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가장 순수한 춤과 만난다! 2013-01-29

가장 순수한 춤과 만난다!
[피플]장광열_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국제공연예술프로젝(IPAP) 대표



즉흥춤(Improvisation Dance). 국어사전에서 ’즉흥’의 의미를 찾아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는 감흥 또는 그런 기분’을 뜻한다. 기존의 틀에 박힌 안무를 벗어나 댄서의 철학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즉흥춤의 세계를 ’축제’로 기획한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장광열 예술감독을 만났다.

장광렬 예술감독

"잠재적인 무용관객을 개발할 수 있는 장르"

Q : 춤 장르에는 많은 종류가 있는데, 특히 즉흥춤에 키워드를 맞춰서 축제를 기획했다는 것에 주목하고 싶다. 올해 13회를 맞이한 서울국제즉흥춤축제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 즉흥 공연은 출연자들의 즉흥적인 움직임을 통해 이루어지는 꾸밈없는 무대이다. 즉흥춤은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즉흥을 통해 다양한 안무와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 다음으로 성인·청소년·장애인 등 일반인들이 무용을 통해 소통하는 데 있어 즉흥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흥(Improvisation)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공연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으나 당시에는 우리나라 무용계에서 즉흥에 대한 인식이 낮았기 때문에 즉흥의 중요성을 무용계에 알리고 싶었다.

Q : 즉흥춤의 매력은 무엇인가.

A : 즉흥은 어떤 면에서 "인간의 가장 순수한 몸짓" 이다. 이미 짜여진 작품, 규격화된 공연 형식에서 벗어나 모든 행위들은 그야말로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 참가자들의 즉흥적인 발상들이 출연자들의 몸을 통해 다채로운 움직임과 연기, 몸짓 등으로 순발력 있게 보여진다. 즉흥춤은 순간적으로 생성되는 움직임과 생각들, 에너지들이 모아지는 춤이다. 어떻게 보면 즉흥은 굉장히 세련되지만 그 반대로 거칠고 조잡할 수도 있다. 따라서 즉흥은 그 자체가 순수한 몸짓인 것이다. 그래서 전문 무용수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천상적으로 춤추고 노래를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처음에 즉흥춤을 추면 어색할지 몰라도, 몇 번 춤을 추다보면 용감해진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간의 접촉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고 남에 대한 배려심을 기를 수 있다. 따라서 즉흥은 잠재적인 무용관객을 개발할 수 있다.

Q : 서울국제즉흥춤축제의 프로그램에 대해 말해 달라.

A : 처음 축제를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순수한 춤과 만난다’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다. 초기에는 전문 무용수들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그리고 5년이 지난 다음부터는 서울 뿐 아니라 지역을 연계하기 시작했고 몇 년 전부터는 일반 대중들을 위한 즉흥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면서부터는 공동제작과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즉흥춤 축제 교류를 시작했다. 질 높은 즉흥 공연을 지향하며 다양한 형태의 즉흥 공연(솔로 & 듀엣, 그룹, 컨택, 크로스오버 즉흥 등)을 편성한다. 7시간 내지 10시간 동안 연속으로 즉흥 프로그램이 편성된 "즉흥난장"은 일반인들이나 즉흥 경험이 많지 않은 무용인들이 함께 모여 공연을 갖는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공연보다는 워크숍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그들이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에 있는 창의적인 생각들이 춤으로 나올 수 있는 경험을 갖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움직임을 경험하게 한 후,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타인 앞에서 예술 활동을 펼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동시에 예술작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Q : 축제프로그램 중에서 즉흥 클래스가 무척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

A : 즉흥은 전문 무용수들에게는 안무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는 어렵고 또 특별한 순발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즉흥에서도 테크닉이 필요하다. 즉흥적인 것을 끄집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컨택 즉흥의 경우는 댄서들과의 접촉을 위해 별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다양한 클래스를 통해 이들 메소드를 배울 수 있도록 하기위해 수준 높은 즉흥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것 못지않게 즉흥 메소드 부문에서 유명한 아티스트나 교육자의 초청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흥춤축제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끼리 서로를 배우고 익힌다. A 메소드를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가 B 메소드를 가진 아티스트와 만나면서 서로의 클래스를 들어보고 즉흥춤에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다른 메소드를 익힐 수 있다는 점이 우리 축제의 큰 장점이다. 또한 공연을 통해 서로 다른 무용수들의 춤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한다.

 

 



"다양한 소통을 꿈꾸는 즉흥춤의 세계"

Q : 국제즉흥춤축제의 흥미로운 점을 꼽아보자면, 아시아 지역의 후쿠오카와 광저우 등과 연계하여 즉흥춤에 대한 네트워크를 넓혀간다는 기획의도다. 국내에서 즉흥춤 보급도 쉽지 않을텐데, 국외 지역 간의 작업을 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A : 즉흥춤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져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서울국제즉흥춤축제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유일의 즉흥춤 축제였다. 2,3년 전부터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도 즉흥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과 홍콩·일본·싱가포르·타이완·말레이시아 등에서 국제교류를 하는데 무용이 중요한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즉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012년에 후쿠오카와 도쿄에 서울국제즉흥춤 축제의 아티스트들을 파견했고 올해는 후쿠오카와 광저우에 파견할 예정이다.

Q : 축제를 기획하면서 국내 축제에 대한 아쉬운 점과 안타까운 점은 없었는가.

A : 대부분의 축제들은 공공지원금을 받고 있다. 공적인 지원금을 받는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 초청 단체의 경우 서울에서만 공연을 하지 말고 지역과 연계해 다른 지역의 주민들도 그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축제를 통해 관계자들이 네트워킹을 확대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 참여했던 베네수엘라 마라카이보 축제에서는 오전 11시에 렉쳐 & 데몬스트레이션을 하고 오후에는 리허설, 저녁에는 공연을 했다. 이들 축제에서 공연을 하려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렉쳐 & 데몬스트레이션을 1시간 30분 동안 해야 하는 계약조건이 명시되어 있었다. 우선 30분은 우리나라의 문화특성에 대한 강의, 30분은 작품을 보여주고 나머지 30분은 질의응답의 시간을 갖는다. 어린이, 할아버지 등 연령에 관계없이 1,500여명의 지역주민들이 데몬스트레이션에 참가했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지역 주민들은 다른 나라의 문화예술에 대해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그리고 무용 공연 감상을 통해 한국의 문화예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즉흥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가"

Q : 2003년부터 부산즉흥춤축제를 시작으로 국내 지역 도시와 연계된 즉흥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축제 외 다른 매체로 지역 예술문화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A : 우리나라에는 지역 문화회관을 포함해 공공 극장이 280여개나 된다. 이들 공연장 중에서 1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무용공연을 하지 않는 공연장이 전체 30%가 넘는다. 무용공연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뮤지컬 또는 연극 공연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결국 지역 주민들은 특정한 장르의 예술만 접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외국의 무용단체들의 공연을 유치한다면 그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국제교류를 지역에도 연계해 추진한다면 서울에 편중된 문화 불균형 해소는 물론 국내 무용계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Q : 2013년에는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나.

A : 서울 국제 즉흥춤축제는 서울에서 7일 정도, 그리고 지역에서 4일 정도해서 열흘 조금 넘게 개최된다. 아시아 여러 나라와 연계된 지난해의 경우 16일 동안 치러졌다. 매년 7-8개국에서 12-15명 정도의 외국인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 단체와 아티스트를 포함 300여명 정도가 출연하고 있다. 워크숍 클래스는 20개 안팎으로 편성된다. 2013년에는 즉흥을 통해 아시아 네트워킹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우리 축제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유일한 축제이기에 즉흥을 통한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외부에서 가져온 워크숍을 아시아에 보급해 즉흥춤을 활성화하려고 한다. 후쿠오카(일본)와 광저우(중국)와 네트워킹을 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즉흥이 공연에서 중요한 수단이 되는 만큼, 즉흥을 통한 다국적 공동작업 공연 3편이 소개될 예정이다. 세 번째는 특정한 계층의 사람들의 즉흥 체험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한국과 핀란드가 장애인과 함께하는 공동 즉흥 공연 작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Q : 즉흥춤축제를 열면서 크게 바라는 점이 무엇인가.

A : 즉흥을 통해 무용공연의 형태가 좀 더 다양화되길 희망한다. 즉흥춤 작업에는 음악이 무척 중요한데 즉흥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아티스트 그룹들이 현재는 그리 많지 않다. 이 부문도 축제를 통해 좀 더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또한 일반 성인들은 물론이고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의사나 법조인 등 전문가 그룹들 등이 즉흥을 통해 자연스럽게 움직임에 대한 인식을 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갖는 기회가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즉흥을 통해 서울에 편중되어 있는 국제 교류 활동이 지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지역 공연문화가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국제교류를 통해 아시아계 무용이 발전하고, 한국에서는 즉흥춤축제가 아티스트간의 교류가 더욱더 원활해졌으면 좋겠다.

 
 

 

장광열 예술감독은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편집장을 거쳐 1995년부터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nternatinal Performing Arts Project) 대표와 한국춤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 해외팀 프로그래머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 댄스 플랫폼 공동 예술감독, 서울국제포켓댄스페스티발 프로그래머, 한국춤비평가협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 International Performing Arts Project) 바로가기
  • 기고자

  • 손혜정_ 한국춤비평가협회 춤웹진 기자

Tag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