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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부분 혹은 소외된 부분에 대한 관심 2012-09-11

잊혀져 가는 부분 혹은 소외된 부분에 대한 관심
[Who&Work] 장영규 음악감독_비빙 (Be-Being)


비빙은 한국 전통 예술을 주제로 이를 동시대적인 예술로 발전시키고자 2007년 창단된 단체이다. 한국 전통 음악의 요소들을 선택, 확대, 발전시키고 이를 다른 음악 장르의 요소들과 결합시키기도 하는 방식을 통해 정형화된 연주관행을 탈피하는 새로운 형식의 음악을 생산하고 이렇게 생산된 음악을 무용, 영상, 연극 등의 장르와 결합시켜 한국 전통 음악과 함께 발달해온 시각적 이미지를 무대화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비빙은 현재 음악감독 장영규를 중심으로 피리 나원일, 가야금 박순아, 타악기 최준일, 해금 천지윤, 노래 이승희, 음향감독 오영훈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팸스 쇼케이스 전에 있는 북촌창우극장에서의 단독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비빙 멤버들을 연남동에 있는 그들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비빙의 대표이자 음악감독인 장영규씨와 먼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Q: 비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A 장영규 (이하 ‘장’) : 딱히 이런 것을 해야겠다고 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비빙은 오랫동안 만나오던 국악연주자들과의 모임에 가깝다. 무용이나 영화작업을 할 때 만났던 국악 연주자들과 계속 유대관계를 가져오다가 여기서 끝내지 말고 무엇인가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노는 것도 재미있지만 음악도 하면서 놀면 좋지 않겠느냐 해서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웃음)

Q: 비빙의 첫 작업은 불교음악 프로젝트 ‘(理)와 사(事)’였다. 불교음악을 첫 번째 프로젝트로 시작한 이유는?

A 장 : 나는 국악 전공자가 아니다. 하지만 국악 전공자라고 해서 전통음악의 모든 부분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니까.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함께 공부하면서 음악을 만들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관심 갖지 않은 잊혀져 가는 부분 혹은 소외된 부분을 찾아서 하기로 했고 그렇게 해서 불교음악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이유도 약간은 있었다. 어렸을 때 집에 브리테니커 한국음악 전집이 있었는데 가끔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들어보았다. 대부분은 그냥 한번 들어보고 말았는데 그 중에서 범패는 몇 번이고 계속 들었었다. 왜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범패가 쉽게 다가왔던 듯하다. 그 기억이 있어서 불교음악을 시작으로 하면 어떨까 멤버들에게 이야기 했고 다들 동의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장영규 음악감독 

Q: 불교 음악 이후의 프로젝트는 가면극 프로젝트 ‘이면공작’과 궁중음악 프로젝트 ‘첩첩’이었다. 이것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A 장 : ‘이와 사’ 공연 이후에 다음으로 무엇을 할까 하다가 굿음악 이야기가 나왔다. 불교음악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당시에 다들 불교음악의 무게가 있어서 좀 눌려있었다. 아무래도 굿음악보다는 가벼운 음악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가면극은 음악적으로도 가벼운 편이고 춤과 놀이가 주가 되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가면극 이후에는 다시 굿음악을 해야 하나 했지만 궁중음악과의 갈림길에서 한 번 더 피해가기로 했다. 굿음악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작업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관심 받는 쪽을 해보자는 초기의 목적을 떠올려서 궁중음악을 선택했다.

Q: 비빙의 악기 구성이 일반적인 편성은 아니다. 지금의 편성에 만족하는가?

A 장 : 처음에 시작할 때 이런 악기가 필요하다 해서 된 것은 아니고 어떻게 연주자들이 모이고 보니 이런 악기를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현재의 구성이 음향적으로 완벽한 조합은 아니다. 가면극이나 궁중음악 할 때 대금 같은 악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구성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해보려고 했다.

Q: 공연 할 때 춤이나 영상도 같이 한다. 다른 미디어와의 협업은 어떤 의미인가?

A 장 : 영상이나 춤은 별개라고 생각이 잘 안 된다. 공연의 하나이다. 음악 팀이라고 춤이나 영상이 함께 하는 것을 별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꼭 음악만 가지고 공연을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그때 작업하면서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 싶을 때 한다.

비빙 

Q: 전통음악을 주제로 작업을 하는데, 전통음악 재해석을 할 때 중점을 두는 사안은?

A 장 : 곡마다 많이 다르다. 비빙의 멤버들이 아무래도 전공자이니까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다. 멤버들이 갖다 준 각 곡에 대한 자료들을 리서치 하면 핵심 같은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가져온다. 물론 그 핵심 같은 것은 순전히 나 자신의 관점이다. 어떤 경우 리듬이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것은 가사가, 또는 하나의 선율이 나에게 영향을 준다. 그런 부분에서 시작해서 곡을 만들어 가는데, 결과적으로 곡이 완성되고 나면 그 영향이 밖으로 드러날 경우도 있지만 포장돼서 안보일 때도 있다.

Q: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있다. 비빙의 작업과 어어부 프로젝트나 영화음악 작업과의 차이점은?

A 장 : 차이점은 사람들이다. 어어부는 백현진과 나의 작업, 비빙은 비빙의 멤버들과의 작업이다. 이런 것이 비빙의 음악이라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이어서 나오는 음악이다. 영화 같은 경우도 어떤 감독을 만났을 때는 둘이 어떤 힘이 생겨서 좋은 작업이 나올 경우도 있고 잘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또 그런 음악이 나오는 것 같다.

Q: 연주자가 아닌 엔지니어 오형훈씨를 멤버로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가?

A 장 : 그것도 같은 이유이다. 오영훈과는 정말 오래된 사이다. 90년대 초반부터 만나서 10년간은 거의 매일 보던 사이였다. 언젠가는 같이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비빙을 시작할 때 마침 같이 있었다. 역시 사람과의 관계로 시작한 팀이기 때문에 연주자가 아니어도 같이 갈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영훈씨는 음향감독으로서 사운드를 만들어가는 역할도 크지만 악기를 만들고 소품을 만들기도 한다. (웃음)

Q: 활동한지 꽤 되었지만 아직 앨범이 없다. 앨범 제작 계획은?

A 장 : 항상 있다. 몇 번 계획은 했지만 계속 연기되었다. 공연으로 만날 수 있는 관객의 수는 한계가 있고, 비빙이 공연을 그렇게 자주하는 팀이 아니기 때문에 음반이라도 만들어서 활동을 열심히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하려고 하니 쉽지 않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장 : 3년 전에 다른 일로 연변에 작업을 하러 갔다. 연변은 북한과 가까이 있어서 북한에 남아있는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자료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에는 남아있지 않거나 혹은 남아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전해지는 음악이 많이 있었다. 비빙 멤버들에게 북쪽지역의 전통민요들을 가지고 작업을 해보자고 이야기 하고 있는 중이다. 뭔가 다른 지점들이 있어서 재미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쪽이나 북쪽이나 다 어느 정도 변질이 되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쪽에 잘 남아있는 것이 있을 것 같다. 그런 것에 대해서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이번에 마침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그쪽으로 잘 알고 있는 박순아씨가 가야금으로 들어오면서 많은 힘을 얻게 되었다.음악감독 장영규씨와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연습을 위해 모인 비빙 연주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빙  

Q: 장영규씨는 작업할 때 어떤 스타일인가?

A 나원일 : 같이 작업을 할 때 공동 작업이라는 개념으로 작업을 많이 하신다. 곡에 대한 기본적인 구성을 하시지만 멤버 개개인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신다. 여러 가지 의견에 항상 열려있다. 부드러운 남자라는 것도 장점이다.
천지윤 (이하 ‘천’) : 본인이 잘 모르는 부분은 편하게 물어보시고 같이 공부하고 같이 만드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소리에 대한 편견이 없다. 해금이라면 해금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어법들이 있다.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모든 소리에 대해 열려있다. 멤버 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Q: 비빙 이외에도 다들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다른 작업과 비빙 작업의 차이는?

A 최준일 (이하 ‘최’) : 개인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비빙의 작업이 유일하다. 연극이나 무용 작업을 하면서 작곡자와의 작업은 여러 번 있었다. 지금 인터뷰하는 재록형과도 함께 작업한 적이 있다. 차이점은 국악 자체를 주제로 공동 작업을 하지만 많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장영규 감독님이 여러 가지를 우리에게 알아서 소화해 보라고 던져준다. 장구나 북 같은 국악기 말고 다른 악기로도 자유롭게 표현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내가 생각해서 어울리는 악기를 찾아서 해보고 선택 한다. 비빙은 작업하는데 있어 함께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있다.

 

비빙  

Q: 공연을 보면 잘 짜여 있다는 느낌이다. 공연에서 즉흥적인 요소가 있는가?

A 이승희 (이하 ‘이’) : 비빙의 음악은 즉흥은 아니다. 정해진 템포와 순서가 있고 기본은 연습한 그대로 한다. 그렇지만 음악 안에서 즉흥이 약간은 있다.
천 : 비빙의 음악은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한 음악이다. 약간의 베리에이션을 주는 정도의 즉흥 연주를 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역량에 음악이 좌지우지되지는 않는다.

Q: 함께 음악을 만들 때 나의 의견을 내세우고 싶은 욕심이 생길 수 있다. 누가 제일 욕심이 많은가?

A 최 : 그때그때 마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다르다. 특별히 욕심을 많이 내는 사람은 없다.

Q: 공연할 때 테이블을 놓고 연주한다. 앞으로도 이 포맷을 그대로 가는가?

A 천 : 첫 번째 프로젝트인 ‘이와 사’ 공연은 영산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불교음악에 대해 공부를 하던 중에 영산재를 할 때 스님들이 테이블에 악기를 올려놓고 연주하는 것을 보고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이와 사’ 공연 이후로도 편하기도 하고 일종의 무대 장치로 자연스럽게 테이블을 쓰게 됐다.

Q: 가면극 빼고 무거운 공연이다. 표정관리는 하시는가?

A 천 : 비빙 이전에 퓨전밴드에서 연주했다. 비빙에 비해서 가벼운 음악을 연주하는 팀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약간 어려웠다. 공연 분위기 상 웃으면 안 어울린다.
이 : 처음에는 저도 웃었는데 하다 보니 웃음이 없어졌다. 음악 자체의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최대한 심각해지지는 않으려고 한다.

Q: 해외공연을 많이 나갔다. 어떤 공연이 제일 기억 남는가?

A 최 : 해외에서 반응이 좋은 나라들이 몇 군데 있다. 우리도 놀랄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천 : 덴마크 로스킬레 락 페스트벌 야외공연에서 관객들이 ‘이면공작’ 음악에 헤드뱅잉을 했다.

이 : 나도 같이 했다.

김지명 (매니저) : 보통은 공연 중에 곡과 곡 사이에서 박수치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락 페스티벌에서는 곡 연주 중에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리도 그에 개의치 않고 반응했다. 한 곡이 끝나면 다음 곡을 연주하기 전에 악기를 조율하는 시간들이 있는데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무대에서는 무서운 카리스마를 보이다가도 무대를 내려오면 소탈한 모습을 보이는 아티스트들이 많다. 비빙도 무대에서 연주에 집중하면 범접하기 어려운 아우라를 뿜어내는 팀이지만 다행히 사석에서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전통 음악 내에서도 잊혀져 가는 부분, 소외된 부분을 계속 찾아가는 여행을 계속 이어가면서 그들의 방식으로 재창조된 새로운 작품이 태어나는 것을 나도 응원하며 지켜보게 되었다.

  • 기고자

  • 박재록_사운드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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