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영국을 가다 2012-06-19

영국을 가다
[FOCUS] 커뮤니티 댄스 페스티벌


“리즈 시절” 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리즈 유나이티드가 쇠락한 지금 이 시골 소도시에는 어떤 열정이 불타고 있을까? 2006년 겨울 일이다. 플레이하우스를 중심으로 시내 극장과 스튜디오들이 다 동원되었다. 국내외 관계자 200여명 그리고 주민들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영국 무용마켓 British Dance Edition의 풍경은 주로 전문가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타 행사와 사뭇 달랐다. 막 생업 현장에서 빠져 나온 듯 편안한 차림에 그만큼 다양해 보이는 연령대의 사람들로 연일 만원인 객석에서 빈 자리 하나를 찾기가 어려웠다.

무용공연인데 어떻게 일반시민들로 객석이 꽉 차냐고 묻는 내게 감독은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답한다. “손자 손녀가 출연하니까 다들 공연을 보기 시작해 이제는 어떤 무용공연이건 일년 내내 객석은 만원”이다. 당시는 피닉스 무용단이 상주단체였지만 모든 플레이하우스 상주단체는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설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기꺼이 작품에 수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주단체가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지역사회 속에 핀 춤(Community Dance)

영국 단체라고 하면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아크람 칸(Akram Khan Company), 호페쉬 쉑터(Hofesh Shechter Company), 러셀 말리펀트(Russell Maliphant Company), 랜덤 무용단(Random Dance) 등을 기억할 것이다. 무용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DV8을 왜 빼냐고 할텐데... 유명하고 중요한 단체 맞다. 하지만 여기서 DV8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캔두코(Candoco Dance Company)와 함께 언급하고자 한다. 이 두 단체를 생각하면 인상적인 인물 하나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무대 위 사고로 영원히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셀레스트 댄드커(Celeste Dandeker). 그는 다리가 없다. 그래서 보는 이를 힘들게도 하지만 팔과 표정으로만 120% 를 만들어내는 그의 춤은 무대 위에서 혹은 스크린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가진다.

장르를 나누고 전문가가 분류한 규격에 맞춰 한정된 무대를 일부가 독점하는 것에 길들여져서 다양한 공연을 요구하는 관객의 목소리를 무시했다면 그가 무대에 다시 서는 일이 가능했을지 모를 일이다.

결과적으로 댄드커가 영국 무용계에서 VIP 대접을 받는 이유는 물론 그가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기능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있어서겠지만 오히려 그가 겪어내고 이겨낸 역경의 깊이가 사람들의 마음에 원초적인 감동을 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잔 보일에게 쏟아진 눈물과 환호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딘가에서 본 것도 같은 평범한(혹은 조금 모자란) 사람이 나와서 우리의 예상을 뒤엎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때 우리는 폭풍 같은 환희를 느낀다.

댄드커와 리즈의 작은 공연무대가 부러운 것은 그런 이유다. 내 손자나 옆집 조카, 아침마다 귀찮게 개를 짖게 만들던 신문배달 소년이 나오는 공연에 감동받아서 “춤이 볼만하다” 느끼고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잔뜩 살고 있는 마을이 적지 않다는 것.

 

 

조디악 커뮤니티 댄스 워크숍 헬싱키시립극장 커뮤니티 댄스 워크숍 전세계 무용인들이 발레의 아버지 장 조르주 노베르를 기리며 4월 29일을 세계 춤의 날로 지정해 기념한다. 2011년 서울광장에서 있었던 춤의 날 행사에서도 예외 없이 시민과 예술가들이 모두 섞여 춤을 추었다.

커뮤니티 댄스는 명확한 개념정리가 쉽지 않고 계속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사회적 예술운동 혹은 예술적 사회운동이다. 우리 조상들이 논밭에서 꽹과리와 북소리에 맞춰 춤추던 것 역시 커뮤니티댄스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허나 예술로 분류된 특정문화가 보다 적극적으로 일상생활에 파고들어 체계화까지 이뤄낸 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영국은 분명 선구자라 할 수 있다. 1986년에 ‘춤-마임 촉매자 전국 연합(National Association of Dance and Mime Animateurs, NADMA)’을 발족했고 1995년 커뮤니티댄스재단(Foundation for Community Dance) 을 설립해 오늘에 이르렀으니 그 이전 사회적 활동을 차치한다 해도 30년 넘는 역사를 쓰고 있는 셈이다.

무대와 관객의 거리 1mm

춤의 사회 혹은 일상화를 말하자면 스페인과 중남미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 스페인의 여름으로 날아가보자. 38~9˚를 우습게 오르내리는 한여름, 살을 델 것 같은 대리석 바닥에 종이 한 장 깔고 철퍼덕 주저앉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 틈을 용케 잘 뚫고 들어가면 춤과 만난다. 바로 옆 건물계단에 올라 앉으면 꼬물꼬물 움직이는 사람들의 사뭇 진지한 표정까지 구경할 수 있다. “사람들은 현대무용이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무용을 사람들에게 가져다 주기로 했어요.” 후안 에드와르도 로페즈(Juan Eduardo López), 그가 바로 CQD (Ciudades Que Danzan, danza en paisajes urbanos, 1997년 바르셀로나 MARATO를 중심으로 발족해 현재 유럽, 중남미 32개 축제가 가입한 현대무용 거리축제 연합) 창설주역 중 하나이며 디에스 데 단사 (Dies De Danza, 스페인 거리무용축제) 예술감독이다. 그는 몬주익 분수, 에스빠냐 광장, 올림픽 수영경기장 등 시내 곳곳으로 버스를 동원해 사람들을 실어 나르며 현대무용을 전파하고 있었다. 그 이후 불과 3~4년 새 축제는 인근도시로까지 확대되었고 무료공연을 하던 예술가들은 얼마간 공연료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들으면 알만한 이름들이 엔트리에 포함되었다. 올 7월 6일부터 9일까지 바르셀로나 거리에서는 조르디 코르테스(Jordi Cortés), 솔 피코(Sol Pico) 그리고 이스라엘 갈반(Israel Galvan)을 만날 수 있다.

 

 

Juan Eduardo Lopez @ Dies de Dansa 처음 바르셀로나를 방문에 신기한 광경을 만났다. 시멘트 바닥에서 춤추는 아프리카 무용수로부터 사람들이 시선을 떼지 못한다. 이 공연이 끝나면 시민과 관광객은 버스를 타고 올림픽 수영경기장으로 향한다 @ Dies de Dansa 바르셀로나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는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그 위에 줄을 달고 서커스같은 춤을 보여준다. 동시에 옆 벽에서는 부토 무용가가 벽을 타고 내려오며 수영장 옆에서는 잠시 후 비보이들이 등장한다 @ Dies de Dansa

갈채 받는 한국현대무용

서로 그리 가깝지도 않은 후안 미로박물관과 피카소미술관을 거쳐 현대미술관까지 따라온 무리에는 사라고사 팬들의 응원을 안고 온 나띠와 까를로스 (Natividad Buil Franco & Carlos Alonso, 사라고사 뜨라옉또스 예술감독과 행정감독) 그리고 영국 맨체스터 어반 무브스 국제무용제 (Urban Moves Int’l Dance Festival) 예술감독 뎁 애슐리(Deb Ashley)도 있었다. 이들 모두 처음 본 한국 춤에 흥분했다.

이듬해 센터스테이지 코리아 인 유럽 (Center Stage Korea in Europe)으로 빌바오 레꾸스 레꾸와 사라고사 뜨라옉또스를 다시 찾았다. 그리고 폴란드 비툼과 크라카우 현대무용축제에서 박순호 댄스프로젝트와 이인수 EDx2 무용단이 2010 팸스초이스 선정작에 신작을 더해 각 2개 레퍼토리로 전막 공연을 했다. 같은 해 가을 센터스테이지 코리아 인 라틴 아메리카 (Center Stage in Latin America) 관련기사 보기로 박순호 댄스프로젝트와 이인수 EDx2 무용단은 멕시코에도 함께 갔으니 예술경영지원센터와는 꽤 깊게 인연을 맺은 셈이다.

 

 

유럽파 예효승_김설진_이은경이 코믹한 춤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바르셀로나 피카소 박물관에서와 또 다른 재미로 관객을 사로잡은 사바델 (Sabadell) 공연 @ Dies de Dansa 대낮 12시 후안 미로 미술관 마당에서 EDx 2무용단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이 앞다퉈 사진을 찍어달라며 모여든다 @ Dies de Dansa 땡볕아래서 박순호 댄스프로젝트 무용수들은 비오듯 흐르는 땀덕에 본의 아닌 상의 탈의에 동참했다. 고맙게도 공연시간에 하늘은 약간의 그늘을 허락했다 @ Dies de Dansa

 

 

쌍동이 아이들은 그저 북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참에 북채를 쌍동이에게 주고 악사는 찍사가 되었다 @ Trayectos Zaragoza 바닥은 보다시피 뜨겁게 달궈진 시멘트다. 그 바닥을 발로 느끼기 위해 맨발로 마당에 섰다. 이날 창무회 김선미 선생의 볼레로는 보는 이들을 가슴 먹먹하게 했다 @ Dies de Dansa 비가 온 후라 대리석은 미끄럽기만 하다. 그래도 약속된 공연을 시작하니 물은 바로 빠지고 무용수들은 땀으로 젖었다 @ 박순호 댄스프로젝트 Trayectos Zaragoza

영국 거리로 나가는 한국 춤

영국에서는 올림픽을 앞두고 문화올림피아드에서 벌어지는 예술기반 행사들을 통해 영국의 문화위상을 제고하며 스포츠 행사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많은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이 중 격년제로 7월마다 런던에서 있었던 빅댄스(Big Dance)의 전국확대가 주목된다. 커뮤니티댄스재단(FCD), 잉글랜드 청소년 댄스(Youth Dance England), 신체 레크리에이션 중앙위원회(Central Council for Physical Recreation) 등 많은 기관이 참여해 1주일 이상 쇼핑 센터, 공원, 유적지, 박물관 등에서 온갖 종류의 춤을 보여주는 빅댄스는 2006년 런던에서 시작해 전국의 춤 네트워크를 구축한 대표적 커뮤니티댄스 프로그램이다. 또한 커뮤니티댄스가 정치나 경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증명하며 인프라 역량 강화는 물론 투자 극대화를 가져오기도 한 프로젝트다. 올림픽 개막에 맞춰 댄스 이니시에이티브 맨체스터 (DiGM, Dance Initiative Greater Manchester)맨체스터 인터내셔널 아츠 (Manchester International Arts, 거리예술 전문기관)가 주최하는 제 4회 어반 무브스 국제무용제(격년제 현대무용 거리축제, CQD회원)초청 ‘센터스테이지 코리아’가 진행된다. 7월 28일과 29일 양일간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무용가들과 함께 박순호 댄스프로젝트, 이인수 EDx2 무용단, 안지형 댄스프로젝트가 팀 별 4회(1일 2회)씩 총 12회를 공연한다. 벼르고 별러 작년 서울아트마켓을 방문했던 뎁 애슐리가 원하던 대로 한국 현대무용을 맨체스터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사람들 속으로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중인 <라보엠>을 트라팔가 광장 포함, 전국 25개 도시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실시간 감상하는 나라. 다양한 국적, 더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던 광장은 공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쥐 죽은 듯 조용해 진다. 중간에 자리를 뜨는 사람, 잡상인들의 소음 하나 없이 소위 “있는 자들을 위한 예술, 오페라”를 25년 째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 소개되는 한국 춤은 최근 들어 많은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이를 기획하고 동반하는 사람으로서 이들의 노력과 작품의 완성도는 자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제 드는 생각은 영국의 시골마을에서 느꼈던 것처럼 우리에게서 관객들에게로 뿐만 아니라 관객들로부터 우리에게로 향하는 관심과 요구가 자연스럽게 생겨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근래에 국내에서도 조금씩 생겨나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이 아직은 시작단계지만 좋은 출발 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해외에 우리 춤을 소개하고 개발 하는 동시에 우리동네에도 알리며 인사를 시작해볼 일이다.

관련링크

| 빅댄스    바로가기
| 댄스 이니시에이티브 맨체스터    바로가기
| 맨체스터 인터내셔널 아츠    바로가기
| 어반 무브스 국제무용제    바로가기
| 브리티시 댄스 에디션    바로가기
  • 기고자

  • 김신아_프리랜서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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