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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몸의 탐구와 재해석 2012-10-02

새로운 몸의 탐구와 재해석
[Who&Work] 현대무용가_김남진 안무가


안무가 김남진  

현대무용가이면서 자신의 무용단 ‘창’을 이끌고 있는 김남진이 처음 무용을 시작한 곳은 부산이었다. 한국의 제2의 도시이면서 대표적인 무역항인 부산 출신인 그는 처음에는 경상전문대에서 방송연예과에 다녔지만 이내 무용으로 자신의 전공을 바꾸고 경성대 무용과로 진학한다. 무용을 조금 늦게 시작한 셈이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활동을 하다가 1995년 유럽으로 건너간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다가 벨기에를 거쳐 다시 한국으로 그의 활동을 옮긴 김남진은 유럽의 여러 무용단에서 무용수로 활동을 했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단체로는 아마도 세드라베 무용단 (Les ballets C de la B)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유럽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토대로 얻은 경험들을 지금은 현재 국내외에서의 작품 활동으로 풀어내고 있다. 귀국 초기 선보인 을 비롯해 <수동>, <기다리는 사람들>, <형제>, <미친 백조의 노래> 등 다수가 있다.

Q :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A : 외국 공연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입국한지 일주일 정도 됐는데, 당장 며칠 후 다시 유럽으로 나가야 합니다. 작품 공연 일정이 국내와 해외가 겹치다 보니 나가고 들어오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 한 달간 4개의 공연 스케줄이 잡혀 있어 좀 바쁠 것 같습니다.

Q :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주실 수 있나요?

A : 우선 프랑스와 체코 공연이 있고요, 이와 맞물려 한국 공연이 있는데 부산과 충청권에서의 공연입니다. 여기에 서울아트마켓 (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 2012, PAMS) 참가까지 함께하니 4개의 정식 공연과 PAMS 참가까지 합치면 모두 5개의 공식 스케줄이 있는 셈입니다.

 

댄스씨어터 창 <수동>  

인형을 통한 신체의 재발견

Q : PAMS 참가는 무슨 공연으로 하십니까?

A : <수동>이란 작품입니다. 23분 정도가 소요되는 공연인데, 모두 3명의 무용수가 출연합니다.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인형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약간의 착시 효과를 노리는 작품인데, 이번 공연을 계기로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그전에는 여성무용수가 있었는데, 이번의 <수동>은 모두 남자무용수로만 구성을 해봤습니다.

Q : 변화된 작품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 주신다면요?

A : 무엇보다 남자 무용수들로만 되어 있으니까 움직임이 다릅니다. 선들이 굵어지고 힘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 작품 안의 움직임들이 보여주고 있는 전체적 질감이 두껍고 둔탁해졌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다이내믹해졌습니다. 무용수들이 춤을 추면서 직접 인형을 사용해 낯선 움직임들이 드러나고 육체에 대한 왜곡된 그림들이 나타납니다. 무용수들의 연속된 움직임들로 인해 왜곡과 보편이 엉키면서 흥미롭게 진행되는 것이 관객 입장에서는 시각적으로 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Q : 외국에서의 반응은 어떤가요?

A :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의식하고 만든 작품인지라 투어 하기 쉬운 작품입니다. 많은 소품을 사용하지 않고 특별한 무대 장치도 없습니다. 당연히 출연진도 단 3명으로 국한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동하기에 가볍고 기동력이 있는 작품인지라 투어 하기에는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인지 해외 극장에서 많이 공연된 작품입니다. 작품에 관한 해외 반응은 만족스럽습니다. 계속해서 여러 극장에서 관심을 보이고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 최근에는 미주지역에서까지 초대해주니 반갑죠. 이렇게 지속적으로 프로모터가 되니 작품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 작품 <수동>은 어떻게 만들게 된 건가요?

A : 유럽에서 알고 지내던 벨기에 안무가 얀 파브르 (Jan Fabre)가 어느 날 그러더군요. ‘유니크한 것이 무엇인가?’라고요. 출발점은 바로 거기에서 출발했습니다. 인형과 인간의 신체의 놀이로 잡고 단순하게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크기와 같은 인형인 물체와 인간의 신체의 엉겨 붙음의 놀이의 형태로 진행되니 이상한 장면들이 우연찮게 등장합니다. 다리 셋 달린 신체라든지, 불가능한 각도로 꺾이는 신체, 생명이 없는 신체와 있는 신체 등이 마구 편제되어 나타나니 좀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형과 무용수들 모두 같은 옷을 입고 무용수들의 캐릭터를 완전히 지워 버린 후 자신들의 신체만을 드러나게 의도했습니다. 그러한 저의 의도가 제대로 드러났는지는 물론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몫이겠지만요.

 

댄스씨어터 창 <수동>  

세계로 향한 몸짓

Q : 유럽에서 여러 단체의 무용수로 활동을 하셨습니다. 그 중 제일 눈에 띠는 단체가 알랑 프라텔 (Alain Platel)이 안무가로 있는 세드라베 무용단 (Les ballets C de la B)인데 어떻게 입단을 하셨나요?

A : 프랑스에서 있다가 벨기에로 넘어와 당시 유명한 안무가인 빔 반데케이버스 (Wim Vandekeybus) 오디션에 참가를 했습니다. 높은 경쟁이었는데 다행히 붙어서 공연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빔과 그전부터 작업하던 무용수들이 오는 바람에 밀려서 대역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이점에 대해 빔은 무척이나 미안해했고 아쉬워했지만 나는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들어 미련 없이 깨끗하게 그만 두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다시 빔 에게 전화가 왔는데 자기가 다른 안무가를 소개해 줄 테니 한번 같이 만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알랑 프라텔 이었고 셋이 만난 그 자리에서 바로 캐스팅이 되었죠. 그래서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Q : 그러니까 일종의 빔 반데케이버스의 추천으로 알랑 프라텔의 세드라베 무용단에 입단한 셈이네요?

A : 그런 셈입니다. 하지만 그게 더 저에게는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당시 알랑 프라텔은 막 성장하기 시작한 안무가였고, 그가 예술적으로 성장가도를 마구 달릴 때 제가 그와 함께 있은 셈이니까요. 덕분에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고 좋은 무대, 훌륭한 작품들에 서봤습니다.

Q : 해외에 장기간 있다 보니 예술시장을 보는 안목이 달라졌다고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한국이라는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A :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요구하는 것부터 관행, 제도, 관습이 다르니 당연하겠지만요. 일례로 한국 관객들은 작품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공연이 끝날 때까지 끝까지 남아 박수로 예의를 갖추려고 합니다. 공연 중에 나가는 것은 꿈도 못 꾸죠. 하지만 중간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공연 중에 나가면 무척이나 죄송하게 생각하고 조심스레 나갑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무척이나 다릅니다.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각적인 의사 표시를 하죠. 중간 퇴장은 기본이고 야유와 폭언까지 등장하니까요. 이러한 것들은 무례함을 넘어선 일종의 관객들이 표하는 예술적 반응인 셈인데, 무척이나 적극적이어서 신인은 물론 대가들의 작품까지 예외가 아닙니다. 아무리 거장이라도 신작을 발표했는데 작품이 아니면 현장에서 그냥 박살이 납니다. 물론 정서와 문화가 다르니 그러한 것이겠지만 막상 유럽 무대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그러한 그들의 미적 태도와 반응을 아셔야 할 것 같고 각오는 철저해야 할 것입니다.

Q : 그런 차원에서 보면 한국과 유럽의 차이는 분명 존재 하네요?

A : 현대무용은 아무래도 현재까지 유럽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죠. 그런 유럽과 한국이 출발선부터 동등하다면 다소 무리가 있는 셈입니다. 예술적으로도 그러하지만 하나의 작품이 오랜 기간 동안 공연되는 시스템부터가 다릅니다. 한국은 한번 공연하면 끝이지만 유럽에서는 작가가 1년에 한 작품 이상을 안 만들고 또 한 작품으로 여러 곳의 투어가 무척이나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차이 때문에 국내 젊은 안무가들의 화려한 안무 이력을 유럽의 안무가들은 도저히 이해를 못합니다. 물리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들의 반응입니다.

Q : 이후의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 당장은 신작 계획이 없습니다. 좀 나 자신을 되돌아 보고 숨 좀 고르면서 재충전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존 작품들을 중심으로 공연 활동은 계속할 예정입니다. 확정된 해외 공연도 몇 건 있고 아직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국내 공연도 있습니다. 공연이 너무 많아 무용단 스텝들이 힘들어 하지만 적은 급여에도 열정을 보여주는 그들에게 무한히 감사를 표합니다. 지난 기간 동안 너무 강행군이었고, 그야말로 힘든 시즌을 보냈거든요. 앞으로 기대되는 큰 변화로는 공연을 하는 공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려는 것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극장보다도 미술관이나 색다른 공간에서의 공연활동도 무척 좋았습니다. 인사동 갤러리나 작년에 가졌던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공연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갤러리 공연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해서 해보고 싶습니다.

  • 기고자

  • 박성혜_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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