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EX, 월드뮤직 해외진출의 시작
[포커스] WOMEX 2012 리뷰
1994년 독일의 베를린에서 시작한 워멕스 (WOMEX, The World Music) 는 올해 18회를 맞이했다. 유네스코에서 인정한 가장 중요한 월드뮤직 국제마켓으로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민속음악을 비롯하여 재즈, 포크뮤직, 전통 음악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부스전시, 각종 쇼케이스, 컨퍼런스, 네트워킹행사, 필름마켓 등이 진행되고, 페스티벌 예술감독, 프로모터, 음반사, 배급자,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 부킹에이전시들에게 효율적이고 국제적인 네트워킹의 기회를 제공한다.
워멕스는 지난 3년간 덴마크에서 열렸고, 3년마다 개최지를 바꾸며 개최되는 워멕스의 기조에 따라 올해는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10월 17일~21일까지 5일간 열렸다. 2013년부터는 1년마다 개최지를 이동할 예정인데 2013년 카디프 웨일즈(영국), 2014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스페인)에서 개최된다. 워멕스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는 90개국 2200명이 참가하여 작년 98개국 2,250명에 비해 참가국의 수가 조금 축소되었다. 참가규모는 조금 줄었지만, 행사는 여전히 성대하게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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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850개 단체가 참가한 월드뮤직 플랫폼, WOMEX
마켓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쇼케이스는 8개의 공연장에서 36개의 공식 쇼케이스, 25개의 비공식 쇼케이스 총 50개국 61개의 공연을 올렸다. 워멕스는 5일간 개최되지만 첫날은 개막식, 마지막 날은 폐막식이 개최돼 쇼케이스가 없기 때문에 단 3일간 61개의 공연이 모두 올라가는 것이다. 각 단체별로 45분씩 공연하기 때문에 오후 1시부터 새벽 4시까지 쇼케이스 공연이 이어졌다. 공연장은 대형 스탠딩 클럽, 소규모 클럽, 의자가 있는 공연장 등 다양한 형태가 사용되었다. 작년에는 750개 단체가 공식 쇼케이스에 신청하여 워멕스 역사상 가장 많은 수가 신청했다고 자축했었는데, 올해는 12%가 늘어난 약 850개 신청서가 접수되어 또 다시 기록을 갱신했다. 음악시장 사정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워멕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만나고자 하는 단체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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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팩토리 쇼케이스 공연 |
850개 신청단체 중 단 32개 단체만 공식 쇼케이스에 초청되었다. 올해 공식 쇼케이스에는 약 26:1의 경쟁률을 뚫고 거문고팩토리가 유일한 한국 단체로 선정되었다. 지원신청은 단체가 직접 소닉비즈를 통해 진행해야 하고, 선정은 매년 새롭게 구성되는 5명의 워멕스 심사위원의 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공식 쇼케이스에 선정된 32개 단체 중 20단체만 선정하여 WOMEXIMIZER 라는 홍보용 컴필레이션 음반을 제작하는데 워멕스 기간 동안 모든 참가자들에게 무료 배포된다. 거문고팩토리 또한 이 음반에 선정되어 수록되었고 홍보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공식 쇼케이스에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오프워멕스(Off WOMEX)라고 불리는 비공식 쇼케이스에 선정될 수도 있다. 이 경우는 모든 공연비용을 단체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 단체가 아무런 지원 없이 단독으로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국가의 지원이 수반된다. 어떤 나라들의 경우는 대규모 공공예산을 집행하여 하루 오프 쇼케이스 전체를 진행하기도 한다. 올해는 노르딕, 이태리, 브라질 3개 나라가 각 하루씩 오프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자국의 음악을 집중도 있게 보여줄 수 있으며, 전략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는 이점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이 이루어 진다. 특히 올해의 경우 오히려 다른 공식 쇼케이스 공연장보다 훨씬 사람이 많았으며 반응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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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쇼케이스 | 쇼케이스 후 컨택정보교환 (photo by Sukjin LEE) |
실질적 프로모션과 정보 교류의 음악 마켓
부스 전시 역시 3일 동안 낮에만 열렸는데 245개 부스가 설치되었고 40개국 600단체가 참가했다. 부스전시는 두 개의 건물 1층을 양쪽으로 사용했는데 워낙 넓어 한번 둘러 보는 것조차 힘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많은 부스가 있으니 잘 눈에 띌 수 있도록 여러 개의 부스를 붙여서 대규모의 국가관을 세우기도 한다. 올해는 245개 부스 중 10%에 해당하는 26개가 한국관, 브라질관, 노르딕관, 터키관 등으로 들어왔다.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부스를 치장하고, 카페나 바를 운영하여 부스홍보를 진행하는 부스들도 있다. 국가관 부스는 각 나라의 관계자들이 함께 이용하는데, 따로 떨어져 있는 것보다 효과적이고, 개별로 진행하기에는 매우 비싸기 때문에 공공재원을 투입해서 행사 운영 효과를 높이고, 개별 단체들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하는 의도이다. 올해 한국관은 ‘정가악회(김민영)’, ‘이스터녹스(이석진)’, ‘청배연희단(이수진)’, ‘가민(강효선)’, ‘거문고팩토리(박주익)’, ‘내드름(김구대)’,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이정헌, 김민경)’ 등이 함께 사용했다. 물론 국가관을 이용하는 것이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국 단체인 ‘들소리’의 경우는 한국 국가관을 이용하지 않고 개별 부스를 따로 운영했다. 실질적인 투어의 조건이나 협상의 과정들이 부스에서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효과적인 프로모션을 위한 단체의 선택에 따른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들소리’는 다년간 워멕스 및 해외마켓참가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한 노하우,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한국 단체들과 헷갈리지 않도록 단독 부스를 운영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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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 |
워멕스는 공연을 사고 파는 행위를 주 목적으로 하는 마켓이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음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이기도 하다. 30개국에서 70여명의 발제자가 참가해 초보자들을 위한 워멕스 참가 방법부터 시작해서 해외홍보자료 만드는 법, 국제저작권, 디지털음원 등록, 펀딩 전략, 해외투어전략 등 다양한 실질적인 정보들을 제공해주었다. 대부분 음악의 유통을 확대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음악시장, 음반시장, 공연시장이 장기간 침체됨에 따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반복되는 듯 했다. 여러 명이 함께 질문하는 라운드 테이블이나 일대일로 참가할 수 있는 멘토링 세션도 함께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다른 나라의 음악에 대해 더 배울 수 있도록 IMZ 영화 상영(IMZ Film Screenings)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것은 월드뮤직에 대한 다큐멘터리 필름의 마켓인데, 오스트리아 국제 음악 + 미디어 센터(International Music + Media Centre)에서 마련해 11년째 WOMEX에 공식 행사로 자리잡았다. 공연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기원 등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한 나라의 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한 나라의 음악을 듣고 관심이 있다면 그 나라의 다큐멘터리 필름을 다음날 보고 그 음악을 초청할 때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올해는 17편이 소개되었고, 특히 발칸반도음악에 관련한 영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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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지아 부스 전시 |
지속적 해외시장과의 교류를 위한 ‘온라인 워멕스’
오프라인 워멕스는 5일만에 끝나지만 워멕스를 통한 공연, 만남 등은 온라인에서 계속된다. BBC(영국), ERT(그리스), RBB(독일)와 WDR(독일), NRK(노르웨이) 공영라디오 채널과 협력하여 거의 모든 쇼케이스를 녹음하고, 이후 유럽방송연합(European Broadcasting Union) 을 통해 배포, 유통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Mondomix(프랑스) 역시 쇼케이스를 영상 촬영(단체 부담 450유로)하여 몬도믹스 홈페이지, 유투브 등 온라인으로 배포한다. 또한 모든 워멕스 참가자들은 virtural womex 라는 홈페이지의 접근권한을 1년간 얻게 되는데 오프라인 워멕스 행사 전후에 온라인으로 작품을 쉽게 홍보하거나 주요참가자 정보를 취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참가자들의 개인정보, 연락처뿐 아니라 언제부터 워멕스에 참가했는지 히스토리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주요 해외인사들의 정보를 얻기에 적합하다.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은 단 5일이지만 지속적으로 해외시장에 노출되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여러 가지 방법들을 고안해 놓은 것이다.
월드뮤직의 플랫폼으로서 워멕스는 진화하고 있다. 2010년부터 재즈 참가자가 늘어나자 재즈 분야를 특화 시켜 별도의 세션을 마련했고, 그들만의 네트워킹자리를 마련해주기 시작했다. 또한 2012년 봄 독일 뮌헨에서 클래시컬 넥스트(classical: NEXT) 라는 이름으로 클래식음악 분야의 워멕스를 새로 시작했다. 쇼케이스, 컨퍼런스, 영화상영, 부스전시 등 행사의 포맷도 유사하며 워멕스의 노하우, 인맥을 이용하는 자매행사이다. 기존에 월드뮤직마켓인 워멕스에서 흡수했던 재즈전문가, 클래식 전문가들을 다시 독립시킨 후 그들만의 장을 따로 펼쳐주는 것이다. 각 분야를 독립시켜 네트워킹의 장을 더 확대시킴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려는 전략일 것이다. 과연 이러한 시도가 월드뮤직시장의 확대를 가져올지, 축소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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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팩토리의 Mondomix 촬영 현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