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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싯그룹, 2012년 미국 투어의 결실을 맺다 2013-02-26

태싯그룹, 2012년 미국 투어의 결실을 맺다
[집중조명-작품] 태싯그룹 2012 미국 투어 뉴욕공연 리뷰 


모던하면서 세련된 느낌의 링컨센터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Lincoln Center, David Rubenstein Atrium)의 무대 위에는 과감하게 펼쳐진 대형 블랙 스크린 아래 6대의 하얀 랩탑들이 무대와 공간 자체가 주는 트렌디한 감각을 더욱 살려주고 있었다. 200여 석의 객석을 다 채우고도 저마다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서서 로비 공간을 메운 관객들. 링컨센터 퍼블릭 프로그래밍 디렉터(Public Programming Director)의 짤막한 소개에 이어 호기심이 가득한 박수 소리와 함께 화이트 셔츠를 맞춰 입은 6명의 태싯그룹 멤버들이 등장하여 각자의 자리에 착석하면서 공연은 시작되었다.

한국의 일렉트로 어쿠스틱 음악과 알고리즘 음악의 혁신을 가져왔다고 표현되는 태싯그룹(Tacit Group). 12월 6일, 미국 투어의 종착지인 뉴욕에서, 그것도 뉴욕 최고의 복합전문공연장인 링컨센터에서 특별한 데뷔 무대를 가져 뉴욕을 뜨겁게 달군 시청각 퍼포먼스 그룹인 태싯그룹은 2008년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아 온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아트팀이다. ’난해한 전자음악을 대중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는 신념아래 6명의 멤버들이 동일한 철학을 갖고 활동하기 시작, 한국 두산아트센터, 백남준아트센터, LIG 아트홀 공연, 세계 각지 예술가와 협업 등 다양한 공연과 작업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번 미국 투어는 태싯그룹이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의 2010 서울아트마켓 팸스초이스에 선정됨으로써 시작되었다. 당시 서울아트마켓을 방문했던 링컨센터 퍼블릭 프로그래밍 디렉터 빌 브레긴(Bill Bragin)이 태싯그룹의 쇼케이스를 관람한 후, 링컨센터에서의 공연 초청에 대한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이후 태싯그룹은 한국 공연예술 단체 및 작품의 해외시장 진출 및 유통 개발을 지원하고자 시작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의 ’센터 스테이지 코리아’사업 및 ’커넥션사업’의 ’한-미 커넥션(Korea/US Connection)’의 일환으로 현대 공연 및 시각예술의 창작과 투어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들을 지원하는 미국 연합기관인 NPN(전미공연예술연합, National Performance Network, MCA(Museum of Contemporaty Art Chicago) 그리고 레젼 아츠(Legion Arts)와 협력하여 2012년 11~12월, 미국 내 아이오(Iowa)와 주 시더 래피즈(Cedar Rapids), 시카고(Chicago), 그리고 뉴욕(New York) 등 3개 도시 투어 공연을 진행하게 되었다.

 

태싯그룹의 공연모습, 링컨센터

"HELLO, GOOD TO SEE YOU, WE ARE TACIT GROUP"

태싯그룹이 공연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은 링컨센터 캠퍼스에 진입하는 첫 관문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맨해튼 62가와 63가 사이 브로드웨이에 자리잡은 아트리움은 링컨센터 캠퍼스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공연과 전시 등의 정보와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며, 링컨센터 캠퍼스 투어가 시작되는 기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누구나 언제든지 편안히 들어와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대중을 위한 공간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할인점인 타겟(Target)의 후원으로 전석 무료, 선착순 입장의 "타겟 무료 목요일(Target Free Thursdays)"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태싯그룹의 공연도 바로 이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되었다. 본 프로그램은미국 내 아티스트, 링컨센터 상주단체뿐 아니라 전 세계의 유명 뮤지션들의 공연을 선보이는데, 고전 클래식 음악에서부터 월드뮤직, 재즈, 힙합, 락, 소울, 팝 등 모든 장르의 다양한 음악 라인업을 대중들이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 특징이다.

<훈민정악> 공연 모습


아트리움 내 거대한 스크린이 화이트톤으로 깔끔하게 매치되는 무대와 맞물려 현장을 압도하는 효과를 이루는 가운데, <훈민정악>으로 관객과의 첫 대면이 시작되었다. <훈민정악>은 우리말인 한글에 대한 책 ’훈민정음’과 전통음악의 ’악(樂)’을 합성해 만든 작품으로, 한글이 가지는 음가 하나하나의 매력에 빠져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특히나 한글은 일종의 건축 시스템과 같은 이치여서 더욱 음악적 매력을 더할 수 있었다고 아티스트 토크 때 설명한 바 있다. 각각의 자음과 모음이 하나의 소리를 가지고 이것이 어우러져 멜로디를 만드는 방식인데, 태싯그룹의 어떤 작품보다도 한국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링컨센터 공연에서는, 이러한 음악 구현 방식을 한글이 아닌 영어 알파벳으로 응용하여 뉴요커들과의 첫 대화를 시도하였다. 알파벳에 리듬과 소리를 입혀 "HELLO(안녕하세요)," "Good to see you(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자 호기심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스크린만 뚫어져라 보고 있던 관객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서 "We went to GAP. GAP is everywhere(우리는 갭(미국 의류브랜드) 매장에 갔어요. 갭은 어디든 있더라구요)," "I saw a mouse in NYC subway(나는 뉴욕 지하철에서 쥐를 봤어요)" 등 뉴요커라면 누구나 친숙하게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는 다양한 영어 문장을 만들어 내며 관객과의 대화를 이끌어 내고, 점점 고개를 끄덕이고 발로 리듬을 맞추고 때론 폭소하게 만들며 그렇게 태싯그룹과 뉴요커들은 리듬 속 수다를 떨며 소통했다.

두 번째로 선보인 작품은 로 태싯그룹의 대표 작품인데 미니멀리즘 음악 작곡가인 테리 라일리(Terry Riley) 작품에 영감을 받아 완성됐다고 한다. 50개의 다양한 패턴을 그룹 멤버들이 본인의 느낌대로 랜덤하게 연주하는 기법인데 관객들이 스크린에 나타나는 음들의 글자를 보며 마치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게 특징이다. 사실 영상을 보지 않아도, 음악만 듣고 있어도 매우 좋은데, 음의 소리가 작아질 땐 글자 또한 작아지고 소리가 커지면 글자도 함께 커지면서 마치 태싯그룹 멤버들이 컴퓨터 키보드가 아닌 피아노 건반을 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공연 후 한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어떤 것이었냐는 물음에, 본인을 미디어 아티스트라고 소개한 중년의 그는 바로 이 를 꼽으며, 굉장히 시대를 잘 반영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6명의 멤버들이 어찌 보면 단순히 컴퓨터를 가지고 조작하는 것일 뿐인데, 사실상 누구나 대부분 매일 한번 이상씩 두드리고 있는 컴퓨터 키보드를 이용하여 음악을 연주하고 그 음악에 맞추어 구현되는 영상에 빨려 들어 몰입하게 되는 것을 보면 마치 미래 사이버 세상의 예술이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어서 멤버 개별로 이름과 자신의 구역, 사운드를 지정하고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 다양한 사운드를 보여주는 , 랩탑 카메라를 활용하여 멤버 2명이 자신의 얼굴 모양을 퍼즐로 변환, 무작위로 흐트러진 퍼즐을 맞추어 나가며 퍼즐의 패턴에 따른 음악의 변화를 나타낸 게임 형식의 작품 , 그리고 추억의 게임 중 하나인 테트리스 게임을 활용하여 만든 작품 가 차례로 공연되었다. 특히 는 국적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번쯤은 접해 보았을법한 게임 테트리스를 응용해 가로 블럭을 시퀀스, 세로 블럭을 피치로 해 게임의 진행 패턴에 따라 달라지는 테트리스 화면을 악보로 삼아 음악도 동시에 진행되는 연주를 선보이는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을 너무 잘해버리면 오히려 음악 사운드 구현이 별다른 특징 없이 재미가 반감되기도 하여 때로는 게임을 잘 못하는 것이 더 멋진 공연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하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었다. 뉴요커들 또한 마치 자신이 직접 게임을 조작하고 있는 듯, 게이머가 한 명씩 사라질 때마다 본인의 게임수명을 다한 듯 안타까운 탄식을 뱉어내곤 했다.

시각예술과 공연예술, 그리고 복합미디어아트분야를 망라하는 혁신적 작품을 창작하는 태싯그룹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디지털 기술과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언어, 게임 등 다양한 소재를 접목하여 새로운 장르의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테크노 뮤지션 가재발, 전자음악가이자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인 장재호, 미디어 아티스트 N2 등 구성하고 있는 멤버들만 보아도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태싯그룹은 음악적 기교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색다른 퍼포먼스를 관객들에게 제공하지만 이러한 작업을 함으로써 멤버들 자신도, 또 작품을 받아들이는 관객들도 새로운 시각으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역시 라이브 현장 공연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며 그들만의 독특한 발상과 창작 작품들의 면모를 뉴요커들과 함께 대화하고 폭소하며 한바탕 즐겁게 공연한 태싯그룹의 이번 뉴욕 데뷔 무대는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영국 작가 팀 노울스(Tim Knowles)의 작품 중 <나무가 그리는 그림(Tree Drawing)>처럼 나뭇가지 끝에 연필을 매달아 놓고 캔버스를 놔두면 바람이나 외부 요인에 의해 그림이 완성되는 것처럼 우리가 시스템만 갖추어 놓으면 매 순간순간의 무대마다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던 태싯그룹. 앞으로 이번 미주 투어를 계기로 뉴욕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작품을 선보이며 다양한 관객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열린 공연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참조기사>
NBC New York 태싯그룹 기사보기
  • 기고자

  • 한효_뉴욕한국문화원 공연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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