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다문화사회로서 진입되었고, 지금이 바로 다문화 음악을 이야기 할 시기
[포커스] 세계음악 학회 리뷰
한국에도 ‘다문화 사회’가 시작 되었다. 최근에는 그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이 논의되기도 하고, ‘다문화주의, 동서 석학에게 묻다’와 같은 주제의 학술대회가 개최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음악계에서도 ‘다문화 사회와 음악’이라는 주제로 지난 11월 17일 북촌창우극장에서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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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학술대회 조직위원장 인사 ©나승열 | 문화체육관광부 김재원 예술정책관님 축사 ©나승열 | 강선대 월드뮤직센터 재단 이사장 개회사 ©나승열 |
다문화 사회의 사전적 의미는 ‘한 국가나 한 사회 속에 다른 인종·민족·계급 등 여러 집단이 지닌 문화가 함께 존재하는 사회’이다. 한국은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 수가 2007년에 100만 명을 넘었고, 그 후 계속 증가하여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통계월보>에 의하면 국내 이주민은 1,437,576명(2012. 8.31)이다. 이와 같은 통계는 한국인 다문화사회로 전환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재단법인)월드뮤직센터와 세계음악학회의 공동 주최로 개최된 이번 학술대회는 ‘다문화 사회와 음악’이라는 큰 주제 속에서 ‘글로벌 현황과 우리의 실천적 과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국내외 6명의 학자의 주제발표가 3개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되었으며, 3명의 토론자의 날카로운 질의가 있었고, 한국음악이론가는 물론, 음악인류학, 음악사회학, 음악교육학, 종족음악학 등 다방면의 학자와 일반인들이 참여 하였다.
다문화 사회와 음악의 글로벌 양상
제1부에서는 글로벌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2명의 미국학자가 초청되었고, ‘다문화 사회와 음악의 글로벌 양상’이 소개되었다. 피츠버그대학교의 앤드류 와인트럽 교수(Andrew Weintraub, University of Pittsburgh)는 "다름을 구성하기: 인도네시아와 미국에서 음악과 다문화주의(Making a Difference: Music and Multiculturalism in Indonesia and the United States)"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논문은 미국과 인도네시아에서 행해지고 있는 다문화 주의에 관한 담론과 관습에 관한 연구이다. 다문화주의가 무엇인지, 언제, 그리고 왜 생겨났는지, 누가 다문화주의를 만들었으며, 누구를 위해 그것이 실행되었는지 보여주었다. 앤드류 교수는 ‘문화’를 ‘정치’의 영역으로 보았으며, 음악적 사례를 영상으로 제시하였는데 아주 흥미로운 프레젠테이션이었다.
한편, 하트포트 대학교의 앤써니 라우치 교수(Anthony T. Rauche, University of Hartford)의 발표 논문은 "이태리계 미국인의 음악: 21세기 새 질서에서 구세계 정체성과 커뮤니티(Italian American Music: Old World Identity and Community in the 21st Century New World)"으로, 이태리 이민자들이 구축한 미국속의 이태리 음악 문화의 연구이다. 이태리 계 미국인들이 구축한 노래 전통과 음악활동, 그리고 대중음악이 그들의 민족적 공통체적 정체성을 상징하는데 있어서 강력한 문화적 힘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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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와인트럽 피츠버그대학 교수 발표 ©나승열 | 앤써니 라우치 하트포드 대학 교수 발표 ©나승열 |
앤드류와 앤써니 교수가 논문에서 제시한 미국과 인도네시아의 사례는 ‘다문화사회는 우리에게 어떤 생각의 전환을 요구하는지’, ‘다문화 사회의 음악적 양상은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어떠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의 숙제를 갖고 있는 한국의 다문화 사회에 좋은 사례를 제시하였다.
한국의 다문화 음악의 실행과 적극적 실천
강연희 박사와 김희선(국민대학교) 교수의 논문은 한국의 다문화 음악의 실행과 실천을 모색한 논문이다. 강연희 박사는 그동안 이주민 음악활동에 대하여 가장 왕성한 연구를 하고 있는 학자이다. 베트남 이주민을 중심으로 음악활동에 대한 음악사회학적인 연구를 한 강박사의 논문은 베트남 이주민의 음악활동 현장조사를 통해서 이들의 음악활동 기회와 등장배경을 조명하였고, 더 나아가 음악활동과 국내 사회와의 관계를 음악사회학적인 시작으로 바라본 연구결과물이다. 결혼이민자와 이주노동자,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베트남음악이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결론적으로 아직은 한국문화에 직접적인 변화는 없다는 것을 피력하였다. 그의 발표를 들으며 우리의 <아리랑>처럼 베트남 국민들을 대표하는 민요가 궁금해졌으며, 우리가 진정한 다문화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타 민족’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해야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한 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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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1부) ©나승열 |
김희선 교수의 논문은 월드뮤직의 개념과 전 세계적 흐름을 살피고, 한국에서의 전개양상과 그 문화적 의미를 고찰한 연구이다. 월드뮤직이 세계음악계에 새롭게 부각되고 있고, 한국에도 최근 ‘월드뮤직’이라는 범주가 급부상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 의미와 향후의 전개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논문은 매우 시의 적절한 논문이다. 토론자인 이용식 전남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월드뮤직’은 실제로 아직도 그 정체성이 모호하고 아직도 혼동 상태라는 지적과 함께 한국음악계에서 문화적 전통성과 범세계적 흐름을 조화시키는 ‘월드뮤직’이 자리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제기를 하였다.
한국 다문화 음악교육의 현황 및 전망
한국의 다문화 사회의 진입은 음악교육의 내용을 바꾸었다. 민경훈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다문화교육으로서 음악교육의 필요성과 역할”을, 세계음악학회 회장 박미경 교수는 “세계음악연구와 다문화음악교육, 그 만남의 지점”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두 편의 논문은 한국 다문화 음악교육의 현황 및 전망을 연구한 성과물이다.
세계화를 추구하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보면, 다양한 음악문화를 담아내는 음악교육 필요성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21세기의 다문화 음악교육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와 문화의 다양성이 충분히 수용되도록 그 내용을 확대시키는 추세이다. 민경훈 교수의 논문은 타문화를 이해하고, 세계화에 바탕을 둔 다문화 음악교육을 거론했으며, 다문화 음악교육의 접근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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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2부) ©나승열 |
박미경 교수의 발표논문은 세계음악연구와 다문화 음악교육과의 만남의 지점에 대한 연구이다. 특히 한국의 다문화 음악교육에 관한 선행 연구를 조사하였고, 통계와 함께 특징을 분석하였다. 박교수의 논문은 다문화 음악교육의 현 시점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연구이다.
하지만 다문화 음악교육 문제를 다루면서 국제결혼으로 태어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배려한 다문화 음악교육에 관련된 내용의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이다. 최근 3~4년 동안 외국인과 결혼하는 수가 전체 결혼자의 10%를 넘고 있으며, 또한 매년 3만 명 이상의 동남아 여성들이 한국인과 결혼을 하면서 다문화 가정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엄마 나라의 음악문화를 음악 교과에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다문화 사회와 음악의 기능을 논의할 시기
오랫동안 단일민족으로 정체성을 강조해 왔던 한국은 이제 점차 다문화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화의 추세에 따른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단일민족의 신화를 굳건히 지켜 온 문화전통과 민족 정체성에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개최된 세계음악학회의 2012 국제학술대회 시의 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학회에서는 다문화 사회가 가진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관점의 변화가, 음악의 변화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확인되었으며, 다문화 사회로서의 한국의 음악 문제가 다각도로 논의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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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사진 ©나승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