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한-영 커넥션 밴드, 런던재즈페스티벌을 가다 2012-12-18

한-영 커넥션 밴드, 런던재즈페스티벌을 가다
[집중조명]2012 London Jazz Festival


I. 기다리다

축제는 단순히 공연을 모아 놓거나, 사람을 모아 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그 방향성을 위하여 많은 접점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하여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하 자라섬)은 지난 9년간, 국제적인 연주자를 발굴하기 위한 ’자라섬국제재즈콩쿨’, 한국 및 아시아 프로모션의 게이트 역할을 담당할 ’한국국제재즈케이스’, 해외 축제와 국제협력증진을 위한 ’축제간 국제 MOU 체결’, 매년 한 국가씩을 지정하여 ’포커스 스테이지’를 만드는 등 지속적인 해외와의 접점을 만들어 내는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재즈’라는 장르 자체가 ’인터내셔널’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은 어쩌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으며, 비단 자라섬 뿐만 아니라, 필자가 지난 3년간 함께했던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이나 음악 프로그램을 맡아서 진행했던 ’하이서울페스티벌’ 등을 통해서도 그러한 기초적인 작업들을 진행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접점들은 좀 더 장기적이고 직접적인 관계에 대한 요구에 당면하게 되었다. 이것은 1년에 한 번, 그것도 단 몇 일만 이루어지며, 매년 그 다음해의 행사의 규모나, 심지어 그 개최 여부조차 불확실한 축제에서는 꿈꾸기 힘든 현실이며, 예산의 많은 부분이 국가의 지원으로 만들어지는 축제의 회계 구조적 문제에서 야기되는 태생적 한계이기도 했다.

"그 어느 축제가 2년 후가 될지 3년 후가 될지, 혹은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러한 프로젝트를 위하여 당장 예산을 세워서 준비를 시작 할 수 있을까."

II. 만나다

이러한 고민에 대한 어렴풋한 해답을 보게 된 것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연예술 글로벌역량강화사업>을 접하게 되면서부터이다. 국내외 공연예술 전문가들이 상호협력하여 중장기 국제협력 프로젝트를 개발 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사업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나의 관심을 끌었다.

첫째는 장기적인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사전, 그리고 중간 단계에 대한 지원을 하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한 축제의 구조적 문제점 때문에, 실행하기 힘든 사전 리서치 작업이나 특히 내가 해당 국가에 직접 가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한국을 방문하여 서로간의 리서치를 병행 한다는 취지는 꽤나 흥미로웠다.

둘째는 해당국가(필자의 경우에는 영국)와의 상호 관심에서 이 사업이 시작한다는 점이다. 보통 이런 경우 혼자만의 필요성과 힘으로 그것도 단시간 내에 이러한 국제협력사업을 수행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적합한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이번 사업은 양국의 관계기관의 지원 아래 리서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의 관심분야에 따른 알맞는 컨택과 매칭이 이루어져, 실질적인 관계가 요구되는 파트너와의 만남이 일정부분 보장이 되었다.

사실, 페스티벌 디렉터로서의 국제협력은 예술가 간의 협력이나 전문 프로듀서들간의 협력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거나, 결과물 중심적인 작업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협업의 시작과 사전 준비는 매우 중요하며 이번 사업에서 그러한 기회를 만날 수 있는 예감이 들었다.

"페스티벌이 직접 국제적 협업을 통하여 컨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것은 연극이나, 무용, 혹은 다원예술을 주 컨텐츠로 하는 페스티벌에서는 이미 국제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음악 페스티벌에서 특히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시도로,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세인트제임스 성당 연주

III. 새로운 꿈을 꾸다.

영국으로 떠나기 전, 지난 몇 년 동안, 함께 일을 했었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는 영국의 매니지먼트, 아티스트, 공연장 그리고 페스티벌을 정리해 보았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구의 나라들이나,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자국문화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나라들에 비하여 영국과의 관계는 주로 아티스트와 혹은 매니지먼트 쪽으로 많이 편중되어 있었다.

맨체스터, 글래스고, 에딘버러 등을 다니며 각 지역을 대표하는 재즈페스티벌의 디렉터들과 미팅을 가졌고 그 도시의 중요한 공연장을 방문하였으며,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인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 스코틀랜드 문화예술위원회(Creative Scotland)도 찾아가 그들의 예술정책에 대하여 들었다. 특히, 그간 연락을 주고받던 아티스트나 레이블과 미팅도 간간히 이루어 졌는데, 겉에서 보이는 것과는 달리 그들은 다양한 협력작업에 굉장히 관심이 있었고 실제로 그러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었다.

리서치 내내, 페스티벌로서 과연 어떠한 협업이 가장 우리에게 걸맞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에 대하여 고민하였고, 일단 재즈라는 장르적 특성과 연주자의 요구를 가장 먼저 고려하기로 하였다. 재즈는 실제로 무용이나 연극처럼 많은 장르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종합적 작업이 아니라 전적으로 연주자들에게 모든 것이 달려 있는 작업이며, 연주자들은 같이 만나서 즉흥을 바탕으로 작업하여 단 기간 내에 결과물을 내는 프로세스에 굉장히 익숙해 있다. 또, 수요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요즘 들어 많은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하여 국내 재즈씬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고 역으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에 더하여 월드뮤직을 기반으로 세계의 음악시장에 대하여 가능성을 탐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경우에는 이미 포화된 유럽의 시장에서 벗어나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의 기회를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과 영국 연주자들로 구성된 밴드를 구성하고, 한국의 전통양식과 재즈가 혼합된 유니크(Unique)한 레퍼토리를 개발하여 세계 공연&음반시장으로의 진입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한편, 이를 통하여 국내 연주자(재즈와 국악)들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프로젝트의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되었다."

IV. 함께 떠나다.

2011년의 리서치를 바탕으로 2012년 봄부터 협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기존에 네트워킹을 가지고 있던 곳 중,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레이블 사업을 모두 하고 있는 ’BASHO Music’을 파트너로 결정하였다. BASHO Music 은 런던재즈페스티벌의 공식 공연장 중의 하나인 세인트제임스(St. James)성당의 프로그래밍을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년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와 긴밀한 협업을 통하여 기금을 지원받아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이나 음반제작을 하고 있는 회사여서 파트너로서는 아주 적격이었다.

Korea-UK Band Connection 연습장면

전통과 재즈의 만남을 위하여, 서로에 대한 음악적 이해도가 높은 한국의 국악 연주자 2명(허윤정/거문고, 이아람/대금)과 영국의 재즈 연주자 3명(Tim Garland/색소폰, Gwilym Simcock/피아노&건반, Asaf Sirkis/퍼커션)을 선정하였으며, 그 두 집단 사이에서 완충제와 다리의 역할을 해줄 한국의 재즈 연주자 한 명 (오정수/기타)까지하여 밴드의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Korea-UK Band Connection’이라고 명명한 이 밴드는 2012년 7월부터 이메일과 음원 교환을 통해 서로간의 음악을 익히고 밴드의 색깔에 대하여 고민하였으며, 2012년 10월에는 영국연주자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 참가하고, 2회의 한국 일반 재즈 연주자들과의 워크숍, 2회의 리허설을 통하여 그들만의 유니크한 레퍼토리를 만들어 갔다. 그리고 바로 11월에는 한국 연주자들이 런던을 방문하여 다시 리허설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력한 재즈 페스티벌의 하나인 런던재즈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되어 연주를 하였다.

이들은 한국 고유의 칠재 장단을 가지고 만든 즉흥 연주곡인 ’스파이닝 휠(Spinning Wheel)’, 한국의 전통 시나위를 프리재즈로 재해석한 ’시나위(Sinawi)’, 대금연주자 이아람의 곡을 팀 갈랜드(Tim Garland)가 편곡한 ’컨스턴트리(Constantly)’, 피아니스트인 그윌림 심콕(Gwilym Simcock)이 작곡한 에스닉풍의 ’어폰 아워 숄더즈(Upon Our Shoulders)’ 등 총 5곡을 연주하였다. 그들의 노력에 비하여 1시간이라는 공연시간이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한국음악을 그저 힐링 음악처럼 생각하고, 사물놀이나 산조가 전부 인 줄 알았던 영국의 관객과 공연관계자들에게 한국 음악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게 2년간의 커넥션 사업이 어디까지 왔냐고 묻는다면, 몇 년간 준비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생을 목표를 정하여 맘에 맞는 친구와 막 여행을 떠난 단계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앞으로 우리는 2013년에 영국과 유럽의 페스티벌 투어, 앨범 발매를 경유할 것이며, 최후에는 한국음악과 재즈가 동등하게 만나,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음악으로 세계 음악시장에서 우뚝 서는 그 종착점에 다다를 것이다."

  • 기고자

  • 계명국_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사무국장 및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 조감독

Tag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