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잠비나이_놀라움으로 편견을 뒤집다 2012-07-31

잠비나이_놀라움으로 편견을 뒤집다
[Who&Work] 잠비나이_이일우, 김보미, 심은용


창작활동의 중심을 새로운 음악영역의 확장에 두고 있는 잠비나이는 국악기가 악기 자체로 가지게 되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서양/전자악기에 사용하는 전자 이펙터와 같은 효과들을 통해 음색의 연구와 질감의 표현 등을 확장시키고, 기존의 국악 창작곡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연주법을 발견, 이용함으로써 국악기를 통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팀이다. 이일우 (피리/기타/프로그래밍), 김보미 (해금), 심은용 (거문고)을 주축으로 2012년 2월 첫 정규앨범 《차연 (Differance)》 발매, 홍대 라이브 클럽씬에서부터 전통음악 무대까지 경계의 구분 없이 활동하며, 2012 팸스초이스 선정으로 영역을 새롭게 확장해가는 잠비나이의 멤버를 만났다.

《차연》, 이질적 요소들의 결합과 해체에서 완성된 음반

Q: ‘잠비나이’가 결성된 배경과 계기는 무엇인가?

A 김보미 (이하 김) : 지금의 멤버들은 학교 동기들이며 밴드 결성 전부터 합주도 하고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음악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들을 많이 나누어왔다. 그러던 중 창작국악의 방향성에 대해 ‘섞는다는 것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방법론 적으로 뭔가 잘못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이 섞인다는 것 자체가 이질적인 것의 결합이 되는 것인데, 이해가 너무 부족한 상태에서 조합이 되어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업들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멤버들의 마음이 서로 잘 맞았다. 굳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지 않더라도 함께 연습도 하고 재밌게 놀아보자 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일우 (이하 이) : 그 즈음에 국악기로 즉흥적인 것을 해보라는 공연 섭외가 들어왔는데 사실 그건 내가 속해있던 다른 밴드에 들어온 것이었으나, 밴드 성격과 공연이 잘 맞지 않아 지금의 잠비나이 멤버로 그 공연을 하게 되었다. 공연을 위해 곡을 작업했고, 실제로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작업을 하고 앨범을 내고, 지금의 잠비나이가 된 것이다. 그게 바로 재작년의 일이다. 이런 작업을 하고 싶던 사람들이 우연찮게 모여서 지금까지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잠비나이

Q: 첫 번째 앨범 《차연(Differance)》이 올해 2월에 발매되었다. 앨범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는가?

A 이 : 먼저 앨범 《차연》의 타이틀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만든 신조어를 앨범 제목으로 선택했다. 이 앨범은 재작년 프린지 페스티벌에 나갔을 때 오성화 대표님께서 문래예술공장 지원 프로그램인 MAP를 추천해주셨는데 덜컥 선정되어 작업하게 된 앨범이다. 저희가 사실 조금 게으른 면이 있어서 그 전에 정리가 안 되었던 습작들이 많았는데, 그것들을 완성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심은용 (이하 심) : 《차연》 이전의 EP는 서로 사비를 모아서 제작하였고, 극단 달과 아이 대표님 등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차연》이 발매되었다. 주위에서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셔서 앨범과 MV제작이 가능했고 단독공연을 하는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Q: 멤버 3인 모두 전통음악 전공자로 알고 있다. 전통음악의 기반이 되는 여러 특성들이 잠비나이의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A 김 : 해금이 선율 악기다보니 잠비나이에서 곡을 만들 때 내가 선율을 담당하는 일이 많다. 즉흥연주를 하면 아무래도 손에 익숙한 주법이 나오게 되고, 연주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요소들이 많이 삽입되게 된다. 운지가 가는 것, 농현의 방법, 시김새, 해금의 찰진 붙임새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아무래도 전통음악의 기반이 내 음악 안에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한다.

심 : 개인적으로 연주 기법을 해체하려고 노력하고 그것을 즐긴다. 기존의 전통적인 연주기법은 물론이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음악에 있어서도 연주 기법의 해체를 시도한다. 21세기 현재를 살아가면서 연주기법도 이 시대에 맞게 새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 호흡을 하는 부분에서 전통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수제천 같은 경우 박을 치면 지휘자가 시작하는데, 그때 시작의 공기가 느껴진다. 박자가 규칙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호흡에 따라 정해지는 무엇인가가 있다. 전통적인 정서가 모두에게 있어서 그런지, 몇 박자로 작업을 하자는 약속을 하지 않아도 멤버 중 누군가 호흡을 뱉었을 때 그것을 서로 흡수를 하면서 거기에 맞는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이일우   김보미 심은용

해석에 관해서는 자유에 맡기고 싶다.

Q: 작품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어떻게 얻으며,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A 김 : 멤버 중 이일우가 모티브를 많이 가져온다. 그러면 그 모티브를 서로 자기 파트에 대해 즉흥을 통해 발전을 시킨다. 확장시켜나가는 작업인 것이다. 이번 앨범은 거의 그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부 곡들은 아예 분위기만 조성해놓고 당시 감정으로 즉흥곡을 만들어본 후 좋은 소스를 뽑아 그것을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간다.

Q: 어떤 특별한 뜻이 없는 이름 잠비나이, ‘어느 의미로도 규정되지 않는다’라는 ‘차연’이 첫 앨범 테마가 된 것, 전통적인 기반위에 여러 대립적 요소를 지닌 음악, 동시대의 이야기를 연주하는 밴드라는 점이 잠비나이의 정체성에 대해 다양한 질문과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멤버들이 생각하는 잠비나이의 음악적 정체성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는가?

A 김 : 저희가 작업을 내놓았을 때 많은 분들이 거창하게 해석을 해주셔서 저희는 놀라우면서도 즐겁다.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이념적이거나 철학적인 방향이나 색깔을 설정하고 음악 작업을 한다기보다는 우리는 우리의 호흡에 따라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심 : 내가 하고 싶어 하던 음악에 목말라하는 찰나에 잠비나이를 하게 되었고 지금 바로 그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정체성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지만, 우리는 순간순간을 즐기고 싶고, 그것이 우리가 음악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이 : 장르적으로 퓨전인지 국악인지, 혹은 그냥 대중음악인지를 물어본다면 우리 스스로도 정확한 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체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뚜렷한 색깔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가 아닐까. 사실 관객들이 봤을 때는 전통음악으로 보일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가 전통음악을 한다고 하는 것은 진짜 전통음악을 하고 전통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실례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정체성은 아직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해석에 관해서는 다른 분들의 자유에 맡기고 싶다.

잠비나이

왜 국악기로는 안 될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Q: 올해 팸스초이스에 선정되기 전, 록 페스티벌이나 <헬로루키>나 <프로젝트 빅보이>등의 신인발굴 육성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며 클럽씬에서 전통음악 무대까지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계를 두지 않은 활동들을 진행하며 다양한 관객들과 소통하는데 있어서 ‘전통음악’에 대한 오래된 혹은 잘못된 편견과 마주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떤 어려운 점들이 있었으며,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가?

A 이 : 국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이 무섭다 혹은 귀신 나올 것 같다는 반응을 많이 듣는다. 우리가 관객들과의 소통이 어렵게 음악을 만들었을 수도 있는 것이고 혹은 그런 분위기를 조성한 미디어 매체의 영향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또 우리가 연주하는 국악기의 정확한 명칭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음악에 대한 풍경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것 같다.

심 : 그것은 전통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문제일 수도 있고, 숙제일 수도 있다. 현재 전통음악을 하는 젊은이들이 퓨전 국악과 같은 창작활동도 많이 하고 있는데, 지금이 새롭게 다가가고 있는 과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김 : 우리 팬 분들 중에 전통음악을 즐겨 듣지는 않으면서도 잠비나이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잠비나이 음악으로 시작해서 역으로 전통음악을 들어보는 계기가 자연스레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또한 국악기로도 저런 음악을 연주할 수 있구나 하고 편견을 깨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Q: 그렇다면 잠비나이의 음악이 어떻게 전달되었으면 하는가?

A 김 : 우리 음반을 ‘국악음반’이라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그냥 ‘음악’이라는 생각으로 첫 대면을 해줬으면 좋겠다. ‘국악음반이니까 국악을 들어보자’가 아닌, 온전히 음악 자체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싶다. 그래서 어떤 특정한 팬 층이 아닌 모두에게 보편적인 기준으로 다가가는 음악이 되고 싶었다. 왜 국악기로는 안 될까. 왜 국악기로는 락 페스티벌에 갈 수 없을까. 국악이 할 수 있는 한정적인 공연 형식이나 공연장소를 극복하고 싶었다.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도 연주될 수 있는 음악으로써의 위치를 갖고 싶었다.

이 :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들었을 때 놀라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잠비나이

Q: 해외진출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A 이 : 우리 앨범이 일본에서 발매가 되어서 그쪽에서 판매가 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음반으로는 해외진출이 진행되고 있지만, 공연으로도 진출하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외국인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있는 그대로 활동을 할 것 같다. 외국에 나간다고 해서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려고 애를 쓰는 음악을 선보이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

심 : 해외 진출 자체도 중요하지만, 우리랑 맞는 곳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알려 달라.

A 김 : 9월 8일 홍대 롤링홀에서 공연이 있고 외에 여러 홍대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 예정이 있다. 그리고 10월에는 국립극장에서의 팸스초이스 쇼케이스도 준비 중이다. 작년에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오프닝 무대에 서게 되었는데 사실 관객들이 많이 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많은 관객들이 와주셨고 반응이 정말 좋아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록 페스티벌에 또 나가고 싶다. 개인적으로 해외 공연의 경우는 일회성이나 이벤트성으로 다 끝나기 마련이었는데, 그보다는 음악적인 피드백이 있고 수익도 생길 수 있는 그런 활동을 하고 싶다. 더 나아가서는 잠비나이의 네임벨류를 만들어 가고 싶다.

  • 기고자

  • 신보연_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시장개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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