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예술가 레지던스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다 2012-04-02

예술가 레지던스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다
[FOCUS] 요코하마-교토 공연예술 레지던스 미팅
 


예술가 레지던스(Artist-in-Residence, AIR) 프로그램은 단순히 작가에게 창작에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미팅, 공연예술 레지던스 미팅(Performing Arts AIR Meeting)이 요코하마공연예술회의(TPAM in Yokohama)와 연계하여 지난 2월 요코하마와 교토에서 열렸다. 일본과 아시아 지역 레지던스의 현황, 그리고 기획자들이 모여 고민한 레지던스의 다음 단계에 대한 논의 내용을 소개한다.

에어 인 아시아 세션

아시아의 공연예술 레지던스

‘에어 인 아시아’(AIR in Asia) 세션에서는 다채로운 아시아 지역 레지던스 시설과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태국의 피쳇 클런천(Pichet Klunchun)이 운영하는 창씨어터(Chang Theater)의 경우 태국의 보편적인 종교인 불교와 소수 종교인 이슬람교가 공존하는 지역에 위치해 예술가에게 태국의 다른 지역과는 또 다른  영감을 제공하는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다. 창씨어터는 일반적으로 입주예술가에게 의무가 되는 프로그램의 압박을 최소화하고 예술가에게 자유로움과 함께 지역과 동화되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업과 휴식, 사색을 비슷한 무게감으로 바라보는 레지던스 공간인 셈이다.


인도의 아타칼라리움직임센터(Attakkalari Center for Movements)는 정부 지원에 의해 운영되는 여느 공간처럼 예술창작지원, 교육, 지역주민 체험기회 확대, 지역이미지 개선 등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센터가 소재한 지역이 과학, 정보기술로 유명하다는 점을 적극 활용, 향후에는 예술과 미디어, 과학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중국의 리빙댄스스튜디오(Living Dance Studio) 더아프로 관련기사 보기와 말레이시아의 림번 다한(Rimbun Dahan) 더아프로 관련기사 보기은 무용을 중심으로 한 전형적인 레지던스 공간이다. 그중 림번 다한은 공간의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운영주체가 대표 빌기스 히자스(Bilqis Hijjas)의 가족이라는 특징이 있다. ‘자기자본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라는 점은 운영자가 지향하는 목표가 흔들리지 않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입주예술가들이 어떻게 지역과 효율적으로 교류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남아 있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레지던스 전문공간이라기 보다는 공연예술 매니지먼트 전반을 아우르는 아시아나우(AsiaNow)의 최석규 대표가 작품제작 및 유통 과정에서 레지던스가 가질 수 있는 가치와 방향, 방법 등을 제시했다. 또 다른 한국의 레지던스 공간인 독립문화공간 아지트(Indie Space AGIT)는 다른 레지던스 공간에서 수용되지 못하는 서브컬처 장르의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과 창작 자체가 목적인 일반적인 레지던스와는 달리 사회참여와 사회적 발언을 작품창작의 주요한 계기 및 목적으로 한다는 특징을 소개했다. 

창조도시 요코하마의 기반

미팅 자체가 요코하마와 교토를 오가며 이루어져 요코하마와 고베, 교토의 레지던스 공간을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높지 않은 언덕에 위치해 있는 요코하마 급경사스튜디오(Steep Slope Studio)는 요코하마 창조도시 더아프로 관련기사 보기하에 웨딩홀이었던 건물을 2006년부터 공연예술 중심의 레지던스와 지역주민 예술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시설로 활용하고 있는 케이스이다. 일본의 젊은 예술가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입주 기간 중 창작활동과 함께 지역 예술가와 주민들과 교류하는 계기성 프로그램, 인근의 동물원 등 지역공간의 특징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가 철로 아래 공간과 주변에 위치해 있었던 집창촌 지역을 아티스트에서 문화지역으로 탈바꿈한 요코하마의 고가네초 지역(Koganecho area)은 문화를 활용한 도시 재개발의 대표적 사례다. 집창촌 특유의 줄지은 작은 공간들을 카페, 공방, 스튜디오, 아트샵 등으로 개조해 언제라도 예술가와 작품, 시민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요코하마 항구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들의 집단 거주지역을 여행객들에게 개방한 고토부키초의 호스텔 빌리지 프로젝트(Hostel Village Project), 오사카 빈민촌에서 문화공간의 역할과 함께 쉼터를 제공하고 있는 코코룸(Coco Room) 등과 함께 ‘문화의 이식’ 과정에 주목한 사례라 하겠다. 고가네초 지역의 시설과 프로그램 운영을 맡고 있는 고가네초에어리어매니지먼트센터(Koganecho Area Management Center) 측은, 집창촌이 제거되고 문화가 이식되는 과정에서 공간과 프로그램의 개입의 부자연스러움 등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향후 지역 리서치를 기반으로 사회적 개입과 해석이 강화된 프로그램과 이벤트 진행을 통해 ‘예술과 사회의 공존’이라는 목표를 실현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코하마 급경사스튜디오 요코하마 고가네초

교토 빌라 구조야마 교토 빌라 가모가와

간사이와 해외를 연결하는 지역 레지던스

도쿄에서 고속열차로 서쪽으로 두 시간 거리의 고베시에 위치한 댄스박스(Dance Box)는 1996년 오사카에서 시작된 무용 중심 극장으로 2009년 같은 간사이 지역 내 고베로 옮겨 120석 극장과 스튜디오, 레지던스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댄스박스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작품 제작 자체보다는 다양한 국적과 장르 간 협업 과정에서 발견되는 이해와 실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레지던스 결과는 고베-아시아컨템퍼러리댄스페스티벌(Kobe-Asia Contemporary Dance Festival)이나 다양한 워크숍, 극장 공연 등으로 이어진다. 댄스박스의 레지던스는 일본 외 아시아 무용수 및 안무가를 대상으로 한 달 간 진행되는 ‘아티스트 인 아시아’(Artist in Asia), 역시 일본 외 아시아 무용수 혹은 무용과 연계된 작업을 하는 작가나 학자, 큐레이터를 대상으로 하는 ‘아티스, 스콜러 앤 큐레이터’(Artists, Scholars and Curators),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본 외 해외무용수 및 안무가를 대상으로 하는 ‘고베-마이즈루 교류 프로그램’(Kobe-Maizuru Exchange Program)의 세 가지로 진행된다.


공연예술 레지던스 미팅의 교토 지역 행사가 진행된 교토아트센터(Kyoto Art Center) 더아프로 관련기사 보기는 폐교된 초등학교 건물을 거의 그대로 활용해 200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다장르 문화예술센터다. 주로 젊은 예술가 발굴과 지원, 문화예술관련 정보수집과 연구를 통한 자료 배포, 국제 레지던스 프로그램 운영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공연예술(짝수년)과 시각예술(홀수년)의 격년제로 운영하며 해당 분야 예술가와 기획자에게 열려있다.


교토에는 교토 주재 프랑스문화원과 독일문화원(Goethe Institute)이 직접 운영하는 레지던스 시설도 있었다. 프랑스문화원이 운영하는 빌라 구조야마(Villa Kujoyama)는 장르를 불문하고 프랑스 국적의 작가나 프랑스에서 5년 이상 체류한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1992년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해 현재까지 150명 이상의 작가와 연구자들이 초청된 바 있다. 독일문화원이 운영하는 빌라 가모가와(Villa Kamogawa)는 작년에 문을 열었는데 독일과 일본 간 예술가 교류를 통한 예술교류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두 곳은 모두 한국 주재의 양국 문화원과 유사하게 자국어아카데미와 함께 문화를 통한 다양한 교류 사업을 추진하는데, 문화교류 사업은 개별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보다는 레지던스 공간 운영을 통한 예술가 교류의 거점 조성에 집중한다. 각 공간의 운영자들은 이러한 레지던스 공간과 지역사회 간 연계를 위해 예술축제 참여, 지역대학과의 협력 리서치 등을 추진하며 예술가 간에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하도록 네트워크를 확장해가고 있다. 


그 밖의 세션을 통해서는 도쿄의 세존문화재단을 비롯한 일본 각지의 레지던시 운영 기관과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일본 레지던스 프로그램 운영기관

도쿄 세존문화재단(The Saison Foundation)
요코하마 급경사스튜디오(Steep Slope Studio)
요코하마 고가네초에어리어매니지먼트센터(Koganecho Area Management Center)
고치현립미술관(Museum of Art, Kochi)
돗토리 버드시어터 (BIRD Theatre Company)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 (21st Century Museum of Contemporary Art, Kanazawa)
삿포로 콘카리뇨(Concarino)
고베 댄스박스(Dance Box)
야마구치아트앤미디어센터(Yamaguchi Center for Arts and Media, YCAM)
교토아트센터(Kyoto Art Center)
• 교토 빌라 구조야마(Villa Kujoyama)
• 교토 빌라 가모가와(Villa Kamogawa)

아시아 레지던스 프로그램 운영기관

태국 창씨어터(Chang Theater)
중국 리빙댄스스튜디오(Living Dance Studio)
말레이시아 림번 다한(Rimbun Dahan)
인도 아타칼라리움직임예술센터(Attakkalari Center for Movements)
부산 독립문화공간 아지트(Indie Culture Network AGIT)

다음 단계를 위해 남겨진 과제

''‘에어 인 아시아’(AIR in Asia) 공동 토론

교토에서 진행된 회의의 마지막 세션은 지금까지의 레지던스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환경을 조성하고 시험하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 보다 효율적인 레지던스를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데 초점을 맞췄다.

레지던스는 예술가 지원이나 창작 등 특정한 목적을 실현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초기의 인식에서 확장되어 문화시설이나 페스티벌 운영처럼 명확하게 독립적인 존재감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다른 분야나 지역의 대상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단순히 ‘작품’이 오가는 형태와는 구분된다. 지역성을 살린 작품이 글로벌하게 유통되는 것이 점점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한 지역성의 재탐구와 새로운 접근은 예술가나 지역 모두에게 매력적이다. 예술가가 레지던스를 통해 한 지역에 체류하면 부족한 인프라로 인해 추진하지 못했던 지역 프로젝트의 추진 동력이 될 수 있음과 동시에 이동하는 예술가를 매개로 지역 간 네트워크가 보다 디테일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술가 역시 온실 속 화초와 같았던 환경에서 벗어나 조금 더 야생에 가까운 상황에 놓여 지면서 생존에 대한 경험과 함께 새로운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지역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험은 지역의 문화예술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 레지던스를 이야기할 때 많이 언급되는 영국의 문화예술비평가인 켈리 카마이클(Kelly Carmichael)의 글은 레지던스가 ‘다음 단계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단서를 쥐어 준다. 그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아무 관계없던 빈 공간(Space)이 예술가의 생활적 맥락과 새로운 해석을 더해 의미 있는 장소(Place)로 전환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원문: ‘Lost Language and Other Voices’, 비지팅 아츠)고 이야기한다. 이는 국제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성패가 예술가의 ''새로운 맥락에 대한 해석‘(translating alien context)’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지원, 배려에 달려있다는 의미로 이해 가능할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참고사례를 찾아 카피하는 것에서 벗어나 해당 공간과 지역의 특수한 목적을 보다 세분화 하고 이를 통한 차별화된 전략과 프로그램 구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나누는 자리였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사람이 이동해 사람을 만나면서 사람을 위한 무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가장 심도 있는 기회이다. 이 과정에 적응하고 도전하고 찾아내고 공유하는 과정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생명인 것이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아직 개척중이다.

관련링크

| 공연예술레지던스미팅(Performing Arts AIR Meeting)  바로가기
| 2012 요코하마공연예술회의(Performing Arts Meeting in Yokohama 2012)  바로가기 
  • 기고자

  • 류성효 _ 독립문화공간 아지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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