 동작으로 이어간다. 무용수들이 호흡을 이어가고 가쁜 숨을 몰아쉴 때마다 몸에 달라붙은 의상들도 같이 호흡하며 갈비뼈의 움직임이 정교하게 살아있다. 걸음을 통한 신체의 미묘한 변화까지 잡아낸 결정체들이 시시각각 빛난다. 가장 많은 환호와 박수를 받은 작품으로 손색없었다.

<관련기사>
산타클로스의 나라 핀란드에서 펼쳐지는 춤의 함성 ’Ice Hot 2012’
  • 기고자

  • 유인화_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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