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몸의 언어로 삶을 빚다 2012-08-27

몸의 언어로 삶을 빚다
[Who&Work] 윤푸름 프로젝트 그룹 _ 윤푸름 안무가


한 여름의 장맛비가 잠시 멈춘 7월의 오후, 안무가 윤푸름을 만났다. 한국무용을 하다 늦은 나이에 현대무용을 시작한 그녀는 <길 위의 여자> (2012 서울아트마켓 쇼케이스 선정작)를 통해 ‘독특한 내음을 풍기며 사색을 이끌어낸다’는 평을 받았다. 다름, 여자, 약자, 소통 등 그녀의 최근 작품들 속에서 비춰지는 키워드들은 바로 그녀가 들여다보는 삶의 이면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Q: 춤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A : 무대에서 보이는 예쁘고 화려한 모습이 좋아서 초등학교 3학년 때 리틀엔젤스 예술단원으로도 활동했다. 어렸을 때부터 움직이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태권도를 하고 엄마를 따라 에어로빅 학원에도 놀러 가고는 했는데,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춤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Q: 한국무용을 하다가 현대무용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 어렸을 때는 화려함이 좋아서 한국무용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현대무용을 하는 친구들의 자유로운 작업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 움직임의 자유로움이나 내가 배우지 못한 것들을 배우고 싶어서 여기저기 워크숍을 찾아 다녔다. 현대무용은 알면 알수록 폭이 넓다. 누군가를 모델로 삼고 그 사람이 추는 춤만을 현대무용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나만의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워크숍을 찾아 다니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과에 들어가게 되었다.

Q: 그래서인지 작품 속에서 한국무용의 색깔이 보인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A : 의도적으로 한국무용의 정서를 넣으려고 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쉽게 버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무용의 장점을 굳이 가져 오려고 하지는 않지만, 내 몸에 그 정서나 무게감이 배어있다면 애써 배제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는 반면, 굉장히 현대적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아마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다른 것 같다.

윤푸름 

Q: <길 위의 여자>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가?

A :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콤플렉스 덩어리인 상태일 때 만들어진 작품이다. 2008년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 (Critic’s Choice)’에 선정되어서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나는 내가 여자라는 것에 대해서 피해의식이 강했던 것 같다. 무용계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남자들이었고, 어느 작품에서든 남성 무용수들의 강한 에너지가 요구되었다. 그걸 보면서 나는 반대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찾을 수 있는 감각으로 더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때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길 위의 여자>이다. 물론 여성성을 끄집어 낸다는 것에 한계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최대한을 다 찾아보고 싶었다. 움직임적으로나 여성의 몸으로서나, 여자로서 가장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는 것, 여자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끄집어 내려고 했다.

Q: 작품 속에서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A : 개인적으로 다작을 하지는 않았지만, 작품을 만들거나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다름’에 대해 소통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처만 받을 게 아니라, 나 역시도 마음을 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서로가 다름을 존중하기까지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마인드도 중요하다. 다름을 존중하지 않은 상태에서 충돌이 발생한다.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도 소통이 안될 때가 많은데, 지구 반대편 나와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는 충돌이 더 심할 것이 아닌가. ‘다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움직임 안에서의 다름, 상황 안에서의 다름, 그런 것들을 작품 안에서 풀어 내려고 했다.

윤푸름 안무가 

Q: 작품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A : 그 동안 무용 공연에서 본 에너지와는 달랐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무용도 시대마다의 흐름, 즉 유행이 있는데 <길 위의 여자>가 그 안에서 다른 이야기와 느낌,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였다. 한국무용을 전공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몸의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메시지나 여성의 몸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한 노력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 같다.

Q: 최근 공연한 <존재의 전이>라는 작품에서도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A : <길 위의 여자> 공연을 보고 페미니스트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페미니즘에 대해 정확히 몰랐던 상황에서 그 얘기를 듣고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페미니즘이 한 여성의 주장이 아니라, 전체적인 약자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회 속에서의 내 위치 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만든 작품이 <존재의 전이>다. 사회 속에서 역할의 전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존재의 전이>는 여성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서 약자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Q: 작품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

A : 작품 속에서 오브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아직 몸으로 풀지 못한 숙제가 많다. 몸이 가진 매력이 정말 많은데, 너무 많은 요소들이 작품 속으로 들어와 버리면 몸이 보이지 않게 된다. 아직 몸으로 풀 수 있는 언어가 정말 많다. 의미도 그렇고, 몸이 가진 아름다움도 그렇고, 하면 할수록 몸에서 나올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거의 맨 몸으로 찾고 있다. 아직까지도 찾아가야 할 것들이 많다.

Q: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

A : 개인의 것이든, 혹은 다른 누군가의 것이든 삶이라는 그 자체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런 관심이 작품의 소재로 반영된다. 특히 삶이 가져다 주는 무게에 매력을 많이 느낀다. 삶의 무게나 깊이가 있는 움직임을 작품 속에서 담아내려고 한다.

Q: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싶은가?

A : 동료들과 관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가장 큰 숙제인 것 같다. 그래서 요즘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실험들이 벌어진다. 방법론은 다르겠지만,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동일하다.

요즘 관객들은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많은 자극을 접한다. 그래서 자극적인 작품을 보여주기 보다는 신선하면서도, 뭔가 다른 생각들을 하게 하는 그런 작품으로 다가서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관점에서 나의 숙제는 다작이 아니라, 기존에 만들어진 작품들이 더 많은 관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같다.

 

<길 위의 여자> <길 위의 여자>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A : 한예종 창작과 동료들과 함께 만든 가치 프로젝트 멤버들과 올 11월에 리서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 동안 우리가 고민해왔던 부분에 대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고, 그 결과물을 작은 쇼케이스로 선보이려고 한다. 그리고 올 겨울부터 솔로 신작을 하나 준비할 예정이고, 그리고 내년에는 예전에 안무했던 <조용한 전쟁>이라는 작품을 새롭게 발전시켜보고 싶은 계획이 있다.

Q: 최종 꿈은 무엇인가?

A : 내가 만든 작품으로 다른 문화권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교류를 통해 작품은 물론 나 자신도 성장해가고 변화해 갈 것이 너무 기대된다. 그 시작이 <길 위의 여자>가 되었으면 하는 게 현재의 소박한 꿈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나이가 들어 백발 할머니가 되어도 춤 안에서, 예술적 감각 안에서 살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 기고자

  • 김은희 _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전략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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