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동유럽 최대의 공연예술축제 2012-08-01

동유럽 최대의 공연예술축제
[포커스] 시뷰국제연극제(Sibiu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


공연예술축제는 그 축제가 추구하는 목적(Mission)에 따라 프로그램과 축제가 열리는 도시 공간의 느낌이 굉장히 달라진다. 아비뇽축제(Festival d’Avignon) 는 현대 공연예술의 동시대 흐름을 보여 주기 위한 세계 초연의 작품이 올려지는 축제이고, 우리나라의 과천축제, 안산거리축제, 고양호수축제 등은 거리예술을 중심으로 도시의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축제들이 열리는 동안, 도시는 예술로 새로운 생기로 가득 찬다. 이와 달리 홍콩국제예술제와 서울공연예술제 등은 극장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현대 공연예술작품을 관객과 만나게 하는 목적이 크므로, 도시공간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예술의 흐름과 작품에 대한 지적 논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동유럽, 루마니아의 작은 도시 시뷰(Sibiu)에서 열리는 시뷰국제연극제(Sibiu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는 다양한 성격의 프로그램 때문에 한마디로 축제를 정의 하기는 어렵다. 1996년 폭력(Violence)라는 주제로 시작하여 올해로 19회를 맞은 시뷰국제연극제는 동유럽을 대표하는 루마니아의 공연예술축제가 되었다. 매년 30개국 이상, 350개의 프로그램이 60여 개의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지고, 예술 장르도 연극, 무용, 음악, 거리극, 영화, 전시뿐만 아니라, 컨퍼런스, 도서 발간, 워크숍, 비평가 학술모임, 그리고 동유럽 아트마켓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10일 동안 열리는 동유럽의 최대 공연예술축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2012년 축제에 필자는 아시아나우(AsiaNow)와 작업하고 있는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임도완 연출) 초청과 함께, 시뷰공연예술아트마켓 컨퍼런스에서 세계아트마켓의 동향에 관한 발제로 참석하게 되어 5월 25일부터 6월 3일까지 10일간 축제에 참석하였다.

 

시뷰공연예술아트마켓 보이첵 공연 커튼콜

시뷰는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Bugarest) 북서쪽에 위한 도시로 역사적으로 독일과 헝가리의 지배를 받아 아직도 독일의 전통적 요소가 남아있다. 도시의 광장에 처음 들어 설 때 먼저 가장 눈에 뛰는 것은 도시의 눈(Eye of The City)이라는 독특한 건축 외관으로 광장과 길가 쪽을 바라보는 각 건물의 지붕은 도시의 눈이라는 독특한 창문 구조였다. 루마니아 사람들은 자신들을 지켜주는 눈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길을 지나는 우리를 항상 주시하고 감시하는 눈으로 보여지기도 하였다.

다양성의 존중부터 동유럽과 세계의 징검다리 역할까지

시뷰국제연극제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그 키워드는(Key Word) 다양한 색깔의 프로그램과 관객이 존재하는 축제라고 할 수 있겠다. 축제의 첫 번째 가장 큰 특징은 공연예술의 카니발적인 성격으로서의 축제(Festival as Carnival)로, 10일 동안 매일 도시의 광장을 중심으로 대형 야외 공연뿐만 아니라 시내 중심의 거리에서 거리극, 음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올해에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거리극 단체인 클로즈-액트 씨어터(Close-Act Theatre)의 피-로(Pi-Leau)가 폐막공연으로, 폴란드의 씨어터 스테파 씨지(Teatr Strefa Ciszy)의 쌀토 모탈레 v2(Salto Mortale v2) 등이 올려졌고,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 독일, 브라질의 거리밴드, 무용, 마임, 광대극 등이 관객들과 함께 하였다. 축제의 공간적 구성에 있어서도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도심의 다양한 거리와 교회, 학교의 체육관, 그리고 역사적인 건물들을 공연장으로 개조하여 도시 곳곳을 공연장으로 활용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시내중심의 유니온 홀(Union Hall) 공연장에서는 대중성이 짙은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등을 보여주면서 축제의 관객을 전문 예술가 관련 관객뿐만이 아닌 일반 관객들을 개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두 번째 시뷰국제연극제의 특징은 동유럽의 연극세계와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작품 소개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Festival as meeting point of international leading performance and Eastern European Theatre). 올해에는 <파우스트>(Faust)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루마니아의 대표적인 연출가 실뷔 푸카레테(Silviu Pucarete)의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 <파우스트>(Faust) 그리고 그가 감독한 영화 <팔릴룰라의 어떤 곳에서>(Somewhere in Palilula) 등 여러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되어 그의 초현실적 연극세계를 잘 보여 주었다. 또한 시뷰의 라두 스탕카 국립극장(Teatrul National Radu Stanca Sibiu)의 젊은 연출가 유리 코르돈스키(Yuri Kordonsky)의 <나의 젊음의 마지막날>(The last day of my youth) 등 많은 루마니아의 연극작품도 함께 소개 되었다. 그 밖에도 동유럽의 작품이 많이 소개 되었는데, 폴란드의 아담 미츠케비츠 인스티튜트(Adam Mickiewicza Institute)와 제작 파트너로 씨어터 자르(Theatr Zar), 티알 바르사바(TR Warzsawa) 극단 등의 작품이 소개 되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세르비아, 보스니아 등의 연극이 소개 되었고, 독일 연극을 대표하는 피터 슈타인(Peter Stein)의 <파우스트 판타지아>(Faust Fantasia), 막심 고르키 씨어터 베를린(Maxim Gorki Theatre Berlin)의 <홈부르크의 프리드리히 왕자>(Prinz Friedrich von Homburg) 등 세편 이상의 독일 연극도 소개 되었다. 재미있는 프로그램 중에 하나는, 올해 벨기에의 연출가의 얀 로워스(Jan Lauwers)와 루마니아의 실뷔 푸카레테(Silviu Pucarete)의 주요 두 작품이상과, 그들이 감독한 영화,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예술가를 집중 조명하여 초청된 예술가에 대한 예술세계에 대한 폭을 넓혀 주었다.






예술가와의 대화_피터 슈타인(Peter Stein)
Jan Lauwer ©Scott Eastman 2012
<걸리버여행기>(Gullivers’ Travels)
©Scott Eastman 2012

축제의 세 번째 특징은 축제가 문화예술의 교육의 장으로 그 자리매김한다는 것이다(Festival as education place for arts and culture). 세계비평가협회와 공동협력으로 젊은비평가세미나(Young Critics’ Seminar)를 개최하여 젊은 비평가 양성을 지원하고 있고, 국제축제자원봉사 제도는 루마니아 자원봉사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젊은 자원봉사들이 축제 전일 동안과 사전, 사후 모임을 통하여, 공연예술축제에 대한 이해, 루마니아의 공연예술 그리고 도시와 문화에 대한 이해의 기회를 제공 하였다. 특히 유럽-일본문화재단(EU-Japan Foundation)의 지원으로 올해에는 이십여 명 이상의 일본 자원봉사자들이 축제에 참여 하여 루마니아와 일본의 공연예술과 문화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하였다. 한국과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교류 프로그램을 맺고 2명의 한국인 자원봉사자가 축제 기간 동안 활동하였다. 축제읽기(Festival Reading) 프로그램은 축제 기획자 교육 프로그램으로 유럽축제(EFA: European Festivals Association)의 전 감독이었던 휴고 드 그리프(Hugo de Greef)을 중심으로 유럽의 축제 경영과 전망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여 동유럽 젊은 축제 기획자들에게 축제 기획에 대한 이론적, 경험적 토론의 장을 마련하였다. 또한 예술가들을 위한 다양한 워크숍이 개최 되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미국 콜롬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 of New York)의 니키 울츠(Niky Wolcz)의 코메디아 델아르테 워크숍(Commedia dell’Arte Workshop), 폴란드의 크로토프스키 센터(Jerzy Grotowski Insititue)의 인투더사운드 워크숍(Into the Sound Workshop), 미국의 롱우드 대학교과 미시건-플린트 대학교(Longwood University and University of Michigan _Flint)의 보이스 워크숍(Voice Workshop) 등이 있었다.

네 번째의 특징은 대화의 장으로 축제의 존재가치라고 할 수 있다(Festival as platform for conversation). 매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프레스 컨퍼런스(Press Conference) 에선 전일 공연된 작품의 연출과 배우들이 참석하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다. 축제에 참가한 몇몇의 예술가를 집중 조명하여, 현대공연예술의 거장의 심도 깊은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자리도 마련되었으며, 또한 우리나라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김윤철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세계연극비평가협회(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Theatre Critics) 모임을 통해 연극 비평에 대한 세계를 공유하였다. 매일 오후 2시, 영국 리즈 메트로폴리탄 대학교(Leeds Metropolitan University)의 노엘 위츠(Noel Witts)교수의 사회로 열리는 토크백 세미나(Talkback Seminar)는 축제에 참여한 연출, 배우, 프로듀서, 다양한 사람들과 공연되어진 작품 뒷이야기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자리에서 할 수 없는 서로 다른 나라의 예술 현장의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는 자리로 마련하였고, 이곳에서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여 다음해에는 『문화적 대화』(Cultural Conversation)이라는 책자로 발간하였다.

마지막으로 시뷰국제연극제의 특징은 아트마켓으로의 기능과 동유럽 공연예술의 네트워크 장으로 존재이다(Festival as an Arts Market as well as Performing Arts Network for Eastern Europe). 지난 15년간 시뷰국제연극제는 루마니아 연극을 세계 공연예술계에 소개하는 가교의 역할을 하여왔다. 그러나 2012년부터는 ‘공연예술축제 범주 내에서의 아트마켓’이라는 새로운 형식 찾기를 시작하였다. 즉 아시아와 캐나다를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는 기존의 아트마켓과는 다른, 축제가 어떻게 효과적인 아트마켓이 될 수 있는 가를 아시아(일본, 한국)와 뉴질랜드의 아트마켓 전문가들과 발칸반도의 공연예술네트워크의 관계자를 초청하여 삼 일간 열띤 토론의 장을 펼쳤다. 이번 토론에서는 루마니아 예술의 해외 교류와 진출 소개 방식뿐만 아니라, 동유럽 공연예술축제의 네트워크 중심이 되기 위한 방법도 모색하였다. 예술지원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축제의 운영주체이면서 제작극장인, 라두 스탄카 국립극장(Teatrul National Radu Stanca Sibiu)은 해외와 공동협력방식을 통하여 루마니아 연극을 유럽의 국제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주요 페스티벌과 연계시켜 루마니아 연극의 세계 시장진출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에딘버러 국제축제(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와는 6년간 세 개 작품의 국제공동제작 협력을 맺고, 실뷔 푸카레테(Silviu Pucarete) 연출의 <파우스트>(Faust, 2010),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 2012) 등을 공동제작 하였고, 2012년 서울 공연예술제에 소개되는 <나, 로뎅>(Eu Rodin, 2012)도 이 극장의 제작 작품으로 축제를 통한 공연제작과 시장진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거리공연 이태리 코믹밴드
거리공연 프랑스 요정들
거리공연 스페인 로다포니오 (Rodafonio)

동유럽식 축제에 대한 새로운 실험

시뷰국제연극제는 대중과 함께하는 카니발 축제로서, 세계적인 공연을 초청하고 루마니아 연극을 지속적으로 제작하는 공연예술성을 실천하고자 한다. 이는 대학생과 축제의 차세대 관객을 개발하기 위한 예술교육의 장으로서, 또한 예술가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과 대화할 수 있는 대담의 장으로서, 동유럽의 대표적인 축제인 시뷰국제연극제는 예술작품을 유통하고 국제적인 네트워크 기능 등의 다양한 목적을 통해 이와 같이 여러 실험을 계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장점을 가진 축제 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일 동안, 15년간 축제에 몸담아온 나에게 그간 계속되었던 질문들이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프로그램이 동시에 열리는 축제에 충분한 관객들은 있는가?’  ‘열정으로 가득 찬 자원봉사자와 축제 스텝 그리고 일부의 예술가, 그들은 이 축제를 관객들과 함께 즐기고 참여 예술가는 충분히 존중 받고 있는가?’ 그것은 아마도 축제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인력, 재정 그리고 관객의 규모보다, 축제를 만드는 이들의 열정과 정열이 불타오르다 어느 순간 소진(Burn Out)되는 위험의 지점에 대한 우려이기도 하다.

  • 기고자

  • 최석규_아시아나우(AsiaNow)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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