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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에 ‘메이드 인 의정부’를 올릴 때까지 2013-01-29

국제무대에 ’메이드 인 의정부’를 올릴 때까지
[피플] 홍승찬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예술감독 인터뷰


’축제다운 축제’,  ’소통과 공감의 축제’, ’지역의 특성에 맞는 축제’

음악극이란 낯선 장르를 축제로 대중화한 의정부 국제음악극축제가 올해로 12회째를 맞는다. 2001년에 문을 연 의정부예술의전당 개관 1돌을 기념하여 2002년 5월 의정부예술의전당의 주최와 문화관광부·경기도·의정부시의 후원으로 처음 열렸다. 음악극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축제는 해마다 수준 높은 해외 실내극과 야외극, 거리극 등이 소개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축제로 자리 잡았다. 의정부 국제음악극축제는 2004년 문화체육관광부 특성화 연극제 육성사업으로 지정되었고, 2005년 ’경기도 방문의 해’ 10대 기념축제로 선정되었다. 이와 함께 2005, 2007, 2008,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축제 평가 최·우수 축제, 2010, 2011년 문예진흥기금지원 예술행사 평가 우수축제로 뽑혔다.

홍승찬 예술감독

"무엇보다 축제성을 찾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축제는 시민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음악극을 조금 유보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민들이 좋은 작품을 구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난 2년간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홍승찬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예술감독은 "축제다운 축제, 소통과 공감의 축제, 지역의 특성에 맞는 축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0년 동안은 해외의 우수한 작품들을 들여오는데 힘을 쏟았다면 이제는 우리 작품을 세계에 소개할 준비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011년 2월 이 축제의 수장으로 부임한 뒤로 두 차례 행사를 치르면서 ’새로운 축제의 변신’을 꾀했다. 특히 지난해 5월5일부터 보름 동안 ’Ssing-sing(씽씽)한 음악도시, Fun-fun(빵빵)한 음악축제’라는 표어를 내걸고 벌인 제 11회 축제에는 ’힙합가수 타이거 JK와 윤미래 부부의 축제 홍보대사’, ’4개의 자체 제작 공연’, ’주빈 국가 제도 도입’ 등 새로운 시도로 여느 축제보다 호응이 뜨거웠다. 관객은 이전 축제보다 2배가 늘어났다.


정상영 기자

홍승찬 예술감독

음악극 축제무대 위 힙합 커플의 성공, 타이거 JK & 윤미래

얼핏 보아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음악이론가이자 평론가인 그에게 대중적인 축제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의정부음악극축제와 처음부터 인연을 맺고 있었다. 그는 2001년 의정부예술의전당이 개관할 때부터 자문역으로 참가해 정기적인 음악극축제를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협의의 음악극보다 포괄적이고 편안한 음악극을 장르로 하는 축제를 만들어 잘만 활용하면 모든 실험적인 예술장르를 다 아우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그는 지난해 두 번째로 축제를 치르면서 ’사고’를 저질렀다.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힙합가수 타이거 JK와 윤미래 부부를 ’축제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폐막 공연까지 맡겨버렸다. 주위의 우려가 무색하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타이거 JK-윤미래 부부와 그들의 음악 파트너가 꾸민 피날레 무대는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관객들이 몰려들어 음악과 함께 뜨겁게 호흡했다.

 홍승찬 예술감독은 "음악의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시민들을 최우선으로 했던 소통과 공감의 승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도 처음에는 타이거 JK와 윤미래씨를 잘 몰라서 젊은 친구들과 학생들에게 ’홍보대사로 누가 좋겠느냐’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100명 중에 99명이 그들을 추천하더라"고 귀띔했다. 그때 그도 타이거 JK타이거가 의정부 토박이였고 일찍부터 이곳 젊은이들에게 스타였던 것을 알고 놀랐다. 또 그만큼 축제가 젊은이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제 의정부음악극축제가 수준 높은 음악극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은 지난 10년 동안이면 충분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축제를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을 위한 축제’이야 말로 다른 축제와 차별되면서 축제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비결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그는 축제사무국 직원들에게 "죽이되든 밥이 되든, 혹시 전문가들이 혹독하게 비판을 하든 내가 욕을 먹을 테니 축제의 원칙과 방향을 지켜라"고 강조한다.

의정부 모든 시민의 참여로 완성되는 축제

그가 고집하는 축제의 원칙으로는 첫째로, 시민들이 많이 참여하는, 시민들이 주가 되는 축제이다. 그는 지난해 축제에서 시민 배우들로 꾸며진 공연 <의정부 사랑가>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고 한다.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닌, 의정부 시민 배우들이 장장 7개월에 거쳐 피나는 연습을 하여 만들어낸 합창 뮤지컬 작품이다.
 "15살 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시민 배우들이 대극장 무대에서 첫선을 보였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올해 5월에는 일본의 국민극작가로 유명한 이노우에 히사시의 대표작 <11마리 고양이>를 합창뮤지컬로 공연하려고 합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주·조연 역할 대부분을 시민배우가 맡겨 이름 그대로 시민 뮤지컬의 모범을 보일 생각입니다."

 올해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시민배우 40명을 공개 모집했다. 소프라노 12명, 알토 12명, 테너 8명, 베이스 8명을 선발할 예정인데 호응이 좋아서 한차례 더 추가 모집했다. 또한 지난해 젊은 층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타이거 JK와 윤미래씨의 공연도 준비한다.

이자람의 <억척가>, 2011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두 번째로, 그는 축제에서 자체적으로 기획해서 만든 공연 작품을 해외에 수출할 생각을 밝혔다. 그는 젊은 소리꾼 이자람씨의 판소리 <억척가>를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들었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지난 2011년에 소리꾼 이자람씨, 연출가 남인우씨와 함께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사극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을 판소리로 공동 제작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프랑스 파리 민중극장과 루마니아 클루지 헝가리안 시어터 페스티벌에서 초청되어 해외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그는 "이자람씨의 <억척가>는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거둔 최고의 수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문화상품의 해외수출과 함께 한국공연예술의 한류바람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의정부국제음악극어워드’를 강화해 이자람씨의 뒤를 이을 소리꾼 김나니씨의 판소리극 <현제와 구모텔>을 발굴해서 축제 무대에 세웠다. 올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퓨전국악극단 ’플라타너스’와 함께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과 영화로도 유명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음악극으로 만든 작품을 선보인다.

 "초기 아이디어 단계의 작품을 ’의정부국제음악극어워드’를 통해 공모해서 작품으로 만들어 공연할 계획입니다. 물론 모두 다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젊은 창작자들에게 계속 기회를 줘서 앞으로 10년 안에 반드시 한 작품 정도는 ’메이드 인 의정부’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내보내려고 합니다." 그는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를 해외에서 호평받는 한국 명작의 인큐베이터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세 번째 목표는 축제 매뉴얼을 고정시켜서 축제의 안정성을 꾀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축제 시작을 5월 5일로 못박았다. 이와 함께 ’주빈국 제도’를 도입해서 수준 높은 공연작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그 나라 문화를 집중 소개하는 기회를 꾀했다. 지난해에는 스페인 카탈루니아, 올해는 캐나다 퀘벡이 주빈국으로 삼았다. 퀘벡의 극단 <칼리큘라 리믹스>를 일찌감치 개막작으로 확정했다.

 "2년 간 축제를 이끌면서 시민 평가단인 ’시민위원회’와 시민자원봉사단 ’이끔이’의 활동이 크게 늘어난 것이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홍승찬 감독은 털어놓았다. "지난해 축제가 끝나고 나서 시민위원회가 신랄하게 평가하더군요. 축제가 좋았다는 이야기 반, 나빴다는 이야기 반으로 찬반 양론이 오갔습니다.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또 10대 청소년부터 60대 어르신까지 구성된 시민자원봉사단도 활동이 적극적이어서 자연스레 세대별, 계층별 융합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축제가 발전하려면 영속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을 축제의 지킴이와 도우미로 만드는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흔히 지자체 선거가 끝나면 아무리 축제가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예술감독이 바뀌면서 축제의 성격이나 규모가 달라집니다. 그런 선출직 지자체장들의 횡포를 막는 길은 시민들의 힘뿐입이다. 그래서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한 것입니다. 시민들이 ’축제는 우리의 것이다’고 주장하고 축제의 기반이 될 때 축제는 성공할 수 있는 거죠."

 
그의 바람대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의정부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 ’세계 공연시장이 주목하는 한국 명품공연의 탄생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홍승찬 예술감독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작곡과 이론전공과)과 동대학원(음악학과 석사, 서양음악학 박사)을 나와 예술의 전당 공연예술감독, 예술의전당 이사를 지낸 정통 클래식 음악 이론가이다. 대통령실 문화정책자문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상 운영위원장, KBS교향악단 운영위원, 국립발레단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전공 교수로 있으면서 음악평론가, 국립무용단 운영위원, 올림푸스홀 예술감독,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 기획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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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자

  • 정상영_한겨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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