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목적을 갖고 과정을 즐겨야 한다
[동향]2012 커넥션박스(공연예술 글로벌역량강화 사업 학술행사)
2012년 12월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2012 커넥션박스(공연예술 글로벌역량강화 사업 학술행사)’가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개최되었다. 커넥션 박스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1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커넥션사업의 참가자 및 공연관계자를 대상으로 국제협력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이다. 12일에 학술행사가 진행되었고, 13일에는 인천의 문화공간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본고에서는 12일 학술행사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학술행사에서는 커넥션 사업의 진행상황과 2012년 커넥션 사업의 사례공유, 커넥션사업의 향후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국제협력 프로젝트의 발전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70여명의 참석자들은 다른 단체 및 기획자의 사례를 주의 깊게 듣고 각 프로젝트들의 추진경과에 대해 세부적으로 공유하며 국제협력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하였다.행사는 ‘세션1 추진경과’, ‘세션2 사례발표’, ‘세션3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하였고, 저녁에는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가수 하림의 진행으로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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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커넥션박스 행사가 진행되었던 인천아트플랫폼 | 질문 중인 한-핀 커넥션 2011 참가자 이정화 |
주제별 접근보다 공동관심사 중심의 접근으로
세션 1에서는 한국-핀란드 커넥션, 한국-호주 커넥션, 한국-영국 커넥션 3개 사업의 추진 경과에 대해 발표하였다. 먼저 댄스인포핀란드와 협력 하에 진행되는 한-핀 커넥션의 경우, ‘무용’이라는 공동 관심사가 분명한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의견조율이 용이하고 서로 자연스럽게 융화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2010년도에는 핀란드와 한국의 무용전문가 각7명 총 14인을 선발해 블로그를 통해 참가자 개인, 한-핀 무용에 대해 소개하였고, 10월 서울아트마켓기간에 핀란드 전문가들이 한국에 방문해 한국 공연 현황에 대해 리서치 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1년도에는 한국과 핀란드 무용 전문가들 14인을 선발해 8월에 핀란드를 방문해 헬싱키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핀란드 공연현황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했고, 10월에 한국 서울아트마켓에 참가해 리서치를 진행했다. 그리고 2012년도에는 2010~11년에 진행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국제협력 프로젝트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단체, 기획자를 선발해 지원했다. 결과적으로 박나훈 무용단(한국)과 사리 팜그렌(핀란드)이 함께 무용공연을 제작하고 있고 내년에 핀란드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이어 한-호 커넥션은 호주예술위원회와 협력으로 2011년에 시작되어 예술가들끼리의 예술 교류를 통한 작품제작을 지원했다. ‘비나리 용의 노래’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무속의식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한 공연인데, 한국 노름마치와 호주 스트레인지 푸르트가 공동제작하고 있다. 이외에도 극단 우투리와 NYPD의 협력작업, 아시아나우와 렉스온더월의 협력작업, 극단 노뜰과 토니 얍 컴퍼니의 협력작업을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다. 또한 멜버른 커넥션박스도 개최하여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영 커넥션은 2010년에는 프로듀서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2011년에는 페스티벌 프로그래머들을 중심으로 진행했는데 올해는 지난 2년 동안과 다르게, 직종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아티스트 인큐베이션, 예술가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하는 기관이나 관련 전문가들과 협의하여 프로그램을 준비하기로 하고, 대대적인 공모를 하여 최종적으로 영국 참가자는 3인, 한국 참가자 3인이 선발되었다. 10월 서울아트마켓에 영국 참가자들이 방문하여 다양한 한국공연예술계 관계자들과 협력 가능한 부분을 모색했으며, 11월에는 한국 참가자들이 영국을 방문하여 3~7일간 기관에서 직접 일하며 시스템을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참가한 사람들이 양국의 방문을 통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은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주제별로 접근하는 것이 다양한 요구를 채우기에 한계가 있었던 점이 지적됐고, 대안으로 공동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진행한 후, 단계적으로 주제를 심화시키는 방법이 제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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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트플랫폼 전시를 관람중인 참가자들 |
서로의 기대를 맞추고 조율하는 것이 비결
세션 2에서는 2012년 시행된 국제협력 프로젝트 4개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한-호 커넥션의 노름마치 & 스트레인지 프루트는 서울아트마켓에서 만나 2010년부터 협력작업을 해왔다. 노름마치는 한국전통음악 단체이며, 스트레인지 프루트는 무브먼트 중심의 단체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고 했다. 양국을 오가며 한국의 민속의식에 기반해 스토리텔링을 만들었고, 서로의 간극을 조금씩 좁혀나가는 힘겨운 작업을 계속했다. 레지던시와 창작을 위한 1차 단계가 끝났고, 현재 제작 단계에 있으며 빠르면 2013년도에 공연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한-핀 커넥션의 안성수 픽업그룹 & WHS 역시 서울아트마켓에서 만나 커넥션 사업을 통해 협력작업을 발전시켰다. 예술가들이 서로의 작업을 보고 관심이 있어 작품개발에 동의했고, 지원금 유무에 관계없이 제작에 합의했다. 충분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작품제작을 완료했고, 여러 축제들의 초청을 받아 투어 공연을 진행 중이다.
한-영 Korea-UK Jazz Band는 한국 전통음악과 재즈가 혼합된 레퍼토리 개발을 주목적으로 하고, 더불어 한국음악을 해외시장에 소개하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해외네트워크와 기존의 해외매니지먼트 노하우를 이용해 충분한 리서치를 진행하였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다른 장르와 다르게 훨씬 용이한 부분이 있다. 서로 온라인을 이용해 작품을 충분히 공유한 후 만났기 때문에 단 며칠 만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고 2013년 해외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프린지네트워크는 2006년도에 서울 프린지 축제에 참여했던 예술가 양지원과 호프칭앙이 서로에게 관심을 표하며 국제협력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두 예술가 모두 출생지와 거주지가 다르며 집, 도시, 고향이라는 소재에 대해 천착하고 있었다. 서로의 고향, 도시, 거주지를 방문하며 어떤 형태로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진행되었고, ‘트래블링 홈타운’이라는 제목으로 올해 7월 두산아트센터에서 비공개 쇼케이스를 마쳤다. 올해 홍콩, 마카오 등지에서 투어공연을 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사례에서 처음 기대했던 바와 실행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타협을 해나가는 것이 힘들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반면 솔직하게 서로를 마주보며 서로의 간극을 좁히고, 서로의 기대를 맞춰나가고 조율하는 것이 국제협력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제 때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자의 욕심으로 제대로 맺고 끊지 못한 채 실행할 수 없는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다 보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물론 모두의 과정은 다르겠지만, 목적을 분명하게 하고, 예술가와 기획자 모두 스스로 그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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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프로젝트 ’트래블링 홈타운’ 사례를 설명하는 서울 프린지 네트워크 오성화 대표 |
목적을 분명히 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세션 3은 커넥션 사업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다. 2012년은 4개의 커넥션 사업이 진행되었고, 2013년에는 프랑스 문화원과 협력 하에 한국-프랑스 커넥션이 추가될 예정이다. 커넥션 사업에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4P, 즉 ‘파트너 Partner’, ‘참가자 Participant’, ‘프로모션 Promotion’, ‘과정 Process’ 이다. 파트너를 발굴하는 작업이 쉽지가 않아서 다른 국내 공연예술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진행되어왔던 작업들을 결과물로 공유하는 프로모션이 이와 더불어 중요하다. 프로세스는 참가자들이 만나 어떤 과정을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것을 뜻한다. 현장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빠르게 사업에 반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포럼 중간 중간에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도 이어졌다. 아시아나우의 최석규 대표는 커넥션 사업이 시장개발이 목적인지, 작품개발이 목적인지, 양국의 이해도 증진을 위한 것인지 각 사업별 목적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작품개발단계는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작품제작을 목적으로 하는 참가자들에게는 다음 단계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줄 수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프로듀서들은 큰 문제없이 제작단계로 진행할 수 있지만,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는 경우 작품제작 지원을 받지 못해 리서치 단계에서 끝나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LIG의 조성주 예술감독은 사업 참가자들이 자신이 왜 국제협력프로젝트를 개발하고자 하는지 그 목적을 분명하게 해야 커넥션 사업에 참가했을 때 그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각 국가의 참가자들이 철저하게 준비하고 충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참가했을 때 그 다음 단계가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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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교중인 커넥션박스 참가자들 |
올해 커넥션 박스에서는 한국 참가자들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어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해외참가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없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해외참가자들이 한국에서 어떤 것을 보고 느꼈는지, 이 사업을 통해 그들은 얼마만큼 한국 공연 현황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는지 그 변화에 대해 궁금하다. 다음 커넥션 박스에는 해외참가자들의 생생한 의견도 들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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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공연예술 글로벌역량강화 학술행사 ‘2011 커넥션박스’ (2011.12.29)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